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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차와 접했을 때 내 느낌은 '이 쓴 걸 왜 마셔.' 였다. 대학에 들어와서 까지도 차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조금 쓰지만 달달한, 오묘한 맛의 커피를 즐겨마셨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TV에서 차의 효능을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차의 붐이 일기 시작했고 나도 그 바람에 휩쓸려 다양한 티백차를 즐기기 시작했다. 커피와 같은 각성 효과에 중독증은 커녕 항암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어느 누가 멀리할쏘냐. 거기다 다 마신 차 티백은 세수할 때 쓰면 피부에도 좋다고 하니 하루에 몇 잔이고 차를 마셔댔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난 나의 직장 상사분은 차(茶) 애호가이시다. 하루의 시작은 항상 잎차와 함께 한다. 예쁜 다관과 다기도 함께. 어쩌면 이때부터 나는 진정한 차와 만난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티백차는 잎차의 깊은 향기와 맛은 따라오지 못하는 듯 하다. 물론 여전히 티백차도 즐겨마시긴 하지만. 차 애호가이신 상사분은 차와 다기에 대한 지식 또한 깊다. 때로는 차와 다기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하셨는데 이 때 보이차가 발효해서 만드는 차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차(茶)라면 모르지만 다관에 대한 책이 나오리라 생각이 못했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 관심이 갔던것은 아닐까.
신석기시대 그릇의 형태, 재료, 제작기법은 인류의 공통된 문화유산이다. 신석기시대 이후 진행된 그릇의 변화도 민족적,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기보다는 직, 간접적으로 외부 세계의 지속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나타난 것이므로, 어느 한 민족만의 고유한 그릇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무지의 소치일 따름이다. 그릇은 곧 인류 문명의 숨결이 빚어낸 지혜의 형상이며, 그 민족의 피와 철학과 표정이 더해져 새겨진 정신의 지문이다. (본문 20쪽)
다관이라는 특정 이름을 가지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그릇에 속하는 다관은 그릇의 특성을 지닌다. 즉, 본문에서처럼 다관 또한 인류문명의 지혜의 형상이며 그 민족의 피와 철학과 표정이 더해진 정신의 지문이다. 우리나라 차살림, 중국의 다예, 일본의 다도에서 중심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다관은 기본틀은 같이 하면서 그 민족만의 문화적 특성을 함유하고 있다.
중국의 차호와 일본의 규스를 동시에 모방함으로써 우리나라 다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앞으로는 우리의 생활과 역사의식이 투영된 다관 형식을 모색하는 길을 찾아야 함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때 차 문화가 쇠퇴하면서 다관의 제작 또한 쇠퇴하게 되었다. 다시 차 문화가 번성하고는 있으나 다관의 제작은 여전히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 현재까지 다관의 제작에 자신의 혼을 담고 있는 3인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이 노력이 있어 아직까지 우리 다관의 맥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쇠퇴의 길을 걷는 우리나라 다관 제작의 현 주소가 안타까웠다.
최근들어 길거리에 까페가 넘쳐나고 있다. 전통찻집이 존재하긴 하지만 커피전문점처럼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녹차와 같은 티백차들을 파는곳도 있지만 다관과 함께할 수 있는, 차의 깊은 맛과 차가 가진 독특한 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공간의 부재가 아쉽다. 이 책과 함께 차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우리의 역사가 담긴 다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주위에서 다관이 자주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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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에게 차문화가 중국이나 일본의 대표문화로 치부되고 있는 요즘에 한국인의 시점으로 한국의 차문화와 다관(다기)에 대해 그 역사와 현주소를 파악하게 해 준 책이었다.
신석기시대의 토기에서부터 청동기에 이르러 서양의 도자기들이 비단길목이었던 돈황지역을 거쳐 중국으로 전파되었고 중국에서도 일본과 한국으로 넘어갔다. 중국에서는 차호, 한국은 다관, 일본은 규스라고 불리우게 되는 다기는 각 나라마다 특색을 달리하며 외척의 역사속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예를들면 북쪽의 여진,거란족과 같은 북방민족에 시달리던 중국의 과거 송대의 경우 내부로만 예술,문학이 치닫는 경향이 있어서 차호 또한 예술적으로 세련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색감이 깊은 양채와 청화가 그것이다. 그리고 몽골족으로 이루어 세워진 원나라의 경우 다관은 투박하게 발전이 정체된듯 하였으나 차의 깊은 맛과 차가 기호식품으로써도 필요해진 유목민족의 특성으로도 인해 차는 발전을 이루게 된다.
보이차와 더불어 자사(흙)를 이용한 자사호가 유명해졌다. 철분함량이 높아 붉게 나오는 자사호는 내가 보기엔 여느 차호와 다른게 없어보였지만 발효차를 담는 훌륭한 차호라고 한다. 송,당시대에는 황제와 귀족들에게 등한시 되던것이 되살아 난 것이다. "자사호를 보면 세상은 정녕 변화하는 생명체들로 이루어진 곳이며, 그곳에서 절대와 유일은 착각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일본의 경우 한때 바후쿠정권의 다이묘(지방세족)에 의해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변하기까지 했으나 문인들에 의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짐으로써 당,송으로부터 수입하던 다관과 차를 내부에서 연구하고 개발하여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단가를 낮추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은 페르시아로부터 문물의 영향을 받았던 가야를 무시할 수 없다. 신라가 이어받은 것을 고려청자-조선백자로 이어왔다. 청자와 백자는 중국, 일본과는 다른 도자기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차가 융숭하여 차 겨루기, 차달이기 경연대회가 있을정도로 생활화 되었으나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차를 마시던 문화는 말살되고 여유롭지 못함으로써 다관을 만들던 맥도 끊기게 되었다. 1965년부터 차를 마시게 되었으나 아직도 다관을 만드는 것은 경기 이천에 집중된 소수의 예술가로써 경제적으로 배고픈 것이 사실이다.
아는 지인이 최근에 모 대학 다도학 석사를 지원해서 들어갔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다도의 맥이 이어지고 연구의 분위기가 활성화 되는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