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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하면서도 어딘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 위에 아스라히 떠 있듯이 적힌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우연히 본 표지와 어딘지 시적이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책인데,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비단 고고학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고고학에서는 몽상에 빠진 사람이 자신의 꿈을 끈질기게 추구하여 결국 성공한 사례가 유독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기야 어떤 것을 '처음' 발견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발상과 끈기에 달린 것이니까, 그럴 법도 하다. 특히 고고학처럼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말이다. 늦게 잡아도 20세기초반까지에나 해당되었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열정에 가득 찬 사람들의 열정적인 이야기가 한 권 내내 펼쳐진다. 아련한 향수가 풍긴다고나 할까. 읽는 것만으로도 그 장소에 함께 있는 듯하고, 흡사 그 열정을 공유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열정적인 시대였기에 있을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꽤 많다. 때로는 몽상적이기까지 한 낭만과 열정을 가득 품은 사람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입감에 미소가 걸린다. '아아,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라고나 할까. 웬만한 장소는 어김없이 발굴되었고, 각종 첨단장비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이제 고고학에서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올 수 없겠지.
몽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장면은 묘한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란 때로는 이성의 테두리를 넘어서고는 하는 법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기는 하겠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대개 전자만을 기억하고 낭만 섞인 눈길로 반추하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거울의 뒷면일까. 아마추어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 있는 반면, 아마추어이기에 저질렀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많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물을 초기에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보고, 말 그대로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이건 전 부스러기로 만들어버리는 수준 아닌가! 아아, 그래, 사람들은 언제나 과거에서 좋은 면만을 끄집어내어 미화시켜 기억하는 법이지...
여담이지만 센스있는 소제목이 꽤 재미있었다. 목차를 보면서 쿡쿡 웃은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백 년쯤 지난 다음에 지금보다 장비가 훨씬 더 많이 발달하면, 그 때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의 고고학 연구를 보고 좋게 말해 낭만적이고, 안 좋게 말해 비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내릴까? 우리가 근대 고고학을 보고 품는 생각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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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 역사 공부를 하고 옛 문화 유적지를 돌아보며 과거의 이미 알려진 사실을 알아가는 것 새로운 시각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머리가 커져가며 더 느끼고. 있다. 그런 즐거움을 찾아 능동적이 되어 간다고 할까?
특히 사람들이 모르는 옛 문화와 양식을 처음 찾아내는 고고학자들은 모험가득한 삶을 살 것이라고 막연해 생각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통해 고고학의 매력을 알게 되어서 그런가보다. 고대 보물을 서로 먼저 찾아 쟁취하는 일련의 사건들 그중 무엇보다 수수께끼를 풀듯이 생각하고 또 연구해 마침내 과거의 진실 혹은 비밀들을 밝혀내는 작업들은 놀랍다.
고고학자들에게는 모험과 장밋빛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리고 쉬운 일도 아니고. 고고학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인내가 없다면 고고학을 연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옛 머나면 과거 속에 숨겨진 웅장함 그 광대함은 발견할 수 있고 그 모든 것은 경이롭기만 하다.
