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요리사를 꿈꾼적이 있었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항상 바깥에 나가 계시고 집에는 나와 동생들밖에 없어서 남아있는 사람중에 누군가는 요리를 해야 했다. 물론 밥이나 반찬같은 것은 다 마련해놓고 가셔서 꺼내서 먹으면 되었지만 라면은 예외였다. 끓여주는 사람이 없으면 못 먹는게 라면인지라 나는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내가 처음 라면 끓이는 법을 배운 시기는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였다. 시골집에 놀러갔던 나는 할머니를 졸라서 기여코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곤 집에 와서 스스로 끓여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머니나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라면은 맛있었는데 내가 끓이는 라면은 맹탕이거나 맛이 없었다. 물조절이란 개념도 없었고 어떻게 끓여야 맛있는지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 문제였다. 라면을 잘 못 끓이니 동생들도 내가 끓이는 라면은 먹으려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거기서 포기를 했다면 지금도 라면을 제대로 끓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 반복 끝에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고 드디어 동생들도 납득할만한 라면을 끓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 처음으로 난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안효주라는 일식전문 요리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꽤나 유명인사인 것 같은데 난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안효주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과연 괜히 이름이 알려진게 아니라는 것을 난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자신만의 고유한 카리스마와 장인정신은 그를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듯 싶다.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진정 최고의 요리사로 불리울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안효주는 원래 권투선수였다고 한다. 그런데 생뚱맞게 지금은 최고의 일식요리사다. 권투를 계속할 수 없었던 환경이 안효주를 요리사로 이끌었던 것이다. 만약 권투가 활성화된 사회였다면 우린 일식요리사 안효주를 만날 수 없었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맛있는 그의 요리를 우리는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세상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끝까지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다. 이러고 보면 꼭 시대나 환경을 탓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사람 위에는 항상 훌륭한 스승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안효주에게도 이보경 스승님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안효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격을 모독하고 갈구기만 하는 선배만 존재했다면 안효주는 성장하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사람들 속에 이보경이라는 분이 있어서 그를 잘 감싸주었기에 안효주는 일식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다. 역시 성공을 하는데 있어서 멘토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긍정적인 영향은 확실히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나도 인생의 멘토를 정해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내 인생이 펼쳐질지 자못 기대된다.
인생에서 스승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다. 지금의 '스시효'는 인간관계의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다. 평소 안효주를 좋게 보아온 매일유업의 김정완 사장이 자금을 대주지 않았다면 스시효는 탄생할 수 없었다. 자기 가계를 내는 것이 꿈이 였던 안효주는 인간관계를 잘 형성해서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뭐 굳이 잘 보이려고 노력하진 않았지만 요리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도 내 인생의 조력자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아니 이미 만나서 나를 주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 그날을 꿈꿔본다.
하지만 훌륭한 스승과 조력자가 있었다고 해도 안효주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안효주는 성실했고 실력도 받쳐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리사의 마음가짐이 제대로 형성이 되었기에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손님이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줄때가 가장 기쁘다는 안효주의 마음은 그대로 손님에게 전달이 되어서 지금의 안효주를 있게 한 것이다. 돈벌이에만 급급해 손님을 봉으로만 봤다면 지금의 성공은 아마도 없었으리라. 역시 안효주는 최고가 될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다른 요리사들도 본받아 맛있는 요리를 더 많은 사람이 맛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아직까지 난 안효주의 요리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회를 만들어 직접 스시효를 방문해서 그의 요리를 한번 먹고 싶다. 그의 요리가 어떨지 너무나 기대가 된다. 초밥과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안효주를 알고 그의 요리를 한번 맛보길 권해본다.
인상적인 글귀
"말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혀가 하는 일은 대체로 간사하다." |
|
초밥장인의 인생과 삶을 녹여 정성껏 꾸민 성찬!
"사람은 태어날 때 삼신할미헌티 제 명에 먹고 돌아갈 밥그릇수를 얻고 태어난겨.
그러니께... 제때마다 모두 잘 챙겨먹어야 하는겨.
안그럼 못얻어먹은 만큼 명을 줄여서 돌아가단말여. 알았냐?"
어린 시절, 밥때마다 도망다니는 나를 앉혀두고 할머니께서 하신 말이다. 어른이 되어 건강을 생각하고 언젠가부터 식사를 거르거나, 부실하게 먹는 동료들에게 이 말을 하게 되면서 그 때는 몰랐던 제때맞추어 제대로운 식사를 하는 것이 '섭생攝生 진리'임을 깨닫게 된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는 이가 있으면 '살기 위해 먹는다'는 이가 있다. 무엇이 먼저일지 알 수는 없지만, 식食은 생生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건 알 것 같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 은 '삶은 죽여서 먹음으로써 남을 죽이고, 자신을 달처럼 거듭나게 함으로써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했고, '살기 위해 살아 있는 것을 죽여 먹는 것이 바로 밥이다. 밥벌이가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죽음을 먹고 삶이 이어지는 것이니 대충 살면 안되고, 힘껏 살아야 한다'고 변화경영가 구본형씨는 그의 책 '세월이 젊음에게'를 통해 말했다.
고단한 일상중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은 행복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음식을 먹으면, 오감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맛있게 먹었으니 모든 영양이 내 몸으로 갈테고 이윽고 건강해 질 것이다. 이른바 웰빙Well-Being이다. 건강과 행복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행복한 맛'을 전해주는 요리사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졌는데, 소개하는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이다.
![]() 이름보다는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으로 더 잘 알려진 초밥장인 안효주씨가 자신의 일인 요리와 초밥만들기, 그리고 요리사로서의 인생를 내용으로 꾸며졌는데, 첫장부터 웃음가득한 미소로 반기는 그의 모습에서 신선한 바다내음과 시큼한 초밥내음을 느끼는 듯 하다.
