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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영웅적인 면모를 조금이나마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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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의 총명함에 도취되어 다른 사람의 말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히 똑똑했던 조조는 경청의 달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충언과 간언을 새겨듣고 모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자신이 독자적으로도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일에도 조조는 우선은 모사와 장수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중대사에는 항상 회의
"조조의 영웅적인 면모를 조금이나마 보여준 책" 내용보기

똑똑한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의 총명함에 도취되어 다른 사람의 말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히 똑똑했던 조조경청의 달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충언과 간언을 새겨듣고 모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자신이 독자적으로도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일에도 조조는 우선은 모사와 장수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중대사에는 항상 회의를 열어 많은 이들로부터 의견을 끌어내 해결책을 모색했다. 만약 회의를 하다 어느 한 부하의 주장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칭찬해주며 그를 치켜세워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 덕분에 조조는 당대에 뛰어난 인재들로부터 수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패업을 이룰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원소는 별로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남의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조조만큼이나 뛰어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도 원소는 그들의 말을 새겨듣지 않아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충언을 하는 모사들을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어 자신에게 이로운 말이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고 아부만 난무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때문에 원소는 조조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의 거대한 세력을 가지고도 조조에게 대패해 결국 패망하고 말았다.

 

이 책은 분명 조조를 간웅이 아닌 영웅으로 재조명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쓰인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1권부터 3권까지는 이에 충실하지 못했다. 온갖 안 좋은 말은 다 동원해 조조를 비난했고 조조에게 악인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애썼다. 도저히 조조를 영웅으로 생각할 수 없게끔 원천봉쇄를 시킨 것이다.

 

그런데 4권에서 저자는 갑자기 생뚱맞게 조조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상당히 여러 곳에서 말이다. 그동안은 세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고육책으로 조조를 비난했던 것일까? 아니면 극적 반전을 노려 의도적으로 조조를 심하게 욕했던 것일까?

 

내가 보기엔 둘 다 아니다. 저자는 <<영웅 조조>>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으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 칭찬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칭찬을 한 뒤 바로 비난하는 발언을 할 수가 없다. 칭찬은 당대의 현존 인물이었고 명사였던 사람들의 입을 빌려하면서도 비난은 꼭 자신의 입으로 하는 모습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선생님이 학생생활기록부에 자신의 평가를 ‘머리는 똑똑한데 자기주장이 강함.’이라고 적었다고 치자. 이것이 과연 머리가 좋다는 칭찬일까? 결코 아니다. 이와 같이 저자는 조조를 칭찬하는 척하면서 비난해 조조는 물론이고 독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하나씩 하나씩 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관도에서의 전투를 ‘관도대전’이라 칭한 것이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관도에서의 전투를 대단치 않게 보는 것이다.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2만 대 20만의 대결은 사실상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조조는 관도에서 원소를 꺾었다. 군량, 군마, 군복, 무기, 병사, 모사, 장수 등 어느 것 하나 원소를 능가하는 것이 없었는데도 조조는 원소를 아주 철저히 무너뜨려 이겨버렸다. 역사상 이런 대단한 전투는 보기 드물다. 하지만 조조의 능력과 그의 업적을 깎아내려야 했기에 <<삼국연의>>의 저자 나관중은 관도에서의 대전을 전투로 격하시켰던 것이다. 이 대전을 제대로 평가한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대부분이 관도전투라 부르는 것을 과감히 관도대전이라 칭한 것이다. 이 점은 저자를 칭찬해주고 싶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조조를 칭찬하고 바로 뒤이어 비난한 것이다. 4권에서는 3권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저자가 드디어 조조를 칭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적지 않게 말이다. 그런데 좋아하긴 아직 이르다. 왜냐하면 칭찬에 이어 바로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당대의 명사였던 전풍저수의 입을 빌려 조조를 칭찬하더니만 뒤에 곧바로 전과 같이 ‘교활’이란 단어를 서슴없이 써가며 조조를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저수와 전풍 못지않게 뛰어났던 가후의 입을 빌려 칭찬해놓고 바로 이어서‘약아빠진’이란 단어를 써서 조조를 욕하고 있다. 이건 결코 칭찬이 아니다. 오히려 조조에 대한 나쁜 인상을 남길 뿐이다. 칭찬과 비난을 교대로 써가며 조조와 독자를 우롱한 저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여기서도 이어진 저자의 쓸데없는 간섭이다. 저자는 3권에서 그렇게 간섭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여기서도 쓸데없는 간섭으로 독자의 자유로운 판단을 차단하고 있다. “조조는 이상한 인물이었다.”를 말한 부분을 보자. 여기서 저자는 가까운 신하들에겐 엄격하면서 일반 백성들에겐 관대한 조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건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덕치를 중요시 하는 군주라면 당연히 그랬어야 마땅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괜히 나서서 조조를 이상한 인물로 몰아간 것이다.

 

또한 “원소의 무덤 앞에서 그가 비 오듯 쏟은 눈물은 진심의 발로였을까 아니면 기가 막힌 속마음의 절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졸렬한 연기였을까?”라고 말한 것을 보면 더욱 기가 찬다. 비록 원소와 조조가 서로 칼을 맞대고 자웅을 가렸지만 한때는 한 목소리로 세상을 비판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과거를 싹 무시하고 원소를 이기고 나서 죽은 원소의 무덤 앞에서 옛 친구로서 그를 그리워하며 운 조조를 이런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니 한때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동탁을 무찌르고 혼탁한 세상을 비판했던 사이였는데 죽은 친구 무덤 앞에서 눈물 좀 흘리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편견을 가지고 조조를 대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괜히 이런 글을 삽입해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 점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위다. 계속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면 저자는 어느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4권에서는 전권과는 달리 조조를 많이 칭찬하고 있다. 그리고 조조의 장수들과 모사들의 활약상도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조조를 비난하고 안 좋은 이미지를 씌운 것은 못 마땅하지만 그래도 조조의 장점을 많이 부각시켜 조조의 영웅됨을 조금이나마 우리에게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 5권에서는 별 볼일 없는 적벽전투를 과연 어떻게 묘사하고 조조에 관한 업적을 어떻게 마무리 지었는지 기대해보겠다.



d****3 2009.02.04. 신고 공감 10 댓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