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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화를 통해 나타난 사회적 징후를 읽어냄과 동시에, 사회적 징후가 어떠한 모습으로 영화 속에 재현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책세상 ‘우리 시대’라는 기획시리즈 문고가 흔히 그렇듯이 이 책 역시도 심도있는 이론적 분석서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지적이 이 책의 질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아닌데, 이는 200 페이지가 체 안되는 분량에서는 시론적 성격의 분석일 수밖에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짧은 분량에서 저자 김경욱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지점은 1990년대 후반 한국적 블록버스터 영화의 붐이라는 문화적 현상이 어떠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가능했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 보다는, 그 영화 속 재현(주로 내러티브 차원의)이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자는 <쉬리>와 , <친구>, <무사> 등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남북 이데올로기나 타자화의 문제에서부터, 남성성과 여성성의 시대적 변화를 읽어내고 있으며, 또한 가장 흥미있는 분석(분석된 내용이 옳고 그름을 일단 논외로 한 상태에서의 흥미)인 일련의 조폭 영화에서 나타나는 탈역사적 성격과 그것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폭로하고자 한다.
적은 분량의 책 속에서 읽혀지는 저자의 의도는 너무도 분명하다. 사회적 징후를 진단한다는 것, 그리고 그 징후를 일으킨 이데올로기를 폭로함에 의해, 돈벌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탈역사화하고 있는 불순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것. 하지만 시대는 불행하게도 자본이 자본을 낳는 사회, 그 정도의 경종 따위야 눈 찔끔 감고 무시해도 크게 손해볼 것 없는 사회이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경종은 무시해야만 자본과 더불어 편히 살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저자는 작자 후기에 평론가의 슬픔을 “[한국 영화를] 사랑하면서 째려봐야 하는” 역설적 상화에 있다고 말했지만, 진짜 슬픔은 째려봐야 한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째려본다는 것 자체로서 자기 위로와 만족을 얻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끝으로 이 책과 더불어 김소영씨가 기획한 <아틀란티스 혹은="" 아메리카:=""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함께 읽는다면, 현시대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지형도를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아틀란티스>무사>친구>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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