고고학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과 붉은 빛 매혹의 표지와 사진은 독자인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이란 제목도 책을 선택하는데 한 몫했다.C. W. 쎄람 고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고고학자들과 그들이 밝혀낸 과거의 비밀들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두꺼운 책이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갖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아니 오히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책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책갈피 구석구석 소개된 사진들은 고고학에 대한 이해를 쉽게 했다. 확고한 역사관과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색과 탐구한 고고학자들 덕분에 다양한 비밀과 추측이 가득한 과거의 베일이 벗겨졌고 우리는 그 아름답고 때로는 섬뜩한 과거의 자취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에 폭 빠져든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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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고 이리 저리 채널을 볼 만한 짬이 별로 없는 생활이라 드라마를 꿰차는 호사까지는 못 누리지만, 물정에 어두워질까 두려워 뉴스만 나오는 채널에 TV를 고정시켜두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살인, 강도, 유괴 소식을 물어 나르는 앵커의 목소리는 또 우울한 소식 하나를 보탠다. '라싸의 시위'가 다시 일어났단다.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다원적이기에 한 면만 보고 살 수는 없다. 이는 중국 당국의 시각이지 실은 중국에 강제 합병된 티벳 민족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분리 독립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망명정부 측에서는 중국당국의 발포로 100명이 죽었다하고, 중국 당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
어느 것이 사실이라 단언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약자의 목소리가 좀 더 사실에 가깝게 들린다. 나야 기억도 없는 세대이긴 하나 우리 역시 불과 수십 년 전 그들과 같지 않았던가? 대체 맨손뿐인 티벳 사람들이 총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도 거리로 나서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60여년 전 합병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긴 자신들의 나라를 찾고 싶은 것 이상 더도 덜도 아닐 게다. 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조선족이 있고, 꼭 닮아 있는 우리네 역사가 있기에 안타까운 심정이 더하다.
그런데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들이 결국 싸우는 것은 '민족'이라는 허상 때문이라고. 민족이 허상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베네딕트 앤더슨은 <상상의 공동체>(나남출판, 2002)에서 사실 민족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근대에 들어와서 팽창을 꿈꾸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바로 확장의 동력을 얻기 위해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깃발을 세웠고, 그에 침략 당한 나라들 역시 '저항'이라는 민족주의의 깃발을 세웠다고.
우리나라 역시 조선조 말엽에 이르기까지 '민족'이라는 단일한 관념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사실이 내겐 놀라운 반전이었다. 실증주의적인 입장에 반하는 논의를 보긴 했지만, 적어도 우리 '민족'에게 '민족의 부정'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다 인정할 수도 다 부정할 수도 없지만 '민족'이라는 단어 하나에서 중심 잡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었다.
고고학 책 읽고 웬 딴소리냐 싶겠다. 아무튼 읽는 내내 이 책을 가로지르며, 날카롭지 못하나 어슴푸레하게나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려 애썼다. 무엇보다 미력하나마 어떤 질문도 지니지 못한 채 책을 읽어 나간다면 3,000장의 사진이 걸린 혼란의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품었던 질문은 고고학의 '진짜 정체'였다. 고고학은 과거의 유물과 유적 연구를 통해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여 우리에게 과거라는 사실을 가능하게 하는 다소 막연하게 다가오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상식선의 이러한 정의 역시 매트릭스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이 엮고 있는 고고학의 역사는 절반 이상이 약탈사로 보였다.
이것은 단순하게 골동품으로, 금장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유물의 약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물을 발견했다는 미명 하에 소유할 수 있었던 그들의 입장에서 더욱 큰 특권은 고고학적 사료의 분석과 해석의 권한까지도 함께 쥘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책이 제시하는 고고학의 궤적이 정토고고학에서 공공고고학에 이르기까지 지평을 넓힌 시점이, 근대의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던 오리엔탈리즘의 확장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괜한 생각일까?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의 제목은 사실 부제(A Picture History Of Archaeology)이다. '몽상'이라든가 '매혹'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책을 접한다면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지금 떠올리는 것이 열정이 이끄는 몽상이 아니라 단순히 어른거리는 황금빛에 대한 몽상이라면 다시 생각해보자. 탐구적인 눈빛으로 진지하게 대할 때, 책과의 진실한 교감에 이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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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도 고전이란 타이틀을 붙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참 괜찮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하늘은 붉은강가>라는 히타이트 제국을 배경삼은 이야기다. 고고학 이야기에 왠 갑자기 만화? 잠시만 들어보시라. 이 책에서 배경으로 나오는 히타이트 제국. 철기를 사용하고 이집트와 싸우며 이륜바퀴수레를 사용해 기동성을 높이고 등등. 만화책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왠일. 바로 그 히타이트 제국의 이야기 -철기문화, 이륜바퀴수레 등이 그대로 이 책에 담겨있었다. 작가가 마냥 꾸며낸 세계가 아닌 우리의 과거 속에 살아숨시는 장소였던 것. 책이 생활과 연관 될 때 그 의마가 배가 된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야기가 깊어지기 전 한마디 더.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폼페이 최후의 날>이란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더랬다. 그대로 석고화석이 된 사람과 개, 그 시대에 이 정도!일 정도로 믿기 힘든 문화들을 보며 어린 나이에도 큰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야기 또한 이 책에 고이고이 담겨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 책에 대한 감이 조금은 전해질까?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이 담고 있는 건 지고한 고고학의 역사, 매혹적인 몽상가들이었던 고고학자들의 발자취다. 전문가가 아닌 눈으로 그 누구도 풀지 못한 고대문자를 해석하고, 신화로만 여겨졌던 미지의 장소를 발견해내고. 그 것들은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들. 듣기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떨리기 시작한다면 어서 이 책을 집어들어야 할 것이다.
