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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는 '저녁에'라는 김광섭 시인의 유명한 시의 싯구 일부를 제목으로 차용했습니다. 1969년에 발표된 시입니다.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이야기하는 시절이 언제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이 책을 드는 것만으로 우리는 두 세 걸음쯤 뒤로 물러서보게 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또는 그 이전의 시절로 돌아가 완전히 유치해져보자는 암묵적 동의가 성립되고 나면, 가슴 먹먹한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대학생이 군사정권의 시절에 우연히 만난 여학생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떤 이유에선지 그를 멀리합니다. 인연이 없었던 걸까요? 그의 인생의 몇 페이지에 그녀의 흔적이 남습니다.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할만큼 충분히 가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이 없는 시대라, 연락처를 알지 못하면 만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와 그녀는 몇 번의 우연한 만남으로 상대방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는 훗날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삶이란 그 여자 박은영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립고, 언제나 정체불명이고,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무지개 같은 그런 것... ...아닌가?
그에게 그녀 박은영은 청춘의 가장 찬란한 무엇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그에게 청춘은 눈을 가린 채 횃불을 들고 있듯 어리석은 시간입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무엇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청춘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이이기에, 그의 진실함에 코 끝이 찡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청춘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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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울컥하고 숨죽였던 감성이 터져나오는 걸 느꼈다. 벅찬 가슴에 청춘이 겪었을 수많은 아픔과 실망이 떠올랐고, 그 모든 감정에 나를 온전히 내던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제의 나였고 또한 지금의 나였으며 내일의 나였다. 그리고 그런 내게 이상운은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많은 아픔과 상실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도 많은 것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작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글을 써 내려간다. 어떤 이는 소소한 담백함으로, 어떤 이는 강렬한 담대함으로. 빠른 템포의 전개에 숨막히는 긴장을 등장시키는 작가도 있고, 아련한 부드러움 가운데 지난한 삶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작가도 있다. 이상운의 글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속된 말로 그의 글은, 천박하고 토속적이다. 가볍게, 친구가 장난하듯 경쾌하게 그는 내 마음의 문을 열어 제친다.
이상운은 소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를 통해 노래를 부른다. 무지개가 가득 찬 노래를 부른다. 나는 가지고 싶은 게 많아/ 칠인용 자전거와 그림 같은 작은 집/ 그리고 시들지 않는 장미/ 그러나 지금은 아니어도 좋아/ 칠인용 자전거도 그림 같은 작은 집도 시들지 않는 장미도/ 나는 언제나 꿈꿀 수 있으니까. p.58 결혼해서 아이 다섯을 낳고 싶다는 그의 꿈은 너무나 소박하다. 언뜻 보면 경박스럽고 그 가벼움 가운데 따스함이 묻어난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대천 가는 기차에서 읽은 그의 글은 철로와 닮아 있다. 철로 한 켠에 핀 조그마한 민들레, 철로 너머의 새파란 들판, 철로가 머금은 수많은 추억들, 반짝이는 햇살, 끝 없이 펼쳐진 삶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것. 그는 그 철로 너머의 불분명한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만들어 낸 그 길을, 끝이 보이지 않는 철로를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의 책은, 나를 관통한 단 하나의 책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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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깨달은 사실인데, 책의 의미나 가치를 짐작하기가 퍽 어렵다. 나는 80년생이라 이 책 이야기의 어떤 부분은 공감하기도, 또 못 하기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가 퍽 솔직한 태도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느낄 수 있었다. 과장되거나 애써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책의 매력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솔직함. 독한 현실과 그보다 더 독한 소설에 지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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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하려다가 , 혹시 하는 마음에 도서관 자료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있더군요. 낡은 책 한권을 책단비 서비스를 이용해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얇은 소설은 노란색의 표지 이네요. 금방 쉽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어요. 쉽게 읽히는건 맞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때의 그 뭉클거림은 수 일이 지난 지금도 아스라히 남아있습니다.
