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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북로거) 하늘은 무지개가 있어 아름다운거야
"(파워북로거) 하늘은 무지개가 있어 아름다운거야" 내용보기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가장 좋은 것은 편지를 쓰는 것. 내 젊음의 한 때에 익숙했던 편지글은 언제나 친근감이 있다. 그 이유는 솔직한 자기고백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하여 제법 밤 늦은 시간까지 고민하기도 했던 시절을 지나왔기에 지금도 가벼운 이야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대화를 좋아한다. 물론 나중에 후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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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가장 좋은 것은 편지를 쓰는 것.

내 젊음의 한 때에 익숙했던 편지글은 언제나 친근감이 있다. 그 이유는 솔직한 자기고백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하여 제법 밤 늦은 시간까지 고민하기도 했던 시절을 지나왔기에 지금도 가벼운 이야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대화를 좋아한다. 물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그러나 편지를 잃어버린 세대는 너무 가벼운 자기고백에 익숙해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평생에 몇 번 한 기성세대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자를 날리며 사랑을 고백하는 젊은 세대 사이의 간격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우린 새털과 같은 가벼운 삶에 익숙해 살고 있다. 이 가벼움은 죽음이나 고통 이라는 적을 만나면 너무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 1위라는 반갑지 않은 통계만 보더라도 충분히 공감한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신달자 시인의 에세이는 죽음과 고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무거움 앞에 선 시인의 내면이 솔직하게 들어나 있기에 공감대를 이루고 감동은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멋지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자신도 죽음을 친구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24년을 병에 시달리다가 간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2년 정도 지극 정성으로 아버지를 간호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부부로 32년을 지내 오셨고, 언제나 삶의 주도권은 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내가 아니라 종이나 하녀에 불과했다. 아버지가 병석에 누우셨을 때 어머니는 종의 신분을 최대한 발휘해서 아버지를 간호하셨다. 어머니는 적어도 자식들 앞에서는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없으셨다. 비록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던 남편이지만 어머니는 아내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신달자 시인의 진솔하지만 아픈 고백이 마음에 와 닿았다.

환자 생활 24년을 뒷바라지 하면서 증오심도 억세게 끊어 올랐고 억장 무너지는 순간순간을 맞으며 남편의 마지막 시간이 언제인지 하느님께 질문하려다가 입을 닫은 적이 어디 한 두 번이겠니? 나는 아프지 않았지만 죽었고 그는 아팠지만 살아 있었다. 그것이 24년간의 우리 부부 생활이었다. 나는 24년 동안 많은 죄악을 저질렀다. 그 죄악의 동기는 남편이었고 그 죄악을 근절한 것도 남편이었다. 나는 그동안 소리 없는 총기를 구하고 다녔다. 그래 물론 그의 심장을 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야. ‘

 

처녀시절 남편에게 납치를 당해 끌려와 27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한 여인을 알고 있다. 그녀는 내 앞에서 많이 울었다. 남편은 평생 틈만 나면 바람을 피웠고, 아내를 때렸고, 도박에 취해 있었다. 남편의 마지막은 당뇨로 인해 신장투석을 하고 발가락이 썩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남편은 3일씩이나 밤을 새우며 고스톱에 열중했고 그 결과는 한 대학병원에 누워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하여 병문안을 했을 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6인실 병실에 함께 있는 환자들은 당뇨라는 공통된 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을 지켜줄 아내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을 포기하고 아내들이 다 가출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떠나간 아내들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은 마지막까지 남편 옆에 있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 자신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죽기까지 그 옆을 지키겠지만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건조한 음성으로 나지막하게 말하고 울었다.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며 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그가 죽기를 기다렸겠니. . 그런데도 그가 숨이 멎는 순간에 나는 신통력을 갖고 싶었다. ! 소리치며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가 죽는 일에 죽어도 동의할 수 없다는 폭발적 외침이 저 밑바닥에서 절절 끓어올랐다. 나는 신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아니, 매달렸다. 그의 죽음을 조금만 더 유보해 달라고…….신이여! 제발 그를 아직은 내 옆에 두소서. 죽음은 그렇게 마음을 흔드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진실인가 아니면 위선인가?’

 

신달자 시인도 남편이 죽기를 기다렸다.

시인은 남편을 또는 그 남자라고 호칭한다. 남편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를 안겨준 사람, 자신의 인생에서 남편은 3인칭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은 내 옆에서 숨 쉬고 있어야 한다. 언제나 애증의 관계는 한 사람의 생명이 끝나게 되었을 때 화해를 한다. 그래서 배우자의 죽음은 아프고 안타깝고 회한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불바다의 결혼 생활을 지나온 사람이지만 결혼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화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어

24년간 남편으로 인해 당한 아픔과 고난의 시간을 보냈지만 신달자 시인의 결혼관은 이렇게 담백하다.