고고학이란 역사의 한 부분이지만 왠지 이렇게 묶어놓고나니 그저 지나간 역사라고 칭하기엔 너무나 신비스럽고 매혹적이다. 왜 안그렇겠는가. 고고학이 다룬 분야들은 대개가 현실과 신화의 중간지점에서 만나게되니! 사실 저자는 유리 속에 갇힌 유물들이 그 곳까지 가기의 과정을 보여준다고 책을 쓴거지만 나에겐 그 역시 어려움보단 신비로 다가왔다.
총 4파트로 나눠진 이 책에서는 폼페이에서 트로이, 크레타를 지나 이집트를 여행하고, 바빌론과 수메르를 지나 멕시코까지 우리를 안내한다. 각각의 파트는 개별적인 듯 하면서도 자연스레 다음파트로 이어지면서 책을 다 마쳤을 때는 아- 긴 여행을 끝냈구나싶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 책만의 또하나의 매력은 사진이 정말 많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이다. (개중엔 이 책에서 처음 소개되는 사진이나 그림도 있다.) 읽는 즐거움 못지 않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진들은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진만큼 정밀한 그림일 경우가 많다. 지금에서 보자면 정말 열악했을 당시의 상황에서 그런 작품들이 나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책 자체는 막힘없이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여행시키지만 사실 고고학이란 분야나 그 연구의 깊이를 생각해볼 때 이 많은 분량에서조차 그 장대한 역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밖에 만날 수 없다. 조금 깊어질라치면 끝나고 다른 이야기로 교묘하게 전환시키는 작가의 능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기회가 된다면 책에 소개된 많은 저작들을 통해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단 생각도 불끈불끈하다.
