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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지울 수 없는 그림자 [시집-그림자를 지우며]
"결코 지울 수 없는 그림자 [시집-그림자를 지우며]" 내용보기
1988년 6월은 어떤 해였던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그 때를 살았던 사람들은 1988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한쪽에서는 올림픽을 한다고 떠들썩했을 것이고, 또 한쪽에서는 민주화 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을 것이다. 이 시집은 바로 그 때 나왔던 시집이다. 이러한 나의 추측은 2002년 지금 이 시집을 좀더 맛있게 읽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 나는 그때 이십
"결코 지울 수 없는 그림자 [시집-그림자를 지우며]" 내용보기
1988년 6월은 어떤 해였던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그 때를 살았던 사람들은 1988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한쪽에서는 올림픽을 한다고 떠들썩했을 것이고, 또 한쪽에서는 민주화 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을 것이다. 이 시집은 바로 그 때 나왔던 시집이다. 이러한 나의 추측은 2002년 지금 이 시집을 좀더 맛있게 읽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

나는 그때 이십대 중반이었고, 민주화 열기의 한 복판에서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시위에 열렬히 참가했다거나 의식 있는 모임에서 활동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 당시에는 모두들 그 분위기에 휩쓸려 살다시피 하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왕따라도 당한다고 여기는 듯 최소한 기웃거리고는 했으니까. 시도 그러했다. 참여시, 민중시, 운동권시... 그런 시를 읽어 보아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는. 시간이 이만큼 흘러, 그 때 잃어버렸던 시집을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인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문학잡지에서 가끔 보았을 뿐, 제대로 읽어 보았다는 기억은 없다.

시집을 펼쳐 보니 어쩌면 참 힘들게 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눈에는 이토록 편하게 보이는 시 한 편 한 편들이. 자꾸만 시어 뒤로 나타나는 88년이 나를 가만히 시만 읽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고작 독자인 내게도 이러한데 정작 시인에게는 어떠했으랴. "봄이 되면 문득/ 참았던 웃음 터뜨리며/ 자유를 쟁취하는 꽃은/ 마지막 승자로 우리 앞에 와/ 우리들 무심한 혼을 깨울 뿐/..."(118p) 시대의 아픔을 직설적으로 노래하지 못하면서,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도 못하면서, 외롭게 숨기며 남몰래 키우는 사랑 노래들.

"무한정 휘어지며 살아온 내가/ 진실로 부끄러워 할말이 없다"(121p) 내가 그의 마음을, 오래전 감추어 두었던 부끄러움 한쪽을 엿본 것 같아 좀 미안하다. 마치 내 오래전 마음을 그에게 잡혔던 것처럼.
 
 
YES마니아 : 로얄 j***6 2002.08.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