 

그 마지막 화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미혼자들은 회의적으로 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부가 비록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한 공간속에서 무의미하게 살았다 할지라도 죽은 사람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에 오열하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삶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는 하나님 말씀을 하루에 스무 번씩 소리 내어 외쳤고 그 믿음으로 시인은 대학원에 입학을 한다. 그녀의 나이 마흔 살이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새벽 2. 3, 나는 일이 끝나면 아무 곳에서나 책을 펴고 앉았다. 잠이 들곤 했다. 어느 곳이든 등을 기대면 나의 잠자리가 되곤 했다. 그때 내 모습은 마치 꾹 짜서 던져 놓은 상한 걸레와 다를 바가 없었다. 누구도 마음 써 바라봐 주지 않고 눈만 뜨면 제 앞일에 충실한 내 집의 도구일 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그러나 너무 힘들게 공부한 시인은 한 대학의 강사로 강단에 서고 1979다시 부는 바람이란 제목의 첫 수필집을 내고 물위를 걷는 여자100만부가 팔려 나가는 성공을 거둔다.

 

자신도 유방암 수술을 하기 위해 수술대에 누웠던 시인의 삶은 누구보다도 죽음과 가까이 있었고 아픔도 많은 삶이었지만 끝이 좋았기에 모든 것을 감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열심히 살았고, 열정을 잃지 않았고, 무너진 산에 깔려 있으면서도 사랑을 믿었고, 내일을 믿었다. 하느님을 알게 되었으며 축복을 받았고 딸들을 얻었으며 무엇이 가족 사랑인지 알았고, 국가나 세계가 강해져야만 하는 것처럼 어머니는 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게 영원히 싸우고 사랑해야 할 것은 삶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아름다운 일상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삶을 꼼꼼하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알았고, 주변과 다사로운 풍요로운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남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고통이나 불행, 죽음은 자신의 인생에서 만나는 가장 무서운 적일 수 있기에 그 힘든 싸움에서 승리한 시인의 사적 고객은 독자들에게 힘과 많은 위로를 선사한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지면, 또 너무 안일한 삶을 산다고 자신에게 자책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시인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알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j*****r 2011.09.19. 신고 공감 10 댓글 18
리뷰 총점 종이책
결코 헛되지 않은...
"결코 헛되지 않은..." 내용보기
동이 트기 전의 아침 기온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낮았다. 마른 갈잎의 버석거림처럼 메마른 바람이 불었다. 짧은 연휴의 뒤끝, 인적이 없는 새벽 등산로는 고요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트리며 간간이 이름도 모르는 산새가 울었다. '그래. 옛날 같으면 보리가 익어가는 이맘때를 보릿가을이라고 했을 테지. 나날이 기온을 높여가며 순하게 여름으로 가던 계절이 갑자기 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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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트기 전의 아침 기온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낮았다. 마른 갈잎의 버석거림처럼 메마른 바람이 불었다. 짧은 연휴의 뒤끝, 인적이 없는 새벽 등산로는 고요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트리며 간간이 이름도 모르는 산새가 울었다. '그래. 옛날 같으면 보리가 익어가는 이맘때를 보릿가을이라고 했을 테지. 나날이 기온을 높여가며 순하게 여름으로 가던 계절이 갑자기 한 계절을 건너뛰어 곧장 가을이라도 된 듯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에는 마른 햇살이 내리쬐는 날들이 아주 잠시 이어지는 게지. 마치 보리를 수확해야 할 시기를 하늘이 알아서 점지해 주려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오늘 아침에 그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그래도 시간은 정말 순하게 흘러가는 거야. 예측할 수 없는 일탈이란 게 고작 이런 것이니 말이야. 그에 비하면 우리들 삶은 얼마나 변화무쌍한 것인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어제 읽은 신달자의 산문집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를 떠올렸다.

