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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맑은책시렁 214 《꼴찌천사》 오카다 준 손미선 옮김 가람문학사 2001.11.20. ‘뭐가라니. 이렇게 바보 취급당하는 건 네가 꼴찌라서 그런 거라구.’ ‘괜찮아.’ ‘뭐가 괜찮아. 분하지 않아?’ ‘물론 기분은 좋지 않아. 하지만 그보다는 너랑 얘기하는 것이 더 좋아.’ ‘좋다고?’ 꼴찌천사는 눈을 깜박이며 하지메를 쳐다보았다. ‘하, 하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너희 아빠 엄마가 실망하실 텐데.’ (49쪽) 하지메는 심장이 오므라드는 듯했다. 반에서 성적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한 하지메에게, 두 번째로 못하는 미유키가 자기 답안지를 보고 쓰라며, 0점이 아닌 점수를 받게 해 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56쪽) 꼴찌천사가 공중에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미유키, 너 정말 착하구나. 네가 계속 꼴찌를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과연 너를 불쌍하게 생각했었을까?’ 정말 그렇다며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를 마시고 있던 선생님이 움찔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미유키,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하지메의 질문에 미유키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선생님께도 꼴찌천사에 대해서 가르쳐 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어.’ (118쪽) “그게 좀 달라. 우리는 점수를 잘 받으려고 가르쳐 준 것이 아니거든. 함께 꼴찌를 하려고 서로 가르쳐 준 것이니까.” (124쪽) 우리가 어깨동무를 한다면 모든 사람이 첫째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막째가 되기도 합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로 달리면 딱히 첫째나 막째로 가를 수 없으니, 다같이 첫째도 되고 막째도 되지만, 무엇보다도 숫자라는 틀을 뛰어넘어서 함께 웃고 놀면서 신나는 나날을 누릴 만합니다. 어깨를 풀고 먼저 뛰쳐나가는 이가 있다면 이이는 첫째를 하겠지요. 맨 나중까지 뛰쳐나가지 않는 이는 막째가 될 테고요. 이때부터 서로서로 줄서기가 되고, 위랑 아래를 가르는 자리가 생깁니다. 우리한테는 어떤 길이 아름다울까요? 굳이 줄을 세우거나 숫자를 붙이는 길이 아름다울까요? 구태여 으뜸이나 버금이나 딸림이나 막째를 가르는 이름이 즐거울까요? 위아래도 숫자도 없이 서로 얼크러지면서 새롭게 배우고 웃고 노래하는 잔치마당이나 놀이마당을 열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요? 어린이문학 《꼴찌천사》(오카다 준/손미선 옮김, 가람문학사, 2001)는 첫째나 둘째, 또 셋째나 넷째 자리에서는 볼 수 없는 앙증맞은(?) 천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름이 ‘꼴찌천사’인 만큼 오직 꼴찌인 자리에서만 만날 뿐 아니라, 말을 섞고 서로 바라보며 마음으로 속삭일 수 있어요. 서른 사람이 있을 적에 스물아홉째라 하더라도 꼴찌천사를 못 봐요. 오직 서른째일 적에만 봅니다. 다만, 스물일곱째부터 서른째까지 ‘같이 막째 점수’를 받으면 나란히 꼴찌이니, 이때에는 여러 아이가 꼴찌천사를 만나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즐겁게 하루를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마땅한 노릇이지만, 꼴찌천사는 첫째나 둘째, 더구나 셋째나 넷째도 못 봐요. 열째나 열다섯째도 못 보지요. 우리는 오늘 어느 자리에 있는가요? 우리는 오늘 어느 자리에 있고 싶나요? 오늘 스물하나나 스물셋 같은 자리에 있으니 열하나나 열셋 같은 자리로 ‘올라서’려고 동무나 이웃을 밀치거나 밟으려고 하지는 않나요? ‘올라서기’가 너무 끔찍한 줄 온몸으로 느끼면서 느긋하면서 차분하게 맨 뒤쪽 자리에서 조용조용 천사를 만나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으로 웃음수다를 누릴 수 있을까요? 이야기책 《꼴찌천사》가 다루기도 합니다만, 서른 아이가 있을 적에 서른 아이가 모두 ‘나란히 꼴찌’가 되면, 모든 아이는 꼴찌천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 생각해 봐요. 서른 아이가 ‘나란히 꼴찌’라면, 거꾸로 ‘나란히 첫째’가 되는 셈이에요. 뒤처지거나 뒤떨어지는 길이 아니라 어깨동무하는 길입니다. 나란히 한걸음이 되면서 서로 돕고 이끌며 돌보는 눈빛을 밝힐 수 있어요. 생각해 봐요. 막째에 있는 이더러 첫째로 달려오라고 어떻게 부르나요? 