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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걸>>, 메리 쿠비카(지음) | 김효정(옮김) | RSG(레디셋고) | 2016-6
하늘을 본다. 유리창을 통해 내게 허락된 딱 그만큼의 공간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름의 이동이 분주하다. 그것은 빠르게 모였다가 일시에 흩어지고 다시 뭉쳤다가 화르르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곧 눅눅하고 습한 장마의 계절에 갇히게 될 것이란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 불쾌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이는 감정조절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그래선 안 된다.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할 수 없다면 얼마나 비참할까. 순전히 날씨 때문에 말이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한 권의 책을 선택한다. 그것은 푹푹 찌는 한여름의 무더위와 오랜 장맛비로 습한 시간을 온전히 지켜줄 장편스릴러 <<굿걸>>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책의 앞표지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만든 작품이다. 그제서야 책표지의 의미를 깨닫게 만든 작품이다. 아아, 나를 한없이 빠져들게 만든 작품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만든 작품이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가족의 의미를 자문하게 만든 작품이다. 돈, 명예, 사랑, 행복, 화목, 목표 기타 등등 인생의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되짚어보게 만든 작품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거머쥘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예측이 불가능한 거듭된 반전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확정할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 더구나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또 소설 속 화자들의 역할도 무척 흥미롭다. 그들은 조금 색다른 구성방식을 취한다. 주요 등장인물인 ‘이브 데닛(미아의 어머니)’과 ‘게이브 호프먼(미아의 전담 형사)’ 그리고 ‘콜린 대처(미아의 납치범)’ 등 세 사람의 화자가 한 챕터씩 차례로 말하는 형식을 취한다. 주인공 미아 데닛의 납치 사건을 각각 ‘그날 이전’과 ‘그날 이후’로 나누어서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흔히 접할 수 있는 형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이때 놓쳐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등장인물의 심리변화를 꼼꼼하게 관찰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한눈을 판다거나 딴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는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려내는 데 자칫 혼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굿걸>>의 주요 등장인물을 살펴보기로 하자. 제임스 데닛 -미아 아버지, 치안 판사, 명문가 후손
이브 데닛 - 미아 어머니, 인테리어 전공자, 평범한 시골 출신 그레이스 데닛 - 미아 언니, 변호사, 아버지와 관계 좋음 미아 데닛 - 대안학교 미술교사, 납치 피해자, 아버지와 관계 나쁨
콜린 대처 - 뚜렷한 직업 없음, 미아를 납치한 가해자 캐스린 대처 -콜린 어머니, 파킨슨병 환자
게이브 호프먼 - 미아 납치사건 전담 형사 아이애나 잭슨 -대안학교 교사, 미아 친구 치안 판사의 막내딸 미아가 납치되었다가 곧 돌아온 시점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자신의 뒤를 이어서 법조인이 되기를 원했지만 미아는 아버지 제임스의 말을 거부한다. 변호사인 언니 그레이스와는 딴판이다. 자신의 희망대로 미술공부를 선택한 미아는 열여덟 살에 이미 독립하여 대안학교의 미술교사로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납치된다. 이때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미아를 납치한 범인은 누구일까?’ 라고, 추측이나 상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다. 독자의 추리력은 물론 상상력조차도 배려하지 않는다. 작가는 소설의 초반에서 범인을 밝힌다. ‘미아 데닛’을 납치한 범인이 ‘콜린 대처’라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살인자의 정체가 소설의 시작에서 밝혀지는 하우더니트형 추리소설과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살인자와 납치자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 이 둘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굿걸>>의 시작점에서는 주인공 ‘미아 데닛’을 납치한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러던 것이 소설의 말미에서는 '어떻게 해서 그런 납치 사건이 벌어졌는지'로 독자의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이런 점에서 심리스릴러인 <<굿걸>>은 형식면에서 하우더니트형 추리소설과 닮은꼴이다.
즉 소설 머리의 '범인이 누구인지?'에서 소설 말미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로, '독자의 궁금증' 대상(對象)을 순식간에 뒤바꿔 놓는다. 그런가 하면, 미아를 오두막으로 납치한 콜린 대처는 자신이 납치자이면서 오히려 죽음의 위협과 공포와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그를 두렵게 만든 인물은 바로 조직폭력배의 두목 ‘달마’이다. 이때 독자들은 콜린 대처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서스펜스추리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정리를 해보면, <<굿걸>>은 심리스릴러인 만큼 다양한 추리소설의 기법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우더니트형 추리와 서스펜스추리소설과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분명하게 짚어내고 밝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심리나 감정 상태를 읽을 수 있어야한다.
