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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력의 이동이란 제목이 붙은 이책의 원제는 은행가의 죽음이다. J.P. 모건과 록펠러의 전기(둘 다 번역이 되어 있다)를 쓴 저자는 이책에서 자신이 다루었던 모건과 록펠러의 시절과 지금의 월스트리트가 왜 이렇게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다룬 모건은 자신의 은행에 간판을 달지 않았다. High finance란 말이 쓰이던 그 시절의 은행업은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소도시의 작은 은행들은 지금 우리가 아는 은행들처럼 지점을 내고 크게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했다. 그러나 모건과 같은 거물들에게 그런 것은 잔챙이들의 코묻은 돈을 만지는 하찮은 일이며 자신과 같은 ‘고귀한(high)’ 은행가가 할 일이 아니었다. ‘고귀한’ 은행가가 할 일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귀한 거물들의 돈을 굴려주는 것이었다. 저자는 그런 금융귀족들의 영업방식을 관계형 거래라 부른다. 지금과 달리 19세기에는 돈이 귀한 시절이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로스차일드나 베어링과 같은 금융가문들은 지금처럼 예금을 받은 돈을 모아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금융가문들은 금융이 아니라 실물경제에서 번 돈으로 금융을 우연히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예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GE 캐피털이라든가 삼성카드라든가 모두 실물경제에서 번 돈으로 금융에 진출한 예이다.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았고 돈도 귀하던 시절 금융업은 그렇게 재력가들의 금융가문이나 그 금융가문과 마찬가지로 실물경제에서 번 돈을 가진 ‘고귀한’ 사람들이 맡긴 돈을 굴리는 일이었다. 그런 돈을 굴리는 일은 처음에는 국가를 상대로 국채를 인수하는 일이었다. 로스차일드의 주업무가 그랬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산업의 자금수요가 거대한 시절이 아니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이 되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금수요도 거대해졌다. 그러나 시중에 그 수요를 받쳐줄 돈이 없었고 그런 돈을 모아줄 은행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가족기업들은 자금수요를 맞추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게 된다. 19세기 후반 산업의 팽창과 함께 은행업도 성격이 바뀐다. 철도나 석유, 철강, 전화와 같은 거대한 기간산업이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산업체들은 모건의 은행과 비교하면 난쟁이였다. 금융이 산업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듯이 19세기 후반은 금융이 산업을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시절이 된다. 이러한 금융의 지배는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모건이 산업체에 파견한 이사들은 그 업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에 관여했다. 당시 모건이 관여했던 업체들인 US 스틸이나 AT&T 등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거대기업들이 지금까지 남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대공황을 전후해 금융의 지배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 이유를 저자는 탈중개화로 말한다. 은행업은 자금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것이다. 은행의 힘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힘이 커지면 작아진다. 대공황 이전 강세장은 공급자들, 즉 개미들의 자금이 풍부해지고 잇다는 전조였다. 그리고 그 이후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힘이 막강해졌고 2차대전 이후 대중의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자금도 풍부해졌다. 이후의 금융의 역사는 금융사에 흔히 언급되는 탈중개화의 역사이므로 굳이 여기서 다시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상이 이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책의 내용은 사실 금융사에 다들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책의 가치는 무었인가? 소책자에 불과한 이책에서 200년 가까운 금융사가 모두 정리될 수는 없다. 사실 이책의 서술은 자세하지 않다. 그냥 주마간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책은 위에서 말했듯이 모건과 록펠러가 살아 잇을 때와 지금의 월스트리트를 비교해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책이 그리는 풍경의 대비는 생생하다. 특히 에필로그에서 모건이 살아와 지금의 월스트리트를 걷는다면 뭐라고 할까라는 데서 그런 특징이 잘 살아있다. 모건이 살아있을 때보다 분명 지금의 월스트리트는 더 화려하고 커졌다. 그러나 모건과 같은 거인이 살았을 때 월 스트리트는 그렇게 화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힘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모건이 살아 온다면 눈살을 찌푸릴 것이라며 이책을 끝낸다. 모건과 같은 거물은 그의 시대와 함께 죽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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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아마 제가 2개월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거의 이해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최근에 읽고, 공부한 것들 덕분에 많은 것이 이해가 가더군요.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책이 1997년에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마치 현재 국내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단지 10년이 앞섰다는 것 뿐이지요. 확대되어 가는 뮤추얼 펀드의 역할, 종합 금융사의 탄생, 예대마진에 치중하는 커머셜 뱅크의 위기, 정확한 지금의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권말미에 있는 J.P. 모건과 워버그 가문의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한 시도와 길이 이전에 있었고, 바로 몇십년 사이에 그것들이 모두 변화할 지도 모른다는, 변화에 대한 경고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모건 스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20세기의 콥로브, 그들은 변화의 시기에 변화에 맞추지 못했기에 멸종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이,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만 좀 요약해봤습니다.
