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문고판보다 약간 크고 책표지가 독특하고 고급스러움. 압형이라는 기법으로 엠보의 느낌이 있음. 책 사이사이 작은 사진들이 올려져 있는데 지루함을 덜고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어 좋다. 무난한 글솜씨. 단단하지도 않고 목 메이지고 않는... TV프로에서 요리할 때 숟가락에 묻은 식재료를 요리기구에 탁탁 소리나게 털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외향적인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저자 스스로는 아니라고 한다.
그게 무엇이든 음악이든 미술품이든 요리든 그걸 접하고 그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남기는 감상이 나는 좋다. 그걸 보면서 내가 느끼지 못한 감각들을 깨울 수 있으니까. 이 책 역시 그렇다. 미감이 떨어지고 음식을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게 좀 더 다양한 맛을 느끼고 표현해 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다. |
| 예전 케이블TV에서 요리프로를 진행하던 발랄하고 세련된 모습의 박재은을 생각하며 책을 펼쳐들었는데...아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다르다. 평소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음식 이야기와 그녀의 진솔한 생활 속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맛깔나게 쓰여져 있다. 딱히 요리나 푸드스타일리스트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작가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라면 더욱) 공감할 만한 에세이라고 말하고 싶다. |
|
퓨전 요리와 와인을 좋아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뽐낼 것 같은 저자가 처음 꺼낸 이야기는 요리사라서 밥 얻어먹기 힘들다는 고백이었다. '그럼, 당연하지! 요리사에게 누가 요리를 해 주겠어?' 미소지으며 읽던 내게, 그이는 헌책방에서 주인아주머니가 권하던 잠깐의 새참을 소개하며, 소박함과 살뜰한 정을 이야기 하였다. 작은 정성과 겉멋을 뺀 소박함의 의미를 아는 요리사가 전하는 밥 이야기라.. 어쩌면 한 편의 시보다 더욱 감동넘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
|
요리를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웃음과 슬픈 그리고 아릿한 느낌을 갖고 읽어보는 밥시 어릴적 요리에 대한 기억들은 엄마가 조물조물 만들어 온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먹던기억과 함께 이제는 그 음식들을 만들어 우리가족들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만나는 밥시는 같은 여자로서 주부로서 느껴지는 감흥이 남다른것 같다. 그때의 엄마는 아무렇게나 만든것 같은데, 난 왜 그렇게 맛이 안날까? 요즘도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반찬들을 맛보면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요즘 세상은 돈만 있으면 모든것을 해결해주는 것처럼 먹거리까지 책임을 질수 있는 현실이지만 우리에겐 추억과 함께 손맛이라는 것 또한 영원히 간직한고 싶은 것일 것이다. 기존의 요리관련된 책들과는 달리 그녀가 느끼는 밥과 그리고 요리들이 주는 행복감들을 통해 행복이라는 또다른 이상을 추구해본다. 단순한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가 아닌 이것저것 입맛에 맞게 퓨전을 해보는 여러가지 재료들을 통해 진짜 맛깔나는 먹거리.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간단한 재료들을 통한 또다른 변화 음식이라는것은 만드는 이에 따라 방식에 따라 멋과 맛을 안겨주는 것 같다.
맛있는 밥집을 돌아다니다보면 유독 식구들이 생각나는곳이 있다. 하지만 귀찮다는 느낌과 불편하다는 것으로 무시해버렸던 기억들 그리고 이제는 연세가 드셔버린 우리네 부모님 일한다는 핑게로 그런 부모님들을 모시고 제대로 밥한끼 대접하지 못한 나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밥시는 요리들을 통해 만나보는 여러 인생살이를 편안하게 읽을수 있어 너무 좋다. 요리를 통한 오감의 만족과 함께 뒤돌아볼수 있는 기회까지 그녀를 잘 모르는 나이지만 그녀의 고지식한 모습과 한길을 통한 외고집 스러운 모습도 매력을 느끼게 한다. 요리라는것은 일정한 법칙이 없기에 다양하게 접목해보면 우리몸에 맞도록 이것저것 접해보면서 더욱더 발전 되어가는것 같다. 프랑스의 와인 우리나라의 음식과 만남 그리고 언제나 잊못한 우리네 손맛까지 서로다른곳에 살아가지만 음식이 안겨주는 행복감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만큼 멋들어진 글과 시가 있는 [밥시]이다. |
