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책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뻔할 거라고 생각했다. 클래식에 관한 상식이나, 자신이 만난 연주가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책이리라 생각했다.
사실 책보다는 CD에 낚여 사본 책. 그런데, 놀랐다.
이것은 클래식 이야기가 아니다. 클래식에 관한 교양과 상식을 자랑하듯 독자들에게 전파하는 방송인의 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끝없이 우울과 절망을 딛고 노래하고 연주한, 우리 인류가 사랑해온 음악가들의 끈질기고 처연하고 위대한 삶이, 그리고 그 음악들로 위로받고 치유받고 작은 희망들을 발견한 인간의 이야기가, 여기 있었다.
유정아 아나운서의 자분자분한 목소리 어디에, 이토록 강렬하고 섬뜩하기까지 한, 열정적인 목소리가 숨어 있었을까.
그야말로 떡보다는 떡고물에 관심을 갖고 사본 책. 하지만 이 떡, 맛보지 않았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
| 이 책은 숨 쉴 곳이 많다. 지하철에서 절반 이상을 읽었지만 답답하지도 눈이 아파오지도 않았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잠시 덮어둔 상태이지만 서둘러 마저 읽어야겠다는 조급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을 펴들고 읽으며 잔잔히 숨 쉬는 일이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며칠동안 베갯머리에서 이 책을 읽으며 가질 즐거움을 생각하니 지금 순간이 흡족하다. |
|
열심히 일하고 마음을 비울수록 모든 형편은 나빠져만 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만난 한 권의 책. 문외한에 가까운 클래식을 다룬 책이었지만 지식이나 취향을 늘어놓지 않고 음악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어 한 줄 한 줄 마음을 가라앉히면 읽을 수 있었다. 취미에 없던 클래식 음반 위시리스트도 끄적거려 보면서 때때로 지금, 꼭 들어보고 싶은 음악을 찾아 아름다운 선율 위를 걸으며 어느새 ‘그러니까 5월에는, 지금보다 행복할 거야.’ 하며 예상치 못했던, 혹은 불길하게 예감했던 나쁜 일들을 ‘어쨌든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일이자 스스로 해결할 일’들 정도로는 긍정하고 있었다. 이 책은 <FM 가정음악>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유정아 아나운서가 한 코너에서 직접 쓴 원고들을 보완해 삶/죽음, 순간/영원, 계승/혁신, 희망/절망, 비범/평범, 사랑/우정 혹은 이별 6부로 나누어 묶은 것이다. “모든 음악은 좋아하는 이의 것이 될 수 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과 해석을 따뜻하면서도 예민하게 드러낸다. 라흐마니노프는 스위스의 상징주의 화가 아르놀프 뵈클린이 그린 <사자의 섬>을 보고 영감을 받아 같은 제목의 교향시를 작곡했다. 36세의 젊은 염세주의자가 다가올 미래의 죽음을 예견하며 작곡한 <사자의 섬>은 장중하고도 암울한 느낌에 삶의 끝에 존재할 법한 아련함과 고요한 평화가 더해져 있는 듯했다. 괴로움의 바다요, 환희의 춤이기도 한 삶을 돌아보게 하는 죽음, 그 고통과 서글픔을 표현한 이 작품을 라흐마니노프는 <사자의 섬> 흑백 복사본 그림을 보고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이 사실에 한번 놀라고, 이를 "아, 흑백 복사본의 눈부신 빛깔이여!"로 표현한 저자의 감탄에 공감한다.
바이올린 기교의 정점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니콜로 파가니니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마르팡 증후군이라는 질병에서 기인한 긴 손가락으로 가공할 연주력을 보였던 파가니니의 고향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수빈은 생전에 파가니니가 쓰다가 자신의 고향에 기증한 바이올린으로 직접 연주해보는 특전을 얻는다. 악기 보관창고가 열리던 순간을 떠올리는 김수빈의 감회를 전하는 부분.
