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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상이라는 프랑스 작가는, 보통 [여자의 일생], [비계덩어리]등의 뭔가 불쌍하고 우울한 여자의 생애를 다룬 차분한 중장편 소설로 어쩌다보니 알려졌지만 나에게는 어린 시절에 처음 접했던 [목걸이]라는 단편으로 인상에 남았던 작가였다. '프랑스 단편 선작'뭐 대략 이런 제목의 책을 읽는데 알퐁스 도데의 '별'같은 차분한 것을 읽다가 [목걸이]를 접하게 되었는데, 아아, 이 때 느껴지던 그 발랄함이란. 내내 차분하고 잔잔한 단편들을 접하다가 갑자기 사람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후에 한껏 비웃으며 사라지는 그 시니컬함이란 어찌나 근사하던지! 그리고 그 후에 찾아서 읽은 그의 단편은, 그의 중장편의 심심함과는 다르게 무언가 유쾌하면서도 냉소적인 것이 나름 내 취향이란 말이다.
그리고 [세계 호러 단편 100선]에서 모파상씨도 호러 단편들을 썼구나..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내가 좋아라하는 고딕 총서에서 모파상씨의 괴기단편선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번뜩하고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이 것 또한 페이퍼백으로 나와주신 통에 바로 집어들었다.
정말이지, 근사하기 그지 없는 단편집이다.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어찌나 깔끔하고 세련되고 훌륭한지. 이 책을 읽는 동안 표지의 왼쪽에 나오는 보랏빛 비단 천에 싸여있는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이 분은 절대 제 정신이 아닐거야. 제정신으로는 이렇게 다양하게 미쳐가는 인간들을 이렇게 자세하게 표현할 수 없을거다. 어찌나 사람들의 묘사가 생생한지, 저렇게 여러 종류의 미친 인간들이 있는데 그 인간들이 다들 하나하나 생생하게 생명력과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호소력을 갖고 있다. 특히 [오를라](제 2판)은 최고이고, [자살]은... 요즘 우울해하는 사람은 읽지 말기를. 읽는 내내 고개를 계속 끄덕거리면서 더욱 깊은 심연의 늪으로 빠져들어가서 허우적대고 있었어야 했다. 대체 어쩌자는 거냐! 다른 단편선들 또한 사랑스럽다. (근사하다! 정도로는 뭔가 부족해서 어울리는 단어를 찾다 보니 저 단어가 나왔다. 말 그대로 Lovely!) [박제된 손]은 이 소설에서 가장 '소재 중심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그 소재와 끝까지 주욱 이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아름답기 그지 없고, [오를라](제 1판)은 2판에 비해서는 조금 아쉽지만 그 공포감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다. [마드무아젤 코코트]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미쳐가는 지를 참 잔잔하게 묘사했고, [산장]은 공포가 주는 힘을 꽤 멋지게 보여줬다. [무덤]은 결론은 연애물이고 이 소설에서 가장 긴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는 코미디다. (...) [어린아이]는 태아 살해가..웬만한 영화보다 근사하게 표현되어 있다.
책이 얇아서 아쉬울 정도였던, 훌륭한 단편집이다. 에드거 알랜 포우의 단편들을 좋아한다거나, 이런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 거기다 이제는 문고판으로까지 나와있어서, 사서 읽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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