|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밥시라니... 강시도 아니로, 밥상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는 호기심이입니다. 책의 사이즈도 아담합니다. 요즘 출간되는 서적들처럼 화려한 표지를 가진 책도 아닌데, 소박한 질감의 종이위에 떡하니 크게 두 글자 밥시라는 것을 붉고 크게 써 놓은 책입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요리에 관한 책입니다. 프랑스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요즘 우리나라에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상당히 알아주는(나는 잘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은 분명히 요리에 관한 책입니다. 요리책답게 음식을 만드는 방법들에 관한 설명도, 어떨때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 가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요리를 가르치는 책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책의 서문부터가 독특합니다. 서문은 주로 이 책의 제목이 이렇게 붙은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내용이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요리를 말하지만 요리자체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삶이라는 것에 비중을 더 두는 책입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이 말은 요즘 제가 잘 사용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어느 문인의 말을 인용해서 “먹고, 활동하고, 배설하는 것을 소중히 하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이자 소외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라는 말을 자주하곤 했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사이에 그만큼 큰 삶의 격차가 생긴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내가 자주 인용하던 그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밥을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나, 맛을 즐기기 위해서 먹는 차원을 떠나서, 밥에 삶이 담겨 있고, 밥에 정성이 담겨 있고, 밤에 인정이 담겨있고, 밥에 사랑이 담겨 있는 그런 삶. 음식을 먹거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음식을 사람과 인생과의 소통으로 생각하는 삶의 방식, 그런 것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가진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음식과 관련된 삶에 관한 이야기들을 듬뿍 담아 놓은 책입니다. 맛깔 나는 문체가 특히 매력적입니다. 요리전문가가 어떻게 이렇게 멋진 문장들을 다듬을 수 있었는지 놀랄 만큼 글을 읽는 재미가 요리 사진을 보는 재미 못지 않게 좋은 책입니다. 남자로서 오랜만에 읽는 요리관련 서적이 이렇게 흥미로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
|
먹는것에 목숨거는것이 창피한 시대는 이제 지나지 않았을까?
서점을 가보면 블로그 스타부터 현장의 쉐프까지 수많은 레시피들을 앞세우며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박힌 책들을 낸것을 볼 수 있다. 요리책 출간이 트렌드가 되어버리고 너도 나도(?)책 출간이 쉬워진데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던 와중 소장이 아깝지 않은 책이 발견되었다. 밥시라는 요리책이라고 하기엔 이야기가 있고 수필이라고 하기엔 그 안에 따뜻한 먹거리가 있는 책을 발견했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하루하루 사계절을 살고있는 필자를 발견하게 된다.
|
|
# 먹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자신이 보았던 TV, 영화, 예술작품, 체험 등을 제시해서 공감대를 끌어내고, 주제에 걸맞는 요리와 이야기들로 글에 빠지게 만든 후, 마음이 전해지는 감성이 스민 글로 갈무리한다. 밥철학, 먹거리, 퓨전, 맛교양인 4개의 큰 테마로 나누어 담은 풍성한 식탁에서 50개가 넘는 반찬들을 맛보다 보면 하나하나의 깊은 맛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일정한 틀을 갖추었지만, 특정한 틀로 인해 느껴지는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서, 자신의 생각을 잘 풀어내는 그녀의 글솜씨가 마냥 부러울 뿐이다.
탐내는 마음은 결핍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에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음식으로 프로포즈 하는 방법은 따로 수첩에 적어두어 써먹을 일을 기약해 두고, 밖에 있는 음식을 싸서 집에 가는 체험을 털어놓는 대목에서는 나 역시 그러했음을 깨닫고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소개하는 요리 재료들이, 식탁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내게 생소하고 낯선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특징을 잘 잡아서 설명하는 레시피에서는,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서게 만든다. 글에 취하며, 맛에 반한다고 할까. 상상력을 충족시켜주는 글이 좋았다.
