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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틋한 문체, 사뿐한 글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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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식구들과 쇼핑센터에 간다. 그곳에서 우리 다섯은 저마다의 이유로 바쁘다. 아내와 어머니가 앞장서서 찬거리, 간식거리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을 때 두 딸과 나는 딴전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책 코너다. 아이들은 그림책과 장난감, 음악시디·테이프 등에 넋을 놓고 난 서적코너에서 발길을 떼지 않는다. 출판계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 사명(?)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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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식구들과 쇼핑센터에 간다. 그곳에서 우리 다섯은 저마다의 이유로 바쁘다. 아내와 어머니가 앞장서서 찬거리, 간식거리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을 때 두 딸과 나는 딴전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책 코너다. 아이들은 그림책과 장난감, 음악시디·테이프 등에 넋을 놓고 난 서적코너에서 발길을 떼지 않는다. 출판계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 사명(?) 때문이다. 물론, 동향분석을 좀더 세밀하게 해야할 필요를 늘 느끼는 나머지 그 중 몇 권을 카트에 집어넣는다. 그 대목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아내의 잔소리다. “으휴, 그 놈의 책?!” 어머니와 아내가 ‘일용할 양식’을 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쇼핑을 한다면, 나와 나의 공모자들은 소위 ‘마음의 양식(?)’을 구하기 위해 꿋꿋하게 잔소리를 감내하며 딴전 피우기에 매진하는 것이다. “아이들이야 아직 어려서 그렇다 치지만 대체 당신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 언젠가 도통 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는 나를 붙잡고 아내가 퍼부어 댔던 말이다. 그때 나는 아내에게 아무런 댓구도 하지 못했다. 쇼핑센터의 신간서적코너에서 발견한 작가가 바로 ‘샨사’다. 그녀의 최근작 『측천무후』가 유난히 빨간색 표지를 두르고 유혹했다. 『체 게바라 평전』,『마르크스 평전』이후 빨간색 책표지는 일종의 유행이 된 듯하다.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 전경린의『황진이』, 샨사의 『측천무후』가 모두 빨갱이들이다. 그러나 정작 내 관심을 끈 건 샨사의 또 다른 소설 『바둑 두는 여자』였다. 『바둑 두는 여자』(이상해 옮김, 현대문학북스 펴냄)는 바둑을 소재로 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 성장소설 특유의 나른한 감상과 치기어린 모험담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수학적으로 계산된 듯 치밀하게 구성된 데다 섬세하고 절제미가 넘치는 문체까지 겸비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겨를이 없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가 대동아공영권의 야욕을 불사르며 중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혈안이 돼있던 1930년대 초반이다. 특히 청조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꼭두각시로 삼으며 일제가 세운 만주국 하에서 중국의 국공연합군과 일본군의 전장으로 전락해 버린 중국 북부의 소도시가 소설의 무대다. 소도시 첸훵의 몰락해 가는 귀족 집안의 딸인 주인공은 봉건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바람, 거기에 제국의 폭력이 한데 어울려 강한 파열음을 내고 있는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녀를 고민케 하는 건 그러한 외부의 환경만이 아니다. 그 보다 더 큰 고민은 사춘기적 통과제의로써 맞닥뜨린 이성의 문제다. 그때 그녀에게 민과 징이라는 대학생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두 청년 사이에서 갈등한다. 한편 그녀에겐 바둑이라는 피안의 섬이 있다. 어려서부터 바둑 두기를 즐겼던 그녀는 습관적으로 바둑을 두기 위해 첸훵 광장으로 달려간다. 바둑에 몰입하는 동안은 현실의 혼란이 틈입하지 않을 것임을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 피안의 섬에 불현듯 혼란의 전조가 드리워진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일본군 청년장교다. 그는 천황을 위한 성전에 기꺼이 목숨을 내던질 각오로 전쟁에 임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누이의 친구와 게이샤마져 뿌리치고 나선 전쟁이다. 그러나 이국에서의 고된 훈련과 치열한 전투에서 삶의 허무와 죽음에 대한 미학적 의미를 발견한 주인공은 창녀들의 비릿한 몸뚱아리를 탐닉하는 것으로 자신을 버린다. 희망없는 인생의 전장에 내던져진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각은 새삼 그를 아프게 한다. 그가 우연한 계기로 첸훵 광장에서 바둑 상대로 맞닥뜨린 중국 소녀는 신비감과 삶의 긴장을 복원케 해주는 탈출구와 같다. 그러나 그는 중국 소녀 앞에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도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그저 자기를 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담일 뿐이다. 주인공 소녀 역시 무명씨에게 서서히 천착한다. 그의 이름도 모른다. 그의 직업도, 나이도 국적도 모른다. 