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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2019년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다. 표지를 보니, 쇠창살 너머 고양이가 보인다. 눈이 마주쳤다. 눈빛에서 걱정과 두려움이 보인다. 죄책감이 느껴졌다. 내가 너를 그곳에 넣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너를 외면하고 지나가고는 했다. 표지만 봐도 무슨 내용일지 알 수 있었다. 유기동물 이야기이구나. (그게 책의 전부는 아니다.) 읽을까? 말까?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은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적당히 선량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기에 괜히 죄 지은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고 싶은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직접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듣는, 그런 작은 용기는 내보고 싶었다.
아이와 대화하듯이
책을 넘겨보니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나 정민의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처럼 자신의 아이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렇게 전문가가 아이에게 해당 분야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방식을 좋아한다. 문장의 길이가 짧은 편으로 이해하기 쉽고 글이 다정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도 수의사인 아빠가 중학생 딸 리수의 질문에 답해주다보니 용어가 어렵지 않고, 설명이 친절하다. 동물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알려줄 때도 사실 그대로를 알려주며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다. 이런 형식덕분에 책이 다루는 소재에 비해 내용이 무겁지 않고 편하게 다가온다. 저자 박종무는 20여년 간 동물병원에서 동물들을 치료하는 수의사로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봉사를 하고, 가축 및 반려동물(애완동물)의 동물권, 생명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유기동물, 2부는 길고양이를 포함한 도시동물, 3부는 우리가 먹는 고기와 관련된 축산 동물에 대해 말한다. 이 글에서는 2부 도시동물 대신에, 1~3부에서 여러 번 등장한 동물보호법에 대해 남긴다.
1. 유기동물
먼저 유기동물들의 '처리' 과정을 알려주며,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그 동물의 특성을 파악하고,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기까지 의무와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당부한다. '안락사 安樂死'가 아니라 '살처분 殺處分'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늘어나는 유기동물의 수를 감당하지 못해서 그들을 죽이는 것은 동물을 위한 안락사가 아니라 인간의 편의를 위한 살처분인데 미화한다는 것이다.
유기동물을 이야기하면서 반려동물 입양 과정이나 동물등록제, 동물 사료, 반려동물 교육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반려 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입양 전에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다가 결혼하거나 임신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는 일은 안타깝지만 흔한 사례이다. 또, 아이가 조른다고 강아지를 사줬다가 덩치나 배변, 산책 등을 감당하지 못해서 버리기도 한다. 가족 모두 개를 사랑하고 계속 키우고 싶어하지만, 개를 키우고 나서야 가족 중에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파양하는 경우도 있다.
2. 동물보호법
다음으로 동물보호법의 헛점을 지적하는데, 이 책이 나온 2016년 당시에는 동물보호법에 동물학대방지 조항은 있으나 처벌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에 개정되어서 현재는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며칠 전 동물학대 유튜버 사건만 봐도 여전히 동물보호법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해당 유튜버는 몇 달 전 이미 동물학대로 고발받은 적이 있는 사람인데, 그때도 무혐의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번에도 법은 자기를 잡을 수 없다며 조롱하듯 방송했다가 크게 공론화되고 나서야 사과하고 반려견 소유권 포기 각서를 썼다고 한다. 앞으로 동물보호법이 강력하게 시행되기를 바란다. 나보다 약한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자가 사람이라고 소중히 대할 리 없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17&aid=0000433890 (동물학대 유튜버 기사. 2019.07.31)
3. 축산동물 / 동물 복지
마지막 축산동물에 관한 글은 자세히 몰랐던 사실이라 충격적이다. 요즘 고기 값은 어렸을 때보다 훨씬 싸다보니 손쉽게 사먹을 수 있다. 떠올려보면 삼겹살 먹는 날, 치킨 먹는 날은 뭔가 기념할 날이거나 아빠 월급날(혹은 약주하신 날)처럼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요즘은 아기 이유식에도 소고기는 필수로 넣으라고 말할 정도로 흔하게 고기를 먹는다. 그동안 고기 가격이 낮아진 까닭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옛날보다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어서, 혹은 외국산 고기를 많이 수입하니까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생각했다. 마트에서 동물복지 달걀이나 닭고기를 봐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3부에서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양념치킨에 사용되는 닭들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좁은 우리 안에서 평생 햇빛 한 번 못 보고 한 달 조금 넘게 살다가 도축되는지는 몰랐다. 닭들이 서로 공격한다고 멀쩡한 부리도 자르는 줄 몰랐다. 엄청 싸다고 사 먹은 달걀들이 알을 더 많이 낳게 하려고 닭에게 물과 모이도 주지 않아 생존의 기로에 서있을 때 낳은 건 줄도 몰랐다. 살살 녹는 꽃등심이라는 게 자연의 소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인간의 욕망때문에 다른 생명을 경시한다는 윤리적 문제와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도 머리 속에 떠오른다. 고통 속에 얻은 알과 항생제로 뒤범벅된 고기가 과연 인간의 몸에 좋을까?
동물복지 인증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책에는 동물복지 인증을 언급만 하고 상세히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책에 자세히 나온 공장식 축산의 반대이겠지만 궁금해서 더 찾아보았다. 국가에서 규정한 동물 복지 환경을 구축한 농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인증을 신청하면, 서류 심사와 현장 심사를 거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고,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받는다고 한다.
동물복지 축산 인증제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 · 돼지 · 닭 · 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입니다. 7개 축종(산란계,육계,돼지,한·육우,젖소,염소,오리)에 대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 하는 등 농장동물의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면 동물이 건강해집니다. 건강한 동물로 생산되는 축산물은 안전합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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