 

'나는 결혼을 하면서 기가 죽었고 결혼을 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람이지. 그게 뭐야. 왜 그런 일이 있어! 그것은 한마디로 보잘것없는 맹목적 감상주의에 휩쓸려 내가 누군가를 구원해 주어야 한다는 값싼 보호 의식이 만들어 낸 건방진 작품이었지.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불바다의 결혼 생활을 지나온 사람이지만 결혼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화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어." (p.34)

 

시인의 에세이는 가볍거나 아름답지 않다. 글이 아니라 차라리 울부짖음이나 넋두리에 가깝다. 경제학 교수였던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시인의 나이 35세, 그녀가 책임져야 할 사람은 혼수상태였던 남편 말고도 아이 셋과 여든에 가까운 시어머니가 있었다. 혼신을 다한 간호 덕분에 남편은 겨우 살려냈지만 반신불수의 몸이었고, 그때부터 시인은 남편의 신경질을 받아주며 하루 두 번 목욕을 시키고, 약과 음식을 대령하며 온갖 투정을 군말 없이 들어주어야 했다. 시인은 남편이 깨어난 지 딱 3년 만에 남편이 살아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셔 준다면 조금은 짐이 가벼울 것 같다'는 고백은 시인의 인간성을 의심하기보다는 고통의 크기를 가늠케 한다.

 

지금은 절판이 된 이 책을 나는 적어도 3번 이상을 읽은 듯하다. 생각날 때마다 되는 대로 펼쳐 읽었던 것까지 친다면 그보다 배는 늘어나겠지만 말이다. 남편이 호전될 무렵 시어머니가 척추를 다쳐 병석에 누웠다. 시인은 '여름밤 벼락을 맞을까 봐 겁이 났을 만큼 시어머니를 미워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막상 시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는 '한 여자의 슬픈 죽음'이 안타까워 눈물을 쏟는다. 짐스럽기만 했던 남편이 2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뇌졸중 후유증을 앓다가 떠난 뒤에도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희수야. 다시 말하지만 인생이란 너무 눈부시게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내용이 들어 있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결단코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만들며 사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지." (p.35)

 

시인은 남편이 죽고 5년 뒤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절규에 가까운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이따금 생각하곤 한다. 고통을 부여잡고 고통과 함께 더 깊이 가라앉을 것이냐, 아니면 견디기 힘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내 삶은 마치 고통과는 일절 관련이 없는 것인 양 유리된 채, 의식적으로 고통을 밀어내면서 살아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다만 내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진 게 아니냐고 말이다.

 

"나는 세상에 관심이 없었고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내가 언제 대학을 다녔으며 내가 언제 시인이었던가. 내가 언제 꿈이 있었으며 내가 언제 인간에 대한 이상이 있었던가. 내 머리 위에 언제 푸른 하늘이 있었으며 해는 정녕 날마다 떠오르는 것인지 나는 몰랐다." (p.178)

 

시인은 '튀고 번뜩이고 남들의 시선을 끌며 빛나는 총천연색 인생은 좋은 삶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간절한 바람에 신의 가호가 더해져 남 부러울 것 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총천연색의 인생은 좋은 삶이 아니란다. 자신의 삶을 고통의 크기를 반감시키거나 희생으로 점철되었던 시인의 삶을 미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은 아니다. 딸 같은 제자 희수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산문에서 시인은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불거져 나오던 자신의 이기심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눈물을 섞은 고해성사가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다.이 세상에 절체절명으로 불행한 일은 없다. 사람들은 아직 벗어날 방도가 있는데도 너무 일찍 절망하는지 모른다. 인간은 희망에 속는 일보다 절망에 속는 일이 더 많다. 내가 그랬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너무 빨리 나는 불행하다고 외쳐 버렸는지 몰라. 그러고는 지쳐 쓰러지고 희망이 없다고 단정했는지 모른다." (p.257)

 

인간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스스로의 위로를 구한다. 고통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위로의 크기 역시 비례하여 증가한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고통은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 그 고통으로 인해 세상은 잠시 슬퍼하다가도 다시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으로 점철되었던 시인의 삶이 우리의 가슴속에서 세상을 향한 원망의 칼끝을 무디게 하고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처럼 당신의 고통은 순결한 것이다. 결코 헛되지 않은...

s*****l 2019.05.07. 신고 공감 7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고진감래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
"고진감래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 내용보기
우리 어머니는 시집을 오면서부터 괴로운 나날을 보내셔야 했다. 우리 아버지가 좋아 우리 아버지만 바라보고 시집을 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해서 몇십번을 이혼할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우리 할아버지는 어머니를 심하게 시집살이 시키셨다. 밥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빨래시키기, 새참 나르기 등등 어머니는 시집을 온 것이 아니라 머슴을 살러 온 것
"고진감래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 내용보기

