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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책을 봤다. 앞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오래돼서 잊어버렸다. 그건 그렇고 요헤이네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난 뒤다. 치와 앞으로도 함께 살기 위해서 말이다. 애완동물을 키우기 위해 갑자기 이사까지 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있기는 하겠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요헤이네는 마침 이사할 곳을 찾게 되어서 일이 잘 풀렸다. 이웃집 고양이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고양이는 털이 길어서 어쩐지 새침떼기 아가씨 같았다. 치가 나하고 놀려고 온 거야, 하며 그 고양이 둘레를 뛰어다니니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치가 꼬리를 앞발로 치니까 화를 냈다. 엄마 아빠 요헤이가 거실에 와서 앨리스(고양이 이름)가 찾아온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엄마가 대접해야겠다며 치와 앨리스한테 먹을 것을 주었다. 치는 ‘맛있어’ 하면서 먹는데, 앨리스는 냄새만 맡고는 뒤로 물러나서 앉아 있었다. 결국 치가 두 접시에 있는 것을 다 먹어버렸다. 배가 불러서 기분 좋아진 치는 누워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빠가 같은 고양이인데도 다르다고 했다. 엄마가 요헤이한테 고양이 밥그릇 밑에 깔았던 종이를 버리라고 해서, 요헤이가 그것을 뭉쳐서 쓰레기통에 던졌는데 안에 들어가지 않고 옆에 떨어져서 굴러갔다. 그 모습을 본 치와 앨리스는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을 본 듯한 모습이었다. 종이뭉치 쪽으로 치와 앨리스가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세 사람은 같은 고양이구나 했다.
잠잘 곳을 찾아서 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아빠 가슴 위에서 잠들었다. 그대로 잤으면 좋았겠지만 치가 굴러서 아빠 입을 막았다. 아빠는 숨이 막혀서 치를 들어서 발 밑에 내려두었다. 치는 요헤이 이불에 있는 틈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요헤이 발길질에 이불 밖으로 밀려났다. 다시 치는 거실에 있는 소파 등받이 위로 올라가서 잠들었지만 소파로 굴러 떨어졌다. 치는 방석에 기대어도 보았지만 편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편할 것 같은 가방속을 보았다. 하지만 치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잠이 들었다. 잠잘 곳을 찾아 헤매는 치 모습 귀여웠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소리가 들렸다. 2층에서였다. 치는 계단을 올라서 2층에 갔다. 책상 위에 있는 휴대전화기가 진동하는 소리였다. 치는 책상 위에 올라가서 휴대전화기를 밀었다. 휴대전화기는 열려 있는 책상 서랍 안으로 떨어졌다. 무엇인가 해냈다고 여긴 치는 2층 방을 둘러보았다. 냄새를 맡아보니 아빠 냄새가 났다. 치는 아빠 영역이구나 하고는, 내 영역으로도 만들어야지 하며 여기저기에 몸을 비볐다. 그런데 치 꼬리에 접착테이프가 붙어버렸다. 치가 그것을 떼려고 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서류봉투, 티슈상자까지 붙었다. 그래도 치는 움직였다. 접착테이프가 작은 탁자에 걸려서 탁자가 쓰러지면서 치 꼬리에 붙었던 접착테이프가 떨어졌다. 그런데 방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치는 혼나겠다 하면서, 내려가면 모르는 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치가 시치미 뚝 떼고 있어도 요헤이와 아빠는 치가 방을 어질러 놓은 것을 알았다. 접착테이프에 치 털이 붙어 있었으니까. 이때 치 얼굴 아주 웃겼다.
