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조상들의 작품세계에 조금이나마 눈을 뜰 수 있게 해준 작가 조정육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조선시대 화가들의 인생 여정과 출신 배경, 인생관, 개인적인 시련들까지 모두 작품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과정을 알게 되면서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화풍이 안평대군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중국의 유명한 화가들의 진기한 작품이 배경이 되었음을 알았고, 노비 이상좌가 그린, 바람을 맞고 굳세게 서 있는 거친 소나무는 그의 출신배경을 알게 되면서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고, 자연에 심취함으로써 그림을 완성시킨 강 희안! 그는 펑퍼짐하게 생긴 바위위에 턱을 괸채 엎드려서, 맑은 물 속을 들여다 보며, 한가로운 자연 속에 파 묻힌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고사관수도로 나타냈다. 오랫동안 개의 속성을 관찰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가려운 곳을 긁었을 때의 시원함과 만족함을 절묘하게 포착한 김 두량의 긁는 개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책을 통해 안 내용을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고 체험하던 공재 윤 두서. 그는 농민들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삶의 애환을 알고, 비록 벼슬길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사대부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윤두서의 나물캐는 아낙네들과 채소제수도는 그의 삶의 철학을 알게 되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는 말이 좋아 말을 그리되 화보를 보고 베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직접 기르고 관찰하므로 화석화된 말 그림에 숨결을 불어넣는 그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이루웠다. 조부 심익정이 왕세자 제거 음모에 가담함으로써, 평생 역적의 자손이라는 멍에를 안고 세상을 살아가던 현재 심사정. 그는 찬 이슬 내리는 가을 풀잎 위에 힘겹게 앉아있는 메뚜기,풀잎에서 곧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모습을 한 메뚜기를 통해 그림 하나로 험한 세상에서 떨어져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그가 그린 메뚜기는 더욱 처연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미술 선생님께 들었던 "동양화의 미는 여백의 미요, 먹의 농담이다"하는 짧막한 설명으로는 나같은 문외한은 도저히 그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끼기가 어려웠다. 화가의 그림을 이해하려면 그 화가의 마음을 따라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화가의 마음을 따라가려면 당시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와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작가의 집필 의도대로 삶에서 멋을 누리고 살았던 우리 조상들, 화가들의 삶의 행적을 밟아 봄으로써 우리 그림의 맛과 멋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누리게 됨을 감사드린다. 모름지기 선비란 항상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풍진 세상의 먼지를 씻어낼 수 있고, 창랑의 물을 지니고 있어야 청정함을 지킬 수 있다는 학림정 이 경윤의 말처럼 자기만의 공간, 절대 고독 속에서 탄생된 귀한 작품세계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자기만의 공간, 창랑, 절대고독은 비단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대부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첨단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도 세상의 먼지를 털어 낼수 있는 창랑과 나를 직시하고 나의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절대 고독의 시간이 필요함도 새삼 느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