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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고 싶어. 도와줘...[씨 인사이드]
"난 죽고 싶어. 도와줘...[씨 인사이드]" 내용보기
1.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2004년에 만든 <씨 인사이드 Mar adentro / The Sea Inside>는 사람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보면서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꼼짝도 못하는 사람한테 삶은 제대로 된 삶인지, 그래도 더 오래 살도록 도와야 하는지, 힘들어서 그 사람이 차라리 죽고 싶다고 한다면 죽도록 내버려둬야 하는지... 어
"난 죽고 싶어. 도와줘...[씨 인사이드]" 내용보기

1.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2004년에 만든 <씨 인사이드 Mar adentro / The Sea Inside>는

사람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보면서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꼼짝도 못하는 사람한테 삶은 제대로 된 삶인지, 그래도 더 오래 살도록 도와야 하는지,

힘들어서 그 사람이 차라리 죽고 싶다고 한다면 죽도록 내버려둬야 하는지...

어느 쪽으로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있었던 일을 다룬 영화라 내 생각이 어떻든 일은 이미 벌어졌다.

 

2.

라몬 삼페드로(하비에르 바르뎀)는 바닷가 벼랑에서 헤엄치려 뛰어내렸다가 목을 다쳐

목 아래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 뒤로 스물여섯 해를 누워 꼼짝을 못하고 지낸다.

누워있는 그를 어머니가 먼저 돌보다가 돌아가셨고, 이제는 형수인 마누엘라(마벨 리베라)가 돌본다.

코루냐의 농장에서 아버지와 형 호세(셀소 부갈로), 조카인 하비(타마르 노바스)와 같이 산다.

 

라몬은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누워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며, 입에 문 긴 연필로 종이에 글씨를 쓸 수 있을 뿐이다.

똥오줌도 마누엘라가 받아내야 하고, 옷을 갈아입거나 3시간마다 몸을 옮길 때도 혼자서 할 수가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 라몬은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라몬은 죽고 싶다. 곁의 사람들에게 죽여달라고 하지만 들어줄 사람도 없고 나라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젠 법원에다 죽을 권리를 달라고 신청할 생각이다. 제발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훌리아(벨렌 루에다)한테 이 일을 맡기려고 한다.

 

훌리아는 묻는다. "라몬, 왜 죽으려 하죠?"

누워있는 라몬은 담담하게 말한다. "이런 상태의 내 삶은 존엄성이 없으니까요."

 

훌리아는 법원에서 라몬의 부탁이 받아들여지도록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목을 다쳤을 때부터 살아온 삶을 하나씩 라몬한테서 듣거나 피붙이들로부터 듣는다.

"바다는 내게 삶을 주었고, 그러곤 다시 빼앗아 갔어요..."

 

3.

"죽음은 언제나 곁에 있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끝내는 우리 모두 죽게 되죠.

죽음은 우리 삶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내가 죽고 싶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왜 그렇게 떠들어대는 거죠?

마치 무슨 돌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라몬은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곁의 사람들에게 제가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한다. 

 

라몬의 얘기를 들으며 피붙이나 곁에 있는 이들은 생각이 많다.

저렇게 힘들어 하니까 도와주어야 할지, 그래도 목숨을 붙이고 사는 게 낫기 때문에 뿌리쳐야 할지...

 

아버지와 형 호세는 잘라 말한다. 라몬이 그저 오래 살기를 바란다. 죽으려 하는 라몬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우가 왜 죽고 싶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렇게 죽겐 못해요. 이집에선 죽도록 안 할 거요."

 

라몬에게 여러 가지를 도와주고 있는 즈네(클라라 시구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으론 도와줄 수는 있어도, 라몬에게 청산가리를 입에 넣어줄 수는 없다고 했어요."

 

보이로에 있는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며 때때로 라디오 방송일도 하는 로사(로라 두에나스)도 같다.

"우린 모두 문제를 안고 살아요. 그런 데서 달아날 까닭은 없어요...삶은 값어치가 있는 거죠..."

 

딱 한 사람, 제 아들같은 마음으로 돌본다는 마누엘라만 다르다.

"내가 뭘 바라는지는 값어치가 없어요. 그 일은 라몬이 바라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해줘야죠)"

 

4.

꼼짝을 할 수가 없어 곁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면,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목숨이 끝나는 날까지 어떻게든 살려고 애를 써야 할까?

아니면 그런 삶은 살 만한 값어치가 없는 삶이라 여기고 어떻게든 목숨을 끊어야 할까?

감독은 라몬의 보기를 들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묻고 있었다.

 

라몬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하지만 예수회 신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었다.

"삶을 끝내는 자유는 자유가 아닙니다."

이에 라몬은 맞받는다. "자유가 없는 삶도 삶이 아니죠."

 

나는 그런 삶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지만,

그게 미안하기만 하지 않고 나름 뜻있고 보람있는 삶이라면 죽을 까닭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도움을 주는 이들한테 그저 미안하고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런 삶은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살아야 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마누엘라가 떠먹여주는 맛있는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고,

찾아오는 이들이나 아버지,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책으로도 냈듯이 제가 입으로 쓴 글을 조카 하비가 종이에 깨끗하게 옮겨주면 다시 볼 수 있고,

라디오나 오디오, 텔리비전으로 아름다운 가락을 듣거나 온갖 세상을 보고 들으며 살 수도 있지만, 

라몬은 꼼짝을 할 수 없는 몸으로 사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것.

 

내가 라몬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몬이 나한테 죽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

모르겠다. 어느 쪽으로 갈지...오래 생각해도 쉽게 답을 못 내릴 듯하다.

