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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된 <전쟁 쓰레기>라는 책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계 미국인 작가 하진 선생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의 다른 작품인 <카우보이 치킨>이라는 단편집 제목을 보는 순간, 정말 당장 읽고 싶었다. 도서관에 있나 검색을 해보니 없단다. 당장에 달려 나가 사서 읽고 싶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서점에는 없다는 말에 하는 수 없이 온라인서점으로 주문장을 날렸다. 잘 나가지 않는 책이라 그런지 당일배송, 혹은 하루배송 대신 며칠배송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단편선은 원작 그대로 소개가 되기 마련인데 어찌된 일인지, 영어 제목으로는 <The Bridegroom>으로 소개된 하진 선생의 이 작품에는 달랑 8개만 실려 있다. 반즈앤노블 서점으로 검색해 보니 미국에서 출간된 작품에는 12개의 작품으로 소개가 되어 있는데 말이다. 도대체 나머지 4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니 어쩌면 수록 작품 자체가 다를 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제목이 영어 제목하고는 좀 달라서 말이다. 각설하고 본론에 들어가 보자. 역시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작품은 타이틀 <카우보이 치킨>이다. 소설의 화자는 미국 출신의 유대인 샤피로 씨가 운영하는 프라이드치킨 프랜차이즈 “카우보이 치킨”에서 일하는 홍웬이다. 중국인들의 입맛에 더 맞는 닭을 튀겨 파는 노점상보다도 비싸지만, 청결과 친절이라는 서구식 모토로 무장한 카우보이 치킨은 서구합작사업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각광받는다. 매출이 떨어지자 점장 샤피로 씨와 미국 유학파 매니저 피터 지아오는 얼마간의 돈을 내고 양껏 먹을 수 있는 뷔페 아이디어를 내지만, 정말 우악스럽게 먹어대는 소비자들의 놀라운 식성에 며칠 만에 큰 손해만 입고, 손을 들어버린다. 손님에게는 관대하지만, 고용된 직원들에게 빡빡한 관리인의 처사에 불만을 품은 홍웬과 나머지 4명의 동료들은 매니저 피터가 엄청난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 덩샤오핑 이래 자본주의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중국 사회에서 금전이야말로 모두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이 하진 작가는 냉소적으로 지적한다. 홍웬의 아버지 역시 정부와 당이 떠들어대는 사회주의 혁명의 대의보다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실컷 닭고기를 먹고 자기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딸이 부럽기만 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역시 돈 앞에서는 이념도 힘을 쓰지 못하는가 보다. 피터가 팔다 남은 닭을 폐기한다는 사실과 그가 자신들에 비해 엄청난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에 격분한 홍웬들은 스트라이크에 나서지만, 샤피로 씨와 피터는 자본주의 스타일 고용유연화로 그들을 모조리 잘라 버리고 새로운 직원들을 고용한다. 인간적 존엄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와 생존에 꼭 필요한 먹거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전통적 사고가 크리스피 치킨 양념처럼 밴 멋진 작품이다.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군 생활을 하던 어느 병사가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그만 탈영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나의 최고 부하>는 사회주의 이념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룬다. 병사로서는 최고지만, 젊은 혈기를 다스릴 수 없는 리우푸는 직업여성과의 매춘은 물론이고 그만 노새하고도 ‘그 짓’을 한다. 하진 선생의 사회주의 모순에 대한 이런 시선은 <찢어진 신발>에서도 비슷하게 제시된다. 공산주의 청년연합단체에 들어온 만진은 미인 왕팅팅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녀는 유부남과 은밀한 불륜이 발각되어 좌천당하고, 소위 화냥년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극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에게 유혹당한 만진은 유혹녀로 착각하고 엉뚱한 여자를 덥석 끌어안았다가 파렴치한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진과 그의 상사 창보판은 왕팅팅에게 덤터기를 씌운다. 사회주의 시스템에서도 다스릴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만연한 성차별에 대한 하진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맨 끝에 실린 <미스 지>는 중국 신병교육대에서 여성 같은 외모에 체력도 떨어지는 혁명전사 지준에 관한 이야기다. 수류탄은 고작 9미터밖에 던지지 못하고, 비상이 걸리자 바지도 거꾸로 입고 지퍼도 채우지 못한 채 달려 나간 함량미달 병사 미스 지! 동료들은 이행시를 지어서 그를 조롱하지만, 러시아 사회제국주의자들을 쳐부수기 위해서라면 열 번이라도 목숨을 바치겠노라는 미스 지의 선언에 동료들은 숙연해진다. 미스 지는 퇴소를 앞두고 말술 마시기 대회에서 결국 사고를 친다. 개인적으로 긴 호흡과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일 수 있는 장편보다 단편이야말로 그 작가의 역량을 드러내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아직 하진 선생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지 못해서 비교하기가 좀 그렇지만, 이 정도 내공이라면 믿을만하지 싶다. 중국 본토에서는 그의 작품이(<기다림>) 중국 인민의 우매함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번역 불가의 금서로 찍혔다는데, 그럴수록 청개구리 본성이 발동해서 읽어보고 싶을 따름이다. 이제 입문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섭렵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