그러나 혁명의 길에 접어들기 직전 자신에게 임신의 멍에를 안겨줬던 민은 최후의 순간 그녀의 사랑을 배신했고, 이제 남은 길은 비굴한 밀고자에 불구자로 전락한 채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징과 함께 이 현실의 질곡을 벗어나는 것뿐이다. 소녀는 절망의 순간 문득 무명씨를 떠올린다. “저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줘요.” 그라면 소녀를 영원한 피안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숱한 수담을 통해 묵진한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 그다. 그러나 소녀는 무명씨에게 아무것도 요구할 입장이 아니다. 서로는 너무 아는 게 없다. 그저 아련한 가슴앓이를 간직한 채 떠날 수밖에... 징과 함께 북경으로 도피한 소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영원한 피안의 섬, 첸훵 광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곳에 가면, 어쩌면 그 무명씨가 홀연히 나타나 바둑판의 맞은편에 앉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나타난다면 소녀는 그간 수담으로 나누었던 사랑을 고백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때는 소녀가 너무 긴박한 상황에 내몰린 뒤였다. 일본군에 잡혀 윤간의 위험에 처한 상태에서 극적으로 서로를 확인한 둘은 그 상황을 피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유일한 방법은 함께 죽는 길밖에... 근래 프랑스 문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명의 여성작가가 있다. 아멜리 노통과 샨사가 그들이다. 그중 내 손에 먼저 닿은 건 아멜리 노통의 소설이었다. 그러나 발랄한 상상과 경쾌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은 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최근 국내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데도 불구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김영하의 경우라고 할까. 반면, 샨사는 단 한권의 소설로 내 감정을 사로잡아버렸다. 그녀의 소설은 나의 상처 난 문학적 상상력에 프로이트적 치유법을 제공해 준 김형경의 소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처방전으로 읽힌다.
y****y 2004.12.09.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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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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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사... 작가의 독특한 이름에 끌려 책을 꺼내보았는데, 표지에 쓰여진'2001년 프랑스가 선정한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이란 문구에 호기심이 더해졌다. 중국소녀와 일본남자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왠지 그 둘의 사랑에 설득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눈물을 글썽이게 되지만. 각각의 독백이 1인칭 시점으로 계속 교차되는데 중국와 일본이라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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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사... 작가의 독특한 이름에 끌려 책을 꺼내보았는데, 표지에 쓰여진'2001년 프랑스가 선정한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이란 문구에 호기심이 더해졌다. 중국소녀와 일본남자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왠지 그 둘의 사랑에 설득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눈물을 글썽이게 되지만. 각각의 독백이 1인칭 시점으로 계속 교차되는데 중국와 일본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단숨에 읽게 되는, 특히 지하철에서의 건조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재밌는 프랑스 소설이었다. 중국인이 프랑스어로 쓴 독특한 소설. 그리고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바둑의 정신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 소설 속 인물들의 심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c********5 2003.02.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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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하지 못한대신 예민했던 운명의 남녀... <바둑 두는 여자>
"영민하지 못한대신 예민했던 운명의 남녀... <바둑 두는 여자>" 내용보기
샨 사. 흥미로운 이력을 지닌 작가다. 72년생으로 여덟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고 아홉 살에는 시집을 냈단다. 90년에 파리에 유학을 해 철학을 전공했고, 프랑스어를 공부한지 7년만에 프랑스어로 소설을 썼단다. 그렇게 이년마다 한 권씩 발표, 『바둑 두는 여자』는 그녀의 세 번째 소설인 셈이다.소설은 영민하지 못한 대신 예민한 운명을 살아야 했던 남녀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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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 사. 흥미로운 이력을 지닌 작가다. 72년생으로 여덟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고 아홉 살에는 시집을 냈단다. 90년에 파리에 유학을 해 철학을 전공했고, 프랑스어를 공부한지 7년만에 프랑스어로 소설을 썼단다. 그렇게 이년마다 한 권씩 발표, 『바둑 두는 여자』는 그녀의 세 번째 소설인 셈이다.

