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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방대한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모든 사상들을 온전히 모두 이해하는 것은 일단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인물들, 그 사상들, 그 활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들이 20세기, 21세기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합스부르크 제국이 꽃을 피우다 마지막 빛을 발하던 그 시기의 빈과 오스트리아는 현대 모든 사상의 자양분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적 허무주의에서부터 열렬한 혁명주의까지, 음악, 미술, 문학에서 언어철학, 과학철학까지, 그리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시기의 그곳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우리 자신에 관한 지식은 바로 그들이 만들어놓은 기초에 바탕을 두고 있다.” (639쪽) 저자는 1848년부터 1938년까지의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성사(‘지성’이란 단어는 그토록 포괄적이다!)를 다루고 있다. 1848년은 혁명의 해였다. 나폴레옹 체제가 붕괴한 후 빈 체제가 등장했고, 그 빈 체제에 반대하는 혁명이 바로 1848년에 일어났다. 물론 실패한 혁명이 되었고, 합스부르크 제국은 이 때부터 관료제 국가로 변모하였다. 그 이전부터 제국의 일부였던 헝가리 왕국은 해체되고 제국의 일원으로 편입되었다(그래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래서 이 책에서 ‘헝가리’를 하나의 부(part)로 다루고 있다). 바로 그 시기부터 오스트리아와 빈의 지성사는 시작되고 있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이 해체되고, 1938년 2차 세계 대전 직전까지 오스트리라와 빈은 세계 지성의 중심지였고, 그리고 이후의 온갖 사상과 흐름의 발상지가 되었다. 그러므로 그 시기의 그곳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모두 다룬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현대 사상의 거의 모든 조류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 인물들의 행적을 모조리 추적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성사에 대한 종합판은 드물며, 따라서 이 윌리엄 존스턴의 작업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작업에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고,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왜 그 때, 거기였냐는 것이다. 윌리엄 존스턴은 이렇게 쓰고 있다. “19세기 말경 합스부르크 제국은 완전히 서로 다른 유전자의 거대한 보고였고, 거기에서 계속해서 여러 다른 인종 사이의 교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637쪽) 거기서 비롯된 사상들이 이후의 시대에 온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상과 영향력 있는 활동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충분히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읽으며 즐거운 상상을 해봤다. 만약 내가 그 시기, 그곳에 가서 마음껏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이부터 만날까? 프로이트? 클림트? 실레? 볼츠만? 슘페터? 비트겐슈타인? 부버? 후설? 루카치? 쇤베르크? 어찌 현기증이 나지 않겠는가 (2015.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