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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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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습은 영화 같다. 누군가를 잡아가려고 온 사람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가운데 비눗방울이 날아온다. 사람들은 그 비눗방울에 잠시 눈을 빼앗긴다. 커다란 것과 작은 것이 부딪쳐 터져서 그 밑에 있는 사람은 물을 맞는다. 그 뒤에 그냥 웃고 끝나지 않겠지. 폭풍이 일어나기 전에 조용한 것과 같은 일이다. 그저 잠시 움직임을 멈춘 것뿐이다. 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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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습은 영화 같다. 누군가를 잡아가려고 온 사람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가운데 비눗방울이 날아온다. 사람들은 그 비눗방울에 잠시 눈을 빼앗긴다. 커다란 것과 작은 것이 부딪쳐 터져서 그 밑에 있는 사람은 물을 맞는다. 그 뒤에 그냥 웃고 끝나지 않겠지. 폭풍이 일어나기 전에 조용한 것과 같은 일이다. 그저 잠시 움직임을 멈춘 것뿐이다. 지금 이렇게 말하지만 그 모습을 보았을 때는 ‘이게 끝이야’ 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줄 필요는 없겠다. 한사람이 끌려갔을지도 모르고 거기 있는 사람들이 끝까지 막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일보다 먼저 일어난 일은 벌써 이야기가 끝났다. 조금 남은 이야기를 한 것이겠지. 그리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미야 운송에는 어디에도 갈 데가 없는 사람이 모여든다. 여러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시라이시 겐지다. 지금 겐지는 구치소에 있다. 마지막을 먼저 말했더니 이 말도 나왔다. 죄를 지으면 유치장, 구치고 다음에 형무소로 넘어가는 건가. 겐지는 무슨 죄를 지었을까. 오래전에도 사람을 죽일 뻔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죽였다. 처음에는 왜 그랬을까 했는데, 겐지는 죽일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것보다 작가는 왜 그렇게 썼을까 했다. 그렇게 쓴 작가 마음을 알아야 하는 건지, 겐지 마음을 알아야 하는 건지.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게 삶이기는 하다. 아무리 잘 살려고 발버둥쳐도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가끔 나는 그것은 왜 그럴까 생각한다. 남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나 또한 바꾸지 않고 늘 똑같이 살아가니까. 살아가는 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쉽지 않다’는 말로 달아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꼭 바꿔야 한다는 크나큰 바람은 없는 건지도. 이게 맞는 말이다.

책을 보면서 세상에는 남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살아가는 게 가장 힘들다. 평범한 게 가장 좋지만 그 평범함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다. 조직폭력배 친구가 사람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쓶으면서 여동생을 겐지한테 맡겼다. 겐지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병원에 들락날락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겐지 어머니는 겐지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겐지 어머니 일이 가장 먼저구나. 사실 어떤 일은 잘 모르겠다. 겐지 친구 야스오는 왜 조직폭력배에 들어가고 나중에는 사람을 죽이게 되는지(배신당해서일지도), 겐지는 누구한테 쫓기는 건지. 다른 이야기에 그런 게 있을까. 이게 세번째라고 한다. 연작이라고 해도 다른 이야기가 앞에 다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겐지는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달아난 어머니 치요코를 미워했다. 어머니가 겐지와 살았다면 다르게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간 역사를 되돌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에서 일어난 일도 되돌릴 수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오래 갈까. 이렇게 말하니 생각났다. 미워해서 복수하겠다는 마음은 오래 가지 않아도 싫어서 안 보는 건 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매듭을 짓는 게 나을까.

앞에서 겐지가 누구한테 쫓기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하나는 중국 마피아다(책 뒤에 중국 마피아라 쓰여 있어서). 겐지는 중국에서 몰래 일본에 들어오는 사람을 옮기는 일을 했는데 중국 아이를 겐지가 데리고 있게 되었다. 중국 마피아한테 사람은 돈이 된다. 중국에서도 힘들게 살았을 사람들이 일본에서도 힘들게 살아가겠지. 이런 이야기 다른 소설에서도 본 것 같다. 동유럽 여자아이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일을 찾으러 가는 것과도 같겠다. 노예제도가 없어졌다 해도 그건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 보이지 않는 곳에는 여전히 노예제도가 있다. 겐지는 중국 마피아를 피해서 대리운전을 한다. 어느 날 태운 손님은 마미야 운송 사장이었다. 그곳에서 겐지는 자신과 아버지를 버린 어머니 치요코를 본다. 이런 우연이 일어나다니 싶다. 같은 시에 살아도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일은 드물다(나만 그런가). 반대로 같은 지역에 살아서 우연히 만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감동스럽게 다시 만났다면 좋았겠지만 아오야마 신지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

자신을 버렸다 해도 어머니를 다시 만나면 처음에는 미워하는 마음이 커도 시간이 흐르면 그런 마음을 푼다. 하지만 겐지는 그러지 않았다. 어쩐지 나쁜 마음이 더 자라난 듯하다. 아버지가 다른 동생 유스케와도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지난 일을 용서하고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아니, 어쩌면 겐지는 어머니하고 연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죽인 또 다른 아들을 기다리기로 한다. 겐지가 사에코와 유리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제와서 이런 이름을 말하다니. 사에코는 겐지가 사귀는 사람이고 유리는 친구가 맡긴 동생이다. 사에코 이야기는 따로 조금 나온다. 어머니라고 해서 자식이 한 일을 모두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치요코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것은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다면서. 마미야도 같은 마음이다.

