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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오로지 소설가 박민규씨의 추천글 그 한 문장 때문이었다.
"아마도 다시는, 나는 [바이바이 베스파]와 같은 이야기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가요? 세련된 일러스트로 채워졌다거나 감성 충만하다는 것은 100번도 인정하겠으나 너무나 빈약한 나레이션은 줄기차게 책 속으로의 몰입을 방해했다. 박민규씨가 추천한 [바이바이 베스파]를 만나기 전까지는 여러번 박민규씨를 원망하기조차 했었다. '보다 값어치 있는 책에 돈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을...' 하는 마음이 들었다.
굳이 톰과 제리를 섹스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둘은 종자가 다르므로 어차피 수정이 이루어지지 못할텐데 뭐하러 콘돔을 끼었을까? 1년간의 동거생활이 끝나면 그렇게 '쿨~'하게 연락도 끊어지는 것인가? 저 여자아이가 낙태를 경험했던 몸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시집을 간다는 것은 일종의 사기가 아닐까? 저 남자아이가 낙태를 경험했던 정신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장가간다는 것은.. 그냥 개새끼가 아닐까? 아니, 아니. 요새 아이들은 다 저렇고 저런걸까? (난 옛날 사람인가?) 밍키의 신음소리는 어떨까? 돈도별로 없으면서 욕심도 없는 사람이 진정 좋단 말인가? 그건 그냥.. 물고기랑 똑같잖아? 욕심에 정직하고 그것을 옳게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에 가까운 것 아니야? 늙은 밍키도 이쁜데? 왜 저리 꽃할머니가 된 거야? 둘이 또 섹스하려나? 그랜드마마 피시는 단지 낙서일뿐이야.
그래 바이바이 베스타는 마치 반전을 이루듯 꽤 좋은 호흡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와 같이 빈약한 나레이션은 여기서도 불을 뿜었다. 그럼 자신이 기타를 치지 않으면 세상이 안 돌아갈 줄 알고 기타를 쳤던 것이며 자신이 아니면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까봐 그 여자아이를 만났던 것이며, 자신이 팔려고 하는 그 오래된 양철 스쿠터를 사려고 하는 내일 만날 사람은 '바보'라는 말인가? 이미 어른이잖아? 취직하면 세상과 타협하는 거야? 취직하면 기타를 치거나 애정결핍의 여자아이를 만나거나 스쿠터를 타면 안되는 거야? 취직하면 어른이 되는 거냐고? 이.작.가.바.보.자.식.아.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선 자아'라는 주제의 책이라고? 내 눈에는 오히려 '어른'과 '아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전적 만화 같은데? 언제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색을 하려면 제대로 사색을 하란 말이야~ 깊이를 가지려면 제대로 깊이를 갖고 넓이를 가지려면 확실히 넓이를 가지란 말이야~ 괜히 있는 척 하지 말라고.
이쁜 그림체에 박민규씨의 눈마저 흐려진 것일까? 박민규씨는 이미 자신이 '바이바이 베스파'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소설을 써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림 잘 봤다. 이쁜 그림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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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엄마와 함께 빵집을 가다가 보았다.
분홍색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는 내 또래의 여자를. 순간 혹 하는 마음에 "나도 저런거 하나 사서 타고 다닐까?"라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했다. 내 말을 들은 엄마는 마치 내 말을 전혀 이해 못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뭐를?? 저걸??"이라고 하셨다. 나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고, 엄마는 두 눈을 크게 뜨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니 나이에?? 아서라~~"라고.. 엄마 말을 듣고 보니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솔직히 조금 놀라기도 했다. "니 나이에.."라니.. 내가 정말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싶은 생각에.
젊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달리는 오토바이. 철없다 말하는 사람도 있고, 위험하다하며 말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달리는 오토바이. 그렇게 말리는 사람이 더 많은 오토바이를 젊은 사람들은 왜그리도 애타게 여기며,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보기 위해? 혹은 무엇도 보지 않으려고?
