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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남편이나 아내의 부재에 대해서 주위 사람들이 질문을 하게 될 때, "해외출장중입니다"라며 자신 없어 하거나 "일이 밀려서 좀 늦게......" 라고 얼버무리면 사실이 아닐 경우가 많다. 출장중이라거나 밀린 일 때문에 늦는다는 대답 속에서는 외도의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도 남편은 해외에 출장중이며, 아내는 직장일로 매일 늦는다.
이 영화는 이런 저런 이유로 집을 멀리하고 있는 남편과 아내를 둔 첸과 차우의 이야기다. 첸의 남편과 차우의 아내는 이유대기의 근거를 직장에다 두고 있지만, 사실은 애인 관계로 인해 같이 시간을 보내는데 있다. 우리시각으로 보면 불륜관계 혹은 간통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알게된 첸과 차우는 '그들과는 다른 관계'라며 서로 만나게 되는데, 어느덧 이들도 사랑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사랑이 지속되는데도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고 더 이상 만나지 못하고 만다. 佛家에서는 좋은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지 않는데서 오는 고통을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여덟가지 고통중의 하나라고 한다는데, 이 영화는 바로 그런 고통을 아름답게 담고 있다.
우선 이 영화를 보면서 눈에 띠었던 것은 의상이다. 첸과 차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스탈일의 옷을 입고 나온다. 매번 옷은 바뀌지만 스타일은 같다. 차우는 올림머리에 귀걸이를 하고 늘 그렇게 차려입는데, 몇 번 반복해서 입은 연두 빛 차림과 모란꽃무늬 하늘색 차림이 특히 아름다웠고 설레임을 환하게 표현한 듯했다. 차우는 넥타이 차림으로 나온다. 침대에서 마주앉아 밤을 보낼 때조차 넥타이를 매고 머리를 빗어 넘기고 있다. 단 한번도 두 사람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 적이 없다. 격식을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그들과는 다른' 품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음악이 좋았다. 첸과 차우가 친해지기 전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스쳐지나갈 때 나오는 테마음악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성격 짓는 것 같다. 발걸음마다 리듬을 주는 음악이 힘있고 들뜨게 하면서도 쓸쓸하고 서럽고, 안타까운 느낌을 주었다. 또한 해외에서 사온거라 여기에는 없다는 핸드백과 넥타이로 인해 첸과 차우는 그들의 남편과 아내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 바로 그 핸드백을 들고 그 넥타이를 매고 처음으로 같이 걸어갈 때도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첸과 차우가 처음으로 마주앉아 눈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때도 음악이 큰 몫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두고두고 기억하게 할 듯하다.
평범한 어휘들의 적절한 대사도 영화의 뜻을 잘 살려준 것 같다. 차우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첸의 남편이 "이웃 좋다는 게 뭐요" 한다. 차우의 아내와 바람을 피면서 말이다. 그가 바로 '핸드백이 두 개가 필요한 남자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런 대사도 나온다. 첸의 집에서 죽을 먹은 후 차우가 "참깨죽 잘먹었어요" 한다. 이처럼 고소한 대사가 또 있을까? 앞으로 이들 사이에 깨소금이 쏟아질 듯 희망적으로 들렸다. 이후 이들은 무협소설을 같이 쓰며 시간을 보내는 등 차우의 담배연기처럼 사랑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첸의 대사 중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지은 것 같아요."하는 말이 있다. 그들과 다르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만남이 지속됨으로써 첸이 웃기 시작하고 기댈데가 있으니 울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별연습으로 치닫게 한다. 남들과는 다른 관계였다고 믿고 이별연습을 한번 해보는데 울고 만다. 모든 것이 사랑이었던 것이다. 화양연화-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는 그렇게 지나간다.
세월은 흘러 차우가 첸을 찾아가지만 '애 딸린 여자 하나'가 산다는 말에 돌아가고 만다. 옛날에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을 땐 산에가서 나무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다 말을 하고 진흙으로 막았다는 이야기로 마음을 달래고 산다. 차우는 이국땅 캄보디아에 첸과의 비밀을 묻어둔다. 첸도 차우를 못잊어 전화로 찾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놓고 만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다 된 것일까?
극장에서 영화를 봤더라면 끝이 나도 한참을 앉아있었을 것 같다. 비껴가는 만남이 주는 아픔이 느껴져온다.
영화 자체가 주는 만족감 때문인지 DVD의 단점은 별로 띄지 않았다. 화질은 옷차림이 매번 바뀐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색감이 살아있었고, 음향도 분위기에 취하고 감동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불만 없다. 스페설 피쳐가 2disc에 있는데 본 편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싶어서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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