![]() 첫 번째 일, 안효주 요리로 교감하다 에서는 자신의 초밥집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일본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테라사와 다이스케를 만나고 그의 책에 직접 실린 이야기로부터 그의 스승님과의 인연,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훈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소 과묵하기도 한 그는 손님에게 마음을 담은 요리로서 교감하는데, 초밥은 인생과 닮아서 초밥에 들어가는 초양념이 되지 않은 초밥은 전화 한 통 없는 연인에 비유하며 초양념은 연인사이를 잇는 전화를 닮았다고 말한다. 고추냉이[와사비]는 밥과 생선을 이어주므로 소개팅 주선자를 닮았다고 하며, 간장은 없으면 허전한 친구처럼 초양념이 된 초밥이라 할지라도 간장이 없으면 뭔지 모르게 싱거워 그 맛이 밍밍해진다고 한다. 친구, 연인, 가족 등 개성강한 사람들이 어울려 제 3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듯, 밥알, 고추냉이, 초양념,생선,그리고 간장이 조화를 이룰 때 최고로 맛있는 초밥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일에서 인생의 참맛을 찾아내는 부분에서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는 요리이야기를 읽는 이유를 제대로 찾아낸 것 같아 반가웠다.
![]() ![]() 두 번째 일, 안효주 맛의 드라마를 연출하다 에서는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의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뜻의 일본말, "오마카세!お任(まか)せ!" 를 메뉴로 하여 독자를 손님으로 앉히고, 그가 만드는 초밥의 세계로 안내한다.
입 속에 바람 한 줌 광어를 필두로 고소함의 긴 여운을 지닌 방어, 담백함과 고소함의 사이에 앉은 도미, 고소함의 절정 참치뱃살, 단맛의 이중주 성게알과 단새우, 오도독 고소한 맛 전복, 진한 담백미 학꽁치, 촉감으로 먹는 조개관자놀이, 녹진녹진한 고소한 장어구이, 심해의 맛 고등어 등 순한 맛 광어를 시작으로 진한 맛의 고등어까지 실제 초밥을 먹는 순서를 예를 들면서 저마다의 훌륭한 맛과 풍미를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 칸자키가 와인의 맛을 설명하듯 직접 그 맛을 글로 풀어냈다.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설명으로 시장기는 가득하고, 입에서는 연신 침이 고였다. 마지막으로 단 하나뿐인 초밥을 소개하는데 천하일품 요리도 세끼만 계속 먹으면 물렸다고 싫어하고, 세 끼만 굶겨놓으면 밥에 소금만 뿌려도 맛있다고 달려드는 간사하고 순진한 손님의 혀에 맞춰 '진짜 확오는 느낌의 맛'을 찾아주기가 힘들고, 또 즐거운 작업임을 고백한다.
![]() ![]() 초밥의 기본과 초밥의 매너를 말하는 세 번째, 네 번째 일에서는 손님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도할 때의 간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요리를 임하는 자세와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최고의 초밥을 가장 맛있고, 훌륭하게 먹을 수 있는 고객의 매너에 대해 소개한다.
여러 번 쌀을 씻고, 그 때마다 씻는 방법을 달리하며, 계절마다 쌀을 불리는 시간을 달리하는 것이 예전에는 없던 공정이라 번거롭지만 그땐 몰라서 못했던 것이라며 '일에 있어서건 인격에 있어서건 세월이 지나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헛산 것이고,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발전해나가야 그게 사는 맛이고 사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의 그 어떤 요리사가 낼 수 없는 맛은 어머니의 손맛이라며 어머니의 손맛을 볼 때 누구나 느끼는 '마음이 쑥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온 느낌'이고 그것은 나의 혀가 기억하고 있는 어머니의 사랑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함께 음미되기 때문일 것이라 말한다. 그는 요리를 통해 인생을 알게 되었고, 다시 그 인생의 참맛을 요리로 만들어 손님에게 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위생을 생각해 열흘에 한 번씩 짧은 머리를 만들고, 영업시작전 칼을 쓰기 전 한번 갈고 하루를 마감하고 또 칼을 갈며, 최고의 초밥을 만들기 위해 초밥의 재료인 쌀 그리고 소금을 찾아다니는 그의 노력에서 초밥장인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 장인이면서도 평생을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밥알뭉치 속 공극孔隙사이로 하늘이 담기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는 그의 의지에서 정진홍씨가 그의 책에서 말했던 '완벽에의 충동'을 느낄 수 있었다.
![]() ![]() 마지막 행복한 요리사를 꿈꾸는 다섯 번째 일 에서는 세계 챔피온이 꿈이었던 그가 밥벌이 수단으로 일했던 일식집이 인연이 되어 요리사가 되었고, 인고와 노력의 나날을 보내 호텔의 일식당의 책임주방장이 되고, 마침내 자신의 식당을 차리게 되는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최고가 되고 자신의 점포를 가진 후 자신에게 밀려드는 욕심, 어리석음, 유혹을 떨쳐버리는 힘은 열정이라고 말하며 열정이 없으면 적당한 기술로 적당히 먹고 살려고 마음먹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 멈추게 된다고 말한다. 이 멈춤은 사실 후퇴와 다름 없는데 내가 멈춘 동안 시간은 나를 앞질러 가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요리로 다투면서 들어와서 요리를 먹고 웃으면서 나가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것이 요리사로서 자신의 행복이라 힘이고, 언제까지고 요리와 손님 사이에서 행복한 요리사로 남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서 최고라 인정받는 장인이 갖는 한가지 목표가 '손님을 기쁘게 하겠다'는 가장 순수한 진리임을 배울 수 있었다.
"골잡이가 골로 자신을 증명하듯, 나는 초밥으로 나를 증명한다. 초밥은 내 인생의 증거다."
라고 그는 자신의 일과 인생을 동일시 했다.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고, 그 속에서 인생의 묘미를 알며, 자신을 찾는 손님을 즐겁게 해 줌으로 자신도 행복해 하는 삶. 직업은 곧 놀이가 되고, 놀이를 즐겨서 행복할 줄 아는 사람들이 '프로 비즈니스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밥장인의 인생과 삶을 녹여 정성껏 꾸민 성찬. 오랫만에 정말 맛있게 먹은(?) 책이다.
![]() |
|
읽으면서 제일 먼저 한 생각-초밥 먹고 싶다.
두 번째 한 생각-초밥집에 가서 초밥 먹고 싶다.
세 번째 한 생각-작가가 운영하는 초밥집 '스시효'에 가서 작가가 만들어주는 초밥 먹고 싶다.
네 번째 한 생각-일본에 가서 초밥 먹고 싶다.
다섯 번째 한 생각-내가 그 동안 먹었던 초밥은 '초밥'이 아니었다.
여섯 번째 한 생각-초밥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밥을 대접할 수 없을 때 이 책을 선물로 드리면 좋겠다.