초등학교 적부터 만화는 내게 있어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심심할 때, 누군가로 인해 혹은 무언가로 인해 가슴이 답답할 때. 그 어떤 것보다 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던 고마운 존재. 그러나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저 멀리 멀어져간 만화책. 실로 아주 오랜만에 만화책을 손에 들었는데, 이 만화책이 희한하다. 단편집인데다가 이야기도 몇가지가 안되는데, 왜이렇게 읽는 족족 내 가슴을 톡톡 치는지..
「 난 끈을 하나 잡고 있었어. 그걸 놓치면 보통사람이 되어버리는 그런 끈이야. 이걸 놓으면 내 의미가 없어지니까 안간힘을 쓰며 끈을 잡고 있는 거야..
끈들을 전부 놓을 거야?
응
난 좀 혼란스러울 것 같군. 그렇게 되면 내가 아는 네 특징들이 모두 없어져버리니까. 어쨌건 앞으로 뭐 할건데? 혹시 어른이 되려는 거니? . . . . 뭔가 딴게 돼서 말이야. 어른은 말고. 」
우연히 찾은 사진으로 인해 톰을 그리워하고 있는 제리, 익숨함을 넘어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어 헤어짐을 결심하게 된 연인, 자신의 나이는 물론 세월조차 잊고 살아가던 밍키소녀..
각각의 단편집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마지막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정말 가슴이 찡하다 못해 아리다고나 할까? 나는 지금...과연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건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짧디 짧은 내용에다가 글도 아니고 그림으로 굉장히 많은 생각을 담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역시나 너무나도 멋진 일이 아닌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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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베스파가 있었던가? 한동안 멍~ 한 상태로 있었다. 만화라는 특징 때문인지 30여분만에 책을 다 읽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참 길다.십수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예전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슬픈이유는... 추억을 떠올리려 애쓰다보면 머리에 쥐가 나려한다는 것이다. ^ ^;; 수고를 덜기위해 창고가 되어버린 작은방에 들어가 내 '보물상자'를 끄집어 냈다. 학창시절의 앨범을 들여다보는 횟수만큼 가끔씩 아주 가끔씩 꺼내보는 나만의 '추억상자'이자 '행복상자' 이다. ![]()
하지만 보물상자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981년도라고 적힌 초등 2학년때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다. 언니들과 머리를 맞대고 서로에게 전할 카드를 만들던 초등시절로 돌아가보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돌맹이를 모아 '많은 공기'를 하고, 일요일 아침 칼같이(?) 챙겨보던 '들장미 소녀 캔디'가 생각나고, 이종환 아저씨의 '밤의 디스크쇼'도 생각난다. 특히나 공개방송 하는 날이면 배를 잡고 얼마나 뒹굴었던지. 그랬던 철부지가 90년대 초에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신입 시절이란 게 너무 힘들어 남몰래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었는데 사직서를 써가지고는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었다. 그 직장을 올해로 16년째 다니고 있으니 산다는 게 무언지.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다. ^^
이거야 원... 서평인지 주절거림인지... ^ ^;;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책 자체가 끝없이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는 어설픈 핑계를 대본다. 어쨌거나 추억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책으로 돌아가 보자. 빨간색 베스파가 질주하고 있다. 파란색과 흰색의 바탕이 어우러져 가슴이 탁 트이는듯 시원스럽다. . ^^ 책을 처음 본 순간 표지의 그림풍이 왠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알고보니 <리버보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 <아둔의 기억>등의 표지를 그린 박형동님이다.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만화책을 내셨다.
<바이바이 베스파> 굳이 표현하자면 '성장소설'에 견줄만한 '성장만화'라고 해두자.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자아'라는 주제를 담은 만큼 고민하는 '젊음'이 느껴진다. "청춘은 한 대의 베스파와 작별하는 것. 질주하는 스쿠터에서 언젠가는 내려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른 따위'라고 말하지 않기를. 기타 연주를 그만 두어야 하고, 지켜주고 싶은 여자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하고, 마지막 남은 스쿠터마저 팔아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삶에 있어 가장 힘겨운 순간이 나를 가장 어른스럽게 만들었다는 사실 그것 만큼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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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탠의 <도착>이라는 글씨없는 그림책과 사뭇 비교가 된다. 작가는 그 책을 출간하기위해 무려 4년을 작업했다고 한다. 깊은 생각. 책속에 녹아있는 작가의 생각들이 글씨 하나 없어도 고스란히 전달된다.슬픔. 기대. 걱정. 두려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바이바이베스파>의 소재에서 공감대형성이 어려웠다. 큰 기대심을 부추기게 하는 멋진 겉표지였지만 속 느낌은 판이했다. 어둡고, 부정적이고, 높은 벽을 절대로 뛰어 넘지 못할 것 같이 젊은이의 패기같은 것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나약하고 집요하지 못한 주인공. 성장을 하고 있는 생명체라면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예쁘고 좀 더 아름다워야 어울릴 것 같은데패잔병들처럼..... 그래서 나에겐 많은 점수를 깎인 작품이 되어버렸다.
