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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공감, 은희경...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100% 공감, 은희경...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 내용보기
처음에 이 나왔을 때부터 괜히 끌렸었다. 꼭 읽어봐야겠다고 맘 먹었던 게 언제던가 싶다. 제목만 보고는 막연히 부모님과 자식들간의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관계는, 비뚤어진 애정이나 애틋한 안타까움, 둑이고 싶은 증오... 애증이 얽힌 것이려니... 했다. 아,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가. 너무나 담담한 이 문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부모와 자식간
"100% 공감, 은희경...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 내용보기
처음에 <상속>이 나왔을 때부터 괜히 끌렸었다. 꼭 읽어봐야겠다고 맘 먹었던 게 언제던가 싶다. 제목만 보고는 막연히 부모님과 자식들간의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관계는, 비뚤어진 애정이나 애틋한 안타까움, 둑이고 싶은 증오... 애증이 얽힌 것이려니... 했다. 아,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가. 너무나 담담한 이 문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렇게 무덤덤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애정이 없는 것도, 미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마치 제 삼자가 관찰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흘러간다. 좋다. 환상 아닌 환상, 현실 아닌 현실이 묘하게 자리잡은 글이다. 요즘 개개인의 의식을 아버지-남자, 어머니-여자, 아들-남자, 딸-여자라는 관점에서 표현해낸 것이 아귀가 딱 맞는다. 나, 개인적으로 100% 공감하는 글을 만났다. 글맛도 좋고 스토리나 구성 모두 기대 이상이다. 여자이면서도 여자가 쓴 것 같지 않은 글맛이다. 한 친구는 자신이 여자이면서도 여성 작가들의 글은 이상하게 공감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우리가 여자이면서도 여성 작가들의 잠재적이고 본연적인 모자람을 고상하게 무시하고 경멸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은희경은 여자라는 느낌보다 작가라는 느낌으로 먼저 다가왔다. 머리와 가슴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100% 공감을 이끌어냈다. 은희경의 글 속에 내가 있고, 우리 부모가 있고, 우리 형제가 있다. 그 모습과 관계는 다르게 표출되더라도 일상의 표현 속에서, 의식의 표현 속에서 우리를 발견한다. 그녀 글의 또 다른 매력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데 있다. 건조하고 무덤덤한 문체 속에 이미 모든 것이 들어있다. 이 작품집 안에는 여섯 개의 단편이 더 들어있다: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 <딸기 도둑=""> <내가 살았던="" 집=""> <태양의 서커스=""> <아내의 상자=""> <상속>만큼은 아니지만, 나머지 단편들 모두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재미도 있는 단편들이었다. <상속>의 공감이 다른 작품들의 읽기로 혹시나 사라질까 두려워, 나머지 작품들은 시간을 좀 두고 읽었는데, 정말 잘 한 것 같다. 은희경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좋다!
g******i 2005.07.2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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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거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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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끔 무서워질 때가 있다.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 때, 북적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편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느낄 때, 그 때마다 나는 불현듯 공포를 느낀다. 그렇지만 그러한 느낌들은 가끔씩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조심스레 그 모든 것을 ‘무시’해 버리곤 한다. 말 그대로 무시. 그렇다고 그 느낌이 사라진다거나 존재치 않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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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끔 무서워질 때가 있다.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 때, 북적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편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느낄 때, 그 때마다 나는 불현듯 공포를 느낀다. 