학문은 고증하고 연구하고 과학적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발국작업들을 오히려 그 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약탈하고 무법천지에 어이없게 애써 찾은 유물을 망가뜨리기까지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발견과 연구는 철저한 고증이 아닌 개인의 터무니없는 상상력(당시로서는)에 기대고 있다. 우리는 너무 이성적인 것만을 추구하지만, 역사란 결국 그런 오만함과 상상력의 무대는 아닐까. 짧은 고대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다시한번 깨닫는다. 상상력을 길러라! 라고. 혹시 아나 -누군가 또다른 신화를 현실로 바꾸어놓을지. 그러니 열심히 자기멋대로 오만해져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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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 고대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 (고대의 유물과 유적을 발굴해 이를 근거로 사라지거나 잊혀진 과거를 재창조하고 해석해 내는 학문)
18c 초에 출발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고고학은 수많은 성과와 발전을 이루어왔다. 삽과 곡괭이만으로 무식하게 첫발을 떼어놓았던 고고학은 그동안 잠수 기술과 공중 촬영술의 발달, 나아가 현대 물리학이 거둔 쾌거 가운데 하나인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에 힘입어 천군만마를 얻은 듯 쾌속 질주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왕성한 지식욕과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오로지 두 다리와 직관에만 의지한 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머나먼 미지의 땅을 찾아 자신들이 발견한 진기하고도 경이로운 광경을 그림으로, 또는 글로 담아 가지고 돌아온 선구자들의 배포와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일반인에게 고고학이 알려진 건 유물이나 유적을 밀반입 하는 밀수범들 때문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나 신문과 같은 언론의 대대적이 보도때문에 관심이 커졌다가, 뉴스가 잊혀질 즈음이면 으례 관심 밖이 되는 것이다. 반면, 세계적으로 고고학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학문이란 이유로 로마와 같은 유물과 유적이 많은 나라에선 큰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대원사,2002)은 고고학 서적으론 예상외의 인기를 얻었다. 저자인 C. W. 쎄람은 고고학의 학문을 알리기 위해 쉽고, 재미있게 사람에 초점을 맞춘 고고학을 선보였다. 1949년에 쓴 이책이 일반인에게 고고학의 명저가 된 데엔 학문적 접근만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그의 또 다른 저서가 랜덤하우스 코리아에서 출판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제목은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고대 세계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변천 과정을 거쳤는지, 나아가 지금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자세히 설명하면, 수메르에서부터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크레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문화적 연속성을 추적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고고학전체의 그림을 그리기보다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원 제목에서 알 수 있듯 <A Picture History of Archaeology>은 그림과 사진으로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설명만으론 어렵고, 지겨운 내용들일지라도 사진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고고학으로의 입문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인상깊은 부분을 살펴보면 '가장 잘 보존된 미라'였다. 이집트 미라의 보존여부를 두고 해부학자와 고고학자마다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해부학자 스미스 박사는 자신이 검시했던 수많은 미라 가운데 느시타네바슈루 공주를 가장 잘 보존된 미라로 지목했다. 그는 미라를 의자에 앉히고 대기시켜둔 마차에 태워 카이로 근처 요양소로 향했다. 마라를 훼손하지 않고 X-레이를 찍어 그 안을 들여보기 위해서였다.
1903년 당시 스미스 박사는 최초로 미라를 훼손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 본 인물이되었다. 공주는 이미 피부는 말라 비틀어져 가죽만 남았지만, 관찰 결과 생전의 여성이 매우 음탕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추론을 혐오하였고, 이러한 문제는 역사가의 몫으로 남았다.
저자의 말인 프롤로그에서 책의 매력을 확신할 수 있다. "고대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그 중요성을 널리 인정받는 고고학은, 발굴자의 삽 아래 모습을 드러내는 표면적인 증거, 즉 발굴보다 훨씬 많은 것을 포괄한다. 발굴에 이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과정인 해석 작업이 뒤따르는 것이다.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문명만이 해낼 수 있는 과거의 재창조가 이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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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으로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다.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시간의 강이라니.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주로 이집트쪽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어떤 역사든 눈을 떼지 못하고 파고드는 편이다. 