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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영혼은 맑은 것 같다.
그의 글을 보면 그렇다.
나는 글솜씨의 발전이 미진해 자꾸만 연필을 놓고 볼펜을 놓고
타자를 그만치게 되지만, 그러다가도 헤세의 작품처럼, 좋은 글을 만나면
다시 희망이 샘솟는다.
젊은 날의 초상은 우리나라에서 동명의 영화(이름만 같은 듯 하다.)로도 나와있어 그런지 제목은 익숙하다.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몰랐다.
처음에는 하나의 작품이 <젊은 날의 초상>전체를 다 아우르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게 하나의 작품에 딸린 소제목이 아니라,
각각의 중단편들이었다.
처음으로 나온 것은 '청춘은 아름다워라'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제목이다. 사실 그다지 풀어놓고 보면 별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 '청춘은 아름다워라'에서 마지막 문장을 읽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약혼'이 바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인줄 알고
읽어나갔기에(물론 중간에 읽다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별로 남은 감흥이 없다.
'약혼'은 꼬마 온겔트의 약혼에 관한 내용이다. 결론은, 고무신도 제 짝이 있다?
'신부 마티아스' 또한 다 읽고나서 생각하니 완결이 아닌 느낌이다.
그래서 마티아스가 어떻게 되었냐고!!하고 외치게된다.
그러고보면 '청춘은 아름다워라'의 주인공도 누구랑 맺어지는거 아니었어!?하고
비명을(과장..) 지르게 되고, '약혼'은 그나마 좀 낫지만 책의 마지막 문장이
"...저기 당신의 손수건도 있잖아요.'로 끝나는 것이, 일단 끝의 느낌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우길 수도 있다.
<젊은 날의 초상>이 다 그런 식이다.
헤세는, 젊은 날에 대해 쓰면서 확정된 마무리를 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종결은 젊은 날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풍'의 남자는 좀 답답하다. 아니 남자가 답답한게 아니라(남자라고 하니
젊은 느낌이 안난다.) 그가 안된 것이다.
사랑해도 좋을 사람, 혹은 사랑해야 좋을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건
마음이 시키지 않은 것인데.. 자기 마음도 자기가 맘대로 할 수 없는 건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봤으면 누구나 다 알 것 이다.
게다가 청소년은 질풍노도의 시기니 감정의 날뜀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폭풍'의 남주인공은 자기를 좋아하는 아름다운 여성에 마음이 안가서
아주 불편해한다.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라틴어 학교 학생'은 어느정도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이 <젊은 날의 초상>의 전체 작품 중 그래도 가장 잘 된 케이스같다.
'대리석 공장'은 비극적이다.
약간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여주인공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으니..
참! 그리고 책에 간간이 삽입되어있는 일러스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수채화느낌인데 하나하나가 아련한 느낌을 주고 책 내용과도 잘 어울리는
소녀같은 느낌이랄까.. 좋은 일러스트가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들어주고,
책에 대한 좋은 감정을 이끌어내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보고, 특히 그런 영향에
거의 완전히 지배되는 나로서는 이 책의 수채화느낌 그림이 책을 소장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