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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듣 릴케 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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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첫 SF영화이고, CG의 수준이 헐리우드 영화 수준에 버금갈 정도라며 극찬한 '승리호'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그래픽은 꽤 디테일을 잘 살렸지만, 시나리오는 너무 진부해 나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나에게 궁금증을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극중 업동이가 릴케의 시집을 읽고 있는 장면이었다. 릴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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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첫 SF영화이고, CG의 수준이 헐리우드 영화 수준에 버금갈 정도라며 극찬한 '승리호'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그래픽은 꽤 디테일을 잘 살렸지만, 시나리오는 너무 진부해 나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나에게 궁금증을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극중 업동이가 릴케의 시집을 읽고 있는 장면이었다. 릴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기에 어떤 시인인지 궁금해 릴케 관련 시집을 읽어보았다. 

  내가 선택한 시집은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이다. '정현종' 시인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교과서에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가 실렸다고 한다. 기억은 안나지만 정현종 시인의 해석을 도움을 받아 릴케의 시를 읽어본다.

  정현종 시인은 릴케에 대해 서문에 이렇게 표현한다.

'신이 이세상을(바깥세상)을 창조 했다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내면세계를 창조했다. 릴케의 이  '내면'은  '무한'의 다른 이름인데,  그 스스로 무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의 또한 무한하다.'

  여기서 정현종 시인이 볼 때 릴케는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탁월하다고 느낀 듯 하다. 그리고 릴케는 자신의 내면을 더 잘살피기 위해 '듣는 것'에 몰입했다.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 1편 중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중략)
그리고 모든 게 입 다물었다. 
하지만 그 침묵속에서도 새로운 시작, 부름, 변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이 그다지도 조용한 것은 
책략 때문이 아니고 두려움 때문도 아니며, 다만 듣고 있기 때문이었다.

 침묵은 '듣기' 위한 선행조건이다. 들으면서 우리는 생각한다. 다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이며,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속에서 그려보기도하고, 나의 내면을 돌이켜 보기도 한다. 나의 생각이 정립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행동한다. 

  릴케의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가을날'이다. 하지만 릴케가 가을을 주제로 '가을날'만 시를 쓴 것은 아니다. 나는 여러 시중 특히 '가을'이란 시가 인상적이였다. 시의 전문을 소개하면,

<가을>

나뭇잎들이 떨어집니다. 저 먼 위에서 인 듯 떨어집니다.
저 공중 높은데서 과수원이 죽어 가는 듯이
잎들은 각기 "아니"라고 몸짓하는듯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무거운 지구가 떨어집니다.
고독한 다른 별들에서 떠나

우리는 모두 떨어집니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집니다.
그리고 다른 손들을 보세요...
그것도 그들 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계십니다. 두손으로 한없이 조용하게,
이 모든 낙하를 받치고 있는 분이

 

  우리는 가을로 부터 받는 이미지가 대표적으로 추수의 풍요로움, 떨어지는 낙엽이 있다. 릴케는 '가을날'에서는 풍요와 관련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면, '가을'에서는 떨어지는 낙엽으로 부터 죽음을 이야기한다. 릴케는 몸이 건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컸을 듯 하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죽음 또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내면의 고찰이 '가을'이란 시에서 드러난다. 떨어지는 것은 죽음을 상징한다. 모든 것은 죽는다. 심지어 무거운 지구마저도. 하지만 릴케는 죽는다는 것이 끝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시의 마지막에는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해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는 릴케의 의지가 보인다. 

  처음 릴케의 시를 읽었을 때는 막연함이 느껴진다. 사실 시를 평소에 잘 읽지 않았기에 어떻게 감상을 할지 막막했다. 몇몇 사람들은 시라는 것도 결국 예술이기에 그냥 편하게 본인이 생각하고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시를 읽을 때 아쉬움이 느껴진다. 나의 해석이 단편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큰 흐름을 놓치거나 맥락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같은 예술인 미술 이야기를 해보자. 현대 미술작품을 보면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막연한 작품들이 있다. 예를 들면, 몬드리안의 컴포지션 시리즈이다. 

 그림은 보면 선과 색의 대비가 뚜렷하다. 하지만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여기서 어떤 다른 것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는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이다. 

 물방울을 정말 실제와 비슷하게 잘 그렸다는 생각만 든다. 역시 난 미술을 모르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작가들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는 온전히 감상하는 이의 몫이다. 그나마 미술을 우리의 감각중에 가장 뛰어난 시각(우리의 자극 중 80%이상 차지한다.)에 자극을 준다. 우리는 시각을 최대한 활용하여 작품에서 특징적인 요소를 찾아내며 감상하는 이의 의미부여를 한다. 

