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낙인 찍기란 대체로 두 가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중심과 주변, 다수와 소수, 정삳과 이상과 같은 식으로, 광기에 사로잡힌 자를 안데르센의 동화에 등장하는 오리새끼로 몰아가는 작용이다. ... 푸코의 광기의 역사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과정의 진행상태였던 것이다. ... 낙인찍기의 두번째 단계는 상술한 '신 대 악마', '정상 대 이상'이라는 이원론의 계열을 설정하고 정진장애자를 후자의 계열에 편입시켜 버리는 방법이다." 친구가 한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고 나서, 한의학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뭐라고 얘기는 했던것 같은데, 별로 선명해지지가 않았다. 프로이트나 융을 읽어본적이 있고, 라캉도 본적있고, 푸코도 본적이 있고...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술'(맞던가?)이라는 소설도 본 적이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쯤 궁금해질 만한 주제 아닌가? 워낙에 정신병이라고 하면, 서양의학에 의한 처방만 생각이 나고, 동양에서는 무병에 걸린 사람들 이야기만 떠오르니까. 알튀세르의 자서전이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같은 영화 등도 이런 서양편향적인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럴때 딱 이 책을 발견했다. 잡식성이다 보니... 한번 잡아봤지. 책에선 고대 인도, 그리고 불교 (인도와 중국의), 중국의 유교와 도교, 마지막엔 중동지방의 정신질환에 대한 의식들을 문헌조사 방법을 통해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들을 관통하는 저자의 시각은 다음의 인용문에서 잘 드러난다고 하겠다. "... 심신의 항상성에 대한 발상이 베르나르나 프로이타, 캐넌과 같은 서구 의학자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은 근시안적 편견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벤코바 라오는 소로킨의 '콜럼버스 콤플렉스'란 말처럼 인류의 문화사 속에 나타난 모든 발견은 어쩌면 재발견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 베다 사상가들은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우주와 이간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으며, 인간 내부에도 자연과 마찬가지의 질서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있어 인간은 축소된 우주였으며 우주란 확대된 인가이었던 것이다" 어설프게 들은 이야기로, 한의학에서 '인간의 몸은 소우주다'라는 명제를 주장한다고 한다. 근데 이런건, 단지 한의학-한국 혹은 중국의 의학 만이 아닌듯하다. 베다에서 그랬다니... 거기의 영향을 중국이 받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정신질환을 구분하는 커다란 틀거리는 기원전에 인도나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나, 현대의 그것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파악하고자 한다. 단, 귀신들린것이란 공통적인(!) 분류는 현대에 와서는 빠졌지만 말이다. 외적인 이유, 유전적인 이유, 내적인 이유... 이 지극히 평범한 분류가 예전부터 있었단 말이고, 그에 따라 세분화된 처방이 각각 있었단 얘기가 은근히 참신하게 들렸다. 몇가지 재밌게 읽혔던 부분들을 소개하자면, 불교의 정신질환에 대한 입장은... "불교는 스스로를, 그 자체로 병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번뇌에서 비롯된 고를 떨쳐 버릴 수 있게 해주는 의학에 비유하고 있다. 불교의 이런 측면은 필연적으로 저신요법으로 연결되어,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의학적인 의미에서의 심신질환이나 고뇌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소승, 대승, 밀교... 각각 차이는 있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불교적 세계관/인간관/형이상학은 별도의 의학적 분류를 하기보다는, 자체의 기본철학이 심리치료술을 내포하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다. 뭐, 치료승인가 뭔가... 하는 부류도 있긴 했다지만 말이다. 정신분석이나 심리상담이 일반화된 서구에서 불교가 나름대로 확장하고 있다는 현실도, 어쩌면 이런 특성이 반영이 되어서이지 않을까? 반면, 유교적 전통은... 예상할 수 있듯이 '광기'에 대해서 별로 너그럽진 않았나부다. 우리가 사용하는 광기와 관련된 한자의 대부분은 한역불경에서 매개로 한다는 사실도 그렇고, 공자 시대 때부터 '괴력난신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귀신을 잘 공경함으로써 멀리한다'라는 사고가 강조되었다고 하고 말이다. 또, 황제 및 정통적으로 유가의 입장을 취하는 관료정치가들에 의한 '무속'사용의 폐지는 당대 말엽에 완결을 이루었고, 청조 말기에 이르러서야 마법사 등에 대한 처벌조항이 사라졌다고 하니 말이다. 비록, 공자등이 광기의 파토스적인 측면의 긍정성을 강조한 적도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흔히 히포크라테스를 시조로 한다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사이의 관계를 따져보기 위해선 역시 중간지대인 이슬람지역의 특성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현대의학이 히포크라테스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어쨌거나, 동양의 전통의학을 공부하겠다는 이들은 단지 중국만이 아니라, 인도나 이슬람, 나아가 이집트나 고대 그리이스의 전통도 조금은 엿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특히 이슬람은, 르네상스기의 다양한 문헌들의 소스였던 것처럼, 의학에 있어서도 그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슬람 의학의 가장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 이도스코리데스와 같은 거장 들이 저술한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탐구, 보존하고 번역한데 있다. .... 한편으로는 헬레니즘 의학에 인도 문화권의 영향을 더하고, 거기에 다시 이슬람 문화 특유의 독자적인 생태를 가미함으로써 의술에 있어 동서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내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문헌, 그에 대한 분석을 쭉 나열하는 식이어서, 논리전개를 따라가는 것 같은 재미는 없는 책이다. 하지만 일반 교양서로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푸코의 저작과 비교해보면, 한마디로 분석의 방대함은 비견될 수 있으나, 그로부터 세계관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추출해 내는 작업은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다. 현대 지성사에 충격을 줄만한 논리적 특성이 없으니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