그렇지만 그러한 느낌들은 가끔씩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조심스레 그 모든 것을 ‘무시’해 버리곤 한다. 말 그대로 무시. 그렇다고 그 느낌이 사라진다거나 존재치 않는 것으로 변모하는 것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시하지 않으면 더 무서워서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오래전 읽었던 은희경 님의 소설 속에서 나던 내음은 그와 같은 공포였다. 세상이 너무 허무해 살아가는 그 자체가 의심스러울 때마다 나는 그 책들을 들춰보곤 했다. 소설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상속’이라는 단어 아래 풀어낸 이야기들은 그와 같은 씁쓸함의 극대화였다. 세상이 정말 이런 곳이라면, 왜 사람들은 한 번 정도는 살아볼 가치가 있는게 인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의야해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소설일 수 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이어서 너무도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조금은 무시할 수도 있는 걸지도… 성국을 향한 가찮은 믿음 속에서 결국 도망을 택하는 ‘나’. 어린아이같지 않은 미더움으로 상대방의 미움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 ‘소라’. 그렇다. 모든 등장인물은 결국 차가운 냉소로 이어졌다. 그들은 세상을 평범하게 살다 못해 너무도 평범했고, 그래서 세상을 사랑할 수 없었고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냉소는 ‘가족’이라는 혈연으로 연결된 집단 안에서 극대화되고 있는 듯 하다. 그것은 어쩌면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가장 위대한 집단 ‘가족’에 대한 째려보기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죽어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자신에게 남겨진 재산만을 궁금해 했던 J, 무관심한 듯 한 발치 떨어져 그저 감정없이 바라보기만을 반복했던 N. 그들은 의도적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갈망하고 있는 듯 해 보였지만 결코 미워할 수는 없는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와 같은 달갑잖은 정서는 사흘만 누워있다가 죽었으면 좋겠노라는 아내의 말에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 했다. 삶과 얽힌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결코 어느 누구의 미움도 받지 않고, 약간의 그리움을 남긴 체 이상적으로 떠나가는 사흘이라는 시간, 그 시간동안 진정 사랑과 미움, 그 모든 복잡한 감정이 정리될 수 있을지… 세상을 등지고 떠난 이에 대한 기억을 뒤로한 체 자신들의 삶을 살기 시작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런 의미없는 질문들만을 떠올렸다. 모든 것은 세상에 대한 미움이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과도 같아 보였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은 아님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딸기 도둑의 모습에서, 아내를 병원이란 상자에 가두고 홀가분한 기분에 휩싸여 반가이 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남편의 모습, 그 안엔 타인에 대한 사랑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확신이 존재치 않았다. 그런 의심어린 마음들은 결국 자기 자신을 거세당했다는 믿음, 자식을 잡아먹는 햄스터와의 동일시로 나타난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냉소적으로 만든 것일까. 무엇이 그녀에게 세상을 외면하게 한 것이며, 이 모든 글귀들을 토해내게 한 것일까. 작가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쏟아내고 있었고, 난 그 많은 것들로부터 아무것도 상속받지 못했다. 결국 나도 작가를 따라 차갑고 냉소적인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 세상에 진실은 없는 것 같다는 그 말 한마디와 함께 말이다…
q*****2 2003.03.16.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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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똑똑이(들)의 고백,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헛똑똑이(들)의 고백,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내용보기
바로 이 한 문장 때문에 영화 '시'의 리뷰도 쓰게 됐고, 이 책의 리뷰도 쓰게 됐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게 마련인 것 같다. 영화 '시' 리뷰: 쉽게 씌어진 시   아버지는 S병원 검진 때에 혼자 CT 촬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구르는 통 안에서 똥을 누어 버린 게 너무 수치스러워 그후 정기 검진을 석 달이나 빼먹었다는 거였다(127쪽).   엄마는 유독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하신다
"헛똑똑이(들)의 고백,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내용보기