필자는 이 작품을 두 번 정독하였다. 꽤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투자한 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섬세하고 정교한 심리묘사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의 원인이 비슷하다는 것, 온전히 행복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 소통의 부재가 빚어낸 결과라는 것, 어느 특정 인물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 자식은 절대로 부모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것, 모든 인간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한다 는 것, 돈이나 사회적 지위나 명예가 행복의 척도는 아니라는 것,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필자는 이상하게도 ‘미아 데닛’을 납치했던 ‘콜린 대처’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누가 그를 죽게 만들었는지 더 정확히 누가 그를 죽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 적지 않겠다. 또한 자신을 납치한 콜린 대처의 아이를 임신한 미아 데닛은 왜 낙태를 할 수 없는지, 왜 납치범의 아이를 낳아서 기르려고 하는지, 납치범의 어머니를 왜 궁금해 하는지, 납치범의 죽음 앞에서 왜 그토록 울부짖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미아 데닛의 이야기도 여기에 적지 않겠다. 이는 아직 <<굿걸>>을 읽지 않은 새로운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한다.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미아 데닛의 심리 상태, 즉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말이다.
<<굿걸>>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독자의 마음을 이따금 울컥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반전이 있는 대목에서 나타난다. 폭풍우가 바닷물을 통째로 들어서 발딱 뒤집어버린 것처럼 마지막 반전에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게 하였다. 작품 전반에 걸쳐서 드러낸 심리묘사와는 전혀 다른, 지금까지의 모든 상상과 추측을 완벽하게 갈아 엎어버린, 섬뜩하고 유쾌한 반전이 숨어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반전은 필자가 지금까지 접한 수많은 장르소설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일독(一讀)을 권한다. -by. 2016.06.30. Ⓒ 심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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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볼수록 끌리는 표지다.
<이책은>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책읽은 소감> 외모지상주의에 동조하는 편도 아니지만 범죄자가 미남(혹은 훈남)이거나 미녀일 경우에 다시 쳐다봐지는 마음도 어쩔 수 없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에 시비를 걸 수도 없다. 요즘 시대야말로 성형이든 화장발이든 가공 미인이 많고 비슷비슷하다보니 무감해지기도 한다. 오히려 개성 있는 얼굴이 더 어필되거나 기억에 남는다. 이 표지의 미녀 역시 볼수록 미인이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쉿!에 담긴 의미를 알려면 끝까지 읽어야한다. 저자도 출판사도 첫 인연인데 기억에 남는다.
추리 소설은 추리를 해가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자신의 추리력을 시험하는 기분도 한몫한다. 허를 찌르는 반전일 때 무릎을 치면서 그 저자를 또 찾게 된다. 이 저자는 목차도 전에 범인을 밝히고 들어간다. 유서깊은 데닛 가의 가장은 판사로 인간미 없는 인간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젤 두려워하고 자신을 쏙 빼닮은 큰 딸과 그렇지 않은 작은 딸을 하늘과 땅만치 차별한다. 교양있는 미모의 안주인은 삶의 활력이 없다. 영국에서 미국에 왔다가 첫 눈에 반한 남편은 그 당시 멋지고, 배려할 줄 알며 무엇보다 언변이 좋았었다.
소설은 콜린이 범인이라고 일러 주고 작은 딸 미아가 두어 달 넘게 납치된 상태를 그렸으며 시시각각의 심리와 상황 묘사가 탁월하다. 독특한 스타일로 퍽 참신했던게 범인 콜린, 엄마 이브, 형사 호프먼 각각의 상태를 '그 날 이전브'과 '그 날 이후'로 소제목을 표기해준다. 따라서그게 누구건 순서는 없고 사건이 전개되는 싯점인 과거는 이전이 되고 이후는 그야말로 미아가 돌아온 상태 이후다. 납치되었던 미아가 돌아왔지만 단기기억상실에 걸린 상태로, 그걸 바라보는 '이브 그 날 이후'가 시작이다.
극적으로 구조된 미아는 왜 자신을 클로이라고 하는지 이브는 피가 마른다. 딸이 인질로 잡혀서 어떤 일이 있었을 지 가늠하는 시간들은 결코 좋은 쪽이 아니요, 더구나 홀몸이 아니다. 당연히 성폭행을 의심하면서 정신과 의사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피력하고, 아버지는 당장 중절수술을 시키려 제비 몰고 간다. 나사가 하나 풀린 상태의 미아는 온전한 정신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의지로 수술을 거부하고 독립해 살던 자신의 아파트로 가고, 엄마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말이 씨 된다고 하필 이름이 미아. 그러니 납치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닮은 빼어난 외모에다 추진력도 좋고 똘똘한데 타고난 성향은 감성적이다. 그림 그리는 능력을 아버지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로스쿨에 진학하여 자신의 뒤를 잇는 큰 딸만 대견하다. 이과 성향에 자신만을 사랑한 아버지는 큰 딸이 판박이. 아버지에 눌려 지내는 엄마는 작은 딸이 판박이로 미아는 가출, 마리화나 등 사사건건 아버지를 자극한다. 딸을 위함이 아닌 자신의 성공에 흠집을 막기 위해 비행 기록을 삭제하는 수고로움은 마다하지 않는다.
