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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퀸을 알게 된 것이 20살 되던 해... 록이나 메탈 쪽에 별 관심이 없었던(아니, 음악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내가 그 후로 쭉, 그 쪽 음악에 푹 빠지게 되었으니 퀸은 내 록음악 청음인생의 계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 고교 시절 불타는 롹스피릿의 늪에 빠져 허우적댐을 상기해 볼 때, 상당한 뒷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그 전에도 퀸의 음악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퀸이라는 밴드의 존재에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 그들의 대표적인 히트곡 몇 곡 정도는 옛날옛적 히트한 보통 팝음악 중 하나 정도로 알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내 머리맡 테잎 수납장에 꽂혀있던 퀸이라는 밴드의 베스트 앨범(아마도 '팝의 시대'를 살았던 가족 중 누군가가 사다 놓은 듯...)은 전혀 내 주의를 끌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촌스런 옷을 입고 기차 앞에서 폼잡고 찍은 그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경음악 악단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프레디 머큐리의 콧수염이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그 테잎을 카세트에 넣게 된 것은, 바로... 대부분의 대한국민이 최초로 넘어야 할 난관이자, 최초로 맛보게 될지도 모르는(예외는 항상 있는 법이니까) 인생의 쓴맛이라는 '수능'때문이었다. 수능의 후유증으로 심각하게 흐느적대고 있던 나는 뭔가 궁상스런 음악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음악에 관심 없는 내게 그런 게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퀸의 테잎을 그냥 한번 들어보게 된 것인데, 이럴수가! Bohemian Rhapsody로 시작되는 웅장한(?) 사운드는 여태껏 경험치 못한 세상(?)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곡이었던 We Are The Champions는 내게 최고의 위로가 돼 주었다. 궁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 희망을 안겨준 그 곡을 들으면서 나는, 정말이지 궁상스럽게도 눈물을 찔끔 흘리기까지 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진정한 명곡이라는 것은 이렇게 듣는 것만으로도 삶의 태도를 바꾸게 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 아닌가 싶다. 그 후로 내가 퀸의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에 퀸의 골드 베스트가 나왔을 때, 나는 상당히 기뻤었다. 이 한 장으로 퀸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아직도 난 모른다)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골드시리즈도 마찬가지지만, 퀸을 더 이상 과거의 기억 속에 남겨두지 않고, 퀸을 알지 못할 어린 세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보다 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그들의 음악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사실 이 음반은 아쉬운 점도 많다. 소장성보다는 넓은 의미의 컴필레이션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타사의 베스트시리즈와 비교해 보았을 때)디자인적인 면이나 사진, 오타, 선곡의 중요성에 대한 성의 없음은 실망한 면이 없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록이라는 장르의 범주를 벗어나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음악(또는 추억의 일부로)'으로서, 다시 한번 선보일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모 레코드점에서 한 수녀님이 이 음반을 구입하는 모습에서 그것을 확신했다. 퀸의 음악은 영원하다는 사실 또한......
그러나 이 음반이 그렇게나 빨리 절판되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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