거리가 먼 요리에 대한 지식이었으면, 멀리했을텐데, 생활하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관심의 끈을 놓지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음식의 재료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문화의 대한 이야기까지 음식 하나로 풀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화제의 폭에 놀라고, 그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눈을 감고 향신료의 향과 맛을 음미하면, 먼 나라로 여행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고 할까. 익숙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든 능력, 인생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 평범하기에 인생이 평범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소박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능력, 익숙하지 않지만 삶을 함께 걸어갈 약속을 하기 전까지 꼭 도전하는 것을 잃지 않기로 결심해 본다. 음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말,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 나간다면 결국은 극에 통해간다고 할까. 음식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눈과 코와 입, 무엇보다 머리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
|
예전에 TV를 보다 박재은 씨가 나와서 요리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싸이 누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간혹가다 나오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란 말을 처음 접했었다. 개인적인 선입견으로는 돈도 좀 있고 여러가지 요리를 믹스해서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뭐가 있어야 푸드 스타일리스트도 하는거지 라는 질투어린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그녀에 대한 나의 생각을 180도 돌려놓았다. 매일 스테이크와 샐러드 그리고 빵만 먹을꺼 같았던 그녀는 알고 보니 구수한 된장찌개 같은 여자였다. 음식에 있어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아는 그렇게 깊은 사람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화려함 뒤에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발이 붓도록 촬영하고 다른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굶고 힘들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음식 쪽 일을 하는 건 당연히 그녀가 좋아하고 그것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저자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그녀의 음식에 대한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아마도 그때 남동생이 내 음식을 시큰둥하게 먹었더라면, '누나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일주일을 참았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더라면,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재은이가 요리를 좀 하니까 난 재상이 걱정은 덜어요"라며 슬쩍 자식 자랑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요리사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지인들이 내게 언어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더 했더라면 언어학자가, 노래만 불러도 먹고 살겠다며 치켜세워줬더라면 가수가 되지 않았을까 말이다.-P66
음식과 관련된 그녀의 일상을 보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절밥이 되었건 그냥 집에서 막 만들어 먹는 떡볶이가 되었건 먹는 것 하나에도 스토리가 있고 추억이 있다. 그것은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각자 자신만의 집 스타일의 반찬이 있고 자신만의 추억의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감자볶음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소금으로 간만했는데도 엄마만의 맛이 있다. 그리고 커다란 돈까스를 보면 아주 식탐이 많아서 늘 왕돈까스를 먹었던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난다. 가끔 예전에 많이 다녔던 식당엘 가면 그때의 생각이 나곤 한다. 음식이란 것..생각해보니 음악만큼이나 추억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미소 짓게 한다.
전에 TV를 볼 때 화려하게 초코렛으로 케익을 만들던 그녀와 밥시의 그녀는 정말 대조적이다. 소박한 재료를 가지고도 정성을 들여 맛있게 요리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저 레시피만 있는 요리책하고 차별을 가진다. 이 책도 원고를 줄인거라고 하니 정말 글을 잘 쓰기도 하지만 그만큼 펜을 많이 잡는 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요리도 잘하지만 글도 정말 맛깔나게 잘쓴다.
이 책을 읽다가 스파게티 부분을 봤을때 스파게티하면 나는 주로 외식할 때 먹는다. 절대 편하게 막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오히려 이탈리아 사람들은 스파게티를 양푼 비빔밥 먹듯이 집에서 가장 편하게 해먹는 요리라고 한다. 그저 냉장고에 있는 야채나 토마토 소스를 넣고 대충 해먹는 것이 진짜 스파게티 인것이다. 괜히 겉멋만 들어 항상 우아하게만 먹으려고 했던 스파게티가 이제는 친근해진다.
주로 내가 먹는 것을 보면 평소에 요리하는 것을 무척이나 귀찮아 하기 때문에 주로 사먹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조미료에 길들여진 가짜 음식만을 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밥시를 읽고나니 음식이란 것이 행복을 주기도 하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입을 즐겁게 하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고 또 그것을 위해 계절마다 제철 음식들을 먹고 오감을 살려 좀 더 행복한 밥먹기를 해야 겠다.
|
|
한때는 제이미 올리버가 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일을 아주 좋아했다. 이 책에서 그의 이름을 만나게 되어 반가움이 느껴졌다. 사실은 조리법이 쓰여있는 요리책은 즐겨 읽어보았지만 요리를 주제로 한 수필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너나없이 요리와 관련된 추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당연히 이런 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인데 왜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어보지 못 했을까. 요리를 육체적인 감각 속에서만 생각해왔지 정신적인 감각을 휘감아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 요리를 하는 것은 정성이 깃들어져야 하는 것인데, 그 정성이란 것은 추억에서 오는 것일텐데 말이다.
