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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를 대표하는 작가 이스마엘 카다레의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준비하고 있는 여행과 책읽기에 관한 책의 한 꼭지가 될 알바니아의 티라나에 관한 내용으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돌의 연대기>, <잘못된 만찬>, <H 파일>, <부서진 4월> 등을 읽었지만, 공산정권 시절의 알바니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보아 이 책을 인용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후보로 오르던 이스마엘 카다레는 공산 독재정권 하의 조국 알바니아의 혼과 집단기억을 문학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리는 그의 작품세계는 마르케스와 비유되며, 전제주의와 유토피아의 위험을 고발하는 헉슬리와 오웰의 뒤를 잇는 반(反)유토피아 작가군의 후예로 꼽히기도 합니다. 또한 2천 년간의 외세 지배와 혹독한 스탈린 식 공산독재를 겪으며 유럽에서조차 잊힌 나라 알바니아를 역사의 망각에서 끌어낸 ‘문학대사’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36편의 소설, 수필집, 시집 등을 세상에 내놓았고, 우리나라에도 14종의 소설이 소개되었습니다.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1980년대의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를 무대로 합니다. 엔베르 호자가 알바니아의 공산정권을 이끌던 시절 그의 총애를 받던 후계자 메메트 셰후가 자살한 사건이 주제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자살이라고 발표가 되었지만 그의 죽음에 관한 의문은 알바니아 사람들은 물론 관련 국가들의 관심사였던 모양입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1981년 12월 14일 밤에 일어난 후계자의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죽음의 원인을 추적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카다레는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 후계자의 죽음에 관련된 사람들이 사건을 전후하여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심리상태였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사건에 관한 세부사항들이 비밀에 붙여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의 배경에는 지도자 동지가 있습니다. 화자 역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어갑니다. 서두에는 사건의 진행사항을 작가가 소개하며, 사건이 후계자의 딸 수잔나의 약혼과 관련이 있는 만큼 초반에는 수잔나가 화자가 되며, 타살을 의심하게 만드는 후계자의 집을 설계한 건축가와 사건 당일 후계자의 집을 방문한 내무장관이 등장하여 자신들의 역할에 대하여 진술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을 옥죄어 오는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당시의 알바니아를 통치하던 지도자 동지의 성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알바니아의 공포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은 후계자의 부검이 결정되었을 때 부검의의 심리를 묘사한 대목입니다. ”이런 종류의 부검이라면 부검을 실시한 장본인도 그 후로 계속 목숨을 부지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달의 표면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것만큼이나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었다.(57쪽)“ 그러니까 당시 알바니아에서는 한치 앞의 미래도 예측이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더하여 아들이 아버지를 팔고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팔아넘기도록 부추기는 새로운 유전학적 현상이 만연해있었다고도 합니다. 이 사건의 진실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도 밝혀지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구조와 다른 점입니다. 작가는 후계자의 죽음과 관련된 여러 개의 가정을 차례로 제시하며, 관련 인물의 심리묘사에 집중합니다. 단순히 사건의 본질을 캐는데 집중하지 않고 알바니아에 내려오는 격언과 민담, 전설들을 인용하여 후계자의 죽음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후계자는 혁명의 순교자로 암살당한 것이라고 했다가 뒤에는 지도자 동지를 타도하기 위하여 군사반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발표됩니다. 지도자 동지의 오락가락하는 생각에 따라 상황이 바뀌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지도자는 시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비밀을 샅샅이 안다는 것은 분명히 축복이겠지만 차라리 모르는 편이 지고의 경지 아닐까. 그는 최근에야 이 사실을 깨닫고서 오랜만에 참 평화를 맛보게 되었다. 이처럼 평온한 상태에 이르는 데 시력 상실이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191쪽)“ 중간에 수산나의 애정행각을 다룬 대목이 나오는데 후계자의 죽음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작가는 <아가멤논의 딸>에서 수산나의 약혼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아가멤논의 딸>에 이은 2부작 소설의 완성이라고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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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레의 책을 언젠간 읽어봐야지 하고 늘 생각만 했다가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는것을 알고 표지도 멋있고해서 사서 읽었다. 그리고.... 솔직히, 손을 놓을수가 없었다. 왜 그를 거장이라 하는지 알것 같았다. 후계자가 죽고, 자살이라고 공식발표되지만, 뭔가 정치적 음모가 있을거라는 소문은 꺼지지 않는다.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1인 독재권력의 지독한 압제국가. 최고권력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계자가 죽었다면 누구든 물증은 없으되 심증은 있을 터. 하지만 작가는 '뻔한' 심증을 재차 확인하는 작업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보담, 한 권력자의 정치적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극장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인간극장에는 판타지도 있고 신화도 있고 물론 스릴러도 있다. 아, 인간에 대한 그 깊은 이해여...!!