콜린은 모자를 버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으나 어머니가 준 사랑으로 마음 한 켠에 바르게 살자는 인식이 있다. 삶이 남루하여 어쩔 수 없이 밥벌이와 파키슨병 걸린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죄를 지었다. 유년의 정서가 화목하지 않았어도 학교에서 보이스카웃이나 여타의 경험이 많아 지혜로운 청년이다. 딱 한 번 아버지라는 인간이 마음에 둔 여인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데리고 간 오두막이 효용이 되고 인간다운 삶을 느끼고 영원한 안식처가 될 줄이야. 그렇게도 꿈꾸던 세상이었건만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그녀가 옆에 있음이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미아,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콜린. 이 둘이 절대 고독의 대척점에서 서로의 외로운 지점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둘만이 있는 상황이라고해서, 외롭다고 해서 본능에 충실하지 않는다. 미아가 도망치려 하자 단 한 번 총으로 위협을 했고 나중엔 총을 미아에게 주며 자신을 쏴도 된다고 한다. 도망치고 싶으면 그리하라는 암시를 준거다. 아주 나중엔 총 쏘는 법까지도 숙지시켜준다. 자연스레 맘이 열리고 몸이 열리는 경지는 페이지가 370여 페이지일 때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있다. 물질적인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이 있다. 정신적인 면에 해당하는 인간미, 정일게다. 반대의 경우는 인성이 따듯해도 삶이 팍팍하고 당장 목구멍은 포도청에다 아픈 사람까지 있다보면 범죄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미아는 클로이가 되고 싶었고 콜린은 오웬이라는 남자로 절대 고독한 상태에서 절대 생존을 위한 통조림 식사만을 하면서 추위 속에서 절대 사랑을 하며 절대 행복을 느낀다. 신기루처럼.
처음엔 스톡홀름 증후군이구나, 아니다 고 생각한 건 납치 의뢰를 받고서 이렇게 빛나고 예쁜 여자가 있구나 황홀함으로 바라본 것. 이런 그녀를 악명 높은 의뢰자에게 보낸 후를 생각하면서 자책하느니 차라리 자신이 총대를 맨 순수함. 그렇지만 삶은 유희가 아니다보니 철없어뵈는 부잣집 아가씨를 구했다는 사명감보다는 아픈 엄마가 걱정되고, 그 사이 말할 사람이 없다보니 내밀한 속내를 공유하게 되고, 인생의 달콤함을 아주 조금 강렬하게 맛본 댓가는 처절했음이라. 클로이는 자업자득이래도 오웬을 닮은 아이가 태어날거라 그나마 다행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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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별로 좋든 싫든 반복하여 듣게 되는 말들이 있다.예컨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유아기에는 '잘하네', '잘하는구나' 등 칭찬의 말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학창시절에는 '최선을 다해라' 또는 '공부 열심히 해라'와 같은 말을,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은 했니?' '여자친구(또는 남자친구)는 있어?'와 같은 질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결혼을 하여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내가 아닌 아이에게로 옮겨가게 된다. 그렇게 나이가 드는 것일 테지만 어느 순간 '건강은 괜찮으시죠?'라거나 '건강하세요'와 같은 인사말을 듣게 되면 그제서야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에 대한 질문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좋든 싫든 말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지나온 생애를 뒤돌아보면서 자신에 대한 질문지를 스스로 만드는 시기라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메리 쿠비카의 <굿걸>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상념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범죄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인물의 심리묘사나 감정선이 잘 살아 있는, 말하자면문학적 향기가 진한 작품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빠른 이야기 전개가 특징인 리 차일드의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이기도 하지만.
소설은 납치되었던 미아가 집으로 돌아온 날을 기점으로 '그 날 이전'과 '그 날 이후'로 구분하여 전개된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명문가의 후손이면서 치안판사이기도 한 미아의 아버지 제임스 데닛, 시골 출신의 매력적인 여인이면서 실내 인테리어를 전공한 미아의 엄마 이브 데닛, 미아의 납치 사건을 전담하는 게이브 호프먼 형사, 미아를 납치했던 범인 콜린 대처, 미아의 하나뿐인 언니 그레이스, 미아의 직장 동료인 아이애나가 이 소설을 구성하는 주요 인물의 전부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소설의 전개를 맡은 인물은 더욱 줄어들어 이브 데닛과 게이브 호프먼, 콜린 대처 등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그 날 이전과 그 날 이후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명문가의 후손이자 영향력 있는 치안판사인 제임스는 강한 경쟁심을 가진,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인물이다. 똑똑하고 순종적인 큰딸 그레이스와 달리 둘째딸 미아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혔고,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그녀는 결국 독립한다.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생활하던 그녀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몸값을 노리고 납치 지시를 내렸던 달마의 말에 따라 콜린 대처는 미아를 납치한다. 콜린 대처는 미아를 넘겨주는 즉시 오천 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콜린 대처는 그 돈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돌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미아를 달마에게 넘기는 순간 그의 부하들에게 농락당하는 것은 물론 결국에는 살해되어 버려지고 말 거라는 결론에 이르자 그는 마음을 바꾼다. 콜린 대처는 그의 어머니 캐스린 대처와 여섯 살 난 자신을 버려둔 채 떠났던 자신의 아버지가 소유한 미네소타의 작은 통나무집으로 미아를 데려간다. 민가가 없는 거대한 숲 한가운데 위치한 그 오두막은 겨울이면 사람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는 외진 곳이었다.