김수빈은 11년 전 그 바람의 냄새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파가니니가 바로 눈앞의 이 악기를 들고 자신의 곡을 연주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고 창고에서 불어나온 그 바람에서 파가니니의 숨결을 느끼는 듯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의 코끝에서도 오래된 지하창고를 통해 전해지는 '인연 깊은 자'의 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았다. - p.240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깊은 인연 있는 자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교에 대한 집착으로 다소 가벼운 작곡가로 치부되는 파가니니의 음악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연주하며 그의 깊이와 무게를 항변해주는 후세의 연주자. - p.241
19세기에 여성도 진리와 정의를 위한 용맹한 전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며 음악사에 남은 요하나 킨켈이나 열정적인 삶과 예술적으로 뛰어난 가곡들을 남긴 알마 말러 등 숨어 있던 음악사의 ‘그녀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2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19세기 초반 유럽에서 가장 유명했던 오페라 가수 마리아 말브란의 숨결까지 자신의 목소리로 재탄생시킨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노래를 들었을 땐 책에서 엿본 열정을 뛰어넘는, 게다가 동시대를 함께 살면서 숨쉬고 있는 그녀의 천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국내외 널리 알려진, 또한 낯선 음악 이야기와 음악가의 삶을 담고 있다. 21세기의 바르톨리는 오페라 속 가상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넘어서, 시대를 거슬러 오페라가 작곡된 당대에 살았던 여인, 19세기의 마리아 말리브란이 되었다. 바르톨리는 마리아의 노래들을 부르며, 노래하며 살아간다는 것, 아니 어느 시대 어느 곳에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바르톨리가 전하는 마리아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 모두도 2백 년 전 말달려 국경을 넘으며 거침없이 사랑하고 거침없이 노래했던 마리아와 친구가 되어본다. - p.371
저자는 고전음악의 미덕으로 심신의 휴식은 돕는다는 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의 자세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 유행과 추세 사이에서 부유하는 요즘의 삶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어떤 것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는 점을 꼽고, '유정아의 베스트 클래식 20'을 소개하며 클래식 여행을 마무리한다. 그 여행의 끝이 심호흡과 함께 또다른 시작과 특별한 마주침으로 이어진다면……. 저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봄 개편 때 첼리스트 송영훈 씨로 진행자가 바뀐 뒤였다. 첼로 목소리라 불리는 유정아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뒤늦게나마 본방송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우선 이 책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래, 이런 게 바로 삶인 것이다. 고통이 왔다가 가고 나면 다시 또 밀려오는 것, 탁구공처럼 그것을 다시 네트 너머로 넘기는 것. 그 사이사이 슬픔이나 아픔, 그리고 잔잔한 즐거움과 재미나게 노는 것. - p.206 |
|
유정아 너무실망이다.... 비싼 책값에 해외배송까지 한터라 억지로 끝까지 읽었지만 어느 작곡가하나, 어느음악가하나 기억나는게 없다... 추천인 김용배교수가말한'그녀특유의 섬세함과 담담한 필치'는 책속 어디서 찾을 수 있는건지..... 신문 사설이라고 하기엔 불필요한 수식어가 넘 많아 2줄도 채 읽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게하고 스포츠신문 한 귀퉁이에 나온 기사라고 하기엔 유정아 본인 스스로가 넘 잘났다고 생각하는 생뚱맞는 '고급' 단어들이 중간중간 섞여있어 앞표지에 나온 그녀 사진만큼이나 가식적인 거리감을 준다. 아주 좋은 재질로 잘 포장된 '팥'이 들어있지않는 비싼'찐빵'을 한입 배어 먹은 허망한기분이다.. |
|
수년 전, 부끄러워서 남몰래 읽던 책이 있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대학생이 되어 고교생 대상 교양선을 읽다니. 그러나, 클래식에 대한 끌림은 있으되, "함 들어봐, 좋더라." 이상의 추천사를 건네지 못하는, 클래식에 무지했던 나에게 이 책은 든든한 아침식사 같은 책이었다.