바로 이 한 문장 때문에 영화 '시'의 리뷰도 쓰게 됐고, 이 책의 리뷰도 쓰게 됐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게 마련인 것 같다.

영화 '시' 리뷰: 쉽게 씌어진 시

 

아버지는 S병원 검진 때에 혼자 CT 촬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구르는 통 안에서 똥을 누어 버린 게 너무 수치스러워 그후 정기 검진을 석 달이나 빼먹었다는 거였다(127쪽).

 

엄마는 유독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하신다.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실 때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시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검사를 하러 가는 걸 싫어하시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당뇨가 있는 엄마가 검사 전 하루를 금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엄마는 그것 때문에 병원 가기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려면 일주일 전부터 불안해하고 우울해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를 달랬다. "난 싫어. 꼭 무덤 속에 들어가는 것 같단 말야." 엄마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그리고 내가 아는 누구보다 당당했던 사람이 무덤 속 들어가는 것 같아 CT 촬영을 하기 싫다는 게, 나로서는 참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바로 이 문장을 읽고, '아,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싶었다.

나는 내가 엄마를 매우 잘 알고, 엄마에게 썩 괜찮은 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CT 촬영은 평생을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초로의 남자에게도 두려운 일이었던 거다. 구르는 통 안에서 똥을 누어 버릴 만큼. 왜 난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 엄마의 두려움, 불안, 초조함 같은 거. 인간의 '이해'란 이다지도 유한하고 나약한 것이다. 내 이해와 사랑은 딱 그 정도 수준이었던 것이다. 깊은 반성.

 

은희경은 항상 이런 식이다. 그래서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좋다.


내가 한국 소설가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내 나이 서른 즈음이었는데(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와 관련된 포스팅도 한 번 해봐야겠다), 그 즈음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작품이 바로 은희경이었다.『새의 선물』.
은희경은 적어도 내게는 다른 여성 작가들과는 구분되는 특별함이 있다. 그걸 콕 짚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상투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주 유니크하다.
다른 작가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할 때 조차 은희경의 작품은 아주 미묘할 만큼씩 차이가 난다. 그게 대상이나 사람을 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견지한 것인지, 아니면 담담하지만 견고한 문체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호두처럼 단단해보이는 그녀 자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내게는 그렇다.
은희경의 작품을 읽다 보면 뭐랄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전신 거울을 맞대고 있는 기분이다. 무척 당황스럽지만 나의 외면과 내면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혹은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많은 생각과 감정들. 그로 인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직면하고 난 뒤의 개운함을 고려한다면 결국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많은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얻는 건 없지만 가득 찼던 걸 비울 수 있게 되는. 조금은 더 가벼워지는 느낌.


암튼 내가 보는 은희경은 이런 사람이다. 어느 순간에도 울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함과 결연함, 이성적 사유, 쉽게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 가벼워지기보다는 그 순간 자체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선을 가진 작가. 질식할 것 같은 그 순간에도 끝까지 직시하는 사람, 사람들이 쌓아온 가치를 일순간에 전복시킬 수 있는 사람, 집착하지 않고 사유하는 사람.


1.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

말더듬이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는, 눈이 녹아 질척질척한 거리를 걸어야 한다는 건.

소읍에서 나름 유지의 아들로 살다가 도시로 와 술집 작부가 된 엄마, 손님의 아이를 낙태하는 엄마를 목도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은?

은희경의 장점 중 하나는 남성 화자든 여성 화자든 너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소년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서술하는데, 그 자체로 매우 감정이입이 잘 된다. 사용하는 언어라던가, 사유라던가, 감정이라던가, 행동이라던가... 그 모든 것들이 매우 자연스럽다.

단 하루 내렸던 눈이 녹아 길거리는 온통 질척거렸다(37쪽).
 
2.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

나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오히려 모범생처럼 착실하게 잘 살아왔는데 세상은 자꾸 배신을 한다. 뭐가 문제인 걸까?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가지고 커온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을 둘러싼 누군가를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여성들이여, 이제라도 스스로 미몽에서 깨어나길. 한 번 치인 덫에서도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고, 학습이라는 것도 충분히 다시 할 수 있으니깐. 그렇다면 특정 사건에 대한 반응도 지금과는 다른 패턴으로 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말이다.