책을 덮으면서 끝내 버리지 못한 생각-진짜 초밥 먹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달콤했고 흐뭇했고 행복했다. 음식으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아마 이런 기분인가 보다. 내 친구 가운데 먹을 것에 대한 강렬한 탐구욕을 가진 친구가 있는데, 그녀의 마음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아, 이래서 그렇게 맛있는 것을 찾아 헤매 다니는구나.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 장인이 된다는 것, 최고가 된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해 준 책이다. 작가가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초밥을 만들기 위하여 새벽부터 싱싱한 생선을 고르러 다니고, 지방으로 쌀과 소금을 구하러 다니고, 아침 저녁으로 칼을 갈면서 닦아온 모든 정성과 기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나는 지금 내 전문성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가르침 혹은 충고, 내 속에 새긴다. 초밥 한 알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듯이 나도 내 말 한 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성과 기술을 익혀야 한다. 작가가 좋은 재료를 고르고 골라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을 가장 맛있는 초밥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나도 좋은 책을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면서 내가 가진 것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에 마음을 바쳐야 한다.
아, 초밥 먹고 싶다.
혹시 이 글 읽으신 분 가운데, '스시효'에 가서 초밥 먹으려면 돈을 얼마나 준비하고 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 정말 궁금하기도 하고, 꿈으로 갖고 있으려고 그럽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말이지요. |
|
전투적 초밥포식자.. 안사장님께 한 수 배우다
난 초밥을 좋아한다. 그런데 솔직히 맛도 모르고 먹는다. 회를 먹어도 연신 초장에만 찍어 먹어 각각의 생선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맛도 모른 채 오로지 초장 맛으로만 회를 먹는다고 같이 간 사람들에게 구박받은 적이 여러 번이다. 얼마전 회사 직급별 간담회를 강남의 모 씨푸드 뷔페에서 했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의지를 십분 발휘하여 양껏 먹을 수 있는 뷔페 시스템을 선호하는 편이라 초밥을 아주 작살나게 먹었다. 마땅한 명칭을 작명 해보자면 '전투적 초밥포식자'라고나 할까? 급기야는 장어구이 초밥을 열개정도 가져와서 장어만 홀라당 건져먹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쓸데도 없는 장어에 왜그리 집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밥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빵점짜리 손님이었을 것이다. 이런 무식한 필자에게 이 책은 초밥매너와 '요리'라는 걸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끔 해주었다는 면에서 그 의의가 있는 책이었다.
원래 권투선수가 되려고 했단다. 전국 대회에도 나가고 꽤 잘했었다고 한다. 운동할 돈을 구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삼아 일하던 일식집에서 그의 요리인생은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가고 제대후에 딱히 내세울만한 기술이 없어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일식집에 취직을 했는데 제대로 가르쳐 주지는 않고 욕설과 발길질만 해대던 선배들 때문에 오기가 나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러던중 지금의 자신이 있게한 이보경 스승을 만나고 그의 추천으로 신라호텔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일식 요리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특히 일본 연수 당시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생선을 하나 다루는데도 우리와는 다른 정성을 다하는 그들의 장인정신에 말이다. 귀국 후 그는 오기로 열심히 하는 사람에서 장인정신과 프로의식을 지닌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그가 열심히 하는데도 넘을 수 없던 그 벽, 그 이유였던 것이다. 그 후 그는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알고 호텔을 나오며 그의 꿈이던 자신의 가게를 열게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좀 우스운 얘기지만 젓가락질이 서툰 필자는 항상 초밥을 간장에 찍으면 밥알들이 간장에 빠져 난처했던 적이 많았었는데 초밥을 쥘 때는 생선이 놓인 부분이 왼쪽으로 향하게 하여 생선 끝부분에만 살짝 간장을 찍어 먹는것이 정석이란다. 군대에서 수류탄 파지법이나 세면백 또는 식판 파지법만 배웠지 초밥 파지법은 배워 본 적이 없기에 나는 그간 그렇게 간장종지에 밥알을 빠트리며 살아왔었나 보다.
|
|
4월, 학교에 재입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요리사가 아닌 외국처럼 운영과 요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외국의 전문 셰프(chef)1)처럼 되기 위해서이다. 이미 한국에서 업장에서 요리해보면서 갖은 시련과 모욕도 당해보았고 나이에 대한 선이 분명하기에 어리면 어떤 대접을 받는지 겪었고 그래서 더더욱 한국사회에서 요리사의 입지가 어떻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요리사와 경영을 같이 하는 요리사들을 알아야 했고, 외국요리사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중에 한국에도 외국 쉐프같은 요리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이라 불리는 안효주씨를 말이다. 책을 읽어 보면 요리사로서 일본요리 상식부터 요리사의 마음가짐까지,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을 펴면 목차와 프롤로그가 나온다. 책을 5가지의 일로 주제를 나누어 두었고, 재일 프롤로그를 읽보면 “쥐면 350알 오차없는 손끝 감각으로 밥알을 뭉치고 손님과의 교감을 생각하며 고추냉이를 생선에 바른다. 내 마음을 올리듯 생선을 밥알 위에 올려 정성껏 쥐어낸 초밥 한 알을 손님께 드린다. 초밥 한 알에 흐뭇해지고 초밥 한 알에 짜릿함을 느끼고 초밥 한 알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초밥 한 알에 온 영혼이 황홀해지는,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함께 감동하는 그런 초밥을 만들고 싶다.” 라고 말하며 책을 시작는데 너무나 좋은 부분이라 옮겨보았다. 첫 번째 일로《안효주, 요리로 교감하다》가 나오며, “손님과 요리사는 음식이라는 언어로 대화를 한다. 요리에서의 동문서답은 오롯이 요리사의 잘못이다. 그러므로 요리사는 매일 새로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그곳에 가면 늘 새로운 뭔가가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 항상 새로운 맛으로 손님들의 혀를 놀라게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자 가치관이며 요리사로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라는 머리글이 나오면서 요리로 손님들과 교감한다는 얘기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두 번째 일로《안효주, 맛의 드라마를 연출하다》가 나오며,“오마카세(おまかせ) 라는 일본말은 손님이 요리사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는 뜻이다. 요리사를 초밥이라는 드라마의 작가 겸 연출가로 임명하는 말이며 초밥 여행 가이드로 삼겠다는 말이다. 계절에 따라 손님이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맛의 진폭은 피할 길이 없다. 마술사가 관객들의 눈을 속이듯, 요리사는 손님의 혀를 속인다. 알고도 당하고 모르고도 당한다. 마술이든 요리든 속기를 각오하는 것이고 제대로 속을수록 기분이 좋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처럼 이 순간만큼은 혀가 온 영혼을 흔들 것이다.”라는 머리글이 나오며 초밥을 먹기에 앞서 초밥을 먹는 순서에 대해서 설명 하고 있다. 