  하지만 시는 다르다. 우리의 시각은 하얀색 배경의 종이와 검은색 글의 색깔 대비만 찾아낼 뿐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시를 우리의 머릿속 사유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고 감상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시의 감상은 미술작품에 비해 더욱 어렵다.
 그 결과가 현실로도 보인다.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한다. 반면 도서관에 있는 시집코너에 가면 책장을 넘긴 흔적도 없는 새책들이 가득하다. 릴케의 시집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시인 뿐만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시에 대해 해석도 해주고, 사람들에게 좋은 시도 소개해주고, 시집이 아니더라도 다른 문학 작품에서도 시를 인용하여 사람들이 시를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o********o 2023.02.0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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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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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어김없이 릴케의 시 한자락을 떠올리게 되지만 물음표가 항상 따라 왔다.정말 시가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가을이라는 낭만이 자연스럽게 시인을 떠올리게 한 것일까? 라는. 그러니까 릴케의 시는 내게 온전하게 시 자체로 이해되고,마음 속에 녹아드는 그 무엇은 아니였던 것 같다.꽤 여러 번 시집을 읽어 본 것은 같으나 뚜렷하게 각인된 시가 없었으니 말이다.그런데 때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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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어김없이 릴케의 시 한자락을 떠올리게 되지만 물음표가 항상 따라 왔다.정말 시가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가을이라는 낭만이 자연스럽게 시인을 떠올리게 한 것일까? 라는. 그러니까 릴케의 시는 내게 온전하게 시 자체로 이해되고,마음 속에 녹아드는 그 무엇은 아니였던 것 같다.꽤 여러 번 시집을 읽어 본 것은 같으나 뚜렷하게 각인된 시가 없었으니 말이다.그런데 때마침 연극 '마리나츠베타예바의 초상'을 통해 시인 릴케를 다시 만났다.그리고 그보다 먼저 허수경시인의 에세이 '너 없이 걸었다'를 통해 시를 만났으니,이제는 시인을 온전히 만나야 할 시기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나는 준비가 되여 있으니 이제 누군가 손을 내어 주기만 하면 되는 그런 타이밍 이였던 것.해서 나는 정현종시인의 릴케에 관한 시집을 고민없이 주문했다.

 

산보

내 눈은 벌써 밝은 언덕에 닿는다./들어선 길을 멀리 앞질러 가면서/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붙잡을 수 없는 것에 붙들린다/그건 그 내부의 빛을 갖고 있다,먼 데서도-

 

그리고 비록 우리가 거기 닿지 못한다 해도,우리를 /어떤 다른 게 되게 한다,느끼긴 어려워도 우리가 이/미 그것인 어떤 것/어떤 몸짓을 우리한테 흔들어 보낸다,우리의 신호에/대답하면서......../허나 우리가 느낀 건 우리 얼굴에 불어오는 바람   /28

 

걷는 것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라,유독 공감이 갔던 시였다.그리고 정현종 시인처럼 시를 나만의 것으로 해독해 낼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그럼에도 걷는 다는 것이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 걷는 것 이상의 충만함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우리 얼굴에 불어오는 바람'이란 표현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입구

당신이 누구이든지 간에: 어느 날 저녁 당신의 집을/떠나/발을 옮겨 보십시오 당신이 잘 아는 거길 떠나/거대한 공간이 가까이 있습니다.당신의 집은 그게 시/작되는 데 있구요/당신이 누구이든지 간에/당신의 눈은 기울어진 입구에서 좀체/눈을 뗄 수 없음을 알겠지만 당신의 눈으로/천천히 천천히 검은 나무 한 그루를/들어 올리십시오,그게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도록/바싹 마르고 외롭게/그걸로 당신은 세계를 만들었습니다.세계는 광대하고/말(언어)처럼 침묵 속에서 아직 자라고 있습니다/당신의 의지가 그걸 잡으려는 순간/당신의 눈은 그 엷고 묘함을 느껴 그걸 내버려 두게/될 것입니다. /36

 

마음에 든 시 두편을 적고 보니 두 시 모두 걷는 것과 왠지 관련이 있는 듯한 느낌이든다.역시 모든 대상은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얼마전 길을 걸으면서 물 속에 발이 빠지는 것이 싫어 정석대로 돌을 놓다가,이미 젖은 신발,그냥 젖은 채로 걷는 것도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려는 순간 신발을 벗고 계곡을 건너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참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였음에도 그렇게 되지 못한 건, 당혹스러움이 여유를 주지 못한것일게다.릴케 시인의 말처럼 잡으려는 순간..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그리고 좋은 백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얼마나 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는가를 알게 되였다.해서 릴케의 '입구'라는 시가 좋았다.아니 뭔가 소통한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릴케라는 이름을 들으면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꽤 오랫동안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해서 시에 대한 설명이 함께 담긴 시집을 먼저 선택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 읽을 때는 설명이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긴 여백 조차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그런데 다시 찬찬히 읽고 또 읽게 되면서 나와 교감할 수 있는 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시인의 해석에 의지(?)해 읽으려 해서 더 어려웠던 것 같다.오롯하게 릴케와의 교감을 먼저 하는 것이 시인을 만나는 순서였다는 것을 알았다.

w*******i 2015.09.01.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