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학교 시절 유난히 좋아했던 책이 《명상록》이다. 5학년 때 청량리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인데 1982년도 대일서관 안광제 번역의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으로 당시 정가는 2.800원이었다. 컬러풀한 사진과 더불어 매우 고급스러운 느낌의 책이었다. 적자지심을 간직하던 때라서 명상록의 스토아풍 철학이 몸에 잘 맞았던 것 같다. 소풍 때 전철에서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정말 '내 인생의 책'이 아닐 수 없다. 《명상록》은 현재 여러 번역본들이 있지만 역자들은 한번쯤 이 책을 참조하지 않았을까. 세월이 흘러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막시무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때문에 다시금 명상록을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존경했던 막시무스(Clandimus Maximus)에게서 나는 자제심을 배우고 어떠한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의식을 배웠다.어떠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심지어 병들었을 때에도 쾌활한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하고 상냥함이나 위엄이나 어떠한 덕성도 조화를 이루고 자기 자신 앞에 닥친 일은 무엇이든지 불평없이 완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말과 생각을 확신하는 것만을 행하며 만사에 악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이러한 것을 또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결코 놀라거나 경탄하는 일이 없었고 서두르거나 미루는 일도 없었으며, 당황하거나 실망하는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쾌활함을 또는 격정에 사로잡히거나 의심하는 일도 없었다. 그는 한결같이 너그러워서 남을 쉽게 용서해주고 또 모든 것에 동정심이 많았다. 누구도 그에게서 불신을 받았다거나, 자신을 그보다 더 우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제때에 맞는 유머를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안광제 번역)
바로 그 막시무스다! 영화 내용이야 역사적 사실과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막시무스의 인격은 아우렐리우스가 찬탄한 성격 그대로였다. 유학생들끼리 몰려가 보았는데 아우렐리우스와 막시무스의 대화를 들으며 느낀 야릇했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는 로마 제국 최전성기를 이끈 마지막 황제였다.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우스 피우스에 이어 아우렐리우스까지 포함하여 '5현제'라 칭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안토니우스의 딸 안니아 갈레리아 파우스티나와 결혼해서 아들 콤모두스를 두었다. 철인황제가 이런 방탕한 아들을 두었다는 게 유감이다.
당시 초딩이던 나는 향기 나는 노란색 볼펜으로 이런 구절에 밑줄을 그었었다.
「할아버지 베루스에게서는 온화하고 고귀한 인품과 성급하지 않은 차분한 마음을 배웠다. 아버지에 대한 평판과 추억으로부터는 절도와 강인한 기질을 배웠다. 어머니에게서는 신에 대한 경건함과 자비를 배웠다. 또 사악한 행동을 삼갈 뿐 아니라 그런 생각조차도 멀리하는 절제를 배웠다. 그리고 부자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검소한 생활태도를 배웠다. 」(24쪽)
고상한 성품과 격정을 누르는 침착함, 절제와 강인한 사내다운 기질, 경건한 신앙과 자비, 검소한 생활태도는 어린 내 가슴에도 깊이 각인되었다.
아우렐리우스는 세네카와 에픽테토스와 더불어 후기 스토아 학파의 대표자다. 스토아학파는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 소크라테스의 삶을 귀감으로 삼았고, 욕망을 절제하고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모든 철학이 삶의 기예를 언급하는데 스토아 철학 역시 '아파테이아'라는 부동심의 경지를 강조한다. 그리고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범신론과 만민평등의 세계주의인 코스모폴리타니즘을 주장한다.