초밥의 순서로 시작은 입속의 바람 한 줌『광어』로 시작하여 → 고소함의 긴 여운『방어』→ 담백함과 고소함의 사이『도미』→ 고소함의 절정『생& 구운 참치 뱃살』→ 단맛의 이중주『성게알과 단새우』→ 오도독 지나가는 고소한 맛『전복』→ 짙은 담백함『학꽁치』→ 촉감으로 느끼는 불꽃놀이『조개관자구이』→ 녹진족진 노곤노곤『장어구이』→ 심해의 반짝이는 맛『고등어』→ 마지막 대반전『단 하나뿐인 초밥』순으로 12가지로 추천하고 있다. 세 번째 일로《안효주, 초밥의 기본을 말하다》가 나오며,“요리를 할 때도 기도를 할 때처럼 간절하고 경건한 마음이 필요하다. 손님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일은 허튼 마음으로는 제대로 할 수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요리사는 정갈한 마음이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요리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마음으로 요리하면 좋은 기운이, 나쁜 마음으로 요리하면 나쁜 기운이 요리에 스며든다.”라는 머리글이 나온다. 또한 쌀의 중요성, 가게의 수족관이 재료를 당일 날 사용하고 칼의 중요성, 전북 고창의 소금, 마지막 초밥의 최종단계 밥알 사이로 하늘을 보는 것이 나온다. 네 번째 일로《초밥의 매너를 말하다》가 나오며,“초밥은 만드는 나는 초밥 할 알에 담겨 있는 미각, 촉각, 후각, 청각, 시각이라는 그릇으로 내 마음을 전달한다. 요리사에게는 이 마음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손님들이 조금만 마음을 받을 준비를 해준다면 요리사의 마음이 훨씬 더 쉽게 전달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손님은 오감을 만족시켜서 좋고 요리사는 오감을 전달해서 좋다.”라는 소개가 나온다. 중점으로 다루는 것은“먹는 순서와 시간을 지킨다”,“재료 자체의 맛을 즐겨라”,“좋은 음식일수록 아껴 먹는다”,“맛있는 요리에는 마음이 담겨 있다”,“매너를 지키면 먹는 즐거움도 커진다”이다. 부록으로《초밥을 즐기기 위한 기본매너》를 소개하고 있는데, 중요한 내용인 것 같아서 옮겨 보았다. 초밥집의 좌석 매너로 초밥집은 요리사와 마주할 수 있는 바와 테이블, 룸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식당처럼 그냥 덥석 아무 데나 앉는 것은 금물. 특히 요리사와 마주하는 바의 경우는 단골손님이나 요리사와 특별히 대화를 하고 싶은 손님이 앉는 장소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안내를 받고 앉는 것이 예의다. 조용히 초밥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스시바 자리를 피하는 게 좋다. 한편 여름철에 룸을 이용할 때에는 양말을 신지 않고 맨발로 이용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 또한 지나치게 짧은 핫팬츠를 입고 출입하는 것도 초밥집을 이용하는 예의에는 어긋나므로 주의한다. 스시는 섬세한 맛을 음미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냄새에 민감하다. 향수를 짙게 뿌리고 가거나 여름철에 땀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받는다. 요즘은 여성은 물론 남성도 향수를 즐겨 사용하므로 이 점에 미리 주의한다. 매너를 갖추어 맛있게 먹는 법으로 스시를 먹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 앞에는 손을 닦기 위한 물수건(데부키, てぶき)이 나오고, 녹차와 접시, 젓가락이 세팅되어 있다. 스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오차 또는 녹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장국은 입 안을 텁텁하게 하기 때문에 스시를 다 먹은 뒤 마지막에 장국을 먹는다. 녹차는 생선 기름 등으로 탁해진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손을 닦은 다음에는 접시에 간장을 따른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많이 따르지 않는 것. 적당량을 따르고 모자라면 보충하면서 먹는다. 간장의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적정량 이상이 초밥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또 주의해야 할 점은 간장을 밥이 아닌 생선 쪽에 찍어야 한다는 점. 밥에 찍으면 간장이 필요 이상 흡수되어 짜지고, 밥이 풀어져 먹기에 불편하다. 또 간장종지는 항상 바로 앞에 둔다. 요리사가 말아주는 초밥의 밥과 생선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들어서 먹으려면 젓가락보다는 손가락이 훨씬 편하다. 그런데 손가락은 바에 앉아 있을 때만 허용한다. 초밥을 먹기 전에 밥알이 손에 붙지 않도록 물수건으로 손가락을 닦는다. 손가락을 이용할 때는 엄지, 검지, 중지를 이용해 초밥을 든 다음 생선 쪽에 간장을 살짝 찍어서 먹는다. 만약 룸이나 테이블에 앉았다면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다. 초밥을 하나 먹고 나면 생강이나 락교를 먹는다. 생강이나 락교는 녹차와 마찬가지로 입 안을 상큼하게 한다. 여러 생선을 먹다보면 각각의 맛을 음미하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때 생강과 락교의 알싸한 향과 맛이 도움이 된다. 다섯 번째 일로《행복한 요리사를 꿈꾸다》가 나오며,“욕심, 어리석음, 유혹을 떨쳐버리는 힘, 미끄러지는 마음을 다시 꼭대기로 밀어올리는 힘은 열정이다. 열정은 내 일에 대한 프로의식이며, 다른 것을 보지 않는 단순함의 에너지이다. 이게 없으면 최고를 추구하지 않고 적당한 기술로 적당히 먹고살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멈추어버린다.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후퇴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멈추어 있는 동안 시간이 나를 앞질러 가버리기 때문이다." 라는 소개가 나온다. 주 내용은“행운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일식조리기능사 합격”,요리사의“정직함”,“고급일식당‘스시 효’의 개업”,“신라호텔 일식당의‘책임 주방장’이되다.”,“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만들어내라”,마지막“나는 행복한 요리사이고 싶다”라는 내용들이다. 에필로그로 “오늘도 찬물에 손을 씻는다. 깨끗하게 삶은 행주를 다시 한 번 빨아서 물기를 꼭 짠 후 도마를 닦고 칼을 닦는다. 식탁과 의자를 정리한 다음 요리복을 벗어 개어 놓는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 있다. 그리고 식당의 불을 끈다.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장어구이초밥처럼 온몸에 녹진한 피로감이 녹진한 만족감과 함께 느껴진다. 골잡이가 골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나는 초밥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한다. 초밥은, 내 인상의 증거다.”로 책을 마무리 하고 덮는다. 앞에서 얘기하지 않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부모님이 항상 바깥에 나가 계시고 집에는 나와 남동생밖에 없어서 나는 10살 때부터 요리를 해야 했다. 물론 밥이나 밑반찬은 다 마련해놓고 가셔서 꺼내서 먹으면 되었지만 라면은 예외였다. 끓여주는 사람이 없으면 못 먹는 게 라면인지라 나는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내가 처음 라면 끓이는 법을 배운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 부산에서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김포로 이사를 오면서 부터고, 또한 지금 나의 기억 중 부산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신기한 것은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라면은 맛있었는데 내가 끓이는 라면은 맹탕이거나 맛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 설명서를 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있는지도 몰랐으며, 물 조절이란 개념자체도 없었다. 즉, 어떻게 끓여야 맛있는지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 문제였다. 라면을 잘 못 끓이니 동생도 내가 끓이는 라면은 먹으려 하지 않았다. 이 때 라면 끓이기를 내가 포기 했다면 지금도 라면을 제대로 끓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 반복 끝에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고 드디어 동생들도 납득할만한 라면을 끓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 처음으로 난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군대에서 잠깐 지원나간 취사병 생활이 나를 병장 때 조리기능사 공부를 하게 만들었고 대학교도 요리 쪽으로 선택해서 이 자리에 있다. 