 

5.

물에 뛰어들다가 다쳤을 때부터 서른 해를 지나는 세월을 살게 되는 라몬 노릇의 하비에르 바르뎀은

젊고 잘 생긴 얼굴에서 대머리에 가까운 모습까지 잘 보여주었다.

침대에 누워서 오가는 이들한테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성이 난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몸짓은 없고 그저 얼굴과 목소리만으로 느낌을 다르게 나타내야 하는데 나무랄 데가 없었다.

 

변호사 훌리아를 맡은 벨렌 루에다도 보기에 좋았다.

옆지기가 있는 몸이지만 갈수록 라몬에게 마음이 열리는 느낌을 얼굴과 몸짓으로 잘 드러내었다.

처음에는 젊어 보여 라몬의 이야기에 안 맞을 듯했는데,

가깝게 비춰주는 얼굴은 주름도 조금 있고 세월의 흐름이 지나간 얼굴이어서 오히려 잘 들어맞았다.

 

영화에서 통통 튀는 맛을 보여준 건 로사로 나온 로라 두에나스였다.

사랑을 제대로 가꾸지 못해서 헤매고 그런 넋두리를 죽음만 생각하는 라몬에게 털어놓는데,

모나지 않게 잘 와닿았다. 처음 라몬을 찾아와 "당신과 벗이 되고 싶어서 왔어요" 했을 때,

라몬이 "나와 벗이 되고 싶다면 내 뜻을 받아줘야죠?" 한 말을 끝까지 잊지 않는다.

<귀향>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에 못지 않게 보이더니, 이 영화에서도 훌리아에 견줄 만하게 나왔다.

 

농장에서 라몬을 돌보는 형수 마누엘라 노릇의 마벨 리베라는 시골 아낙과 다를 바가 없었다. 

라몬의 조카 하비를 맡은 타마르 노바스는 깔끔한 얼굴로 매끄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즈네를 맡은 클라라 시구라를 비롯해서 조연들이 매끄럽게 연기를 해준 덕분에 영화는 더욱 맛깔스러웠다.

 

6.

첫머리에 나오는 바닷가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놀랐다. 여기가 어디야...

영화 속에 나오는 쪽빛 바다는 잘 찍은 덕분에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만 누워 있는 라몬이 훌리아한테 느끼는 마음을 드러내는 꼭지는 놀라웠다.

처음 볼 때는 이렇게 영화가 뒤집히나 싶었다. 

꿈같이 풀리는 일들은 무거운 알맹이 탓에 가라앉은 느낌을 가볍게 해주었다.

 

사람이 죽을 때는 살아오면서 겪은 일이 주마등처럼 생각난다며, 라몬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일을

보여주면서 라몬은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고, 훌리아는 사진을 보면서 돌아보는 대목이 보기에 좋았다.

 

영화 디뷔디는 괜찮다. 화면이나 소리도 깔끔하고 깨끗하다.

우리말 옮김은 그럭저럭이다. 붙임씨(은는이가)를 맞지 않게 쓴 대목이 보인다.

 

덤은 푸짐하다. 감독이 영화를 보면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들어있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것도 좋고, 잘라낸 장면으로 서너 꼭지지만 담았으며, 예고편도 들어있다.

이만한 디뷔디에 8,900원이면 값도 알맞다. 그런데 떨어져 예스24에 없다. 빨리 갖췄으면 좋겠다.

b******g 2012.07.02. 신고 공감 3 댓글 13
리뷰 총점 주간우수작
영화를 보고난 후 선뜻 자리를 뜨기 힘들게 만드는 영화..
"영화를 보고난 후 선뜻 자리를 뜨기 힘들게 만드는 영화.." 내용보기
어떤 영화는 보면서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들면서.. 머리를 쥐어뜯고..가슴팍을 움켜지게 하고..동공을 확대 시키며..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반면 어느 영화는 보고난 후에 약간의 한숨과 회한,각성과 이해를 동반하며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씨인사이드는 단연 후자쪽이다.. 보고나면 절대 그자리에서 쉽게 뜰수 없게 만든
"영화를 보고난 후 선뜻 자리를 뜨기 힘들게 만드는 영화.." 내용보기

어떤 영화는 보면서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들면서..

머리를 쥐어뜯고..가슴팍을 움켜지게 하고..동공을 확대 시키며..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반면 어느 영화는 보고난 후에

약간의 한숨과 회한,각성과 이해를 동반하며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씨인사이드는 단연 후자쪽이다..

보고나면 절대 그자리에서 쉽게 뜰수 없게 만든다..

어쩌면 이제껏 생각해본적 없던 분야를 살펴보게 한다..

안락사..100분토론,9시뉴스에서만 보던 찬반이 절대 좁혀질듯 보이지 않는 문제

 

허나 이 영화가 더욱 관객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점은 누굴 옹호하고 감싸서 정치적으로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거나..

상대편을 공격하고 나쁜놈 만들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시키게 만드는 류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영화에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나쁜놈이라고 부를수 있을만한 인물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다...

그건 곧 영화의 주제이고..더 나아가 이영화의 주인공이며 실존인물이였던 라몬 삼페드로의 뜻 혹은 바램이기도 했다..

 

사람이 삶을 영유하고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어떤 가치를 오롯이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다..

앉아서 쉽게 누구의 삶을 재단하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함을 다할뿐이고..타인의 선택에 맹목적인 이해가 아닌 진실된 존중이 필요할 뿐이다.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누군가를 대할때 말이다..

l****9 2008.04.01.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