로마황제로서 아우렐리우스가 기독교에 대해 보인 태도가 흥미롭다. 그는 스승 프론토나 에픽테토스를 따라 기독교를 미신적인 것, 유해한 것,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 탄압했다고 한다. 그런데 비록 박해명령을 내리기는 하였지만 실행은 관대하게 진행한 것 같다. 19세기 프랑스 종교사가인 르낭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기독교를 탄압하였지만 그리스도교 형제들을 고자질한 자들을 엄벌에 처하여 사실상 포고령을 깨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
|
2000년 전의 자경문(自警文) |
|
나는 정말 잘하고 싶은데, 계획대로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가지고 있던 자신감을 모두 잃어 우울한 먹구름 속에 몇일을 보낸 적이 있는가? 그럴 때면 밝은 무언가도 쉽게 기분을 바꾸어주기 어렵다. 아마, 그때 가장 많이 찾는 책이 소설이거나 철학 관련 도서일 것이다. 철학하면 옛 현인들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상인데 현재는 특히나 기업에서 기업철학으로 많이 응용되고 있다. 나에게 철학은 너무나 정교한 문체는 어려워 보이기만 하고 다 좋은 말이지만 자연의 섭리라든지 운명이라든지 신의 뜻이라든지 달콤한 말로 자신의 모든 행동들에 이유를 부여하면서 잘못에 대한 반성이 아닌, 은근히 회피할 수 있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필요성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철학에 대한 나쁜 개념은 이 책을 읽고 바뀌게 되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마치 매일 같이 메모를 한 것처럼 느껴졌다. 짤막짤막한 글귀는 마르쿠스 아우레리우스 자신이 하루하루 느끼는 감정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한 것 같았다. 무조건 정교하게 마침표를 찍는 사자성어가 아닌,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면서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 스스로에게 질문도 하고 답을 적었다. 그의 사색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기에 충분했다. 현재만이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며, 누구라도 소유하지 않은 것은 잃어버릴 수 없는데,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가이다. [p.44]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은 여느, 자기계발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냉철한 판단은 훨씬 더 뇌리에 남는다.
‘나는 피해를 입었다’라는 생각을 버려라. 그러면 피해를 입었다는 느낌이 없어질 것이다. 그 느낌이 없어지면 자연히 피해 그 자체도 소멸되어 버린다. [p.64] 마치 천년이나 만년이라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 지금도 죽음은 다가오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아직 능력이 있을 때 선한 일을 하라.[p.66]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몇 페이지만 읽어보아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온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같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이웃간의 협력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이다.[p.92] 겸손하게 부귀영화를 받아들여라. 그러나 언제라도 미련없이 넘겨 줄 각오도 하라.[p.159]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황제로서의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가진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 중에 하나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섭리를 기억한다면 모든 것을 다 놓고 떠나야 하는 죽음에 대해 언제나 생각하게끔 만든다.
무언가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알려줘서 좋은 것이 아니라, 계속 읽다보면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이 좋은지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너무나 쉬운 삶에 대한 정의를 바쁘게 살다보면 너무나 쉽게 잊어버린다. 그것을 부담없이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번지듯 스며들어 더 이상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
|
사람은 타고난 대로 살아온대로, 본대로, 들은것에서 체험한 것에서 말, 행동들이 나온다고들 한다. 대부분이 과거의 환경을 배제한 오늘은 없으니까... 아우렐리우스의 생각을 엮어낸 명상록이 유명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아가 성장될때까지 영향을 준 많은 스승과 주변인들의 영향력이 귀찮고 하찮게 생각되어질만도 했을텐데 참 바르게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자기것으로 만들어 소유한 아우렐리우스... 그는 명상록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인간이 가진 이성 LOGOS 는 어떠한 외부의 자극과 위협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선과 악을 우주적 섭리인 의지로 평정할수 있다고 .... 또 인간과 신에 대한 불만으로부터도 벗어나게하는 지혜가 인간에게 있다고.... 여고시절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씌여진 활자를 읽어내려가기에 바빴던지라 읽은 후의 느낌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 읽는 명상록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맞아!! 맞아 !! 그렇지 .... 그렇구나 !! 를 연발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우렐리우스의 명 .상. 록.... |
|
몇 개월 전에 [관독일기]를 읽으며 마음을 많이 추스렸던 기억이 난다.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시간이 흘러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시 이 책으로 산만한 하루하루를 가다듬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되었다.
로마의 집정관을 세 차례나 지냈고, 황제였고, 스토아학파의 한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깊은 내면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옮긴이의 해설로 스토아 철학을 명쾌하게 알게 된 것은 큰 덤이다.
