|
눈물겹게 펼쳐지는 영어의 고분투쟁기 <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
이 그림은 영국 왕실의 공식 문장이다. 그런데 사진에 적힌 단어는 알파벳으로 적혀있지만 영어같아 보이지 않는다. < DIEU ET MON DROIT > 는 ' 신과 나의 권리' 라는 뜻의 프랑스어 로 영국 왕의 절대적인 권리를 천하에 알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그림은 영국 왕실의 공식 문장이다. 어떻게 영국의 왕실 문장에 왜 프랑스어가 사용되었을까? 프랑스와 영국은 사이가 안 좋다는 건 아시아에서 살고 있는 내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 어떻게 영국은 자기 나라 왕실의 문장에 모국어인 영어를 쓰지 않고 프랑스어로 쓴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가인데 말이다. 정말 너무 궁금하지 않는가?
11세기에 브리튼 섬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1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대륙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영어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데 차에 1066년 노르망디의 월리엄 공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이후, 영어는 문학어와 왕국의 공식 행정 언어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게 되었다. 그가 없었다면 ' 공기' 를 의미하는 고유 영어 Lyft 가 살아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 Korean Air ' 대신에 ' Korean Lyft ' 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월리엄의 영국 정복은 정치적인 것 뿐만 아니라 영어, 문화에서의 정복의 시작이였다. 이것은 프랑스어, 나아가 프랑스 문화가 영국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가 외관상 동일 계열인 독일어보다 프랑스어와 유사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공공문서에는 라틴어를 쓰고 왕과 귀족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영어는 수백 년간 민중의 구어로전락하게 되어버렸다. 그 결과 11 - 14세기의 영어는 지금처럼 세계 공용어로 우뚝 자리매김한 것과 다르게 푸대접을 받게 된다.
이 책은 중세 시대동안 영국에서 영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는지 역사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언어학에 관한 진지한 내용만 나온다면 정말 따분하기 짝이 없을텐데, 영국의 흥미로운 역사의 변화에 따라 내용을 서술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로빈 훗에 등장했던 사자왕 리처드와 그의 동생 존 왕에 대한 이야기나 영국의 백년 전쟁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앵글로 색슨 족인 로빈 훗이 노르망디 사람인 사자왕을 위해 존 왕을 물리치는 내용은 100% 허구 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의 로망이 깨진 것은 무척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책에선 엘리자베스 1세의 이야기와 함께 영어가 어떻게 지금과도 같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서술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 속 그들의 치열한 언어 전쟁에서 영어가 승리하기까지 눈물겹게 펼쳐지는 영어의 고분투쟁기 <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 를 추천한다. 우리가 늘 공부하는 영어라는 언어 가 어떻게 발전해왔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게 되었는지 영어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우리가 영어라는 언어 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
| 정복전쟁부터 언어의 부활까지, 영어와 프랑스어의 1,000년 역사를 한눈에 풀어낸 흥미로운 구성이다. 윌리엄의 정복, 백년전쟁,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시대를 거치며 영어가 어떻게 현재의 국제어가 되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역사적 사건과 언어 변화가 자연스럽게 얽혀 있어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저작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