최근, 자랑스럽고 흐뭇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드러내놓고 읽고 싶은 책이 나왔다. <마주침>. <금난새~>가 든든한 아침식사였다면, <마주침>은 소중한 사람들과 햇볕 잘 드는 거실에 모여앉아 먹는 요리같다. 각자 정성들여 준비해온, 두근거리며 자랑하는 요리들. 요리 하나하나 맛보는 순간, 다채롭고 풍성하고 놀랍다.
글렌 굴드, 파바로티, 번스타인, 바흐, 백건우.. 동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음악가들의 개인사와 함께 당시의 미술과 사회상, 문학을 엮어서 이야기한다. 정말 풍요롭고 가슴 벅찬 책읽기다. 지적 크로스오버. 사진과 그림이 가득 실려있어서, 더욱 몰입이 된다.
작가는 말한다. 클래식을 들으며 우리가 취할 것은, '내 안의 귀함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한 평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나 자신을 '마주치는' 바로 그때가 아닐까. 그래서, <마주침> 이 책은 귀한 지인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다. 너무 귀하다, 이 책.
|
|
음악은 내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늘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갑자기 나를 기습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것은 소통이었고, 외로움이었으며, 때때로 위로였다.
나는 클럽에서, 거리에서, TV에서, 라디오에서, 그리고 가끔씩 나에게서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그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랬던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보건대, 그것은 그냥 나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그러던 것이 어떤 기회로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여러 음악가를 알게 되었다. 피아니스트부터 지휘자까지, 먼 타국의 음악가부터 나와 같은 도시의 음악가까지. 같이, 그리고 깊이 호흡하진 못했지만, 그들이 음악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어떤 일부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전체가 아닌 일부지만 다만 마주치듯이, 스쳐가듯이.
글렌 굴드에게도, 카라얀에게도, 이 글을 읽게 해 준 저자에게도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음악에게. |
|
클래식이 두려운건(나에겐 두렵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뭔가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일게다. 그냥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워 지는 것이 아니라 몇번의 몇 악장식으로 나뉘어지는 그 구분이 클래식과 친해지게 하지 못한 이유였다.적어도 나에겐 ..그러다 어느 선배로부터 클래식이 귀에 들어 오기 시작하면 너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게야 라고 말을 했었는데.. 여름밤의 쇼팽의 녹턴을 들으면서 비발디의 사계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하면서 오후 10가 되면 난 1FM으로 귀를 기울였었다. 제목도 못 외우고 이름도 낯선 그들이지만 그저 마음이 편안해 지는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느꼈다. 이런 마음 한 구석에 늘 클래식에 대한 동경이 있다 보니 유정아의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는 반가웠다.
솔직히 그림에 관련된 책도 홍수처럼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보니 클래식이라고는 하나 접근방식이 그와 많이 닮아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마주하고 있다 라는 느낌이 들고 말았다. 책 제목이 마주침이란 사실...
책 속엔 정통 클래식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아서 더 좋았다. 나는 지금 스톤재즈에 음악을 듣고 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몰랐을 뮤지션 스톤재즈에 신나는 음악을 듣고 있다. 내가 늘 궁금해 왔던 마리아 칼라스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귀동냥으로 얼핏 들었던 명태의 곡을 만든 변훈선생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책 속에 담겨 있었던 모든 내용이 다 재미있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러나 제목만큼이나 즐거운 마주침들이 있었고 그래서 소중한 인연들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왠지 그녀의 방송을 조용하게 듣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분명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이들에겐 좋은 벗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려운 이야기도 없고, 그렇다고 저자의 박식함이 척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나에게 있어 그림이란 책의 시작점이 천천히 그림읽기였다면 음악에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의 시작점으론 이 책을 떠 올리게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음악의 이야기들이 그녀의 글을 통해 흘러 나오길 희망해본다.