요리를 둘러싼 나의 추억거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엄마가 정구지 김치를 담그시던 날이다. 정구지 김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은 엄마가 담근 정구지 김치를 김치통에 옮기고 난 후, 양푼에 조금 남겨놓았던 정구지 김치와 밥을 얹어 참기름 조금 붓고 비벼주셨던 바로 그 순간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게걸스럽게 먹어댈만큼 너무나 맛난 정구지 김치 비빔밥은 커서도 여전히 좋아하는 먹거리이다. 그런 후에는 정구지 김치가 곰삭기 전까지는 입에도 안 댄다. 며칠이 지나 정구지 김치가 곰삭으면 그땐 솔솔 구은 김밥 김에다가 곰삭은 부추김치를 넣어 돌돌 말아 한 손에 움켜쥐고는 또한 게걸스럽게 먹는다. 어린시절이나 지금이나 정구지[부추]김치를 담그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재미가 있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정구지 김치를 담근 날 비벼먹던 밥에 대한 추억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프랑스 요리사라고 한다. 프랑스 요리, 고급스러움이 느껴져 그녀가 적는 요리 수필이 소담스러울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프랑스 요리사도 집에서는 된장국에 김치를 손으로 죽죽 찢어먹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녀가 일상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요리이기도 하고, 한국의 토속적인 요리이기도 하다. 혹은 파스타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감자스프를 어떻게 만들어 먹어야 하는 줄 몰랐는데, 그 조리법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성과 중 하나이다. 으깬 감자로 스프를 해먹으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늘상 작은 깍둑썰기로만 감자 스프를 해먹어서 씹히지 않는 부드러운 감자 스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여행을 다녀도 요리 여행을 주제로 해서 다니는 그 기쁨도 참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식가가 아니라서 한 번 먹은 음식을 담박에 그 재료와 요리법까지 알아내는 능력은 없지만 음식이 주는 행복은 삶을 살아가는데에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요리 이야기였지만 쫙하니 나열된 조리법이 쓰여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물론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그 조리법이 언급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리법을 친구 집에 놀러가서 차을 앞에 두고 혹은 점심 밥상을 앞에 두고 편하게 듣는 이야기처럼 적어내려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음식에 관련된 수필이다. 또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지 그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저자가 가지는 음식에 대한 생각, 그 철학을 듣는 시간이라고나 할까...그러나 무겁거나 너무 진지하다는 것은 아니다.
편한 책이었다. 그래서 나의 음식 추억담도 떠오르고, 더 많은 음식 추억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처럼 요리를 잘 하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연 조미료를 만들고, 퓨전 요리도 금방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요리에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일이 지루하지 않았다. 워낙에 요리를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요리라는 것에서 심오함을 찾고자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요리란 다만 정성과 사랑만이 있으면 된다. 요리란 고뇌에서 잉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서 탄생되어지는 것이기에 말이다. 즐겁고 편하게 만난 요리 이야기로의 여행이었다. 너무 숨차지도 않은 편안한 도보여행같은.. 따뜻한 밥 한 끼로 시를 짓는 그녀의 이야기, 그 행복한 포만감을 느끼고 싶다면 살짝이 이 책의 첫 장을 넘겨보아도 좋을 듯 하다.
|
|
맛깔스러운 책 한 권을 읽었다. 왠지 고상해 보이는 표지에 빨간색 글자가 눈에 띈다. '밥시'의 저자 박재은은 음식 이야기를 너무도 맛있게 들려준다. 그녀가 진행하는 요리 프로나 강의를 들은 적은 없지만 '밥시'를 읽은 것만으로 그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 저자는 말보다 요리로 세상과 소통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행복하단다.
어릴 적에 내가 보는 엄마는 요리사였다.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서 맛있는 간식거리를 내놓은 듯 엄마는 요리를 잘하셨다.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음식들은 꿀맛이었다. 밀가루에 우유를 넣고 달걀을 풀어 반죽한 뒤, 찜통에 찐 버터 빛깔 빵, 냄비에 살짝 태워서 설탕을 솔솔 뿌린 감자나 다디단 찐고구마, 돼지고기에 여러 재료들을 썰어넣고 빚어서 프라이팬에 익힌 뒤, 빵 사이에 껴먹는 햄버거, 직접 만들어 튀긴 돈가스, 핫케이크 위에 갖은 재료를 올리고 피자 치즈를 잔뜩 올려 만든 엄마표 피자 등 집에서 만들어 주시던 음식은 사먹는 것 못지않게 맛있었다.
저자는 음식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옛날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영화 이야기나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물론 그 이야기들을 음식과 관련하여 달콤한 목소리로 막힘없이 쏟아내고 있다. 여러 가지 조리법이나 외국 음식에 대한 설명들이 요리 과정을 직접 보는 듯 느껴질 정도이다. 어느 멋진 곳의 여행기를 읽을 때 혹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와 같은 쾌감을 맛보았다.
고급스러운 음식이 아니라도 먹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설렁탕이나 갈비탕에 김치와 깍두기를 넣어서 먹거나 노릇노릇 구워진 생선살을 발라 한 숟가락 뜬 따끈한 밥 위에 올려 먹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입맛 없을 때 양푼에 밥과 데친 콩나물을 넣고 파와 냉이가 잔뜩 들어간 양념 간장에 비벼 먹으면 맛있다. 일식, 중식, 양식도 좋아하지만 집에서 해먹는 대부분이 한식이다. 요리법이 어떻든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면 무엇이든지 최고의 음식이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저자 박재은의 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모락모락 따끈한 조밥에 능이버섯 국과 들기름 발라 구운 김, 칼칼한 맛의 부추김치, 그리고 약주 한 잔. 마음마저 따뜻해진다. 그녀의 책이 또 나온다면 읽고 싶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