소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는 70년대를 배경으로 시작을 합니다. 갓 스무살 대학생인 화자 '나'는 어느 강의실에서 그녀 '박은영'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가늘고 나풀거리는 외모에 반하게 되고 말아요. 그렇게 혈기 왕성한 나는 플레이 보이(포르노) 잡지에서 나오는 수많은 파란 눈의 여자들을 오버랩 하는 대신 딱 한번 만나고 알게된 '은영'을 떠올리며 가슴앓이를 합니다. 그렇게 화자의 플라토닉 사랑은 시작 되었어요.저는 책을 읽으며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나 생각했지만 , 두 사람의 만남은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도, 그리고 '나'(화자) 자신이 은영이란 여자에 대해 알수 있을 만큼의 많은 것을 알지도 못한채 흐릿한 기억속에 묘령의 여인처럼 '첫사랑'으로 각인되고 맙니다. 2~3번 우연으로 만난 인연 말고.. 내가 아는 그녀는 어떤 여자일까.. 활발하고, 도도하고, 새침하고 .. 그 이외에는 드러나는게 없습니다. 궁금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머릿속에 수만개의 물음표를 그려 넣은채, 텍스트를 쫓아 그녀의 존재를 캐내기에 저는 바빴습니다. 왜.. 자신을 좋아하는 화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건지, 80년대.. 여행가이드를 하며 생활하는 서른 넘은 화자가 우연히 다시 은영이를 만나게 되었을때도 , 왜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자리를 떠나야만 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화자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어요.. 스무살.. 치기어린 시절에 몇 번의 만남과 짧은 대화로 수 십년이 지난 세월동안 그녀를 뚜렷히 기억할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 그녀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그렇게 컸던 것인지.. 과연 그런 기다림(?)이 가능할까 하는 마음 말입니다. 결국 나의 모든 의문들은 책의 끝자락 쯔음에 알게 되고, 그 결말이 한편으로는 뻔하고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알수없는 순수했던, 그리고 청춘의 사랑에 뭉클함이 심장을 걷돕니다. 오랜 세월 기다렸던 화자의 사랑의 결말도,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은영의 행복함과 상실, 슬픔을 함께 알아버린다는 것 말입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그대로 스며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를 읽으며 아마 누군가는 '청춘'과 '추억'을 떠올릴 겁니다. 내가 알지 못한 그 시간들은 오로지 희미하게 상상의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텍스트는 구시대적인, 요즘의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볼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어쩌면 그러했기에.. 화려한 미사여구나 독특하고 개성 강한 텍스트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더욱 그 시대의 청춘과 사랑이 더욱 진하게 베어 나왔던 것이였겠지요. '화자'와 '작가'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음에, 잠시 회고록을 읽는듯한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비오는 어느 새벽에 다시 한번 읽어야 겠습니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중략) Oh my baby dh my love Peter, Paul & Mary <Gone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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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여자에게 반했다. 잠자다가 그랬는데 그게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뻑 갔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는 남자는 적극적으로, 어색하지만 어쨌든 나름대로의 대쉬를 하려지만 세상 사람들을 위해 가수가 되겠다는, 그것도 박정희 시대에, 이상한 꿈을 지닌 미모의 여인은 남자의 마음을 알면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오지만 그래도 만남은 이어지는데 난 왜 김광섭님의 시를 적고 싶은지 모르겠다.
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그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난 것일까? 나는 이상운이라는 작가와 이렇게 다시 만나고 말았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키득키득 내 모습은 무엇인지. 그녀를 사랑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정다운 날에 이게 무슨 일인지. 김광섭님의 아련한 시와 키득거리는 웃음을 교차하게 만든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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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주인공과 한 여자의 짧은 세 번의 만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연히 '빨간 물방울 무늬 연분홍 원피스'를 입고 기타를 둘러 맨 박은영을 만난 나는 그녀에게 사로잡혀 버린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 주일이 지나갔다. 나의 별은 내 몸에 뿌리를 내렸다. 그녀는 내 머리의, 내 마음의, 내 몸의 주인이 되었다...'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재회를 고대하던 나는 마침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불쑥 끼어든 사복 경찰의 방해로 어긋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시위 중인 거리에서 그녀와 다시 마주치게 되지만, 이번에도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소설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70년대는 80년에 태어난 나로서는 살아보지 못한 시간이다.
하지만 소설 속 70년대 대학가 풍경은 마음을 울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건 그 안에 아름다웠던 첫사랑이 등장하고, 사랑, 평화, 행복을 꿈꾸는 젊음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사랑에 빠진 내 자신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숙하지만 꿈과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젊음을 보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요즘 취업 준비로 바쁜 깍쟁이같은 대학생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그리움을 자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