어렸을 때는 너무 어른스러워서 아무도 귀여워하지 않았어요. 거꾸로 지금은 나이 든 어른이 애같이 유치하고 덜떨어졌대요. (중략) 어른같은 애나 애 같은 어른이나 징그럽기나 하지 누가 좋아하겠어요?(77쪽)

 
3. 상속

가족들에게 마저도 철저하게 오해받은 한 남자 이야기. 인생이란 게 그런 거 같다. 자기도, 타인도 철저히 오해하다가 이해를 할 때쯤 죽음을 맞게 되는 것. 혹 죽음을 통해 이해하게 되는 것.

'그'라는 지시어가 가리키는 대상이 모호해서 문장 읽기가 중단될 때가 종종 있었다. 의도적으로 혼란을 주려고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름 대신 약자를 쓴 것과 더불어 작품 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킨 부분.

실제로 그는 가족들에게 피해와 이익 양쪽에서 거의 아무 것도 남긴 것이 없었다(152쪽).

N은 그들이 고독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만약 N이 달라진 게 있다면 고독을 무시하거나 이기려 들지 않고 자신의 천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153쪽).

 

4. 딸기 도둑

딸기는 쉽게 무른다. 아주 작은 상처에도. 상처에 유난히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단지 딸기 같은 인간인 것이다. 유독 단단한 겉껍질을 타고 나지 못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나?
스스로 견고한 껍질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이야기... 참 안타까우면서도... 뭐랄까? 뒷끝이 개운치가 않다. 타인의 선한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걸까? 본인이 상처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같은 건 할 수 없는 걸까?

그의 중요한 입버릇인 '저 새끼들 다 죽여야 돼'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고발 프로그램인데 시작하기 전 탁자 위에 물 한 잔과 담배를 준비하고 볼륨을 크게 높여놓고 자신의 흥분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일어난 돼지들이 꿀꿀이죽을 기다리는 것처럼 즐겁기만 합니다. 그가 뇌물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히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가 원조교제를 욕하는 것 역시 자기가 해보지 못한 재미있는 짓을 하는 녀석들이 꽤 많다는 데 약이 올라서이고, 환경 문제에 흥분하는 것도 사촌 중에 그린벨트 지역에 땅을 사두고 개발 제한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탓이고, 사기 사건에 펄쩍 뛰는 이유는 자기보다 머리 좋고 배포 큰 놈들이 많다는 데 대한 질투 때문입니다(186-187쪽).

 

5. 내가 살았던 집

이 작품은 거의 3-4번 읽은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은희경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데, 따지고 보면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성 삼대의 이야기라던가, 햄스터나 딸의 생리 시작 등의 적절한 배치 등등... 굳이 뭐라고 설명하긴 힘든데, 은희경뿐 아니라 국내 작가들의 단편 작품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이다. 적어도 나에겐.

열흘쯤 지난 후에 상자를 뜯어보니 사과는 반나마 썩어 있었다. 썩은 것을 골라내면서 그녀는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닿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 가까이 닿을수록 더욱 많은 욕망이 생기고 결국 속으로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이 사람의 집착과 비슷했다(216쪽).


6. 태양의 서커스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다지 크게 인상 깊은 작품은 아니다.

뚱뚱한 여자? 그 여자는 외로웠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따금 슬프고 화가 나고 우울한데 이유는 의외로 하나일지도 모른다. 고독말이다. 이유를 안다고 해서 고독이 없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그것이 고독이라는 걸 아는 편이 약간 나을 것 같다(273쪽).

 

7. 아내의 상자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부류의 글은 굳이 은희경이 아니더라도 다른 여성 작가들이 많이 생산해내는 글이다. 다만 화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는 점이 다를 뿐. 그 점에 의의를 둘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그동안 생산됐던 이야기들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나이의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점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이젠 '인형의 집'을 스스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작품 생산의 영역 역시 집밖으로 눈을 돌렸으면 하고.

