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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상큼(?)한 책이다. 한국사 길잡이라니. 그것도 새로운! 최근 한국사를 다시 공부하는 맛을 들였는데 통사와 개설서를 여러 권 읽어도 책마다 새로운 맛이 난다. 산으로 이야기 하자면 같은 산이지만 다른 등산로마다 제 각기 등산의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여기 저기서 추천받아 읽게된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라는 책이다. 아뿔사, 밑에 작은 글씨로 "한국사 연구 입문"이라고 적혀 있는 소제목 아니 진짜 제목을 유심히 보고 깊이 생각했어야 하는데......즐거운 실수를 했다.
제목은 부드럽게 바꾸었지만 책은 절대 부드럽지 않다. 책의 성격은 개설서의 흐름을 가지면서 각 시대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로 이어간다. 예를 들면 서론 부분은 노태돈 선생이 '현대 사학의 흐름'으로 분위기 가라 앉히고 시작하고, 주보돈 선생이 '고대 정치체제'를, 박종기 선생이 '고려 정치사와 고려 사회의 성격론'을 쓰는 식이다. 한국사의 대가, 전문가들이 한 권책에 용케 많이 모였다. 한 편 한 편 쉽게 읽혀지지 않고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뒤에 숨어 있는 사실과 논란들이 보인다. 개별적인 연구결과를 이어서 모으니 통사처럼 시대를 이어가면서도 진지한 책이 되었다. 각 연구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면서도 반대되는 주장들을 배척하지 않고 같이 비교하고 서술한다. 심지어 책안에서 연구 결과끼리 방향이나 내용이 부딪히는 모습도 보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싸움인가. 통사나 개설서 그리고 교과서에 있는 역사는 그렇게 믿기로 한 약속이다. 사실이되 진실이 아닐 수도 있고 우리가 같이 믿기로 합의된 역사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합의 뒤에서 맹렬하게 다투고 싸우고 경쟁하는 많은 이론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삼국-통일신라-고려-조선 이라는 단순한 시대 구분뒤에는 "시대구분"이라는 전쟁이있다.
( 개인적으로 (2)번 주장에 마음이 간다.) 이렇게 개설서라는 안락하고 잘 정리된 등산로를 벗어나 암벽길을 타거나 새로 열린 등산로를 힘들게 올라가게 만드는 책이다. 아니 맨 지도에 각가 새로운 등산로를 만들어 보라고 유혹하는 책이다. 각자가 자신만의 등산로를 만들고 자신의 방식대로 올라가다보면 결국 정상에서 만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