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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정'이란, 정할 精도 아니고(만약 그거라면 이상한 뜻이 됨. 아는 사람은 압니다), 고유어로서 목공 기구로 쓰이는 그 대상을 가리키는 것도 아닌(뤼팽은 살인은 하지 않으므로 그걸 훔칠 이유는 없다), 그냥 초코파이 情이다. 아주 진부하게.
이 편은 사실 그냥 정으로 보는 책이다. 여기 수록된 단편들은 기발하거나 박진감 넘치거나 뭔가 색다른 개성으로 독자의 눈을 끄는 점은 없고, 뤼팽에 익숙했던 이라면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서도 다음 전개를 짐작할 수 있는, 모범적이긴 하나 그런 이유에서 평범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공부자의 표현을 빌리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즐거움이 있는', 복습의 숨고르기 여유를 마련해 주는 그런 slack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뤼팽은 알고보면 의외로 자주 위기에 빠지는데, 그것은 그의 도에 넘치는 배우 기질과 리스크 선호성향에 기인하기는 하다. 네번째 수록작 '지옥의 함정'은, 이런 관점에서라면 뤼팽의 팬 아닌 독자들에게서 '허무개그', '독자우롱' 등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법도 한, 어찌보면 안이한 작가정신의 헛발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뤼팽에게 그 속깊은 정을 도난당한 독자에겐, 잠시 어이가 없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손가락에 뉴런의 송신을 잊을 충격이 주어질지는 몰라도, 이내 '그래, 너니까'의 한 마디로 이온 커뮤니케이션 재개를 행하게 할 뿐인, 그 정도의 매력을 위한 일탈로 곱게 받아들일 여유가 있으리라.
뤼팽 시리즈의, 형식상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결함 중 하나가, 기록자 조연 역을 맡은 '나'의 정체가 도대체 모호하다는 점이다. 모호한 건 둘째치고, 뤼팽의 측근에서 鼓手 역을 맡는 캐릭터가 그렇게 무성의하게 세팅되어 독자 앞에 제시되어도 좋느냐의 문제가 더 심각한데, 이 권에서 그 문제는 아주 뭐 유감없이 노출되고 있다. 번역의 문제 몇을 거론하자면, 우선 142쪽에서 '일촉즉발'이라는 단어는, 정말 그 긴박함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어휘이긴 하나 어의상 적용되기 곤란한, 명백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78쪽에서, 대혁명 이후 政體를 다섯으로 구분할 때 보통 네번째 Directoire exécutif를 '총재정(부)'라고 옮기지 '집정내각'이라고는 잘 안 하는데, 유독 성 역자께서는 그 말을 쓰고 있다. '내각'은 아주 좁은 의미의 행정부만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regime 전체를 지칭하는 이 용어의 번역으로 적당치 않다. '집정관'은 더더욱 심각하다. 보통 이 용어에서 한국의 독자는 consul을 떠올리기 쉽다는 점, 이게 아주 난처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데... 왜? 총재정부 시스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게 브뤼메르의 쿠데타를 통해 들어선 '통령정부'인데, 이것의 원어가 바로 consulat 이기 때문. 정신 빠진 교수들이 제멋대로 골라잡아 쓰는 용어례이기도 해서 비전문가(성 선생은 그저 일류 문학도일 뿐이지 역사학자는 아니다)의 터치라면 웬만해선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예컨대 어린 독자에게라면 역사의 팩트사항에 대해 더 심각한 오해를 유발할 수도 있는 문제라서, 아마 역자의 '진짜 착오(총재정과 통령정을 바꾸어 생각함)'가 아니었을지 단죄성 추측을 해 줘도 별 할 말은 없으실 듯.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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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불/영) |
보통 쓰는 번역한국어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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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91 |
Assemblée nationale/
National Assembly |
국민의회.
국민제헌의회(Assemblée nationale constituante)로 곧 바뀜.
예전 1980년대 운동권 PD계열에서 제헌의회 소집하라 어쩌구 한 게 바로 이 맥락이다. 혁명을 염두에 둔 용어선택. |
대한민국 국회의 영어 명칭(1948년 유진오 박사에 의해 정해짐)이 바로 이 ‘내셔널 어셈블리’임.
1946년에 출범한 프랑스 제 4공화국 시절부터 그 하원의 명칭이 또한 National Assembly였으므로 그 영향일 수도 있을 것 가태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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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92 |
Assemblée législatif/
Legislative Assembly |
입법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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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95 |
Convention nationale/
National Conv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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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공회.
이 시점에서 제1공화정 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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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99 |
Directoire executif/
The Dire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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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정부.
다음 시기의 통령정부와의 차이라면, (5인)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이 강하고, 서열상의 차이가 없다는 것. 다만 한국사에서 '총재'의 직함은 대개 단독 권력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다.
혁명 후 총재정은 절도가 없고 느슨한 시스템이었으므로 우리말 '총재'는 번역어론 너무 강한 느낌임. |
성귀수 역자께서는 이걸 ‘집정내각’이라고 옮기시나, 집정관은 보통 consul로 우리가 아는 말이고,
이 consul은 바로 아래의 ‘통령’을 지칭하는 원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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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9~1804 |
Consulat/
The Consu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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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령정부.
브뤼메르의 쿠데타 이후 들어선 체제. 1804년 국민투표를 거쳐 帝政으로 이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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