첫째에 있는 이가 걸음을 멈추고 막째한테 다가가서 돕고 이끌며 돌보는 길이 맞지 않을까요? 아이는 어른 걸음을 좇을 수 없어요. 아이는 어른 팔심을 따를 수 없어요. 아이더러 어른처럼 몸을 써서 일하라고 시켜도 될까요? 아닙니다. 아이더러 어른이 쓰는 모든 말을 다 알아들으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지요. 어른이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수월한 길을 찾아야지요. 어른이 아이 눈높이를 살펴서 쉽고 부드러운 말을 고르고 가려서 써야지요. 경제성장율 아닌 ‘기쁨’이나 ‘즐거움’이나 ‘웃음’이나 ‘노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길을 헤아려서 나아가야지 싶어요. 더 높은 시험점수는 이제 걷어치우고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살펴서 아름다운 마을이며 보금자리를 가꿀 노릇이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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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푹 빠져서 이 작가의 글을 모두 다 읽고 있다. 이 책은 정말 우리집을 뒤숭숭하게 하기까지 했다. 오카다 준이 대단한 작가라는 말에 도서관에 가서 이 작가의 책을 열심히 찾아냈다. 그 중 이 책도 있었는데 빌리는 권수가 넘어 이 책을 빌려오지 못했다. 그런데 난 이 책을 빌려온줄 알고 온 집안을 이주나 뒤집었다. 식구들에게 매일 물어봤다. 꼴찌천사 못 봤으? 못 봤으? 책 반납해야할 날은 다가오고 혹시 내가 안 빌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내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어가 검색해보니...정말...빌리지 않았다. 어찌나 기쁘던지. 그래서 도서관에 달려가서 다른 책들을 반납하면서 이 책을 빌려왔다.
오카다 준의 책은 정말 따뜻하다. 아이들을 감싸안고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하려는 의지가 강력하게 보인다. 다른 평론가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그렇다는 거다. 이 책은 표지가 아주 고전스럽다. 그래서 내용도 좀 고리따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건 아주 작은 꼴찌천사. 조그만 존재가 이야기속에 나오면 나는 왠만하면 다 좋다. 어렸을때 난 아주 작은 사람같은 인형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작고 조그만 무언가가 나오면 너무 좋다.
꼴찌천사는 어느날 꼴찌하는 아이들로 인해 저절로 생겨났다. 딱히 이유도 없다. 자신도 자기가 왜 생겨났는지 모른다. 그냥 어느날부턴가 꼴찌하는 아이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 눈에 유일하게 꼴찌천사를 보게 된것이다. 꼴찌천사는 아무도 자신을 본 사람이 없었는데 그 아이가 보자 깜짝 놀란다. 놀란건 서로 마찬가지다.
아이는 꼴찌천사가 꼴찌하는 아이들에게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매일 꼴찌를 한다. 그 아이가 전학오기 전에 꼴찌를 하던 여자아이는 그 아이가 매일 꼴찌를 하자 안스러워하며 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답이 또 시원찮다. 나중에 그 여자아이도 전학온 아이를 통해 꼴찌천사를 알게 되고 같이 만나고 싶어서 같이 매일 꼴찌를 한다. 그렇게 한명 두명 반아이들이 꼴찌천사의 등장을 인식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꼴찌천사랑 모두 같이 만날까 궁리하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아주 휼륭한 반이 되어간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대혼란을 겪게 된다. 아이들이 성적이 같아지지를 않나 아무리 봐도 이상한 일 투성이다.
오카다 준은 학교 안 일상속에 판타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접목시킨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더욱더 건강하게 자라나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수 있다. 이야기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이 책이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에서 절판되었다. 애석하게도. 지금 이 책을 팔고 있는 곧은 오직 교보문고뿐이다. 그것도 이북으로...안타깝기 그지없다. 많은 아이들이 보면 정말 따뜻해질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