황제라는 직위를 지낸 인물이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겉다르고 속다른 식의 자기변명 뿐 아닐까? 란 약한 의심이 있었지만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널리 알려진 평은 괜찮은 것 같다. (밀처럼 종교에 관대하진 않았더라도...)
딱히 정리되지 않은 수 많은 그의 생각의 모음을 읽어내려가며 중요하지 않은, 와닿지 않은 것이 없다. 그가 있기까지 늘 감사하는 태도부터 시작하여 육신보다 정신을 높이 떠받들여 겸허한 삶을 지향하는 황제의 태도를 그 어떤 국가의 일인자와 비교할 수 있을까..싶다. 비록 로마인이야기를 초반에 읽다말고 정체된 상태이지만 거룩한 로마를 다스렸던 그의 외적 파워는 느낄 수 없다. 여기에선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 끊임없이 고뇌하고 반성해야만하는 신이 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만이 보일 뿐이다. 그런 인간으로서 어떻게 로마를 다스릴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태어나면서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렇게 명상하는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이다. 그리고,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가 성인의 경지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
그동안 읽은 명상록들은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긴 했지만 정작 읽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딱딱하고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저자가 로마의 철인황제이자 사상가인 아우렐리우스였기 때문이었다. 아우렐리우스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황제며 사상가라는 이유로 그의 글은 딱딱할 거라는 선입관을 가졌던 것이다.
![]() 홍신문화사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25번째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으로 아우렐리우스가 약 2천 년 전에 쓴 책을 엮은 책이다. 흰색과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표지는 단순한 디자인임에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시리즈인 [유토피아]나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의 표지보단 마음에 든다. 생애 대부분을 전쟁에서 보낸 아우렐리우스는 전쟁 중 틈틈이 [명상록]은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명상록]은 삶과 죽음에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다. 아우렐리우스에게 삶과 죽음은 자연의 순리일 뿐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다가올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고 ‘본성에 따라 현재를 충실히 살라’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말한다. 본성에 따르라는 것은 신이 만든 운명에 만족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예지와 이성을 믿고 행동하라는 뜻이다. 자신의 예지와 이성을 믿고 행동하면 거짓과 진실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속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인생의 목적은 인간 모두가 추구해야 할 ‘사회의 이익에 공헌’하는 것이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대할 때마다 다음과 같이 스스로 묻는 습관을 길러라. ‘이 사람은 무슨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했을까?’ 그러나 우선 자신의 행동부터 살펴본 후에 질문을 하라.(210쪽)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래서 人間 아니던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다보면 타인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우렐리우스는 고통을 주는 사람에게도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한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확고하고 단호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를 다스리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철학과 친하게 지내야하는 모양이다. 명상록이니만큼 나를 반성하느라 속도가 빨리 나가진 않았지만 글들이 길지 않고 문체도 딱딱하지 않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밑줄 긋고 싶은 글귀들이 참 많았다. [명상록]은 마음이 불안할 때, 관계에 화가 날 때, 삶이 불만일 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일에 대해 선입관이 들 때 찾아보면 좋을 책이다. 한 가지, 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점은 아쉬웠다. 이 책을 읽으며 사상가, 철학자 대통령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만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명예란 단지 타인의 영혼에 너 자신의 행복을 맡겨놓는 것에 불과하다.(40쪽) 결코 이성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으려면 시종일관한 지조, 모든 일에 대한 공평함, 사물에 대한 경건함, 온화한 표정, 헛된 명예에 대한 경멸, 사물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던 노력을 항상 기억하라.(112쪽) 어떤 것을 읽고 쓰는데 있어서 자기 자신이 먼저 그 규칙을 배우고 익숙해지기 전에는 남을 가르치지 말라. 인생에 있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227쪽) |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 책은 12부로 나누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인간으로서, 황제로서 할 수 밖에 없었던, 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한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에 충실할 것이며,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사적인 쾌락보다는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
무엇보다 황제라는 특권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늘 배우고 성장하려는 그의 모습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