호기심때문이다. 새로운 것, 미래의 것들만 눈여겨 보다보면 가끔 오래된 것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밀려온다. 이것을 역사가 잘 채워주고 있다. 현재. 미래, 과거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은 것이 없다. 욕심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헤르쿨라네움은 푸석푸석한 부석아래 묻혀 있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아냈다. 딱딱하게 굳은 용암 아래 묻혀 그 빛나던 전성기는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복원이라는 훌륭한 기술로 우리는 과거의 미를 다시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과거의 것은 비록 시체일지라도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미의 가치는 세월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람세스 대왕, 세토스 1세, 아메노피스 1세, 이심코비우 왕비, 타우-아-쿠엔,투탄카멘의 미라등이 사진으로 보여져도 우리는 무섭다기 보다는 아름답다내지는 신비롭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발굴의 역사는 개인의 역사가 아니다. 팀웍이 없으면 해낼 수 없다. 고고학자가 조력자 없이 혼자 발굴해 낼 수 없으며, 조력자와 고고학자가 있다고 해도 문자의 해독없이는 자루없는 도끼일뿐이다. 또한 아무리 샹폴리옹이 해독의 왕이라고 해도 로제타석을 발굴한 인물이 없었다면 그는 오늘날까지 미해독으로 인해 잠들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렇듯 고고학의 묘미는 힘을 합하는데 있다. 이런 발굴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발굴가의 아내들도 여발굴가들이었으며 요즘은 여 고고학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발굴의 역사는 흥미롭다. 하지만 발굴의 현재도 중요하다. 서양의 발굴이 이런 체계적인 뒷받침과 지속적인 이어짐이 있는데 비해 우리의 발굴은 아직은 좀 미미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워지기도 했다. 우리의 발굴역사에 관한 서적은 아직 미완인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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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것보다 앞으로 알고 싶은 것이 더 많다는 점에서 고고학은 여전히 매력적인 학문이다. 모르는 것 만큼 앞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험난한 학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수없이 흐른 역사의 시간 속에서 많은 부분들이 손실되고 파괴되어 수수께끼로 남아버린 고대 문명에 대한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위대한 발견을 꿈꾸며 그들은 자신의 청춘과 재산과 목숨까지도 내놓았다. 그들의 그러한 열정과 노력 덕분에 세월의 흔적에 묻혀 잠들어 있던 수많은 고대 유적과 유물들이 발굴되었고, 그것들의 재해석을 거쳐 현재의 고고학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C.W.쎄람의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바로 이런 이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고고학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명확한 것보다는 의문부호로 채워진 부분들이 더 많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는 점에서 고고학은 <인디아나 존스>나 <툼 레이더> 같은 판타지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그것들은 고고학이 대중과 한결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어주긴 했지만, '어려운 학문'이란 편견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했다. 나 역시도 고고학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막연한 어려움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책을 만났는데,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이란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예전에 몇몇 고고학 관련책을 읽으면서도 고대 문명의 발굴과 복원, 재해석 등에 대한 과정이 글로만 설명되어 있어 답답하고 궁금했던 터라 320여점의 풍부한 사진 자료들을 통해 '보여주는 고고학'을 실현한다는 이책에 군침이 돌았다. (그러나 나는 책의 부제에서 '사진으로 보는'에 너무 집중해버린 나머지 '고고학 역사 이야기'란 뒷부분을 미처 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고, 그런 이유로 책을 읽으면서 살짝 당황했다;) 그런 유혹에 기꺼이 빠져들어 멋드러진 표지의 두툼한 양장본의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의 말대로 이책에 수록된 사진 자료는 여느 책보다 풍부하고 다양해 내용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유적의 발굴 과정이나 그와 관련된 그림, 유물이나 유적 등의 사진들은 그간의 궁금증을 많이 해결해 주었다. 비록 한밤중에 혼자 집을 지키는 와중에 이집트 미라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은 다소 유감스러웠지만;;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보여주는 고고학'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책들처럼 글과 사진이 따로 놀지 않고 그 둘이 한 지면에서 적절하게 놓여지도록 편집에 신경을 쓴 점이었다. 