세대차이인지 가치관차이인지...... 스토리를 재차 읽어보았지만 그래도 명확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몽환적인 표현", "개인적 상징어"들이 암호처럼 끝을 흐리고 쉽게 서술해주지 않아서 접근하기어렵게 만든다.
비틀거린다. 무책임한 욕망의 과오에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간혹 면죄부를 받아내는 운 좋은 젊은이도 있다. 개성있는 자유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면......?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해보면 자신에대한 평가치는 어느수준이 나올까?
사사로운 개인의 욕망을 접고 한 몫을 톡톡히 해내지 않으면 주변인들의 안위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혹독한 인생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어른이 되면......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재미없지만 책임감있게 달리고 있는 과거에 청년이었던 "장년"들. 그 장년들도 꿈을 꾼다. 꿈을 향해 돌진하는 베스파라면 절대로 내리지 말자. 꿈을 잃고 노년이 될때까지 무슨 즐거움으로 재충전을 하겠는가.
대학시절 민중의 자유를 절규하던 학우들의 눈물어린 호소문들이 빛바랜지 오래다.그들의 입에서도 아파트 가격과 연봉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속세를 떠나 입산을 한 종교인도 속세에서의 맡은바 역할에 충실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행하기가 더 고달프지 않을까 싶다.
철없이 꿈꾸던 시대가 지나갔다면 이젠 철들고 꿈을 꾸자. 재미있고 신나는 세상은 내가 만들기 나름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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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단계별 성장을 하지 않는다. 허물을 벗으면 새 비늘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고치를 만들어 변태를 하지도 않는다. 성장은 하지만, 성장기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겹쳐진 시간 사이에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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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자체"를 좋아한다. 올망졸망 가지런하면서도 빈틈없이 반듯하지는 않은 글꼴이다. 누구나 안길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지는 않지만 매우 따뜻한 분위기의 글꼴이다. 타자체에 대한 내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누구나 타자체를 보고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린 시절 내 것이 아닌 타자기를 내 것처럼 가지고 놀았다. 톡톡 소리를 내며 종이 위로 가볍게 날아가는 글자판들은 아주 가끔 엉킬 때가 있었다. 그러면 나는 그걸 조심스럽게 풀어 제자리로 돌려 보냈고, 타자체로 찍힌 종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뭔지 모를 따스함이 올라왔다.
난데없이 타자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만화가 독자들에게 작동하는 방식이란 게, 바로 지금 내가 보이는 반응처럼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매우 은밀하면서 개인적으로 읽히는 만화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거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한다거나 그러는 만화는 아니다. 막 자라려는 사람 또는 다 자라버린 사람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청춘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겠고, 일종의 성장만화이기도 하다.
<밍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소녀>라는 만화를 <팝툰>에서 보았다. (<팝툰>이라는 만화잡지, 참 괜찮은 책이다.)
사실 그 때는 알 수 없었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밍키, 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언제나 고정불변 내 마음 속에서 늙지 않고 있는 밍키인데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밍키를 보는 게 좀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박형동의 만화를 묶음으로 보니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어서 이해가 된다.
첫키스, 혀의 맛이 왜 이래, 라고 말한 적이 있던 사람이라면 두려움과 설렘, 죄의식과 기대가 공존했던 밤을 보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말로 옮기는 순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사랑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읽으며 여운이 오래 남을 것이다. 작가가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쓴 듯한 타자체의 글씨가 톡톡 날아와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이제는 어른이 된 소년에게 다시는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에게 이 만화를 전한다.