신도시에는 길이 없어요. 덩치가 큰 건물에 다 가로막혀 있어요. 신발을 신고 산책이나 하려고 나갔다가도 길이 다 끊어져 있어서 그냥 돌아와버려요. 찻길밖에 없어요(287쪽).



c*****g 2010.06.21. 신고 공감 3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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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그녀의 아름다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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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작가 은희경을 좋아하므로 그녀의 글을 언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장편소설을 읽는 것도 재밌지만, 단편으로 나온 것을 하나하나 읽는 것도 그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 책은 단편으로 나온 것을 묶은 소설집으로 은희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표제작인 상속은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아버지의 부음을 들어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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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작가 은희경을 좋아하므로 그녀의 글을 언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장편소설을 읽는 것도 재밌지만, 단편으로 나온 것을 하나하나 읽는 것도 그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 책은 단편으로 나온 것을 묶은 소설집으로 은희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표제작인 상속은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아버지의 부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라 죽음,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주인공, 그리고 자신을 감정의 끝까지 내몰지않고 정리할 수 있는 주인공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책을 꼼꼼하게 생각하며 읽기 보다는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읽는 스타일이라 책의 해설을 보면 가끔 놀라기도 한다. 아,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도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소설을 소설대로 읽지 못하고 읽는 내내 분석하려면 소설 읽는 즐거움이 덜하겠다 싶기도 하다. 이번 책에 관한 해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하나의 소설이 아닌 여럿의 다른 단편에서 작가의 성향을 뽑아내어 주인공들을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텐데, 그것을 해내는 해설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단편들 중에서는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의 주인공 소라가 가장 흥미로웠다. 어렸을 때는 너무 성숙해서, 어른이 되어서는 너무 어려서 적응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많은 이들이 이같은 문제에 접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첫사랑은 일종의 각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라에 대한 영재의 태도를 보면 말이다. 이번 소설들은 약간 추리소설 같은 맛이 가미되어 이전의 은희경 소설과는 색깔이 약간 다르다. 그 다른 맛을 원하는 독자라면 누구든지 읽어보길 바란다. 물론 그 다른 맛에는 실망보단 즐거움이 많으니 말이다.
c*******2 2004.01.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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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해지고 싶은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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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단 재미가 있고, 그리고 난 뒤에야 그 재미 속에서 철학을 얻든, 교훈을 얻든, 또한 사색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소설이 제 몫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재미라는 것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달콤한 재미, 황홀한 재미, 쓸쓸한 재미, 통쾌한 재미, ... 나는 이 가운데에서 가끔 절망을 찾는다. 도저히 어쩔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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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단 재미가 있고, 그리고 난 뒤에야 그 재미 속에서 철학을 얻든, 교훈을 얻든, 또한 사색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소설이 제 몫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재미라는 것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달콤한 재미, 황홀한 재미, 쓸쓸한 재미, 통쾌한 재미, ... 나는 이 가운데에서 가끔 절망을 찾는다. 도저히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사람이 나쁜 것도 아닌데,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찾아와서 자리를 잡는 절망의 재미 분자들. 나는 내 속에 있는 절망을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그리고 글 속에서도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만 이렇게 힘들다면 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은희경의 소설은 삐딱하다. 통쾌하고 산뜻하게 삐딱하다. 나는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이 갖는 이른바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나로서는 도저히 꿈꿀 수 없는 생각과 행동들이 나를 자유롭게 해 준다. 비단 글 속에서이지만. 모범생, 착함, 성실함, 순수함들과는 거리가 있는 삐딱함. 진실로 나도 그래 보고 싶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 나는 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은희경의 소설이 나를 며칠 동안은 살아있게 해 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02.07.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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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뒤흔들어 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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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자신이 '뒤흔듦'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도 일종의 쾌감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괴로워서 덮어버리고 다시 읽고를 몇 번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다 읽고 말았던 것은 아마 이 책의 매력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주변의 환경들보다는 자의식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들이 너무 나같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자신이 그 순간마다 위로받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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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자신이 '뒤흔듦'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도 일종의 쾌감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괴로워서 덮어버리고 다시 읽고를 몇 번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다 읽고 말았던 것은 아마 이 책의 매력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주변의 환경들보다는 자의식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들이 너무 나같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자신이 그 순간마다 위로받고 있으며 이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 소실집에 있는 몇 단편들은 벌써 읽어 본 것들이라고 실망하기도 했지만 난 모두 처음이였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a*****r 2002.08.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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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삶이 소설을 만든다
"소설가의 삶이 소설을 만든다" 내용보기
그녀의 책을 읽으면 나에게 어느새 장르는 자기계발서적이 된다 왜냐면 읽으면서 밑줄치기에 여념이 없기때문이다 내가 언어로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이 그녀의 책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상황과 묘사에 가장 잘 어울리게 언어를 그려내는지 그녀의 솜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또한 마지막에 수록된 작가
"소설가의 삶이 소설을 만든다" 내용보기