새로 이사한 집에는 애완동물이 쓰는 작은 문이 있었다. 치는 그것을 보고는 바깥이 보여서 신기해했다. 그런데 아빠가 치 뒤에서 치를 밀었다. 치는 뭐하는 거야 하면서 기분 나빠했다.(치가 말한다고 해서 아빠가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멋쩍어하며 치를 그곳에 내버려두었다. 치 혼자 문 앞에 있다가 앞발을 들어서 댔더니 앞으로 넘어졌다. 문이 밀린 것이다. 문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다가 치는 머리로 밀어서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드디어 치가 고양이 문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치가 자기 몸을 긁는 것을 본 아빠가 치 털을 빗겨줘야 할 텐데 했다. 아빠는 빗을 가지고 와서 치 등을 빗었다. 치는 처음에는 뭐하는 거야 했는데 조금 뒤 기분 좋아했다. 아빠는 치의 등과 배 여기저기를 빗질해주었다. 치는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어미 고양이가 핥아주던 것을 떠올린 거였다. 그저 느낌만. 그 뒤 치는 아빠를 졸졸 따라다녔다. 어느 때는 치가 아빠를 피해 다니기도 했는데, 동물병원에 데려갔을 때와 발톱을 깎아주었을 때였다. 빗질은 치한테 기분 좋은 일이었나 보다. 뜰에서 놀던 치가 옆집 개가 짓는 소리에 바깥에 나갔다. 치는 줄지어가는 개미를 보고, 캔구멍을 보다가 큰 나무를 보았다. 그리고 멀리로 이어진 길도. 어디까지 멀까 했다. 그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 돌아온 치는 요헤이와 엄마 아빠가 밖에 나가는 것을 보고는 다시 바깥에 나갔다. 치는 새끼고양이라서 길을 혼자 찾아오기 어려운데. 길을 지나가는 고양이를 치가 따라갔는데 그 고양이가 담을 넘어갔다. 치는 담 위에 올라갈 수 없었다. 그런데 다른 고양이가 바로 옆에 있는 들머리로 들어갔다. 그 안은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에 치도 가서 놀았다. 미끄럼틀 앞으로 가고, 모래밭에서 놀다, 흔들리는 그네를 보며 놀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치는 예전에 살았던 집쪽으로 갔다. 치는 그곳이 집이지만 우리 집이 아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치는 집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얼룩고양이가 치한테 ‘어느 집 꼬마니?’ 하니, 치는 ‘나는 꼬마가 아니고 치야’ 했다. 얼룩고양이는 치를 자기가 사는 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를 먹게 해주었다. 치가 집에 어떻게 가야 하지 했더니, 얼룩고양이는 그냥 이 집 고양이가 되면 되잖아 했다. 얼룩고양이가 자기 방석에 앉더니, 치한테는 다른 방석에 자기 냄새를 묻히면 된다고 했다. 치는 이건 아니야 하면서 침울해했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바깥에 나왔다. 얼룩고양이가 집이 어느 쪽인지 알겠냐고 치한테 물어봤다. 그때 치 옆집에 사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치는 그 소리를 듣고서 집을 찾아갔다.
치와 요헤이가 함께 놀았는데 따로따로 놀았다. 요헤이는 여러가지 도형을 쌓으며 놀고, 치는 도형을 담는 상자에 묶인 끈을 가지고 놀다가 종이가방에 들어가거나 상자에 들어가려 했다. 뭔가 맞지 않았다. 엄마가 요헤이한테 장난감을 정리하라고 하자, 요헤이가 모형을 상자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치가 상자속에 들어가려 했다. 요헤이가 치를 상자에서 꺼내려 하다가 무엇인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둥근 막대기 모양이었다. 그게 굴러가자 치가 달려갔다. 요헤이는 다시 둥근 막대기를 굴렸다. 그렇게 치와 요헤이는 함께 놀았다. 간식을 먹을 때는 요헤이가 흘린 것을 치와 함께 보았다. 엄마는 아빠한테 치와 요헤이가 똑같이 행동했다고 말했다. 목욕을 하고 나온 요헤이 수건에 치가 달라붙었다. 요헤이가 머리카락을 닦고 있던 수건이 흔들흔들해서 치는 노는 것인 줄 안 것이다. 요헤이가 치한테 이것은 노는 게 아니야 했지만 요헤이도 즐거워했다. 그러다 조용해졌다. 엄마 아빠가 보니 치와 요헤이가 잠들어 있었다. 둘이 잠자는 모습이 똑같았다. 엄마 아빠는 요헤이와 치 둘 다 어린이구나 했다.
얼마전에 치와 만났던 얼룩고양이(미케)가 치 엄마를 알고 있었다. 고양이 엄마 말이다. 얼룩고양이가 마마라고 해서 치는 마마가 뭐야, 재미있는 거야 했다. 얼룩고양이는 치를 엄마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엄마가 우유를 줄 것이다며. 치는 다른 것보다 우유 때문에 따라갔다. 하지만 얼룩고양이가 한 말을 좀 다르게 생각해서 만나지 못했다. 벽에 치를 찾는 듯한 그림이 있었는데, 언젠가 누군가가 요헤이네 집에 찾아올까. 엄마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치는 검정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치가 쓰레기를 덮는 그물에서 나오지 못했을 때 검정고양이가 와서 그물을 들어서 치가 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 치는 검정고양이한테 보고 싶었다고 했다. 검정고양이는 전에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그곳은 동물을 키울 수 없는 곳이었다. 검정고양이가 들켜서 먼저 이사를 갔는데. 치가 검정고양이를 따라갈 때 골목 저편에 치 엄마 고양이와 형제들이 지나갔다. 치는 검정고양이네 집에서 우유를 얻어먹었다. 그러고는 검정고양이 위에 올라가서 잠을 잤다. 그때 예전에 있었던 일 같은 꿈을 꾸었다. 집에는 검정고양이가 바래다 주었는데, 치가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멀리 돌아가야 했다. 실제로는 똑바로 가면 바로 나왔다. 검정고양이가 가까이에 살고 있었다니. 나도 반가웠다. 또 이렇게 쓰고 말았구나. 만화는 실제로 보는 게 더 재미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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