소설은 영민하지 못한 대신 예민한 운명을 살아야 했던 남녀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그렇게 두 명의 주인공, 두 명의 서술자가 등장하여 1930년대 만주국, 쳰훵이라는 도시의 쳰훵 광장(바둑판이 그려진 탁자가 가득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여자와 남자는 격렬한 역사의 한 켠을 열여섯, 스물넷 이라는 자의식 충만한 나이와 운명적인 사랑의 기록으로 관통해나간다.

중국인 여자인 나는 사촌 류에게 바둑을 배웠다. 그리고 쳰훵 광장에 나가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남자인 적수들을 꺾는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 그가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처음 몸을 열어준 남자 민

(“민이 무너져내린다. 내 가슴에 팔을 올려놓은 채 잠에 빠져든다. 그는 내 배 위에 하얀 정액 몇 방울을 쏟아놓았다. 따듯한 그것들은 막 뽑아낸 비단실처럼 끈적거리며 내 손가락 주위에 친친 감긴다. 남자들은 정액으로 짠 함정에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거미들이다.”),

그리고 민의 친구이며 나를 사랑하는 징은 테러 계획을 세웠다가 결국 일본군에게 체포된다. 총살을 당한 민과 친구를 팔고 살아남은 징

(“민, 징 그리고 나를 하나로 묶어주었던 뒤틀린 마법은 이제 깨져버렸다. 날 매료시켰던 건 두 얼굴을 가진 하나의 영웅이었다. 민이 없는 한 징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징이 없었다면 민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둘 중 살아남은 사람의 사랑은 그 무게로 날 질식시키고 말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깨져버린 행복에 대한 향수와 끔찍스러운 연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국 스스로에게 가하는 형벌처럼 징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 나는 징을 피해 달아나다 일본군에게 붙잡힌다.

또다른 나인 남자는 스물 넷의 나이에 일본군 장교로, 점령군으로서 지금 만주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상사의 요구와 어린시절 중국인 유모에게 배운 중국어 실력으로 쳰훵 광장에서 바둑을 두며 민심을 살피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남자는 열여섯의 여자인 나와 조우하는 순간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남자의 마음에는 피하기 힘든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지만 남자는 그녀를 사모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결국 쳰훵을 떠나 베이징으로 진격해가는 남자, 그리고 피난길에서 이탈하여 일본군에게 붙잡혀 끌려온 여자. 여자를 알아보는 남자와 남자를 알아보는 여자. 남자는 윤간을 당할 위기에 놓인 여자를 끌고 들어가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밤의 노래(夜哥)임을 밝힌다.

질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지만 교차되어 등장하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는 그 역사보다도 오히려 더 질퍽하다. 역사적인 비극 사회적인 정서는 그저 이야기의 곁다리에 불과할 뿐이다.