최초의 은행은 지금의 은행과 같은 독립적인 회사가 아니라 상업의 부산물로 출발했습니다. 상업의 결과로 ‘잉여자금’이 생긴 회사들이 금융업을 시작한 것이 현대 금융업의 모태가 됩니다. 그래서 유럽의 오래된 은행들은 ‘머천트 뱅크’라는 상호를 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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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 금융업의 도래-
론 처노의 <The Death of the Banker>는 문학작품보다 더 문학답다. 자칫 딱딱할 수 있었던 내용은 ― 이는 비문학의 한계이기도 하다 ― 그의 재치 있는 문체 덕에, 마치 소설을 읽듯 흡입력이 있었다. 1997년 2월, 모건스탠리와 딘위터의 합병을 “공작부인이 하인과 눈이 맞아 달아난 것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어울리지 않는 결혼은 엄청난 문화 충돌을 예고하고 있었다.” 라고 묘사한 그의 글은 책의 서두에 쓰인 것과 같이 디킨스의 소설을 닮았다. 이 책은 이를테면 금융 산업에 대한 하나의 자서전과 다름없다. 그의 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과거로부터의 금융 권력의 흐름을 간파하고, 미래의 힘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이다. 전자는 과거에서 현재로의 흐름이고, 후자는 현재와 미래 사이의 연결고리이다.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과거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금융 권력이 어떻게 이동해왔는지 고찰해보면 금융 사회를 움직이는 일정한 힘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초기 금융업은 금융업 외의 다른 형태의 경제 활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조인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도 일개 장사꾼에 불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명가 워버그의 시조도 모든 잡다한 사업들을 소화하는 팔방미인이었다. 스탠더드 오일의 트러스트化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성공적인 사업의 자연발생적인 결과로 은행이 탄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매커니즘이 300여 년 전 동양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중국 山西省(산서성)의 거상, 晉商(진상)은 수천 년간의 내공으로 세계 최고의 부를 일으킨 거상 중의 거상이다. 그들은 춘추시대부터 수천 년간 상업 전통을 이어온 중국 최고의 상인이자 세계 최초의 상인이다. 그들의 경영 범위는 대단히 넓어, 소금, 곡물, 비단, 철기부터 일상잡화, 차, 반찬에 이르기까지 팔 수 있는 모든 물품을 취급했다. 그러던 중 명조(明朝) 때 몽골 방위에 대한 만리장성으로 향하는 군량의 수송을 맡아 큰 이익을 얻었고 명나라 멸망 후에는 청조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표호·전포 등의 금융업을 독점했다. 그들은 중국의 유통과 자본을 장악했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세계를 무대로 한 무역을 했다. 지금도 중국 산서성의 晉中(진중) 지방에는 진상들의 저택이며, 장예모 감독과 공리의 영화 <홍등>의 촬영지이기도 한 ‘교가대원’이 유적으로 남아 있다. 중국 거상들과 유럽 초기 금융 시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일반 무역으로부터 금융업이 발생했다는 것, 둘째, 정부와 일종의 유착관계를 형성했으며, 셋째, 금융업을 독점하며 세계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금융업의 발생은 동서를 구분하지 않는 보편적 현상이었으며, 그 권력의 이동 또한 보편적 흐름을 따라갔다. ‘금융’은 사회과학에서 형성된 분야이므로 사회와 금융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사회 권력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금융 권력의 이동을 이해할 수 없으며, 미래의 흐름 또한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 론 처노도 이렇게 말했다. “어떤 금융 시스템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이라는 좁은 범위를 넘어서 생각해야 한다. 금융 시스템은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어딘가 저 멀리 하늘에서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구조 안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금융 역사의 분수령, ‘글래스스티걸법’은 금융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소수임에도 정보를 독점했던 점잖은 금융 귀족들은 글래스스티걸법으로 인해 자존심을 버리고 대중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금융 권력의 원천은 ‘작은 거인들’인 소액 투자자들이다. 이는 신기하게도 20세기 대중문화의 발전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이것은 금융의 역사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금융업의 미래는 어떠할까? 이 문제는 금융업에 투자하거나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중요하다. 