보통 생각밖에 못하는 나는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이야기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나지 않는구나. 마음에 안 든다 생각하면 자꾸 나쁜 마음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다른 사람은 알아본 것을 겐지는 몰랐다. 그것은 어머니가 편하게 살지 않았다는 거다. 겐지는 어머니가 자신과 아버지를 버린 일만을 나쁘게 본 거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치요코가 ‘자식은 언제나 자식이다’고 하는데 이 말이 맞다. 다른 것도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미처하지못한말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아가는 건 어떤 걸까. 나 또한 거기에서 멀다. 나고 자라고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것, 일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꼭 이게 평범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없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거나, 자라면서 엄청난 일을 겪어서. 나는 부모도 있고 엄청난 일을 겪은 것도 아닌데. 살면서 조금씩 무엇인가 쌓였겠지. 겐지나 마미야 운송에 온 사람들과도 다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곳에는 누군가한테 쫓기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을 보고 그나마 나는 낫구나 했다. 세상에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보다 나는 그렇게 나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니. 본래 그런 거 아닐까. 피가 이어진 사람만이 식구일까. 그것은 아니겠지. 마미야 운송 사람들든 피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식구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서로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어느 때는 가정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하고, 어느 때는 가정이 아닌 곳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두워보이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내가 생각을 잘 못하고 잘 못 썼을 뿐이다.



희선




☆―

“어머니하고 인연을 끊을 작정이었는데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해봐도 휘휘 휘감겨서 떨어지지를 않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한테까지 이어지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이 한 일을 죄다 용서하고 품어준다. 그런 어머니라는 거, 뭔가 밑 빠진 듯 넓은 품이 말이지 너무 무서웠던 거 아닐까.” (292쪽)


“떠돌이를 고용해서 반듯하게 갱생하도록 돌봐주고, 그랬는데도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고…… 그런데도 겐지를 기꺼이 맞아주실 수 있습니까?”
.
.
.

“입에 발린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피가 섞이지 않아도, 아들이건 아니건, 이것도 인연이야. 아니, 인연이라고도 못하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해야겠지만…… 하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하고 똑같이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내 자식이 아닌 사람한테 폐를 끼친 사람들도 내가 맡아왔는데, 내가 자식을 죽인 사람이라고 어떻게 안 맡을 수가 있겠어. 형이 확정되고 착실하게 징역 살고 나오면 내가 확실하게 겐지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293~294쪽)


이달의 사락 n***8 2014.12.03. 신고 공감 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새드 베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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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베케이션>  이 작품이 영화로도 개봉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런 제목의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서점에서 우연히, ‘신간 일본 소설’ 코너를 그냥 지나치려는데, 묘하면서도 무거워 보이는 표지가 내 눈길을 끌었다. 한 번 읽어 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마디로 계획에 없던 책을 사고 말았다. 예전에는 서점에 가면 그냥 표지가 예쁘거나, 제목이 맘에 드는 것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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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드 베케이션>

 이 작품이 영화로도 개봉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런 제목의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서점에서 우연히, ‘신간 일본 소설’ 코너를 그냥 지나치려는데, 묘하면서도 무거워 보이는 표지가 내 눈길을 끌었다. 한 번 읽어 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마디로 계획에 없던 책을 사고 말았다. 예전에는 서점에 가면 그냥 표지가 예쁘거나, 제목이 맘에 드는 것 위주로 책을 골랐었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새로 나온 책들이 있는지도 미리 좀 보고, 베스트셀러도 보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은 어떤 건가도 좀 보고나서 서점엘 가 그런 책 위주로 사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처음 보는 책을 집어 드는 낯선 기분이 참 묘하게 좋았다.


 사진 속의 평범하면서도 묘한 분위기와, 제목의 슬프면서도 묵직한 느낌에,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일본 소설이라면,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책이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안 읽으려고 했었다. 나름대로 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런데 요즘 들어, 조금씩 일본 소설에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행복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어떤 이유로건 헤어진 가족의 마음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더라도 그들만큼의 상처를 안을 수는 없으니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엄마를 향해 끝없는 복수심을 키우며 자라온 시라이시 겐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젊었을 때 남편의 외도를 참지 못하고 아이를 놓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치요코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운송회사에 모여 일하고 있는 부랑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엔, 너무 복잡하고 어두운 사건들이 무질서하게 나열되어, 그것을 회상하는 겐지도, 그리고 그 회상을 읽고 있는 나도 힘이 들었다. 겐지는 밑도 끝도 없이, 과거를 돌아본다. 그러다 겨우 현재로 돌아오고, 사에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나서야 겨우 <새드 베케이션>의 이야기도 흐름이 잡힌다. 핏줄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는 겐지는, 피가 섞이지 않은 장애아 유리와 중국인 고아 아츈에게 애정을 느끼고 살갑게는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러면서 겐지는 그만의 가정을 꾸려나간다. 그리고 이제는 사랑하는 여인 사에코까지 함께 말이다.


 세상에 우연은 정말 없는 걸까. 모두 인연이기 때문에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 걸까. 그토록 증오하던 어머니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둘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너무나 잘 살고 있는 어머니, 치요코. 그녀를 보고 겐지는 더없는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어머니의 거의 강제적인 권유로 겐지의 식구들과 치요코의 식구들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틈이 복수를 엿보는 겐지에게 마침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결국 자기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도 같았다. 이야기는 다시 복잡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말 그대로 인연의 연쇄였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어머니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이냔 말이다. 어머니는 아픔 속에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고, 모두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웃어 보이고 다시 일어선다.


 <새드 베케이션>을 통해 작가는 모자간의 갈등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읽어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 퍼져 있는 모성이라는 것. 과연 이 소설의 결말은 용서일까, 아니면 다시 시작되는 싸움일까. 끝없는 의문을 남기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과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 나도 ‘어머니’가 되면 정답을 찾을 수 있겠지.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누구나가 원래부터 고아이고,

  그 뒤의 생은 모조리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인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부모나 자식에게조차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




k*******5 2008.03.17.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