한편 영향력 있는 치안판사의 딸의 납치 사건을 맡게 된 게이브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브 데닛을 자주 만나면서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고 여전히 매력적인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미아를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제임스와 그런 이유로 더욱 마음을 닫아버리는 미아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이브는 미아가 납치된 이후 미아와 함께 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리워한다. 그리고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자신의 행동을 자책한다. 그럴수록 자신의 체면만 중시하는 제임스의 행동이 원망스러워졌다.
"지금은 모욕적이고 야속한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지만 과거의 그는 달콤한 말을 하는 데 선수였다. 우리 인생에도 서로에게 완전히 반해 있던 황홀한 시절, 서로 잠시도 떨어질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결혼한 그 남자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p.141)
모르는 남자에게 납치된 미아는 자신을 납치한 콜린 대처로부터 저간의 사정을 듣고 이해하게 된다. 달마에게 자신을 넘기고 약속한 돈을 받았더라면 일이 그렇게까지 대책없이 흐르지도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미아는 콜린 대처와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 그들 둘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서로에게 들려주기도 하면서 평범한 연인들처럼 상대방의 취향이나 성격을 알아갔다.
"하지만 미아가 자라면서 얼마나 외로웠을지도 짐작이 갔다. 생판 모르는 죽은 애를 동경할 정도였다니. 우리 엄마와 나 사이라고 그리 특별할 건 없었지만 적어도 우린 외롭지는 않았다." (p.372)
각자의 눈에 비친 그 날 이후의 미아는 오두막에서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미아가 아닌 클로이라는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정신과 상담을 하는 등 기억을 되찾을 만한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그녀의 기억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게이브가 오두막에서 찾아낸 고양이 카누로 인해 옅은 기억의 실마리가 되살아나고...
책에서는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조망된다.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던 그들이 하나의 사건에 의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작가에 의해 교묘하게 짜맞추어진 결과이지만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어쩌면 그런 특별한 사건이 아니고서는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같은 공간,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각자의 처지와 외로움은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이다. 비록 서로를 가리는 장막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 각자의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세상의 어떤 시선도 차단할 수 있는 수천 겹의 장막보다 더 큰 어둠을 낳았으리라.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아 데닛의 시점으로 쓰여 있다. 주인공이면서도 단 하나의 챕터만 할애함으로써 작가는 주인공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쓴 영리한 신인 작가는 마지막 단 하나의 챕터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모든 비밀을 한꺼번에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4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봐야 하는 숙제를 떠넘긴다. 비밀은 그것일지 모른다. 생애주기별로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우리는 그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 대신에 의미도 없는 말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오해가 쌓이고 쌓여 커다란 불행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네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만 의미도 없이 되내며 사는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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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까지는 아니어도 더운 날이었다. 지난주에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던 굿걸은 입소문대로 반전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미아가 본래 자신의 이름을 잊고 클로이라고 우기는 것이 억지스럽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만약에 이 소설을 읽지 않아다면 나는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납치되었던 미아가 어떻게 해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엉터리가 되어버렸는지 짐작조차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끔찍하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표지에서 입에 손을 대고 쉿! 이라고 외치는 미아의 진실을 알아버린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어쩌면 그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은 이애하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낳아서 길러준 부모인데, 부모를 상대로 복수극을 벌링 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은 절대로 그럴 용기를 내지 못하는데, 부잣집의 막내딸은 뭔가 달라도 다른 것 같았다. 아버지는 판사, 언니는 변호사에 원래부터 시카고 부자였던 아버지를 둔 미아였지만 자신은 정작 아버지의 사랑을 외면받아야했다. 아버지가 원하는 법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미아가 납치가 되었다가 돌아오지만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돌아왔고 납치범은 죽었다. 그렇다면 남은 미아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추측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미아는 더 이상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는 삶을 꿈꿨다. 두 사람은 가정을 이뤘다. 그 마지막 순간에 미아는 두터운 잔디 위를 뛰놀고 가지런한 포도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 사람처럼 짙은 색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아이들은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섞어서 쓴다." -p.412
그러나 그 사람은 죽고 미아는 클로이가 되어 그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아파한다. 그 사람은 미아를 납치한 납치범이었는데 말이다. 이 소설은 끝없이 펼쳐지는 의문과 갈등의 벌판으로 독자의 시선을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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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걸: THE GOOD GIRL
메리 쿠비카(지음) | 김효정(옮김) | RSG(레디셋고) | 2016-6
RSG(레디셋고)에서 새로 나온 스릴러네요.
