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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은 시적 상징을 지닌 고도의 문학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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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할머니나 어머니로부터 옛이야기를 듣고 자라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밭농사와 온갖 집안일에 일곱 자식을 키우느라 옛이야기를 들려줄 여유조차 없었다. 옛이야기의 맛을 알게 된 것은 그림책을 읽게 되면서부터, 그리고 서정오 선생님이 쓴 『옛이야기 들려주기』(보리, 2000년)를 읽으면서부터다. 옛이야기를 읽으면서 왜 우리는 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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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할머니나 어머니로부터 옛이야기를 듣고 자라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밭농사와 온갖 집안일에 일곱 자식을 키우느라 옛이야기를 들려줄 여유조차 없었다. 옛이야기의 맛을 알게 된 것은 그림책을 읽게 되면서부터, 그리고 서정오 선생님이 쓴 『옛이야기 들려주기』(보리, 2000년)를 읽으면서부터다. 옛이야기를 읽으면서 왜 우리는 옛이야기를 재미있어 하는지, 왜 우리 아이들은 옛이야기에 열광하는지 궁금했다. 김환희 선생님이 쓴 『옛이야기와 어린이책』(창비, 2009년)이 ‘옛이야기 책 제작의 주요 목적이 옛사람들이 남긴 이야기의 매력과 가치를 어린이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면 작가와 편집자는 당연히 옛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두루 찾아 읽을 필요가 있다’며 옛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면 이 책은 우리가 좋아하는 옛이야기 - 민담의 본질이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막스 뤼티는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민담 연구가로 인정받는 학자란다. 그가 쓴 『유럽의 민담』은 유럽 민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식적 특징을 밝힌 기념비적인 책이라는데 1962년에 초판이 나온『옛날 옛적에 - 민담의 본질에 대하여』도 개정판이 거듭 출간되고 있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찔레꽃 공주’나 ‘라푼첼’처럼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의 한 단락을 들려준 뒤 잠깐 멈추어서 내용을 검토하고, 다른 판본과 비교함으로써 지평을 확대한 다음 나머지 이야기를 해석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민담의 양식적 특징, 상징성, 민담이 그리는 인간상과 같은 민담의 본질을 밝힌다. 가장 먼저 밝히는 민담의 양식적 특성은 명료성과 확실성이다. 민담은 자세한 서술술이 없고 장황한 묘사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그림책 텍스트로 직결될 수 있는 특징이다. 민담의 등장인물들은 그저 개인이 아니라 상징적 존재라는 것도 중요한 본질인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용과의 투쟁은 우리 무의식의 어두운 측면과 우리 자신 안의 악 또는 섬뜩함과의 투쟁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세상의 악과의 투쟁을 상징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마법이 풀려 진짜 왕자 또는 공주가 되는 동물 왕자나 신부에 대한 민담은 대단히 넓게 퍼져 있는데, 이 민담은 의식을 자신의 무의식에 향하게 하고 정신과 영혼의 혼인을 나타낸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모호한 관계를 비롯해 다른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특히 본질적인 것은 시인 노발리스(Novalis)가 말한 것 같다. 그는 묻는다. 그런 식의 이야기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극복한다면 그는 자연을 극복하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는 뜻은 아닌지? 곰이 사랑을 받는 순간 왕자로 변하는데, 어쩌면 사람이 세상의 불행한 사태를 애정으로 받아들인다면 그와 비슷한 변신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우리는 여기서 민담이 시사하는 이런 상징들이 도덕적인 교훈보다 듣는 이의 영혼 속에 훨씬 힘차게 작용한다는 점을 덧붙여도 좋을 것이다. (87 - 88쪽)


민담이 그리는 인간상은 자신을 능가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존재, 지고한 것을 내면에 지닌 존재, 또 이 지고한 것에 다다라도 좋은 존재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부유하고, 왕 같은 존재로 나아가는 발전을 보여주기 때문에 빛과 밝음으로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유쾌하고 발랄한 유머도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악마가 민중의 전설에서는 종종 속임을 당하는 어리석은 악마로 등장하고, 민중극에서는 희극적인 형상, 즉 어릿광대가 될 수 있듯이, 민담에서 마녀는 희극성의 빛 속으로 들어서는 인물이다. 이러한 민담의 주인공이 갖는 특질은 아이들이 왜 옛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아이들은 민담의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아이들은 이러한 인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모든 시문학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변형하는 민담은 문학의 기본 형식이며, 이 기본 형식에서 작가들이 거듭 힘과 자극을 얻”어 왔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0.09.0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