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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조용하고 평범하게 보내는 젊은 부부가 있다. 남편의 이름은 '무코(일본어로 '남편'이라는 뜻이란다), 아내의 이름은 '쓰마(역시 일본어라 '아내'란 뜻). 아내는 자신들이 이런 이름을 가진 채 만나 결혼한 것이 천생연분이라고 믿는다.
남편의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골의 커다란 집에서 두 식구가 산다. 그 집에 동네 사람들이 마실 오듯 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가고는 한다.
늘 지퍼를 뻐끔 열어놓고 다니는 옆집의 아레치씨, 그리고 비만 오면 귀가 가려운 그의 부인 등교 거부를 하고 할머니 집에 머무는 조숙한 소년 다이치와 그를 열렬히 사모하는 요코양 언제나 입을 벌리고 멍하니 요양소의 아저씨 언제나 그들의 집에 와서 먹을 걸 달라 졸라대는 떠돌이 개 간유씨 자기 집 놔두고 맨날 그들의 집에 와 쓰마의 발등을 찍어대는 애완닭 고소쿠 등 두 부부의 주변에서는 작고 소소한 일상들이 매일매일 이어진다.
봄이 가고 여름,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을 때 계절마냥 두 부부의 마음에도 균열이 생긴다. 남편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과거가 그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남편은 오랜 고민 끝에 그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 도쿄로 가고 그런 남편에게 차마 가지 말란 소리를 못했던 아내는 매일 멍하니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둘은 자신들이 그냥 부부가 된 것이 아니라 정말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에 그렇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당신의 남편이 말했어요. '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 ' 라고요. 나는 아마도 그런 아름다운 말, 그러니까 당연하면서도 흔하지만
과장이 없는 그런 말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수돗물처럼 수도꼭지를 틀면 얼마든지 나오는 말이고,
여름날 아지랑이 처럼 아련하고 어설픈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당당히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하는,
해가 지면 잠들고, 아침이 되면 일어나게 해주는
아주 커다란 감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병든 소녀 곁에 남은 하늘을 나는 노란 코끼리처럼 그렇게 아내의 곁에 앉는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작고 소소한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예쁜 이야기이다.
오늘 집에 가면 영감의 머리를 한번 쓰윽~ 쓰다듬어 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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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니시 가나코.
이 작가의 글은 대부분 어떤 특별한 사건 없이 인물들의 감정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기승전결이 명확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엔 안 맞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니시 가나코 특유의 구질구질한 따뜻함이 너무 좋아요. 멋지고 훌륭하지 않은 나를 위로하고 긍정하는 것 같거든요.
<노란 코끼리>는 니시 가나코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제목도 표지도 내용도 참 따뜻해요.
이 소설은 바닷가의 한적한 마을에 사는 한 쌍의 젊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소설가인 남편 무코 아유무와 소녀같은 아내 쓰마리 아이코. 서로를 애칭으로 '무코 씨', '쓰마'라고 부르는데, 공교롭게도 일본어로
'무코'는 남편, '쓰마'는 아내라는 뜻입니다. 이름부터가 천생연분인 한 쌍이죠.
두 사람은 별나지만 사랑스러운 이웃 사람들과 대단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욕실에 조그만 게가 나타나거나 죽은 귀뚜라미를 발견하면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양 호들갑을 떠는 쓰마 덕분에 심심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어제처럼 오늘처럼 흘러갈 것 같은 매일은 무코 씨에게 날아온 편지 한 통에 의해 잠시 흔들리게 되지만,
그래서 더욱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다들 별난 구석을 하나씩은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별나지 않은 나도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도 없고, 뛰어나게 대단한 사람도 없습니다.
보잘것없고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이 매일 하루하루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모습.
그 별 것 아닌 인생의 따스함과 찬란함이 늘 가슴을 울립니다.
마치 동화처럼,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이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볼품없는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삶.