<아가멤논의 딸>의 후편이라고 한다. <아가멤논의 딸>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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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는 12월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비바람이 어지럽게 몰아치던 새벽에 일어난 후계자의 총기 자살사건으로 시작된다. 서둘러 자살사건으로 마무리하려 하지만 소문은 끝없이 퍼지기 시작했고 자살인가, 타살인가 하는 문제로 다들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어 온 나라를 온 당원들을 집단 공포감에 물들게 한다. 후계자란 '나중에 오는 자' 이며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미리 지명된 자였다. 언젠가 지도자는 그 자리에 없고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미리 뽑아 존재할 것임을 알린다는 사실이 지도자 자신에게도 후계자에게도 질투가 섞인 공포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날의 후계자 총기 사건은 알바니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다들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그 사건일지도 모르는 그 사건은 각기 다른 입장이지만 공포라는 이름아래 그 사건에 관계된 주변인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후계자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도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도자이자 모든 이들을 공포라 이름으로 묶어두려는 질투와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후계자에게 모멸감을 받은 후계자의 저택을 지도자의 저택보다 더 웅대하게 건축한 건축가의 비틀린 마음과 매번 사랑을 할 때마다 후계자인 아버지의 명령대로 헤어져야만 했던 딸 수잔나, 평생을 후계자와 함께 길고 긴 후계자의 삶을 함께 살아 낸 아내, 후계자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고자했지만 오히려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내무부장관의 이야기까지 후계자의 죽음을 둘러싼 복잡미묘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책을 덮는 그 순까지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에 대한 해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아니,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공포에 젖은 집단적인 삶에서는......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알바니아의 공산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총애를 받던 후계자 메메트 셰후가 1981년 12월 14일 새벽에 총에 맞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공식적으로는 신경쇠약으로 인한 자살이었지만 그후 이 죽음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과 의혹이 나돌았고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한다. 공포정치로 체제로 유지하고자 했던 그들에게는 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진실을 감추고 그럴싸한 공포와 의심으로 포장한 채 거짓 평온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알바니아 출신으로 공산독재정권에 의해 알바니아가 어떻게 암흑 속에서 역사를 이어왔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본다. 저자의 객관적인 시선을 바라본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실상을 본 것 같아 마음은 무거워지지만 그 실상이 결국에는 허상일 수 밖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같아 작은 안도를 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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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라는 책을 입수하게 되었다. 카다레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묵과 쌍벽을 이루는 3세계 작가로서 관심이 많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자 했으나 책상에 앉아야 했다. 정치적인 사건을 추리소설처럼 기술했으나 전개 과정이 아주 독특했다. 다댱한 정치적 배경, 이데오르기의 다양성, 화자들의 섬세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추리소설들의 특징인 가벼운 터치와 눈요기는 보이지 않고 철학과 내면의 감정 표출이 섬세하고 독특하다. 또한 번역자가 카다레의 심중을 꿰뚫는 같은 섬세하고 지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정치적 후계자의 자살을 놓고 벌이는 다양한 상상력이 밤세워 책을 마지막 장으로 유도한다. 책에서는 정확히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후게자의 아내가 남편을 죽인것 같다. 정치적 신념이 가족의 끈을 무너뜨리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정치적 동아줄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가벼운 책들이 판치는 요즈음 오래간만에 접하는 진중하고 내면의 세게를 파해치는 책이 나의 뇌리 속에 오래동안 짓누른다. 정말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