앞에서 얘기했듯 조리를 구체적으로 배운 것은 2년 미만으로 08년 12월부터 3개월간 회전초밥집에서 일하면서 안효주라는 사람이 일본요리 업계에서 유명인사인 걸 알았다. 그때는 일식을 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 안효주씨의 일생을 살짝이나마 엿보았다. 과연 괜히 일본과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게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자신만의 고유한 카리스마와 장인정신은 그를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또한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진정 최고의 요리사로 불리 울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또한, 지금은 아니지만 안효주씨는 원래 아마추어 권투선수였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최고의 일식요리사다. 권투를 계속할 수 없었던 환경이 안효주를 요리사로 이끌었던 것이다. 만약 권투가 활성화된 사회였다면 우린 일식요리사 안효주를 만날 수 없었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맛있는 그의 요리를 우리는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2)라고 했다. 끝까지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다. 이러고 보면 꼭 시대나 환경을 탓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사람 위에는 항상 훌륭한 스승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책에서 3명의 멘토가 등장한다. 한국의 아버지와 이보경씨, 일본의 시마미야씨. 그중에서 안효주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이보경 스승님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안효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인격을 모독하고 갈구기만 하는 선배만 존재했다면 안효주는 성장하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사람들 속에 이보경이라는 분이 있어서 그를 잘 감싸주었기에 안효주는 일식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다. 역시 성공을 하는데 있어서 멘토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긍정적인 영향은 확실히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인생에서 멘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다. 지금의 '스시효'는 인간관계의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다. 평소 안효주를 좋게 보아온 매일유업의 김정완 사장이 선뜻 자금을 대주지 않았다면 스시효는 탄생할 수 없었다. 자기 가계를 내는 것이 꿈이 였던 안효주씨는 손님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진 않았지만 요리사로서 진심을 담아 대했고 그것이 인간관계가 잘 형성해서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도 내 인생의 조력자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아니 이미 만나서 나를 주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 그날을 꿈꿔보며 안효주씨의 성실함과 요리에 대한 실력또한 갖출 것이며, 지금 한국의 주방처럼 돈벌이에만 급급해 손님을 봉으로만 보는 그런 요리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점을 다른 요리사들도 본받아 맛있는 요리를 더 많은 사람이 맛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까지 난 안효주씨의 요리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가게 위치랑 가격을 알아보았더니 강남에 그것도 점심런치가 5만원선이었다. 학생신분에 하고 싶은 걸 다한다는 것은 사치.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 직접‘스시 효’를 방문해서 그의 요리를 한번 먹고 싶다. 그의 요리가 어떨지 너무나 기대가 된다. 초밥과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안효주씨를 알고 그의 요리를 한번 맛보길 권해본다. 또한 일본요리사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젊은 요리사들에게 이 책을 권해본다. 1) 셰프(chef) : 식당의 주방장을 말하는 것으로 이그제큐티브셰프(executive chef, chef de cuisine)는 음식의 주문, 장소의 관리, 메뉴 개발 등을 포함하는 주방의 모든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2)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 : 인생에 있어서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뜻. |
|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안효주라는 초밥왕의 인생과 일에 대한 열정에 푹 빠지다 보니 책을 중간에 놓을 수 없었다. 책의 곳곳에 있는 먹음직한 초밥 사진이 깊은 밤 나의 주린 배를 자극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던 이유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는 그것을 정직이라고 했다. 좋은 재료와 최상의 서비스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 이것이 그를 여기까지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 책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전나무숲.2008> 은 초밥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한 요리사의 세상과 일에 대한 이야기다. “제대로 된 초발 한 알을 온전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 십 년의 경험과 노력, 그리고 일일이 최상의 재료를 선택하고 손질하는 기나긴 과정이 필요하다. 요리사의 길은 끊임없는 자기 관리와 인내심을 요구한다. 초밥 한 알에 담겨있는 마음과 인생, 나는 한 알 한 알에 내 모든 것을 건 다.”(서문) 이렇듯 그의 인생은 열정을 가진 인내의 역사이자, 철저한 자기 관리의 결과물로 현재의 위치에 서 있게 되었다. 책은 총 5장으로 되어있는 데 각 장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요리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피력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맛으로 손님들의 혀를 놀라게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자 가치관이며 요리사로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진심을 담은 요리만이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생각으로, 정성과 관심으로 요리를 대하고 있다. 그래서 요리보다 마음을 먼저 준비한다고 한다.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먹음직한 초밥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2장에서는 광어 초밥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초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재료의 선정과 요리법 그리고 이것들의 결과물인 초밥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써내려간다. 3장은 초밥을 만들 때의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좋은 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마찬가지로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음식의 재료가 아니라 마음이라고 한다. “요리 할 때도 기도를 할 때처럼 간절하고 경건한 마음이 필요하다. 