|
|
단지 유정아라는 아나운서가 끄적인책이아니라..음악가에 대해 한 연주자의 인생에 대해 소담스럽게 전개되어있다..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예쁘게 전개되어있는책.개인적으로 피아노앨범 굴렌굴드라는 음반을 구입하고 그가 천재성과 우울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접했지만.. 그렇게 될수 밖에없는 그런 환경들...미묘하게 인간에 대해 기술해 가는 과정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소통할만한 글로 이어지고 있다. 가슴으로 이해될수 있는 느낌!첨에 비싸서 눈여겨보긴했지만 마치 사기당할(?)것만 같아 잠시 접었는데.. 놀러간 오빠네에서 책발견! 새언니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빼내 읽다가 결심하여샀다.새언니가 책을 참 잘고르고 맛있게(?)잘 읽는다. 책선물은 하고 싶은사람한테 해야하므로 달라하면 주겠지만.씁쓸해질 속도 이해가 가기때문에.. 부랴부랴 사서 이제야 후기를 남긴다.사고나서 후회는 없다.사기전까지 저금액을 들이고 사야될까 말까..고민하는 후회는 하겠지만..여타 다른 클래식 입문서라고 함 금난새씨 책도 있지만...음악가가 쉽게 풀어쓴것과 일반인이 접하여 애착과애정을 드러내어 쓴 글은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색채를 지니게 한다.
왜려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시간의 연대랑 상관없이 음악적인 테크닉없이 가슴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한테 이책을 강력추천한다! |
|
이 책은 클래식의 역사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이 아니다. 유정아 아나운서는 상대적으로 클래식 전문가도 아니다. 유정아 아나운서가 FM 가정음악을 진행하며 그때 그때 클래식 관련 뉴스가 생겼을때 써놓은 방송용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그래서, 글이 대중이 없고 산만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클래식 음악의 전반을 이해할 수 있고, 최신 경향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소재는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 등의 여섯 가지 주제로 이루어졌다. 아마, 그 동안 써 온 글을 모아서 간추리고 그 위에다 주제에 합당한 내용이 적을 경우 추가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책은 뮌헨 필의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내한 공연을 하면, 그에 맞추어 푸르트 뱅글러, 얀 카라얀으로 이어지는 독일 클래식 음악과 지휘자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낸다. 독자들은 틸레만을 통해 그의 지휘 방식과 클래식 음악의 중심 중 하나인 독일, 클래식 음악에서 지휘자에 대한 지식들을 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작년 모짜르트 서거 250주년이 되었을 때, 모짜르트와 관련된 이야기와 모짜르트를 재해석 해 낼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그려내어, 모짜르트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시 그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저자의 글실력을 칭찬하고 싶다. 가끔 클래식 관련 서적을 읽으면, 당연히 전문가가 썼으니 해박하겠지만, 정작 글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재미없는 글을 잘 된 편집으로 넘으려니, 가끔 내가 음악 교과서를 읽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만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단순한 편집을 유지하지만, 맛깔나는 글솜씨로 독자를 강력하게 클래식의 세계로 잡아 끈다. 아마, 이 재미는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클래식을 설명할 것이라는 욕심없이, 자신이 특정 음악가에 대해 또는 앨범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을 중심으로 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점점 전문 작가의 화려한 수사가 피곤해 지는 마당에 저자의 담백한 글솜씨는 다시 한 번 에세이 류의 글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FM 가정 음악의 열혈(?) 청취자이다. 이 책을 통해 클래식이, FM 가정음악이, 유정아 아나운서가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
|