그녀의 책을 읽으면

나에게 어느새 장르는 자기계발서적이 된다

왜냐면 읽으면서 밑줄치기에 여념이 없기때문이다

내가 언어로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이

그녀의 책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상황과 묘사에 가장 잘 어울리게

언어를 그려내는지 그녀의 솜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또한 마지막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

그녀의 속내를 살짝 비춰주니 고맙기도 하다

 

그동안 소설쓰는 게 너무 신난다고 농담을 해왔던 나는

그제야 내 농담을 진담으로 알아들은 사람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

내 편애가 무엇을 향한 것인지 나 자신과 독자들에게 쉽게 들켜

엄숙하고 상투적인 연적들과 경쟁하고 싶지는 않다.

..........

소설가의 삶이 소설을 만든다.나는 재미있게 살아서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왜냐하면 이제 오디션을 통과했으니까.

 

그녀의 작품을 기다리는 한독자가 향기를 담으며.......

 

YES마니아 : 로얄 7******n 2009.0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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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그의 발랄한 냉소.
"은희경, 그의 발랄한 냉소." 내용보기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나는 은희경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 고교시절에 출간되었던 "새의 선물"을 읽고 난 후, 아마 얼마간은 의도적으로 은희경의 책을 집어들었을거고, "그것은 꿈이었을까" 이후에는 의도하지 않은 채 그의 책을 읽어온 듯 싶다. 좋았건, 좋지 않았건간에, 남의 작품가지고 왈가 왈부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문학지에 실린 그의 작품조차도 모두 읽었으니, 그
"은희경, 그의 발랄한 냉소." 내용보기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나는 은희경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 고교시절에 출간되었던 "새의 선물"을 읽고 난 후, 아마 얼마간은 의도적으로 은희경의 책을 집어들었을거고, "그것은 꿈이었을까" 이후에는 의도하지 않은 채 그의 책을 읽어온 듯 싶다. 좋았건, 좋지 않았건간에, 남의 작품가지고 왈가 왈부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문학지에 실린 그의 작품조차도 모두 읽었으니, 그에 대해 그저 지나치듯이 한 마디쯤은 할 수 있겠거니, 싶어서 이 리뷰를 써본다. 그의 소설은 늘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늘 나를 긴장시킨다. 세상에 대해 시덥잖은 불만이 아닌 객관적인 냉소를 지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으로 보일까하는 고민조차도 "연기력"으로 승화시키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습잖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치 그 주인공들이, 젊은 나이에 열심히 살아야 돼. 아냐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데 뭐 그냥 이럭저럭 살자, 하는 끊임없는 나의 마음속의 상반된 두가지 충돌을 그대로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러나 너의 인생은 별 반 다를 바 없을거야. 라고 얘기하도 하듯이. 남들이 다 얘기하는 대로 그의 작품은 재미있고 어찌보면 가볍기까지 하면서 읽혀내려 가지만 그렇게 술술 읽어내려간 마지막 즈음엔 웬지모를 처연함과 뻐근함을 느낀다.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그의 발랄한 냉소도 어쩜,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그의 중단편 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중에서 "멍"이란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볼 때마다 느끼지만, 책 뒤에 실리는 평론은 그 존재가치를 모르겠다. 읽고서 뭘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라는 건지 아님 내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하는건지 소설에 그런 평론이 왜 실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인상깊은구절]
저는 낯선 곳에 가서 살고 싶어요. 뭘 하면서 말인가요? 글쎄요, 쓸데없어 보이는 일들을 하면서요. 그녀도 그런 말을 했었다. 그냥 살아도 살아져요. 뭣 때문에 그렇게 자기 인생을 늘 의식하는 거죠?
t******9 2002.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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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에 살아가는 인간.
"혼돈 속에 살아가는 인간." 내용보기