모든 성장담은 아름답다. 이 만화는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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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만화로 이루어져 굉장히 짤막하고 함축적이다. 처음엔 스쿠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특정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무언가를 그린 그림이고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책이고 사람이고 접해봐야 안다던가. 사람사는 이야기였고, 꿈에 대한 기록이었으며, 지나간 추억에 대한 오롯한 아쉬움이었다. 아련하게 그러나 넝울거리는 파도와 같이 싸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
제목이 독특하다. Bye Bye Vespa. 조금 장난스럽고 다소 짠하다. 말을 한 단어 한 음절씩 천천히 발음해 입 안에서 우물거리다보면 그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안녕 또 다시 안녕 베스파라. 실제 다섯번째 이야기를 그대로 함축한 이 제목은 떠남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 무엇도 영원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꿈같던 시간과의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모습을 기약하는 소년. 어른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 돌아오겠다며 마지막 베스파와의 시간을 위해 떠나는 소년의 뒷모습은 헤어지는 슬픔보다 지금까지의 시간의 소중함을 뿜어내며 달려간다.
비단 표제작인 <바이바이 베스파>만이 아니다. 다섯 가지 이야기 모두 헤어짐을 이야기한다.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던 톰이 떠나간 자리를 아쉬워하는 제리의 모습을 담은 <톰과 제리의 사랑>. 언제나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진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제리의 모습은 겉으로는 아프고 슬퍼보인다. 그러나 그 기억만으로 영원할 둘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지 않은가.
<스노우 라이딩> 또한 마찬가지다. 영원할 듯한 사랑이 깨어지는 지점. 파괴적이고 슬플 것만 같던 그 눈오는 날은 그러나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색된다. 이별이란 언제나 슬프고 고통스럽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의 우리들에게 (사실 어느 역사를 되돌아봐도 이별이란 슬프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박형동의 이야기들은 짠한 이별공식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끝나더라고 그저 그렇게 끝나는 것만은 아니라고.
그런가하면 <밍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소녀>, <그랜드마마 피시>에서는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헤어지지만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그 달콤함. 물론 그 만남의 과정이 우리가 상상하는 매력적이고 즐거운 시간만으로 채색되진 않으리. 그러나 추억을 공유하고 새로운 하루를 덮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만남은 언제나 달콤씁쓸한 다크초콜릿맛이다. 때론 먹고나서 편안히 잠들어버리는 초콜릿맛 수면제와 같은.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많은 걸 얻었지만 한편으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세상을 바라보는 감성, 철없는 세상보기, 추억을 지키는 마음, 다시 만날거란 희망같은 작은 것들을. 그렇다고 어른이 되지 말자는 건 아니다. 언제나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팬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테니. <바이바이 베스파>는 박형동씨의 초기 드로잉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지금 쑥스럽기도 다소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단다. 그럼에도 그 때 그 느낌 그대로를 살려 출판한 건 그 때의 감성을 잃고 싶지 않은 저자의 욕심인지 모르겠다.
그와 베스파의 여행은 끝났다. 이제 내가, 그리고 당신의 차례다. 그의 덜덜거리는 베스파를 받아들고 당신의 여행을 시작하는거다. 때론 과거로, 지금 달리는 이 길을, 그리고 내일을 향해. 충분히 만끽했다면 다음 사람에게 베스파를 건네주는 것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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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성장물 마니아라는 작가의 말처럼 「바이바이 베스파」는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거나 이미 어른이 돼버렸지만 어른이 아니었던 때를 떠올리는 등 아직 성장하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조금은 거친 선의, 러프스케치 느낌의 일러스트에 예쁜 색감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만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생각에 빠져들다가도 마음 한 구석이 평온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책의 작품들 속에는 톰과 제리, 요술공주 밍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들의 모습과는 좀 다른 모습으로.