잠시 뜸을 들였다. 책에 같이 곁들여진, 그녀에게 선택된 곡을 들으며 서평쓰기를 시작할까, 잠시 생각해봤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예전에 들었던 아름다운 선율을 더듬어가기 시작했고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내 귀에 익숙했던 곡들을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그녀의 선택곡을 끄집어 내고 내가 갖고 있는 음반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지 않는 내게 제일 처음 귀에 익숙해졌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진중하게 들어보고 싶어진 차이콥스키를 거쳐 고향의 평화로움이 이런것일까 느끼게 해 줬던 전원교향곡 옆으로 나란히 꽂혀있는 베토벤의 음반들, 아니 호탕하게 잘 웃던 사라장의 연주를 들어보는건 어떨까 싶다가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어때? 하며 나의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암울한 느낌이 날까 싶어 충동적으로 샀던 말러의 음반이나 우아한 경쾌함이 넘쳐나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음반을 떠올리니 바흐의 재해석인 재즈음반을 언젠가 샀던 기억도 나고... 이렇게 뒤적거리다보니 꽤 오랜시간 클래식을 듣지 않았구나,라는걸 깨달아버렸다. 음반에 쌓인 먼지가 내 뒤적거림에 날려 내 코를 근지럽히니 새삼 내가 이 음반을 언제적에 사고 들었었나... 싶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오로지 음악만을 듣기 위해 시간을 내어주지 못한다. 가사가 있는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노래를 배워봐야지,라고 결심하고 듣기 시작해도 노래 한곡을 못넘기고 금세 다른 생각에 빠져들거나 다른 일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클래식의 선율을 들으며 각각의 악기의 아름다운 소리나 협주곡의 화음이나 훌륭한 지휘자의 손길에 따른 멋진 일치의 화음을 제대로 알겠는가. 하지만 그런 내게도 간혹 마음 깊이 쑤욱 들어오는 음악은 있다. 마주침,의 서평을 쓰기 위해 고르고 고른 음반은 결국 내 귀에 익숙하고 즐겨 듣던 음반 중 하나가 아니라, 어느날 한밤중에 오로지 그 선율만 흘러나와 내게 자그마한 평화의 느낌을 선물해줬던 바흐의 무반주첼로협주곡이다. 물론 유정아, 그녀가 소개해 준 야노스 스타커의 음반이었다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것은 카잘스의 연주다. 오랜만에 들으니 꽤 좋은걸? 다시 또 잠시 음악에 빠져들어본다... 그래, 사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왠지 우아해보이고 뭔가 달라보여 나도 들어봐야겠다,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애쓴다한들 소귀에 경읽기 수준인 내 귀에 그 선율이 들어오겠는가. 내가 즐길 수 없다면 그건 음악이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소음일뿐인것이다. 그렇게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내가 읽은 유정아의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마음을 툭, 열어보이게 한다. 정말 '마주침'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녀가 풀어놓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곡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궁금증이 치솟는다. 그냥 무심결에 들었던 음악이었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엔 왠지 특별한 느낌으로 다시 듣고 싶어지는 것이다. 알고 있었던 이야기는 알고 있었던대로, 처음 듣는 이야기는 또 처음 듣는대로 그녀의 이야기가 음악과의 우연한 마주침속에 나만의 특별함으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물어온다면 나는 여전히 잘 모른다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만의 특별함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떠올리며 남몰래 혼자 특별한 시간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특별함을 일깨워 준 그녀의 다양한 이야기가 참말로 고마운 시간이다. 그뿐인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나고 싶은 음악가와 연주자들이 너무 많이 생겨버려 앞으로 음악을 통해 그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인다. 그래, 누군가 음악에 대해 물어온다면 그녀를 소개해줘야겠다. 그녀와의 마주침이 특별함을 선물해줄지 누가 알겠는가. 개인적인 감상만 주절주절 마구 늘어놓은 글이 되어버렸는데, 이 책은 여러 음악가들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음악에 담겨있는 깊이가 그리 무겁지 않게 씌여졌다. 전통적인 명연주자와 음반뿐아니라 새롭게 해석되고 시도되는 연주자들의 소개도 아우르고 있어 클래식을 처음 접해보려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선물이 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