그 기묘한 삶의 냄새가 좋아서 몇 번이고 책장을 펼치게 되는 소설입니다.
p.s
2011년 일본에서 훈남 배우 무카이 오사무, 청순함의 대명사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되었습니다.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각색되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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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신랑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무코"라는 이름을 가진 남편과 역시 일본어로 아내라는 의미가 있는 "쓰마"라는 이름을 가진 아내가 도쿄를 버리고 시골에 내려와서 살아간다. 욕조에 빠져 죽은 쬐그만 게의 장례식도 치러주고, 토마토도 따 먹으며,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를 곳에 꽃도 꺽어다 두며, 간유사탕에 머리가 빠졌던 들개도 구해주면서 말이다. 소설가인 무코는 이 시골에서의 삶이 똥이라든지 소설의 아이디어라든지 뭐든 스무드 smooth하게 나와서 좋다고 아내에게 말한다.
중간중간에 노란 코끼리 동화가 끼어 있고, 동물들의 말도 듣는 쓰마가 나오는 이야기라 어린이를 위한 동화 같은게 아닐까 읽으며 "뭐 이런책을 골랐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졌는데, 느린 쓰마와 무코의 시골생활에 웃음도 나고, 살짝 동화 되어가기도 한다.
그들의 느리고 소소한 시골 생활은 각 장마다 아내인 쓰마가 하루를 이야기하고, 이어 남편이 일기를 적어내려간다. 처음엔 동화책 같은 느낌으로 보이고, 그 다음엔 철 없는 부부의 이야기인가 싶다가 나중엔 아이어도 이미 어른 같은 생각하는 아이, 어른이 되어도 어른이 아닌 우리의 모습인걸 깨닫는다.
늘 빠끔히 지퍼가 열려있는 상태로 돌아다니는 옆집의 아레치씨도 초등학교 때 심장병으로 1년동안에 병원에 입원해있었던 쓰마 어린시절 이모의 죽음을 겪은 무코씨... 모두들 젊은 시절의 상처를 가슴에 간직한채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이다. 하늘을 나는 노란 코끼리라 무리와 함께 이기 위해 회색코끼리가 되듯.
작가인 피터메일이 영국 도시에서 프랑스 시골 프로방스에서 살았던 이야기 "프로방스에서의 1년"과도 비슷한 느낌이고, 쓰마의 느낌은 미국 드라마 Ghost Whisperer의 캐릭터와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더 즐겁고, 봄날 햇살처럼 마음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이다.
"훌륭하다고 칭송받는 수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저는 존경합니다. 이 세상 일들에 견준다면 아주 조그맣고 하찮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주 강하고 귀중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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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이 참 좋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에 밀려드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노곤함을 동반한 여운. 여운이 남는 책을 읽고 난 후는 행복하다. 행복감이 깊을 수록 다음 책을 집어들기까지의 시간도 길어진다. 상당히 몽환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소설이었다. 시골 마을, 젊은 부부의 신혼 생활속에 들어가 오전에는 아내의 조용한 수다를 듣다가 밤이면 남편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그 집 마당을 맴도는 차갑지 않은 바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연인도 아닌 오래된 부부도 아닌 신혼부부에겐 참 쉬운 일일거 같은데 참 조심스럽고 어렵게 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나는 감정을 만드는 법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왔던 것 같다. 누군가가 있으니까 웃는다. 운다. 화낸다. 없으니까 쓸쓸하다. 또 운다. 골을 낸다. 누구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난 좀 심한 것 같다. - p.190 그래 누구에게나 사랑은 어렵고 난감한 문제일 것이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어린 아이에게도 인생을 70년쯤 산 노인에게도 다른 사람보다 결혼을 여러번 해본 사람에게도 아직 누구도 사랑한다고 느끼지 못한 어느 사람에게도 이 사랑이라는 것은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것이기에 우리는 그 흔한 사랑이라는 말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코 풀리지 않을 것이란걸 알면서도 기꺼이 내모든 것을 동원해서 끙끙거리며 안고 가는 매듭덩어리..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