손님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일은 허튼 마음으로는 제대로 할 수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128p) 이러한 마음을 바탕에 두고 만드는 음식이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저자는 여기서 독자에게 생각할 시간들을 주고 있다. 4장은 초밥의 매너를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별로 자주 가지도 않는데 뭐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알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저자가 더 맛있는 초밥을 먹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알아두면 나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5장은 그의 살아온 발자취와 그때그때 깨달았던 것들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미치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저자 역시 초밥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좋은 재료를 통해 정직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곧 손님에게 최상의 맛과 품질을 위해 아끼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음식을 대했다. 이것은 저자가 손님, 일 그리고 자기 인생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인생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게으를 수 없다.”와 “정직은 장기 투자다”라는 소제목이 여운을 준다. |
| 평소 음식을 먹을 때 그냥 무작정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만드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것과 관련된 문화는 어떤 것인지 알면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에 스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안효주 셰프님에 대해 알게 도었습니다. 안효주님이 쓰신 책을 읽어보고 싶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스시에 관한 하나하나 경험이 흥미롭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
평소 스시 창업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우연히 발견한 책 안효주쉐프의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고민할틈없이 주문버튼을 눌러 버렸네요^^본인의 요리인생의 경험담 직원관리 재료준비등 스시요리사가 갖추어야할 소양과 예의 손님접대 운영등 책의 구성이 참좋은거 같아요 특히 본인의 업장에서 인기있는 레시피도 공개해주시고 저처럼 식당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참좋은 책인거 같습니다 |
|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으로 유명한 안효주. 역시나 책은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인 테라사와 다이스케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가 한국에만 있는 초밥을 요구해 <스시 효>의 간판격인 인삼초밥을 탄생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단 몇 줄로 설명해놓은 그 속의 노력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 '무수한 습작이 명작을 만든다'는 명언이 주방만큼 잘 통하는 곳도 없다. 실패를 할수록 완벽하게 내 것으로 체화되니까 요리사에게 실패는 좋은 것이다. 그때부터 실험이 시작되었다. 8시간 동안 절여보고 10시간을 절여보고 12시간, 15시간으로 점점 더 늘여갔다. 마침내 24시간에서 정답이 나온 것 같았다. 강한 쓴맛은 쌉쌀해졌고 간도 적당했다. 조금 더 절여봤더니 인삼이 너무 흐물흐물해졌다. 적당한 시간은 24시간으로 결정되었다. 글로 쓰니 단 몇 줄 만에 성공했지만 실제로는 사나흘은 걸렸다.
그에게서 제일 부러운 것은 손님과 요리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 손님과 요리사는 음식이라는 언어로 대화를 한다. 참치뱃살의 고소함을 느껴보라는 뜻으로 냈을 때 손님이 그 맛을 느낀다면 손님과 요리사의 대화가 잘 통한 것이다. 그런데 고소한 맛을 내는 참치의 기름기를 느끼하다고 느꼈다면 실패한 대화가 되고 만다. 내가 생각하는 요리는 먹어주는 손님이 맛이 없다고 하면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손님을 고객이라고도 하고 왕이라고도 부르지만 낭게 손님은 '손님'이다. 돈을 내고 식당에 오는 손님이 아니라 몇 년 만에 내 집에 오는 손님이다. 그런 귀한 손님을 위해 어머니는 장독 깊숙이 숨겨놓았던 곶감이며 홍시며 유과 따위를 내놓고는 하셨다. 자식들이 먹고 싶다고 떼를 써도 그것들을 주지 않으셨다. 손님이 와주신 것도 고맙고 또 언제 오실지 모르니 그 순간 최고의 대접을 해드렸던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을 유지하려 늘 애쓰고 있다.
손님은 최대한 귀하게 모셔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싸움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손님과의 싸움에 결코 지고 싶지 않다 싸움의 칼자루는 내가 들고 있지만 그 칼을 제대로 휘두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손님이 '여기 요리는 맛은 있는데 늘 똑같아'라고 한다면 K.O 패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늘 새로운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곳에 가면 늘 신선한 뭔가가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 요리의 기본 맛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변화를 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혀만큼 간사한 것도 없어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자꾸 먹으면 질리게 되어 있다. 항상 새로운 맛으로 손님들의 혀를 놀라게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자 가치관이자 요리사로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최인호 씨의 소설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이 목숨처럼 지키는 원칙이다. 사람보다 이문을 먼저 보면 결국 사람이 떠나고 이문 역시 낼 수 없게 된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쫄딱 망하게 되어 있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천 번 만 번 지당하고 옳은 말씀이다. 요리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을 남기려고 해야 단골이 생기고 단골이 생겨야 오래도록 장사를 할 수 있다. 이 언치은 장사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사람 말고 남길 게 또 무엇이 있겟느냐는 생각도 든다. 친구든 직장 동료든 간에 내 이익을 먼저 생가하면 사람은 없고 이문만 있는 쓸쓸한 생이 되고 말 것이다.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 양식이 아니라 마음, 그것도 간절한 마음이라는 것을, 정해진 절차는 이 간절한 마음을 갖기 위한 준비운동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습관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행동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다면, 그 와중에 경건하고 정성스런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요리를 할 때도 기도를 할 때처럼 간절하고 경건한 마음이 필요하다. 손님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일은 허튼 마음으로는 제대로 할 수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요리에도 기도의 형식 같은 절차가 있으니 바로 청소다. 위생적이지 않은 요리는 독이나 다름없기에 요리를 하는 장소나 사람에게 청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일식은 날것으로 먹는 요리가 많으니 더욱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빗자루질 하나도 구석구석 신중하게 하고 걸레질도 내 얼굴 닦듯이 꼼꼼하게 하고 팍팍 삶은 행주로 도마며 칼이며 온갖 조리도구들을 정성스럽게 닦으면 정갈한 마음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정갈한 마음에서 맛있고 영양 있는 요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청소가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되지 않으면 맛없는 독을 만드는 사람일 뿐이다.