2014년 여름 출간 이후 현재까지 24개국에서 판권이 팔리며 - 출판사 소개 글 중에서
"너무 놀라서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꺼진 소파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섰지만 내게는 총이 없었다. (중략) 나는 신분증을 위조하고 신원과 직업을 조작해주는 녀석을 안다. (중략) 공중전화에 호주머니에서 꺼낸 25센트짜리 동전 몇 개를 넣었다." (본문 pp.270~271)
“무릎을 수면 높이로 세워 가슴까지 끌어당겼다. 머리를 무릎에 대며 한쪽으로 젖히자 머리카락 끝자락이 물에 담겨 하늘거렸다. (중략) 손으로 물을 떠서 물에 잠기지 않은 부위에 뿌려주었다. 수건에도 물을 적셔 목 뒤에 얹었다. 미아는 쉴 새 없이 몸을 떨었다. (중략)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지 않으려했다.” (본문 p.317)
RSG(레디셋고) 신간 < 굿걸: THE GOOD GIRL>
눅눅하고 지리한 장마철! 습하고, 습하고 또 습해질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불쾌지수 흐물하게 풀어질 무더운 여름철! 내 감정선을 차분하게 지켜줄 장편 스릴러입니다.
빨리 읽고 리뷰도 작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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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자들은 어디서 이런 데뷔작들을 속속들이 잘도 골라오는지 모르겠다. 기존 작가들이라면 충분히 위협을 받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뛰어난 데뷔작들이 전면부에 나서서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얼마전 읽었던 [인어다크,다크우드]를 비롯해서 이번 작품도 또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고 해서 그냥 대충, 만만하고 말랑말랑한 작품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큰 충격이 후반부에 도사리고 있다.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마치 '쉿!'이라고 말하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면을 보고 있는 표지가 스포일수도 있다. 저 표지는 분명 주인공일테고 그렇다면 저 주인공이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인데 이야기를 읽고 나니, 책장을 덮고 나니 진정한 표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좀더 유추하기 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굿걸. 착한 아이. 아이들은 누구나 칭찬을 받기를 원할 것이다. 굿걸이라는 칭찬과 함께 머리라도 한번 더 쓰다듬을 받는다면 그날은 그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 되지 않을까? 그런 아이의 바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굿걸. 반어적인 표현일수도 또는 주인공이 자기가 그렇게 불리기를 바랐던 단어일수도 있겠다.
현직판사의 딸이 사라졌다. 아무런 정보없이 협박편지도 없이 그낭 어느날 아무 소식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엄마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지만 판사는 의견이 다르다. 조금 지나면 스스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미아의 전적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일수도 있다. 굿걸이라는 단어와는 상반된 이미지. 어려서부터 말썽을 부렸고 사건을 일으킨것도, 그래서 아버지가 나서서 덮은 것도 여러개.
모범생이었던 큰딸과는 다르게 막무가내였던 둘재딸 미아. 그녀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서 독립해서 살고있다. 학교에서 미술선생으로 일하는 그녀. 이제는 굿걸이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또 어디로 사라진 것일가. 엄마가 딸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친 어린아이같은 느낌이라 미아가 몇살인가 다시 확인해봤다. 스물다섯.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다. 엄마가 굿걸이라 부르면서 엉덩이를 토가닥거려줄 나이는 아닌데 엄마는 막내딸이 안쓰러워 내내 그런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다.
엄마와 납치자의 시점 그리고 형사의 시점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전후로 해서 이야기는 전개가 된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섞여있는 셈이다. 또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이야기를 하는 '나'라는 화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는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을 세부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구성으로 인해서 더욱 촘촘해지는 이야기. 미아는 누구에게 납치가 된 것이며 납치되었던 세달간 그녀는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이런 스릴러소설의 일반적인 편집과는 다르게 뒤쪽에 독서가이드를 구성해두었다. 열가지의 토론주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를 원하는 방식이다. 신선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리고 그냥 넘겨버릴수도 있었던 내용들이 나와서 책을 다 읽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다시 한번 앞부분을 보면서 어떻게 감정들이 달라졌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되었다.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미아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마지막에 나오면서 이 모든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다 뒤집어진다. 그녀는 과연 굿걸이었을까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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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디 아더 미세스 (예상은 가능한데 짜릿하게 재밌네요)]를 읽고 좀 마음에 들어서 이전에 나온 이 책을 잡았는데, 작가가 더 마음에 든다. 최근에 많이 쏟아져나온 domestic thriller 작가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
이야기는 그 날을 전후로 한 4명의 입장에서 시작한다. 대대로 변호사, 의사, 정치가를 배출한 집안 출신인 제임스 데닛을 만난, 어린 영국처자 이브는 결혼후 그레이스와 이브를 각각 낳고 인테리어일을 그만둔뒤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레이스는 아빠의 맘에 들게 로스쿨을 가서 변호사가 되었지만, 미아는 그림을 그리길 원했고 그랬기에 부모와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엄마인 이브는 그게 언제나 미안했다. 18살에 독립해 대안학교 미술교가가 된 미아, 어느날 그녀는 바람맞은 데이트 이후 바에서 만난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고 만다.