투자와 직업 모두 수십 년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에서와 같이, 은행업은 몰락하여 중개자 역할의 비중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시인했듯, 그것은 은행업의 몰락일 뿐 금융업의 몰락은 아니다. 자본시장은 방대하고 활발하여 스타 금융인들은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계의 전망은 어떠할까? 지금까지의 막대그래프 세 개를 고찰해보자. 금융 권력은 자본 소비자 ― 빌헬름 2세와 같은 왕족 혹은 귀족들 ―에서 금융 중개자(은행가)로, 중개자에서 자본의 제공자 ― 기관 투자자와 소액 투자자들 ― 로 이동해왔다. 다음 세대에는 어떤 막대그래프가 우위를 차지할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향후에 막대그래프 자체가 소멸되리라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키워드는 borderless이다. 산업과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서로 다른 개념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금융업은 결코 사회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트렌드에 편승한다면, 금융자본의 ‘소비자’와 ‘중개자’, ‘공급자’를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하나의 경제적 주체가 금융자본의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될 수 있는 프로슈머 금융이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약하지만, 데이빗 보위를 시작으로 개인이 스스로 증권을 발행하여 본인을 위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프로슈머 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한 좋은 환경은 탈대중화에 기반한 자본시장의 1:1, 다:1의 관계이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 기호에 맞추어 생산될 수 있게 세분화/전문화된 시장을 탈대중화 되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대중사회는 1:다의 관계였고, 금융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 예로, 뮤추얼 펀드의 구조는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수많은 고객의 자금을 관리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거래 주체가 상황에 맞게 카멜레온처럼 역할(자본의 공급자/수요자)을 바꿀 수 있는 프로슈머 금융에는 이와 같은 환경이 적합지 않다. 지금까지의 금융 시스템이 다수의 뭉칫돈을 모아 소수의 관리자에게로 집중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의 금융 체계는 자본 소비자들(투자대상자)이 여러 자본 공급자(투자자)들을 모아 자본을 조달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다. 자본 소비자들은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을 것이며, 마치 P2P같은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시스템 내에서, 보다 매력적인 PR과 어필로 투자자들을 모집할 것이다. 농경 사회의 자급적 소품종 소량 생산체제는 산업혁명을 거쳐 소품종 대량 생산체제로 탈바꿈했고, 현재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금융사회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모건 시대의 소품종 소량 체제(소수의 자본공급자와 중개자, 그리고 자본소비자), 글래스스티걸법 이후의 소품종 대량 체제(금융자본의 공급자/중개자/소비자의 절대 규모가 증가), 보다 다양화된 맞춤형 금융상품들로 인한 현대의 다품종 소량 체제들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슈머 금융 체제 도입으로 인한 절대 거래자의 수(혹은 참가자로도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의 증가로, 다품종 다량 체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금융업은 철저하게 분업화된 컨베이어벨트 생산방식과 같았다. 기업금융, DCM, ECM, 주식리서치, 주식/채권 세일즈 & 트레이딩, 자산운용, 자기자본투자, 사모펀드 등의 업무 분담, 특히 세일즈 분야는 일반 세일즈, 세일즈 트레이더, 딜러(트레이더) 등으로 엄격하게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이런 구조는 분업화로 업무의 효율성이 극대화되었으나, 책임 또한 철저하게 분산되어 2008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구도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회피할 것이며, 이에 따라 재난(금융위기에 준하는)을 조기에 예방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유비쿼터스 체계를 갖춘 프로슈머 finance는 캐논의 셀생산방식과 유사하여, width와 depth를 두루 갖춘 숙련된 금융 전문가들이 한 품목의 금융상품을 총체적으로 감독하며 설계할 것이다. 소수의 팀원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한 종류의 금융상품을 설계부터 프로모션까지 책임지며, 이와 같은 팀들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여 금융업에서 다품종 다량 생산 체제가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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