은희경의 소설집 "상속"에서는 그녀만의 독특한 세상보기를 함께 엿볼 수 있다.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는 다소 폐쇄적이며, 냉소적이다.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의식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그들의 시선과 고백으로 수긍할 수 있다. 짜임새 있게 꾸며진 소재들과 내용의 연결은 읽고 난 후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은희경 특유의 색깔이 독특하게 풍겨나는 글
"혼돈 속에 살아가는 인간." 내용보기
은희경의 소설집 "상속"에서는 그녀만의 독특한 세상보기를 함께 엿볼 수 있다.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는 다소 폐쇄적이며, 냉소적이다.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의식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그들의 시선과 고백으로 수긍할 수 있다. 짜임새 있게 꾸며진 소재들과 내용의 연결은 읽고 난 후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은희경 특유의 색깔이 독특하게 풍겨나는 글들이 가득하다. 세상의 혼돈을 담뿍 느끼게 하는 글. 짜여있는 사회의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규율속에 인간이 버텨나갈 수 있는 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기운이 없을 때 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인 듯 싶다.
d******0 2002.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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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덫을 놓았는가...
"누가 덫을 놓았는가..." 내용보기
은희경의 소설집 상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누가 꽃피는 봄날 라기디 소나무 아래에 덫을 놓았는가'이다.(제목이 길어서 정확한지는 의심스럽다.) 다른 사람과 자신은 다르다는 것, 그래서 배척받는다는 것을 하나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기 위해, 즉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추어 나가는 여자의 성장과정이 유머러스
"누가 덫을 놓았는가..." 내용보기
은희경의 소설집 상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누가 꽃피는 봄날 라기디 소나무 아래에 덫을 놓았는가'이다.(제목이 길어서 정확한지는 의심스럽다.) 다른 사람과 자신은 다르다는 것, 그래서 배척받는다는 것을 하나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기 위해, 즉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추어 나가는 여자의 성장과정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눈물겹게 그려져 있다.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사람일 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타인의 기준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은 탁월한 포착인 듯 싶다. 소설 속에서 소연은 자기 자신에 대해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 관계에 있어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항상 자신을 포장해야 하며, 이러한 작위적인 연출은 결국 어머니나 남편과 같은 가장 밀접해야 할 인간관계조차 희박하고 엷은 관계로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그녀 자신은 밀접한 인간 관계를 그토록 갈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울림의 결여는 자신을 끝없이 연출하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탓인가가 문제되는데 작가는 대단히 냉소적으로 어차피 모든 인간 관계는 연출일 뿐이며 그녀는 단지 '연출임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서투름'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즉, 이현우와 같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으면서도 쿨하게 자신을 연출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인간 관계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냉정한 시각이지만, 서투른 주인공인 소연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타인을 갈망하면서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는 본질적으로 냉정한 연기자인 이현우보다 더 공감을 자아낸다. 결국 작가는 인간 관계는 연출의 연속이라고 판단하긴 했지만, 타인과 진정한 교감을 찾는 것에 대한 가치는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YES마니아 : 골드 m****n 2002.08.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