때로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를 낼 수도 있다. 같은 요리만 내놓으면 금방 도태되고 마니까 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로는 전에 먹었던 요리가 더 맛있다고 할 것이고 또 때로는 맛이 더 좋아졌다는 감동적인 칭찬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정성스런 마음을 준비하고 깨끗한 식당을 준비하고 좋은 재료를 준비해서 온 마음을 다해 요리하는 것만은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잇다. 그렇게 만든 요리는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핀잔이나 비난을 듣지는 않는다. 그리고 준비에 정성을 다하면 결과도 대체로 좋게 나온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커피의 초점은 쓴맛과 특유의 향인 것 같다. 그런데 쓴맛이 싫다고 설탕을 한 주먹식 넣으면 그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없다. 쓴맛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연하게 타 먹는 것이 좋다. ㄱ렇게 조금씩 진하게, 커피 본연의 향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커피인지 설탕물인지 모를 지경이라면 차라리 그냥 설탕이나 사탕을 먹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인스턴트 커피는 우선 마시기에는 달고 좋지만 깊은 향을 느낄 수 없고 뒷맛이 깔끔하지 못하다. 설탕 때문에 끈적끈적한 느낌이 남아있어 개운하지 않다.
음식점에서 맛없는 요리를 먹는 방법 중 하나가 빨리 해달라고 재촉하는 일이다. 이 말은 요리사에게 이렇게 들린다. "나는 맛을 모르는 사람이니까 대충 맛없게 해서 배만 채우게 해주시오." 재촉을 하면 마음을 다해 음식으로 준비하고 있던 요리사는 좌절한다. 정성껏 만들고 있는데 '정성 빼고 대충!'이라고 요리사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다.
오기가 발동했다. '그렇게 잘난 선배들! 내가 앞질러 버리겟다. 나중에 두고 보자.' 여전히 욕설이 난무했고 연습도 못하게 했지만 목표가 있으니 참을만했다. 선배들 덕분에 오기로나마 열정이 생겼다. 욕을 먹으면서도 매일 공부를 하고 연습을 했다. 훈련은 주로 감을 잡아나가는 일이었다. 가츠오부시, 미림, 정종, 진간장을 섞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간장에 소금을 한 스푼 넣을 때와 두 스푼 넣었을 때 짠맛이 어떻게 다른지 맛의 기준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야 레시피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고 요리개발도 가능하다.
일본 최고의 오쿠라 호텔에 연수를 가게 되었다. 내 정신을 후려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그들에게 식재료는 바다나 들에 나가면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평생에 처음 보고 평생에 마지막으로 만난 보물처럼 다루었다. 생선 껍질을 벗길 대도 우리는 휙 잡아당기는데 그들은 심기일전, 온 정성을 기울였다. 생선을 도마 위에 놓을 때도 우리는 툭 갖다놓는데 그들은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작은 충격에도 깨져버리는 유리그릇을 놓듯 조심스러웠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함부로 다루면 다룰수록 생선은 살이 깨지거나 멍이 든다. 그러니 유리그릇 다루듯 하는 게 이치에 맞다. 일본에 연수를 갔던 선배들 대부분이 기술은 배워왔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태도는 배우지 못한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차이, 그것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백날천날 연수를 가고 연습을 해도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장인정신, 프로의식, 내가 하는 일에 몸이든 영혼이든 시간이든 모조리 던져버릴 수 있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오기로 생긴 열정과 장인정신으로 생긴 열정은 근본부터가 달랐다. 날이 갈수록 에너지가소진되는 열정과 날이 갈수록 에너지의 폭이 커지는 열정이 같을 리 없고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결과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일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마음의 변화로 이어졌다. 생선을 곱게 다루는 건 생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먹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내 요리를 먹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정성을 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손님들에 대한 정성이 일에 대한 정성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내 인생에 대한 정성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손님들의 정보를 수첩에 빼곡히 적어 외우고 다니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엿다. 직업은 뭐고 직책은 무엇인지, 어던 초밥을 좋아하며 밥알은 큰 걸 좋아하는지 작은 걸 좋아하는지 외워나갔다. 나아가 그의 아내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젠가 같이 왔던 아들이 어떤 초밥을 좋아했는지 일일이 기록해 머릿속에 넣었다. 그렇게 오밀조밀 정리한 손님들에 대한 정보가 노트 2권에 가득찼다. 어떤 손님들이 들어오면 한순간에 자동적으로 그분에 대한 모든 정보가 떠오를 때까지 외우고 또 외웠다. 그때 외웠던 것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어 여전히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언론에 소개되는 분들도 많아서 신문이나 잡지를 꼼꼼히 보면서 좋은 일 하신 것, 축하할 만한 일이 있는 것은 꼭 기억해두었다가 인사를 했다. 30대의 주제가 무엇인지, 40대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두었다가 어떤 연령대의 손님이 도어라도 대화가 될 수 있게 하고 법조계든 경제계든 일반적인 내용은 숙지하기 위해 애썼다. 말솜씨는 영 젬병이어서 대화법에 관한 책도 꽤 보았는데 그것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좋은 소식에 대한 인사 외에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래도 달변인 주위 요리사들보다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쉬는 날 출근하지 않으면 다음에 와서 그때 왜 안 보였냐고 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특별히 눈에 띄게 잘해주지는 않았어도 뭔가 대접을 받는다고 느꼈던 것 같다. 식당에 가서 물컵 놓는 손동작만 봐도 종업원의 마음 태도를 알 수 있듯이 손님들도 내 정성과 진심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아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상사들의 기준에서 보면 나는 오래 전부터 예의와는 담을 쌓은 사람이다. 그냥 요리사였을 때도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주는 술을 마다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 취했더라도 상사가 주면 억지로 마셨는데 나는 취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취하도록 마신 적이 없다. 술이 적당히 올랐다 싶으면 누가 따라주어도 마시지 않았다. 상사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도 있었겟지만 신경쓰지 않앗다. 당장은 직업적인 면에서 따지면 손해가 되겠지만 인생이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자꾸 자신을 속이며 살다보면 나중에는 내 생각이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헛갈리게 되지 않을까. 회사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제 할 말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다.