이책은 내용과 사진이 따로 놀아 책장을 앞뒤로 넘겨가는 수고를 하지 않고 한 번에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앞선 저자의 말처럼 이책은 고고학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고고학을 탄생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고고학의 역사'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고고학의 큰 획을 그었던 발굴들을 성공시킨 사람들의 이름과 열정과 성공과 실패로 채워진 행적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계속 이어지는 생소한 이름들과 그들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가 솔직히 조금 지루했지만, 상인 슐리만이 어린 시절에 품었던 꿈 하나로 고대 트로이를 발견하고, 친구와의 내기를 한 스물 일곱의 교사 그로테펜트가 전문가들도 성공하지 못한 페르세폴리스의 설형문자를 해독하는 등 전문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이룬 고고학의 역사들을 좇는 것은 흥미로웠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고대 그리스ㆍ로마에서 시작해 이집트, 바빌론과 아시리아 등을 거쳐 중앙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다양한 지역의 고고학을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대 이집트와 중앙 아메리카의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언급되는 곳이 대부분 유럽 주변으로 한정되어 있고, 저자가 유럽인이다 보니 비유럽지역 문명에 대해 서술할 때는 서양인 특유의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또한 책을 읽는 동안 고대 문명의 발굴을 위해 모든 걸 바친 그들의 열정과 도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발굴이란 미명 아래 마구 훼손되거나 약탈당한 유물들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은 식민지에서 약탈해 온 유물들로 채워진 약탈박물관이라 비아냥대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각종 고대 유물, 미라들은 물론 제법 덩치가 큰 건물까지 자국으로 약탈했다니 그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불현듯 제 위치를 찾지 못한 채 석굴암 마당에 방치되어 있던 돌조각들이 떠올랐다. 일제강점기에 발견된 석굴암은 본존불을 비롯 석굴 내부의 여러 조각들을 약탈해 가려던 일본인들에 의해 분해되었는데 급작스런 해방으로 급히 떠나느라 다행히 그대로 남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석굴의 원모습이 남아있지 않아 일본인들에 의해 분해된 돌조각들은 아직도 온전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일부는 비바람을 맞고 있다고. 눈부신 문명과 빛나는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그것들을 지키지 못한 채 약탈당한 약소국의 비애를, '자랑스런' 고고학의 발굴 뒷켠에서 발견했다. 저자의 말처럼 고고학의 개척기는 지났다. 그러나 얼마전 고려시대 침몰한 배에서 수천점의 고려청자를 발견한 것이나 경주 남산에서 1300년 만에 발견된 대형 마애불 등을 볼 때 현재에도 여전히 수많은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발전된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방법들이 발굴에 동원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많은 발굴이 기대된다. 저자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낭만과 모험이 고고학의 큰 역사를 이룬 것처럼 앞으로 이루어갈 고고학에서도 상상력의 힘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고학을 대중들과 조금은 가깝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비록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고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 오탈자) 308쪽 8째 줄 : 오른쪽 → 왼쪽 (편집이 사진을 왼쪽으로 두었는데 미처 수정을 못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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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문화인류학을 전공으로 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왠지 역사보다는 좀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역사, 고고학 왠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부하고 싶고, 박학다식해지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할 분야인 것 같았다. 알게 모르게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탐사, 발굴을 통해 알아낸 '결과' 보다는 그 과정을 설명한다. 고고학이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유명한 바벨탑, 트로이, 남미의 문명이 하나 하나 어떤 과정을 거쳐 발견되었고, 어떤 수난을 겪어왔는지 알려준다. 읽는 내내 마치 흥미진진한 탐험소설을 읽는듯한 기분이었다. 중간중간 관심있거나 혹은 내가 조금이라도 아는 유적이나, 내용이 나오면 괜히 신나서 더 집중해서 읽었다.
중간 중간 풍부하게 삽입된 사진들 역시 이 책을 보다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읽었던 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실제로 눈으로 보니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한 사물에 대해 각각 다르게 생각한 작가들의 작품 역시 흥미로웠다.
읽기 어려운 이름들도, 처음 들어보는 역사 이야기도 있지만,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그냥 쭉쭉 읽어내려가기 좋은 책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실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상상하기 힘들었던 남미의 산제물 이야기나 흥미로운 문자해독에 관한 이야기들처럼 아예 독특한 주제는 주제만으로도 재미를 주었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말 그대로 우리가 잘 알지못하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매혹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 소재만으로도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고고학- 색다른 주제로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