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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1억원을 주고 최고의 빈티지 오디오를 꾸며보라고 한다면?
오히려 신품으로 최고의 시스템(까지는 못돼고...요즘 오디오 가격이 워낙 비싼게 많아서)을 꾸미기는 쉬워도 빈티지 최고의 시스템을 꾸미기는 하늘의 별따기일듯
우선 서울 중심부의 종로 세운상가를 방문해야 할 것이고
동쪽으로 서울 강변역의 테크노 마트를 들려야 하며
서쪽으론 용산 전자랜드의 오디오 상가를
남쪽으론 서초의 국제전자센터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며
북쪽으론 황학동이나 신설동 중고 오디오가게를 훑어야 하리라.
또한, 인터넷 중고 오디오 매매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것도 필수일듯
하지만,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구하러 간 숍이나 중고를 내놓은 개인들과의 만남에선 각종 상술과 심리싸움에 말려들 소지도 많다.
오디오의 세계에서 중고라는 것은 꼭 싸다는 의미는 아니고, 오히려 빈티지 대우를 받는 몇몇 명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비싼 가격에 덜컥 스피커며 앰프며 튜너(라디오 수신장치)며, 턴테이블을 들여놓았는데, 소리는 별로라면?
빈티지 오디오의 소리라는 것이 듣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리는 물건인지라, 도대체 내맘에 딱 드는 소리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재미를 가장한 고행길이 오디오라는 취미생활이 아닌가 싶다.
이 바닥에선 풍부한 재력만 믿고 덜컥 (빈티지) 오디오에 입문한 분들이 돈만 날리고 맘고생만 잔뜩하고 손을 뗏다는 이야기도 꽤 있다고 한다.
사실, 제대로 된 빈티지 오디오 안내서라곤 내가 알기론 사진작가 윤광준 님의 책과 건축가 황준 선생의 오디오매니아 바이블 등 몇 권되지 않는다. 이 분들은 오디오 파일 2세대에 속한다.
이 책은 저자 김영섭 님이 평생을 수집한 자신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구하게 된 내력과 그 제품의 역사와 기술적 특징 등을 담은 책이다. 화보가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오디오마니아에게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오디오 시스템의 성찬이 펼쳐진다.
우리 나라 오디오파일 1세대 최고의 이론가이자 진정한 듣기의 달인으로 건축학자로서의 풍부한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스템을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 정도의 안내서라면 중고오디오 숍에 가서 전혀 기죽지 않고 흘러간 세월의 명기들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화보집의 성격이 강한 도서라 가격이 약간 사악한 것이 흠이라면 흠.
오디오파일에겐 일용할 양식과 같은 책이다.
특히 빈티지 오디오 하시는 분들에게 요책 한권은 지도와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듯~
이 책을 읽은 후에 빈티지오디오의 세계에 슬그머니 들어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문제는? 이 책을 통독하고 나서도 정말 괜찮은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꾸미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괜찮은 빈티지 오디오시스템을 꾸미려는 분에겐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줄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겐 오히려 황준 씨의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이나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이라는 책이 훨씬 실용적이다.
역시 오디오는 들어보고 발품을 팔며 경험을 쌓아서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직접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그런 점을 행간 행간에 암시하고 있기는 하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명언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주방장인 것처럼 좋은 음원을 가지고 음악의 숨결을 불어넣는 일은 프리앰프(preamplifier)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말하자면, 프리앰프는 솜씨좋은 주방장의 손길과 같은 것으로 프리앰프의 음색적 조율 기능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또한 트랜지스터 앰프에 대한 진공관 앰프 소릿결의 우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나와 같은 진공관 신봉자에겐 쌍수를 들어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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