회사에 이틀 휴가를 냈다. 백담사로 갔다. 하룻밤을 자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가야 할 길이 명확해졌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마지막 결심을 하러 백담사에 간 것이 아니라 그 첩첩산중에 내 두려움을 던져두기 위해 갔던 것이다. 서울에서는 쉽게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런데 산 속에서 서울을 보니 모든 게 명쾌했다. 머리로는 확실해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으면 시원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실패를 한다 해도, 그래서 트럭 장수를 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망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오픈하면서 한동안은 적자를 각오했다. 큰 길에서 골목으로 200미터는 들어와야 한다. 밖에서 보면 식당인 줄도 모를 정도니 지나가다가 들어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처음 3~4개월은 힘들었다. 두 사람이 세 사람 몫을 했다. 근근이 적자는 면했지만 이래저래 제하고 나면 내 월급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예약손님 외에는 받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손님들을 위한답시고 여기서 규모를 더 늘리면 맛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건 진짜 손님을 위한 일도 아니고 또 나를 위한 일도 아니다. 늘 그렇듯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점이다. 잘나갈 때 관리를 잘해야 한다. 조금 더 이익을 낼 욕심 때문에 재료의 질이 떨어지고 자만하는 마음에 요리 기술이 떨어지면 손님은 한순간에 식당을 바꾸어버린다. 식당에 대한 손님의 변심은 무죄, 모든 죄는 요리사에게 있다.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마음이란 놈은 끊임없이 밀어올리지 않으면 자꾸 낮은 데로 가려는 성질이 있는 것 같다. 순간순간 미끄러지는 거야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낮은 곳에 머무르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낮은 곳에는 자만심, 게으름, 적당주의가 있다. 겨울에 따뜻한 물에 손을 씻으면 손이 튼다. 그래서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찬물에 손을 씻고 행주를 빨아야 한다. 그게 싫을 때가 있다. 대충 씻고 대충 빨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경력이 20년 넘었고 일도 할 만큼 했으니 조금 덜 긴장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욕망이 아주 가끔 고개를 쳐든다. 2킬로그램에 10만원 하는 광어 대신 6만원짜리를 쓴다고 손님들이 알아챌까 하는 유혹이 없지 않다. 욕심, 어리석음, 유혹을 떨쳐버리는 힘, 미끄러지는 마음을 다시 꼭대기로 밀어올리는 힘은 열정이다. 열정은 내 일에 대한 프로의식, 장인정신에서 생겨난다. 이게 없으면 최고를 추구하지 않고 적당한 기술로 적당히 먹고살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멈추어버린다.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후퇴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멈추어 잇는 동안 시간이 나를 앞질러 가버리기 때문이다. 장인정신이 있다고 일에 대한 재미, 열정이 공짜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장인정신 역시 마음이 하는 일이라 태산처럼 요지부동 제자리를 지키지는 않는다. 스스로 끊임없이 즐겁다. 보람 잇다고 최면을 걸어야 한다. 인상 쓰면 더 괴로워지고 웃으면 더 즐거워진다고, 이왕에 하는 거라면 웃으면서 감동적인 서비스를 하자고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진심이 된다. 열정으로 들끓지 않으면 어느 순간 그저 그런 요리를 만드는 그저 그런 요리사가 되고 그저 그런 인생이 되어버릴 거라고 내 마음에게 때로는 경고하고 때로는 타이르고 또 때로는 달랜다. 그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식당 주인은 나만의 스타일로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나의 꿈은 '훌륭한' 요리사다. 지금도 훌륭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결코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요리의 세계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훌륭한 요리사가 되었더라도 내일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고, 식재료가 변하고 문화가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야 하고 갈 수밖에 없으며 그 가는 길이 나는 즐겁다. 굳이 꽃놀이가 없어도, 단풍 구경이 없어도 된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매일매일 출근해도 몸이 힘들 뿐 마음은 괴롭지 않다. 그저 요리사일 뿐인 내가 훌륭한 요리사로 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은 좋은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모든 손님들이 내가 만든 초밥을 먹으며 행복해졌으면 좋겟다. 그 표정, 손님들이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흐뭇하고 따뜻해지는 얼굴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다투면서 들어와서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웃으면서 나가는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얼굴들을 볼 때 내 마음이 어떤 표정인지도 알고 있다. 내 요리가 손님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 표정을 보는 내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것이 요리사로서의 나의 행복이자 힘이다. 언제까지 요리와 손님 사이에서 행복한 요리사이고 싶다.
오늘도 찬물에 손을 씻는다. 깨끗하게 삶은 행주를 다시 한 번 빨아서 물기를 꼭 짠 후 도마를 닦고 칼을 닦는다. 식탁과 의자를 정리한 다음 요리복을 벗어 개어놓는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 있다. 그리고 식당의 불을 끈다.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장어구이초밥처럼 온몸에 녹진한 피로감이 녹진한 만족감과 함께 느껴진다. 골잡이가 골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나는 초밥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한다. 초밥은, 내 인생의 증거다.
초밥은 3초 안에 먹어야 한다고 여기기에 초밥을 만들고는 손님이 얘기에 정신이 팔려 한참 뒤에 드실려고 하면 빼앗아 다시 해주는 장인성, 포장은 맛이 떨어지기에 간곡히 부탁하기 전에는 거부하는 결단성. |
|
2000년이던가? 미스터초밥왕에 심취했던 어느날.. 신라호텔 일식주방장이 그 초밥을 실물로 만들어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 당시 회사 근처 싸지 않은 일식집에서 초밥 한접시가 만원이었는데.. 그 초밥이 한 접시에 4만원이었다.. 그 가격에 놀랐다기 보다는.. 만화속 초밥이 그정도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국 신라호텔은 가보지 못했다.. 늘 마음 속에 한번은 가리라는 생각만 묻어둔 채..
그리고 2008년.. 그 때 성만 기억하고 있던 그 주방장님이.. 기사가 아닌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사실 초밥으로 만나야 하는데.. ^^;;
그 분의 장인정신이 책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직접 집필하신 책이 아니지만.. 그 분의 얘기를 옆에서 듣는 듯한 그 느낌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장인정신이 얼마나 필요한지 늘 생각한다.. 이 자리는 내가 아니면 안되도록.. 그래서 회사에 대해 내가 갑이도록.. 항상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내가 무얼해야 하는지 막연할 때가 많았다..
이 책에서는 나에게 기본부터 다시 파해쳐 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맛있는 초밥 사진도.. 힘든 회사생활에 정말 힘이 되는 책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