표제작 「바이바이 베스파」는 자칫 지겨울 수도 있는 소재를 지겹지 않게, 다시금 잘 생각해볼 수 있도록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스쿠터를 몰고, 기타를 치고, 우울한 여자 친구와 사귀던 아이가 어른이 되겠다며 스쿠터를 팔고, 기타를 치지 않겠다고 하고, 늘 보살펴 줘야하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는 등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그리 흔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똑같은 줄거리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종류의 고민들을 겪어왔고, 겪고 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고 꿈을 지켜나가고 싶었지만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어른이 되어야 하고 이뤄지지 않을 꿈은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이름 붙여진 꿈의 사형대 앞에서 대부분의 우리는 사형대를 부수거나 뛰어넘는 대신, 어른이 되는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이미 어른이 된 자들에게서 ‘너 철들었구나.’라는 칭찬을 들으며, ‘어른이 된 건 잘한 일이야.’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인다.「바이바이 베스파」는 꿈을 버리기로 했다고 말하는 아이를 통해 현실에 순응해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신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또 올게. 뭔가 딴 게 돼서 말야. 어른은 말고.” 어른이 아닌 다른 것, 아이는 무엇이 되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그래, 맞아. 꿈을 잊는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건 아냐. 다른 꿈을 찾을 수도 있는 거야.’ 동의하는 이가 얼마나 될지, 이런 식으로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세상의 모든 우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아마 늙어죽기 직전까지도 성장할 것이다(진화의 완결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바이바이 베스파」는 그런 모든 자아를 위한 만화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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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때는 다 남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괜히 음악시간이나 그럴 때 잘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친구들앞에서 부른다거나 소풍가는 날이면 그 전날 어떻게 하면 이뻐보일 까 온갖 치장을 다하고는 했었다. 남과는 다른 내가 그땐 좋았는 데.. 지금은 평범해지는 게 솔직히 마음 편하다. 특별한 게 위험해 보이는 건 늙어가고 잇다는 걸 의미할까.. 나도 모르게 안정적인 내 삶을 원하게 되었고 정열적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 상상만큼이나 끔찍하진 않은 것 같다. 어른하면 고지식해보이고 재미없다고 느끼곤 했는 데 나도 이제 어른이 되는 길목에 들어섰으니 익숙해 진다. 이런 내가 싫지만 인정해야 될 건 인정해야 하니까. 받아 들여야 겠지.
보통 20대가 되면 부모님 밑에서 더 큰 사회로 나아가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들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다/ 첫사랑은 서로 표현을 잘 못하고 둘다 사랑에 서툴러서 그땐 그게 사랑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면서 아픔을 겪고 난 후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게 그 당시에는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데 잡지 못한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그런 내 마음속에 있는 사연들 하나 하나가 만화를 보면서 쉽게 공감하게 만들었다.
중학교때부터 만화를 손에 달고 다니던 언니와는 달리 나는 만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터라 가까이 하지는 않았다. 만화책을 잔뜩 빌려 수업시간에 보고 그러는 아이들을 볼때 한심하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는 나이답지 않게 고정관념이 깊이 박혀 있었다. 만화책을 보는 아이들은 공부하기 싫고 지루한 시간은 때워야 겠고 그래서 만화를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파페포포 메모리즈를 친구에게 선물 받았는 데 그때부터는 만화에 대한 생각이 바꼈다. 바이바이 베스파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 데 그림들이 하나같이 이뻤다. 만화를 볼때는 대충 대충 보는 편인 데 이번에는 한번보고 다시 볼 정도로 봤다. 뭐든지 한번보면 질린는 데 만화라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용이 너무 가볍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적당했다.
청춘예찬에서 청춘은 끓는 피라고 표현한 걸 봤는 데 그런 청춘들이 경험해 봤음 직한 일들이 그려져 있다. 잊어 버린 기억들을 하나씩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인 것 같다. 다섯가지의 사랑이야기는 익숙해 보이면서도 특별하다. 순수함이 있는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리버보이랑 플라이대디 플라이 표지가 맘에 들었엇는 데 그 표지를 그린 사람이 이 만화를 그리신 분이라니.. 만화를 보는 건 글을 읽는 것과는 색다른 경험이다. 중간에 보다가 지루해서 끊어 읽는 경우가 많은 데 만화책은 한번에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바이 바이 베스파는 오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