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소설도 재미나게 읽은 터에 이 작품이 영상화되면 어떨까 공상만 했더랬는데, 이렇게 영화로 접하게 되어 감개무량이다. 원작의 기억이 많이 소멸되어서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만 빌려오고 상당히 다른느낌으로 만든 듯했다. 하지만, 통통 튀는 유머와 디테일한 캐릭터의 특징들은 영화만의 매력으로 독특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첨단공포증'에피소드를 선호해서 영화에서도 그 내용이 등장하길 기대했으나 전혀 다른 전개여서 아쉬웠다. 특히 오다기리 조가 맡은 캐릭터는 황당한 신체상의 문제(?)로 병원을 내원하는데, 아마 다른 배우가 그런 연기를 했으면 상당히 거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혐오스럽게 비춰졌을텐데 상당히 매끄러운 그림이로 무난하게 받아들여져서 맘이 편했다. 세명의 환자와 얽히는 4차원 정신과 의사의 좌충우돌이 숨가쁘게 진행되어서 상영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오다기리조가 전처를 만나도록 하려고 의사가 그녀의 직장을 찾아 가서 옥신각신 하는 씬이 가장 유머러스하게 보여졌다. 도무지 의사의 권위나 신뢰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신통방통하게 환자의 아픈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이 의사의 활약이 앞으로도 기대 된다. 꼭 시리즈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내에서도 영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인공 의사 역으로는 개성파 배우들이 활약할수 있는 무대가 되어주지 않을까 공상의 날개를 펼쳐본다.,....^^ |
|
저는 오쿠타 히데오라는 작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의 글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기 때문이었습니다만, 얼마전 "최악", "남쪽으로 튀어", "방해자" 같은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마냥 가벼운 사람만은 아니구나 싶어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작가면서, 그의 책들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네요. 인더풀은 오쿠타 히데오의 저작중에서 초기작 (1997년 데뷔 후 2002년 작)으로 "이라부" 라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로 부터 자유로운 신경과 의사의 진료기록입니다. 원작의 경우, 300페이지 분량에 5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지만, 영화에서는 그 중 3편의 이야기가 각색되어 나옵니다. 발기 지속증에 걸린 직장인, 건방증으로 외출을 못하는 르뽀 작가, 그리고 수영 중독증에 빠진 직장인이 그들입니다만, 실제 이라부의 환자로는 앞의 두 명만 나오고 수영 중독증 환자는 이라부와 수영장을 같이 쓸 뿐이지요. 내용은 별 것 없습니다. 발기 지속증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화를 내지 못하는 스트레스로 대신 발기가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결국 현실에서 적당히 화를 냄으로써, 치료가 됩니다. 르뽀 작가는 원하는 주제로 기사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사소한 집안 일에 걱정을 하지 않게 됩니다. 수영 중독증 환자는 불륜의 죄책감을, 자신의 아내도 역시 불륜중이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마음 편하게 수영에 몰두하게 되지요. 원작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영화속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삶이 행복해진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의 해소 방법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단 이라부 자체가 책의 설정으로는 병원장 아들로 돈 문제에서도 자유롭고, 직장도 마음대로 쉬거나 일하거나 할 수 있고, 심지어 환자도 자기 마음대로 가려 받을 수 있지요. 결혼도 하고 싶어서 했다가 맘에 안들어서 이혼한, 일반적으로 사회인이 갖고 있는 모든 의무에서 해방된 사람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잘때까지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보통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죠. 하기 싫은 일도, 먹고 살려면 해야 하고, 맘에 안드는 사람과도 웃는 얼굴로 인사해야 합니다.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고, 사회인으로서 사회의 보호막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들이 있지요.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감정적으로 안정된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외로움이 심해지고, 사회로부터 소외감등을 보다 쉽게 느끼게 됩니다만, 이런 모든 것들은 결국, "삶은 마음대로만 할 수 없다" 라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그런 삶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은, "뭐 사는게 별거 있어?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해" 라는 것이지만, 쉽게 말할 수는 있어도, 실천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원작을 볼때도, 이 영화를 볼때도 마치 "뭐? 빵이 없다고? 그럼 케익 먹으면 되잖아?" 라는 마리 앙뜨와네트를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