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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처음 개국했을 무렵 코미디 섹터는 기존의 스타들을 끌어오지 않고(아직도 '길드'의 힘이 잔존할 때라 쉽지도 않았을 것임), 서울예대를 갓 졸업하다시피 한 그 팜에서 대거 발탁했었다. 그 멤버들이 신동엽, 홍록기, 김경식 등등이었는데, 조혜련은 이들 그룹은 아니었지만 초기에는 이 방송국에 자주 나왔던 편이었다(이후엔 무슨 이유에선지 mbc 편중). 이들이 특히 '열려라 웃음천국' 등의 코너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기존의 패턴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들이라 신선함에 다소의 전율까지 느끼게 할 만한 힘이 엿보인 것들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딱히 그 형식이 실험적이었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이는 마치, AFI 등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졸업작품으로 내놓았다든가 하는 그런 모음에서 느낄 만한 참신함에 비길까. 본래 재능이란 타고난 것이어서, 후천적으로 누가 노력을 통해 따라잡고 능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좋은 학교에서 자신과 비슷한 우수한 종자들이 모여, 닦고 다듬고 경쟁하면서 길러진 예리함, 성숙함은 주변부의 얼치기 무식꾼들이 넘볼 수 없는 것. 그들은 확실히 그들 나름의 분야에서 엘리트였고, 시장의 때묻음에아직은 손상되지 않은 원석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풍기고 있었던 것. 분야가 달라도 비슷한 운명에 처한 이들끼리는 알아 보는 면이 있는 건지, '본래 저들의 재능은 저렇게 빛나는 것이거늘 어리석은 대중이 뽑기식으로 빚는 트렌드란 것에 휩쓸리기만 하면 보다시피 저질 가관이 되는 거구나.' 내 '깨달음'은 그런 것이었다. 나는 조혜련이 그 늦은 나이에 일본에 가고 어쩌구 하는 것도, 제 천부적 재능을 몰라주는 한국에서의 어정쩡한 성공이 못내 아쉬워서 저러는 줄로 짐작하고, 많은 동정도 은근 하고 있는 중이다.
자, 내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라, 내가 앞에서 거론했던 '데이브(1993)'에 나온 케빈 클라인을 좀 말하고 싶었다는.. 내가 앞에서 극찬한 바 있었지만, 케빈 클라인은 정말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 유연한 동작, 자유자재인 표정 연기, 예인으로서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만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하지만 이미 완강하게 꽉 짜여진 시장의 빈틈 없는 구조압박 속에, 고작 이런 시시껄렁한 코미디에서 저렇게 자기를 망가뜨려 가며 그 수준도 한심한 저질 연기를 보이고 있는 것. '프렌치키스'라고 하면 나는 이처럼 케빈 클라인의 가슴 아픈 붕괴 현장1)을 목격한 아쉬움, 이 정도로밖에 기억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이라고 해도, 수요와 공급으로 짜여진 시장의 운세가 그에 맞지 않으면, 객관적으로 봐도 불공정한 타협을 하고 그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게 운명이다(그런 의미에서, 허각이란 친구는 정말로 정말로 운이 좋은 것이다).
이 영화는 또한 그 잘나가던 메그(Meg. '맥' 아님. 麥은 더더군다나 아님) 라이언의 짧은 밑천이 유감없이 드러나 보이는, 그녀의 (소위)로맨틱 코미디의 욱일 승천 기세를 (스스로)꺾은 전환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주변의 흐름에 무조건 부화뇌동,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도 대세다 싶으면 수치스러움도 모르고 크게 복창하는 (늙은 게 직장일도 안하고 이런 주책을 떠는 케이스도 있음) 머저리는 알 수가 없는 거겠지만, 조그마한 센스나 눈치만 있어도 이 영화에서 라이언이 얼마나 졸연을 펼치고 있는지 감 잡을 수 있다. 그녀는 자기 연기에 자기가 싫증이 났는지, 예전 호응이 좋았던 몇몇 패턴과 표정을 아무 활기도 없이, 정황에 맞지도 않게 반복하고 있는데, 그게 고차원의 자기 패러디라면 모를까 그 정도 톱 클래스(당시)에 있던 배우의 처신은 도저히 아니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전 해에 '레옹'으로 주가를 올린 장 르노가 꺼벙한 눈을 하고 여기도 나오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
1) 여기서 어울리지도 않는 콧수염을 달고 프랑스인 바람둥이로 나오는데, 연기력이 뛰어난 그라지만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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