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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헌제 유협은 황후를 비롯한 그 측근들을 이용해 조조를 끊임없이 암살하려 했다. 왜 그랬을까? 헌제 유협과 그 측근들은 십상시와 동탁으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주고 지위까지 보전해준 조조를 왜 그토록 미워하고 싫어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조조가 황제를 곁에 모시고 세상을 지배하게 되자 황제와 그 측근들은 매관매직도 못하게 되었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도 못하게 되었다. 조조라는 인물이 정권을 잡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주물렀던 자들이 조조가 정권을 잡자 권력으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황제와 가신들의 배를 아프게 해 조조와 같은 하늘을 지지 못하게 한 것이다. 만약 그들이 지혜롭고 현명한 인간들이었다면 십상시와 동탁을 멸하고 황건적까지 토벌해 정국을 안정화시킨 조조를 존경하고 떠받들어 모셔야 옳았다.
헌데 탐욕에 눈이 멀어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다보니 능력 있는 신하였던 조조를 본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눈에 가시로 여겨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면서 죽이려고만 했던 것이다. 중국 역사에 이런 일들이 드문 일이 아니라 그리 놀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천년에 한번 아니 만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영웅을 자신들만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죽이려 했던 것은 두고두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논공행상을 분명히 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1세기인 지금도 이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조조는 이와 같이 어려운 일을 2세기에 해냈다. 대략 2천 년 전에 이미 해냈다 이 말이다. 칭찬해줘야 옳은 것 아닌가?
이 책은 조조를 간웅이 아닌 영웅으로 재조명해야 한다는 취지하에 쓰인 책이다. 하지만 1권부터 마지막 5권까지 이 <<영웅 조조>>시리즈는 시종일관 조조를 비난하기에 바쁘고 더욱 악한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마디로 이 시리즈는 책 제목만 <<영웅 조조>>일 뿐이지 실은 <<간웅 조조>>를 쓴 것이다. 아무리 현재 중국에서 조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은 쪽으로 옮겨졌다고 하더라도 천년이 넘게 자기들이 떠들어댄 역사가 있으니 한순간에 조조를 영웅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허나 조조를 영웅으로 여겨도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는 한국에서 왜 이런 책에 로열티까지 줘가며 번역본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책을 출판한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영웅 없는 영웅 소설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책을 내놔 조조를 좋게 보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느냐 이 말이다. 이 책에 관련된 인물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 책은 <<영웅 조조>>의 마지막 권으로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하나씩 하나씩 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조조가 외모만 보고 인재를 차별대우’했다고 떠들어 댄 부분이다. 저자는 장간과 장송을 비교해 설명하면서 조조가 장송은 용모가 추악하고 교활해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아 내쳤고 장간은 외모가 준수하고 풍채가 늠름해서 첫눈에 반해 막빈으로 받아들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터무니없는 막말이고 근거 없는 모함 그 자체다. 조조는 인재를 쓸 때 그 능력에만 초점을 맞췄지 외모니 집안이니 하는 것에 절대로 휘둘리지 않았다. 모사였던 곽가 하나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곽가는 외모도 볼품없었고 성격도 괴팍했다. 그래서 처음 원소 밑에 있다가 원소가 곽가의 이런 외형적인 점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을 눈치 채곤 원소를 버리고 조조에게 간 것이다. 조조는 원소와 달리 곽가의 외적인 면을 무시하는 동시에 그 탁월한 두뇌를 높이 평가해 곽가가 목숨을 바쳐 그 능력을 발휘하게끔 만들었다. 곽가가 조조의 모사 중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는가를 잘 안다면 조조가 여자의 외모를 따져 가까이 한 것을 가지고 남자의 외모까지 차별했다고 말하는 것은 순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다.
한편 장송이 조조에게 귀순하려고 할 당시의 시절은 자신의 주군을 배신하는 것을 그리 권장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천하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조조에겐 적지 않은 수의 장수와 모사가 있었기에 배신을 권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조는 장송을 내쳤던 것이지 결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장송이 못 생겨서가 아니다. 원소와 천하를 두고 대적할 당시였다면 조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송의 배반을 반겼을 것이다. 허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당시 상황이 배신을 권장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었고 예전과 달리 배신하는 풍토가 생겨나면 피해를 보게 될 사람은 조조였기에 장송의 배반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뿐이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조식에 대한 저자의 노골적인 옹호’를 나타낸 부분이다. 조조는 자신의 뒤를 조비에게 잇게 했다. 후사를 조비에게 맡긴 것은 그 능력을 철저히 비교 분석해서 심사숙고 끝내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저자는 조조의 이런 결정에 시비조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조식이 조조의 뒤를 잇지 못한 것이 대단한 비극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으며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고 탄식할 만한’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조식이 왕이 되지 못한 것을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저자가 문학을 다루는 자이기에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조식이 왕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옳은 선택을 두고 자신만의 기울어진 생각을 삽입해 자신의 생각이 진실인양 토를 다는 것은 삼국지의 전체적인 역사를 모르고 접근하는 많은 이들에게 오해를 살 여지를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역사를 이야기하는 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했고 왜 조식이 후사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사실적으로 지적했어야 했다. 조식이 세자로 뽑히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는 발언 같은 것은 아예 하지 말았어야 했다. 유감이나 동감은 독자가 판단할 일이지 저자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조조 자신의 판단과 당대 최고의 모사였던 가후의 조언으로 이루어진 결정을 지금에 와서 순수하지 못한 편견을 가지고 왈가왈부한 것은 백 번 천 번 잘못이다. 저자는 역사를 다루는 이의 모습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마지막 50장이 <<영웅 조조>>가 아닌 <<영웅 관우>>로 마무리 된 점’이다. 저자는 5권의 마지막 한 장을 관우에 관한 이야기로 채웠다. 아무리 조조를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다. 이는 조조를 우롱한 것이며 독자를 기만한 행위다. 이런 식으로 조조를 매도할 것이었으면 중간 중간에 왜 조조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는가! 제목을 정당화시키고 싶었던 것인가? 아니면 자신도 시류에 편승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 지금까지 저자가 보여준 조조에 대한 편견은 조금도 타인에게 조조를 영웅으로 느끼게끔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조조를 더욱 싫어하게 만들었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고 중국의 문인들이 조조를 편들고 옹호하니까 자신도 한 쪽 발을 슬쩍 들이밀어 편승하려 한 것 같은데 괜한 짓을 한 것이다. 조조를 실컷 간웅으로 만들어놓고 시류에 편승하려 했다면 욕을 먹어도 싸다. 조조가 그동안 이룬 업적과 시대를 뛰어넘은 치적을 제대로 갈무리해서 많은 이들이 조조의 진면목을 알렸어야 했건만 저자는 끝까지 나를 실망시켰다. 저자에겐 더 이상의 말도 아깝다. 자신의 나라에서만이라도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영웅 조조>>엔 간웅만 존재했을 뿐 영웅은 없었다. 한번 박힌 사상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제대로 보여준다. 조조가 영웅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타성에 젖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조조는 아직도 간웅일 뿐이다. 모든 이들이 조조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