이 이야기는 납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렇지않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생각하기엔 감정이 깊었고, 또 기억상실을 조작하고 있다기에도 그 감정은 진실했다. 엔딩에서 모든 것을 다 밝혀질때 화가 났고 슬펐다. 이브의 말처럼, 왜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여자들은 쉽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데... 아빠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고, 자신의 아바타로 자식을 생각하는 제임스같은 사람은 사회적 지위와 존경을 얻고 자신의 범죄를 은닉하지만, 사냥을 하지도 못한 (엄마 사슴이 있는데 그 옆의 아기사슴을 노린 친구가 범죄자가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콜린은 총을 쏘지못했다) 콜린같은 사람은 제대로 충분한 사랑을 받지도 못하면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 파킨슨병에 걸린 엄마를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사회적 쓰레기로 취급당하고. 또, 이 모든 것을 제대로 파악도 하기전에 총을 쏴버린 거지같은 경찰이라든가... 참, 세상 불공평하고 슬프다.
은근 납치된 상황이 길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한문장씩, 하나씩 (고양이를 집안으로 들이는 문제에서의 기류변화 등) 담아내는 작가의 재치에 감탄하고 반하고 말았다. 뒤에 보니 인터뷰에 노숙자 모녀를 발견하는 책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왜 이 책 나오고 한참만에 [디 아더 미세스]가 소개되었는지, 그 중간 작품들도 읽고싶다.
이 작가 마음에 든다.
p.s: 메리 쿠비카 (Mary Kubica) 굿걸 The good girl 2014 Pretty baby 2015 Don't you cry, 2016 Every last lie, 2017 When the lights go out, 2018 디아더 미세스 The other Mrs. 2020 예상은 가능한데 짜릿하게 재밌네요 Local woman missing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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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 데닛 집안 둘째 딸 미아가 납치되면서 엄마 이브, 사건 담당 형사 게이브, 납치범 콜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릴러 소설 <굿걸>.
미아는 임신을 한 채 되돌아오긴 했지만, 납치되었던 몇 개월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어린 시절 만들어 낸 상상 속 친구 이름 클로이에만 반응하는데. <굿걸>은 그날 이전과 이후를 오가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줍니다.
오로지 돈이 절실히 필요했던 납치범 콜린. 달마라 불리는 이의 지시로 미아를 납치해 넘기는 일을 맡게 되는데, 알 수 없는 호의가 발동해 넘기지 않고 미아와 도망쳐 버립니다. 인질 신세인 미아는 처음엔 그저 그를 두려워하고 증오했지만, 납치범의 의도를 알게 되면서 숲 속 오두막집에서 지내는 3개월 동안 결국 서로에게 끌리며 그들을 찾지 못하는 먼 곳으로 떠나려 합니다.
납치범과 인질 간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미아와 콜린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평판에만 목숨 건 아버지, 사랑하지만 표현할 줄 모르는 어머니 그리고 잘나고 착한 딸 행세를 한 언니를 둔 미아는 데닛가에 스며들지 못하는 딸이었습니다. 미아가 실종되었을 때도 그저 일탈 행동을 하고 있을 거라며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한 아버지의 모습에 더욱 미아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공감하게 됩니다.
오두막집에서 지내는 동안 크리스마스트리 나무를 직접 베어 트리를 만들어 준 납치범 콜린. 그 장면은 정말 애틋하고 찡했어요. 스릴러 소설 읽다가 눈물이 핑 돌기는 처음이었어요. 스릴러를 가장한 연애 소설 느낌.
미아가 돌아온 '그날 이후'의 스토리를 통해 처음엔 콜린의 행방이 궁금해지다가 결국 콜린이 죽은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굿걸>은 상상하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공허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콜린의 아이를 임신한 채 돌아온 미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순간 미아 앞에 놓인 현실은 지옥과도 같아졌습니다. 그녀의 기억에서 밝혀진 비밀은 책을 덮고 나서도 착잡한 마음이 들게 하더라고요.