문득 뒤라스의 소설로 영화화된 <연인>이 떠오른다. 작가인 그녀가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쓴 소설이라는 점을 포함하여 열여섯의 어린 여자 아이가 남자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점령군과 점령지의 어린 여학생이라는 설정 또한 그렇다. 비록 중국인인 작가가 쓴 것이기는 하지만, 프랑스 젊은 작가들의 산뜻하되 느리게 진행되는 문체도 닮아 있는 듯하다. 여하튼 읽어 아깝지 않은 소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07.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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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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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던 중 찾던 책들이 없어서 샨사의 책 세 권을 대출하였다. 먼저 발간된 소설을 순서대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여황 측전무후를 보기 전에 저 책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작가가 책의 표지에서 밝힌 것처럼 그녀는 그녀의 글에서 '진주'만을 남기고 그것으로 목걸이를 만드는 그러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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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던 중 찾던 책들이 없어서 샨사의 책 세 권을 대출하였다. 먼저 발간된 소설을 순서대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여황 측전무후를 보기 전에 저 책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작가가 책의 표지에서 밝힌 것처럼 그녀는 그녀의 글에서 '진주'만을 남기고 그것으로 목걸이를 만드는 그러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간결한 문장은 가끔 나의 생각이 단편적으로 머무르고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내 안에 또 하나의 회로가 존재해야 하지만 그녀는 그런 간결한 문장 안에 밑줄 긋고 싶은 충동, 행간사이의 의미를 읽어내게 한다. 바둑두는 여자는 열여섯의 나이에 소녀에서 성숙한 여자로 나아가는 관능적인 중국 어느 시골도시의 소녀와 군국주의시대의 천황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가족과 연인도 버리고 그먼 만주라는 곳으로 출정하는 일본군 장교와 중국의 천휀 광장이라는 광할한 곳에서의 만남의 과정이 나온다. 열여섯살의 소녀는 어릴적부터 바둑을 그의 사촌으로부터 배웠으며 소설속 중간중간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바둑을 통하여 그는 영혼과 영혼의 만남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둑은 그와 그녀가 서로의 이름도 모르지만 그들의 영혼은 서로 만나 있다. 이 소설이 특히 마지막에서야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두 사람이 매 장(章)이 바뀔 때마다 시점이 바뀌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고 나서 왠지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읽고 난 후에 무언가 개운치 못하면서도 쉬이 잊혀지지도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싶은 것도 아닌 그런마음이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을 한 사람을 통한 고유한 것으로 이끌어 낸 것이었기에 그것은 그의 이야기인 동시에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구지 양심이라는 것으로 말하지 않아도, 인간이 스스로에게 가할 수 있는 정신의 통제의 범위라는 것에서도.. 어쩌면 그것은 정신이 또 하나의 정신을 지배하는 내 안의 이중성으로 인한 인간의 고뇌를 그려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주 쉬이 읽은 책이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던 것이다. 샨샤의 소설에서는 이 무명의 일본군 장교의 내면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일본에서의 생활, 가족, 첫사랑, 군대에 대한 마음부터 시작하여 어느 날 광장에서 소녀를 만난 이후 열 여섯의 소녀의 손놀림과 얼굴표정 등의 그녀를 읽으려 한다. 그녀는 일본에 두고 온 그의 어머니와 뤼미에르를 생각게 하지만 바둑을 두는 사이 그들은 꼭 해야만 하는 말만을 하였고 딱 한번 그 길을 벗어나 처음 서로를 알기 위하여 어디론가 함께 가지만 그들을 마지막에서야 만나게 만들 그 만남은 아쉬움으로 남게된다. 그들이 영혼속에서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이다. 바로 그녀가 그녀가 살던 시골마을로부터 벗어나기를 결심하고 북경으로 떠나게 되고 다시 운명적인 사랑이 다시금 그들을 만나게 하였을 때 그녀는 그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그와 함께 바둑을 두며 매번의 돌아가는 인력거 안에서 그의 영혼을 읽어내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그녀의 마음을 마지막에 남겨둠으로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흡사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던 것에서 이제는 익숙해지고 친숙해질 즈음에 정말 원치 않던 일로 헤어져야하는 그러한 만남처럼 소설은 끝이 난다. 인간에게 있어 보이지 않지만 선택 앞에서 죽음이 아닌 편을 택하게 만드는, 그 시대의 개인의 가치를 뒤로하게 만드는 시대적인 이데올로기라 할지라도 인간 앞에 다가온 사랑 앞에서는 그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 마치 사랑이 우리를 선택하듯이 인간도 그렇게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중국의 격변기의 역사적 상황을 다루고 있는 몇 편의 영화와 소설이 생각이 났다. 영화 패왕별희와, 마지막 황제, 그리고 허삼관 매혈기이다. 윤대녕씨의 말대로 시대는 인간이 만들어가지만 이미 그 길을 지나오는 동안에 역사는 우리의 주체가 되고 인간에게 있어 그것은 우리가 만들었지만 우리가 지배할 수 없는 것으로 다시금 돌아온다. 샨샤는 소설을 마친 후 프랑스의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언급하여주었다. 나는 아직 바둑을 잘 모른다. 소설속에서 잠시 언급된 부분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남의 것을 교란시켜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본 것 같다. 그 과정에는 때로는 뒤로 물러날 때도, 때로는 최선이 아니라 그 다음을 위해서라는 것 등이었다. 두 사람의 바둑은 서로가 먼저 끝장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바둑은 서로에게 길을 내어주고 서로의 수를 먼저 읽어냄으로서 서로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다시 사랑이다. 살아오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정말 얼마나 광대하고 인간 삶의 모든 것을 묶어줄 수 있는 것임을 나 역시도 부인하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에서부터 자연과의 공존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무한하고 다른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한 개인을 성숙케 하는 것도 한 개인을 완전에 이르게 하는 것 역시도 그러하다. 광할한 중국 내륙의 땅에서의 만남은 구지 말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다가온 운명적 사랑을 보여준다. 바둑판은 인간세상의 축소판과도 같은 곳이다. 샨샤는 그 세상속의 인간의 내면세계를 이야기하여준다. 스스로가 찾아가고 완성해나가는 그러한 세계에 대하여..
d***e 2005.04.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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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하다가 반전이 돋보인다
"무미건조하다가 반전이 돋보인다" 내용보기
소설이라기 보다도 시에 가깝다. 산문체이지만 운문체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약간 지루하다. 그렇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재미있다. 차트별로 두 주인공이 교차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장르로 따지자면 성장소설+로맨스소설+전쟁소설+역사소설 이다. 단조로운 분위기지만 자세히 보면 내용이 무척 다양하다. 소설제목이 "바둑두는여자"이지만 바둑두는 장면은 별로 없다. 오히려 주인공
"무미건조하다가 반전이 돋보인다" 내용보기
소설이라기 보다도 시에 가깝다. 산문체이지만 운문체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약간 지루하다. 그렇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재미있다. 차트별로 두 주인공이 교차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장르로 따지자면 성장소설+로맨스소설+전쟁소설+역사소설 이다. 단조로운 분위기지만 자세히 보면 내용이 무척 다양하다. 소설제목이 "바둑두는여자"이지만 바둑두는 장면은 별로 없다. 오히려 주인공의 내면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중국문화와 일본문화가 섞여 있어서 흥미롭다. 이런류의 소설은 역시 제목만큼이나 드물다. 이제껏 본 소설중 특이함으로 따지자면 첫쨰이다. 바둑정신을 잘 알아야 읽을 수 있겠다. 그래서 프랑스가 선정한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바둑에 관심이 있으신분은 읽어 볼만하다.

