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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상상이 더욱 값지게 느껴졌던 건. 바로 끝모를 향수다. 팍팍하게, 복잡하게, 치열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나의 유년을 발견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간절하게 했다.
2권에서는 두소강(유마지 최고의 거부였으나, 후에 몰락한 집안의 아들. 상상의 친구이자, 인생의 희노애락을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알아버린 단단한 아이), 세마(자식이 없던 작은집에 양자로 와 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히 지켰던 아이), 백작2, 두소강2, 약료로 이어진다.
이 소설의 색깔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황금색이다. 익어가는 밀밭이 그랬고, 불장난으로 타올랐던 볏짚이 그랬고... 황혼을 적시던 갈대밭이 그랬으며, 많은 이들의 죽음이 그러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흔히 우리가 일상에서 봐왔던, 자연의 순리에 의한 것들이다. 과장되게 슬프지 않고, 자연 속에 녹록히 잠드는 고인과 그들을 넉넉하게 떠나보내는 유마지 마을 주민들을 보며 티벳의 풍장이 떠오른 건 너무 앞서간 걸까? 물론 상상의 눈에 비친, 죽음이었기에 이렇듯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었으리라.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그들만의 추억, 놀이, 싸움, 부끄러움, 고민들이 있다. 우리가 잊고 있을 뿐, 우리의 유년시절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유년의 일상을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마음 넉넉해지는 새벽 한때다.
특히 마지막 '약료' 부분은 상당히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약료는 '약을 달이는 작은 방'이란 뜻이다. 참 맛깔나는 표현이다. 주인공 상상이 큰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뒀다. 목에 종기가 난 상상은 아버지 상차오(유마지 학교 교장)를 따라 온갖 치료방법을 찾아 따라나서지만 결국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다는 두려움보다 아름다운 자신의 한 때를 더이상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아름다운 소년. 상상.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결말에선 거짓말처럼 병을 치료하고(약간의 점핑이 있었다) 중학교 교장으로 승진한 아버지를 따라 유마지 마을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당시는 중공이었으리라. 공산주의란 이념적 상징성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학교와 마을, 현 중심으로 문예 선전단 활동이 눈에 띈다. 일종의 연극 공연(사상적 홍보 무대)이 책 전체에 걸쳐 등장하지만, 이 역시 시골 마을에서 있음직한 아름다운 학예회 정도로 보인다.
차오원쉬엔의 또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빨간 기와'가 중학교, '까만 기와'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힘센 상상'은 이 시리즈의 첫장이 되겠다. 문득 오래 전에 타계하신 황순원 선생님이 떠올랐다. 물론 직접 강의는 듣지 못했지만(94학번까지만 들었음), 그분이 우리에게 전했던 많은 소설과 삶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이 책과 오버랩된다. 힘센 상상이 내게 줬던, 그래서 뒤따라간 유년의 숲을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조금은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나의 어제가 결국은 또 다른 나의 오늘이었음을... 유년 시절 12살 시골뜨기 나에게, 소리내어 말을 걸어본다. 가끔은 겨드랑이를 간지리며 말을 건다. 그냥 그렇게 까르르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