가족 속에 있지만 사랑은 받지 못한 미아. 부모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주제였어요. <굿걸> 마지막 몇 장에서는 장르소설이면서도 고전 명작에서나 볼법한 독서토론 주제를 툭툭 던져주고 있습니다. 재미로 읽고 넘겨버리기 십상인 장르소설의 품격을 높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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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짱 박혀서 굿걸을 읽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책속에 빠져서 일요일을 보냈다.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덥다. 그러나 도서관은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와서 책 읽기에 좋았다. 그런데 굿걸을 읽을 때는 오히려 춥게 느껴졌다. 굿걸은 여름에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책 한권을 무사히 읽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희열이란 경험자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날아갈 것같은 기분이다. 그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리뷰를 써야겠다.
"남편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뭐든 낱낱이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제임스와 나의 집으로 미아가 돌아온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애를 지금 상태로 혼자 내벼려둘 순 없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미아를 태운 낡은 밤색 차가 앞마당으로 천천히 들어서던 모습이 생각났다. 늘 무심하고 심드렁해 보이던 제임스가 현관으로 달려가 누구보다 먼저 미아를 받았다." -26쪽.
그렇다면 제임스은 자신도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일까. 미아가 콜로이가 되어서 돌아왔을 때 누구보다 미아를 반갑게 맞이한 제임스의 행동이 뭔가 수상쩍다.
"전화기 코드를 뽑았다가 부엌 서랍에서 가위를 찾아 전화선을 아예 잘라버렸다. 여자 쪽을 돌아보니 여전히 문에 붙어 서서 격자무늬 테이블보만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ㅁㄹ론 이곳이 영 맘에 들이 않을 것이다." -103쪽
콜린 대처는 마음이 너무 여린 납치범이다. 자신의 오두막으로 미아를 납치와 왔으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미아에게 끌려다닌 꼴이다. 순전히 돈 때문에 사람을 납치했다는 것이 쓸쓸가게 생각되었다. 엄마의 병원비가 필요했던 콜린 대처이다. 잠시 돈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영혼이 떠나는 순간 차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죽은 육체의 감촉이란, 뜨여 있건 감겨 있건 눈동자에는 일말의 생기도 없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피부는 싸늘했다. 이렇게 많은 피는 생전 처음 보았다." -400쪽.
다른 장르소설에 비해서 반전이 완전 강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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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다. 제목은 '굿걸'. 작가는 '메리 쿠비카'. 미국 시카고 교외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라는 것말고는 별다른 이력이 없는데, 놀랍게도 데뷔작이다. 어쩐지, 비슷하게 작가가 되었던 '아웃'의 기리노 나쓰오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메리 쿠비카 역시 기리노 나쓰오처럼 굉장한 작가로 성장할 여지는 충분한 것 같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얘기인데 이리 사설이 길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서 바로 이야기의 소개로 넘어가 보자면,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을. 이브 데닛은 전화를 한 통 받는다. 걸어 온 사람은 자신의 둘째 딸 미아가 교사로 일하는 학교의 동료. 미아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미아가 그대로 미아(迷兒)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재 개그 해서 미안. 형사 게이브 호프만이 미아의 실종을 수사하기 위해 이브의 집으로 파견된다. 이브의 남편은 시카고에서 이름 높은 판사 제임스. 그리고 딸이 하나 더 있다. 이름은 그레이스로, 현재 변호사로 일한다. 남편과 언니는 둘 다 안하무인. '부전여전'의 뜻을 알고 싶다면 이 둘을 보면 될 것 같다. 덕분에 미아는 자주 소외되었다. 그레이스와 달리 미아는 아버지 뜻을 자주 거슬렀다. 아버지와 미아가 결정적으로 부딪혔던 것은 미아의 장래. 아버지는 미아가 자신을 따라 법조계에 투신하기를 원했으나, 미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하길 원했다. 미아는 아버지의 강권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미아는 제임스가 군림하는 가족에게 'Bad Girl'이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아는 사라진 것이다. ![]() 이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가? 언뜻 그동안 허다하게 나온 실종 관련 미스터리들이 그랬듯이, 그녀를 실종으로 만든 범인이 있고, 가족은 지옥의 고통으로 빠져들며, 형사들은 온갖 단서를 모아 범인 추적에 나서고, 그런 와중에 범인과 가족 그리고 형사 사이에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펼쳐지리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메리 쿠비카는 그런 우리들의 기대를 단번에 저버린다. 소설이 시작한 후, 얼마 되지도 않아, 그러니까 불과 24 페이지에서 느닷없이 미아가 납치되었다가 살아서 돌아왔다고 밝히는 것이다. 작가는 이것으로 이 소설이 우리가 흔히 들었던 그런 이야기는 아니며, 자신은 이런 장르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라 선언한다. 그대로 미아는 돌아왔는데 미아는 아니다. 