[인상깊은구절]
그는 내 배 위에 햐얀 정액 몇 방울을 쏟아놓았다. 따뜻한 그 것들은 막 뽑아낸 비단실처럼 끈적거리면 내 손가락 주위에 친친 감긴다. 남자들은 정액으로 짠 함정에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거미들이다.
j*****7 2003.04.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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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냄새가 풍기지만 가까이에 다가오는 소설.
"이국적인 냄새가 풍기지만 가까이에 다가오는 소설." 내용보기
개인적으로 바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칫 이 소설을 포기할 뻔 했었고 웬지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꾸역 꾸역 이 소설에 시선을 둬야만 했다. 중국인 '샨사'라는 내게는 처음 듣어보는 낯선 이름이지만 중국인 작가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내게 그런 점 마저 신비로움으로 다가왔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다소 어리둥절한 마음도 있었지만 차츰 책 속에
"이국적인 냄새가 풍기지만 가까이에 다가오는 소설." 내용보기
개인적으로 바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칫 이 소설을 포기할 뻔 했었고 웬지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꾸역 꾸역 이 소설에 시선을 둬야만 했다. 중국인 '샨사'라는 내게는 처음 듣어보는 낯선 이름이지만 중국인 작가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내게 그런 점 마저 신비로움으로 다가왔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다소 어리둥절한 마음도 있었지만 차츰 책 속에 스며들어갈수 있었고 간결하지만 깊은 문체들에 마음에 놓이게 하는 소설이였다. 한 중국 소녀와 일본군 장교의 이루기 힘든 사랑. 특별하지만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보여진다. 바둑판 한 알에 소망을 걸고 있는 듯한 중국인 소녀. 그 소녀의 손 끝에 잡혀진 바둑 한 알처럼 사뭇 긴장도 느낄수 있었으며 이 소설이 2001년 프랑스가 선정한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이라는 점. 동서양의 문화를 화합한 소설의 탄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단아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인상깊은구절]
물론, 어제 저녁 돌아오는 길에, 나에겐 그녀를 품에 안을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서 중국 남자가 중국 여자에게 바치는 사랑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 조국을 밝히지 않은 채 그녀에게 내 마음을 열어보일 수 있을까? 거울이 우리를 가르고 있다고, 우리는 적대적인 두 세계 안에서 빙빙 돌고만 있다고 차마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5***1 2003.12.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