본인은 납치 당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미아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아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며, 자신의 이름은 클로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단코 미아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 주장한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우리는 이제 범인의 정체나 실종자의 생사 여부 등, 비슷한 장르 소설에서 중점을 두고 읽었던 것과는 다른 초점(바로 그 질문!)으로 이 소설을 읽어야 할 것을 종용 받는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미아가 클로이라고 주장한 뒤에 바로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도 바로 범인의 시점으로. 시점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소설은 세 명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바로 미아의 어머니인 이브의 시점, 그리고 형사 게이브의 시점, 마지막으로 범인 콜린의 시점이다. 이렇게 분산된 시점은 소설의 흥미를 위해서가 아니다. 실은 다양한 시점으로 현재 미국의 가족을 임상하기 위해서다. 그렇다. '굿걸'은 최근 길리언 플린 이후로 더욱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Domestic Noir'다. Domestic Noir에서 범죄는 여타의 범죄 소설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범죄는 사회가 범죄로 잃어버린 안정을 되찾기 위해, 그래서 과거의 모습을 지속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다. 그것 보다는 평온을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깊이 은폐하고 있었던 부정(不正)이 비로소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통로다. 범죄는 가면으로 가리워진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며, 그렇게 밝혀진 민낯의 직시(直視)를 통해 현상된 부정의 온전한 대면으로써 제대로 된 대안을 찾도록 이끄는, 그것을 위해 범죄 스스로는 해결로 소거되어야 하기에, 한 마디로 '사라지는 매개자'다. 동시에 드러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그저 더 두터운 진흙을 발라 다시 가리기에 급급한 지금까지의 사회적 대처에 일침을 놓는 존재다. '굿걸'의 범죄 역시 그러하다. 그런 범죄의 의미를 필터로 소설은 '도대체 무엇이 정말 '굿걸'인가?'를 묻는다. 보통 '굿걸'은 어른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에게 썼다. 달리 말하면, 기성의 권위와 질서를 아무런 저항 없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바로 '굿걸'이었다. 소설에서 기성의 권위와 질서는 물론 아버지 제임스로 대표된다.(그러므로 진정한 굿걸은 아버지와 꼭 닮은 존재가 되어버린 그레이스라 하겠다.) 이 소설은 가부장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군림하는 가족 안에서 그의 권위와 질서를 따르지 않는 여성이 당하는 고통을 세 명의 시점으로 임상한다. 그런 의미에서 Domestic Noir 이자 여성주의(페미니즘) 소설이다. 세 명이 서 있는 자리가 의미심장하다. 이브는 과거의 굿걸이었다. 빼어난 미모를 타고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하기 보다는 그 미모를 이용해 남성 질서에 깊이 종속되길 원했다. 부와 안정을 누리기 위하여. 그녀는 어머니로서, 미아가 아버지에게 당하는 고통을 목격하지만, 너무나 종속되어 이제 독립하는 것마저 두려워진 그녀는 미아의 고통을 모른 척 했다. 그런 이브에게 미아의 실종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하는가를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게이브는 남자지만,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용의자 콜린의 모친을 만날 때 한껏 증명된다. 콜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간 것이었지만, 병환이 위중한 것을 보고 자신이 직접 그녀를 요양소로 데려간다. 콜린의 거처가 알려져 콜린이 경찰에게 포위되었을 때도 게이브는 콜린을 살리려 노력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것은 제임스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제임스는 자신의 뜻과 어긋나면 친딸이라 하더라도 가차없이 저버렸다. 하지만 게이브는 설령 자신이 잡아야 할 용의자라 해도 인간적인 공감과 연민을 멈추지는 않았다. 게이브와 이브가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콜린은 제임스 같은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콜린은 미아와 같았다. 콜린은 미아를 아무도 모르는 숲 속의 오두막으로 데려가는데, 그 곳은 제임스가 대변하는 남성 중심의 질서로 부터 독립된 영토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여기서 소설이 찍고자 하는 방점이 소외가 아니라 독립에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 독립의 영토에서 진정한 유대는 이뤄지고 결국 그들을 내몬 기성의 권위와 질서는 전복된다. 이렇게, 이브와 게이브 그리고 콜린은 제임스의 세계로부터 이탈하려 하거나 한 존재들이었다. 오로지 그들의 시선만이 나온다는 것이 중요하며, 그 모든 것이 가장 먼저 제임스의 세계에 도전한 미아로 인해 비롯된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이 소설, '굿걸'은 아직까지 여성 차별만큼 끈질기게 잔존하는 가족 내의 가부장적 질서에 대해 직시와 성찰을 촉구한다. 결코 재미로만 흘려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감히 추천할만한 좋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Domestic Noir 라는 범주가 생겼을만큼 최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런 취지의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가부장적 질서의 문제점을 깨닫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한다. 좋은 현상이다. 보다 많은 작품들이 나와서 위기를 넘어 붕괴마저 초래했으면 좋겠다. 종속과 그것의 연장으로써 타자에 대한 혐오로 존속하는 '굿걸'이 아니라, 독립과 그것이 바탕이 된 타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로 공존하는 '굿걸'이 가득한 세상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그것도 얼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