우리 어머니는 시집을 오면서부터 괴로운 나날을 보내셔야 했다. 우리 아버지가 좋아 우리 아버지만 바라보고 시집을 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해서 몇십번을 이혼할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우리 할아버지는 어머니를 심하게 시집살이 시키셨다. 밥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빨래시키기, 새참 나르기 등등 어머니는 시집을 온 것이 아니라 머슴을 살러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을 하실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런 것은 육체적인 고통이니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인격적인 모독은 도저히 참을래야 참을 수가 없으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할아버지의 모욕적인 욕설은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심했다. 난 어머니가 이 소리를 듣고도 이혼을 안하신게 오히려 의아할 정도였다. 한 두번도 아니고 시집살이 하는 6년 내내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어떻게 견딜 수 있으셨을까 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런 지경이면 할머니라도 어머니 편을 들어주셨어야 했는데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할머니도 할아버지와 쿵짝이 맞아 쌍으로 막말을 하시며 시집살이를 시키셨다고 하니 어머니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가는 가늠할 수 조차 없었다.

 

더이상 이런 상태로는 같이 살 수 없으셨던 어머니는 이혼 대신에 분가를 요구했다. 당연히 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시며 반대하셨지만 워낙 강경 일변도로 어머니가 나오자 한푼도 보태주지 않고 분가시킨다는 조건으로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해방시켜주셨다. 그리고 그 후로는 지금까지 따로 살고 있다. 물론 분가하고 몇년 안에 손자가 너무 그리워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걸로 갈등이 어정쩡하게 무마되긴 했지만 앙금은 계속 남아 있었다. 이 갈등은 최근에서야 할아버지의 사과로 해소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지난날의 용서를 비는데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한편 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때를 기점으로 고등학교때까지 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하셨는데 이때 어머니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으시고 지극정성으로 할머니 간병을 하셨다. 아마 나 같았으면 옛날 생각이 나서 만나는 일조차 꺼렸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으시고 5년간이나 집과 병원을 오가면서 할머니의 대소변을 다 받아주고 귀저기까지 갈아주셨다.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셨을 때 어머니는 친자식들보다 더 서럽게 우셨다. 보는 사람들이 딸인줄 착각할 정도로 어머니는 오열하셨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할아버지는 많은 반성을 하셨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할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지난날의 잘못을 비셨고 어머니는 모든 걸 용서해주셨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 갈등없이 지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어머니는 부유하게 사신다.

 

이 책은 한 여자의 드라마보다 더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이자 주인공인 시인 신달자는 자신이 그동안 겪은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를 아주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솔직하게 늘어놓고 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저자의 삶은 딱 이 고사성어에 어울리는 인생이였다. 보통 사람이면 도저히 흉내낼 수 조차 없는 그런 역경을 저자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살아왔다. 만약 저자에게 자존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삶은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하고 도피하려고 했다면 결코 지금의 행복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힘든 과정을 굳굳하게 잘 버텨내면서 살았기에 지금의 삶은 고생의 댓가를 받은 것처럼 보인다. 저자의 삶은 정말이지 인간승리였다. 뇌졸중에 걸려 병신이 된 남편을 어떻게 24년 동안이나 병수발을 할 수 있으며 병든 시어머니를 9년간이나 돌볼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와중에 어린 세딸을 떳떳한 성인으로 키워내고 공부까지 해서 교수가 되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짜 해외토픽감이다. 저자 덕분에 난 다시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내가 고통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힘들지 않는 삶은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역경을 맞이하고 고통을 맛본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은 다르게 전개가 된다. 지금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놓아버리고 싶거나 사는게 고통스러워 못 견딜 것만 같은 지경에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인상적인 글귀

 

 

"세상살이는 늘 그렇다. 주는 사람만 주는 법이다."

 

 

"간절하면 이루어지리라."



d****3 2008.05.11.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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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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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평범한 주부, 세딸의 엄마, 대학교수 남편이 갑작스런 뇌졸증에 의한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그녀가 겪어야 했던 온갖 고초가 고스란히 묻어난 책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를 읽었다. 24년동안 남편의 병 수발을 뒷바라지했고 그 와중에 9년 동안 허리다쳐 누워 버린 시어머니 병 수발까지 그리고 남편 사후 본인마저 유방암 수술을 받으며 고통 당해야 했던 그녀 안에 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내용보기
35세, 평범한 주부, 세딸의 엄마, 대학교수 남편이 갑작스런 뇌졸증에 의한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그녀가 겪어야 했던 온갖 고초가 고스란히 묻어난 책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를 읽었다. 24년동안 남편의 병 수발을 뒷바라지했고 그 와중에 9년 동안 허리다쳐 누워 버린 시어머니 병 수발까지 그리고 남편 사후 본인마저 유방암 수술을 받으며 고통 당해야 했던 그녀 안에 들어 있던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얘기를 사랑하는 제자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저자의 속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24년 얼마나 긴 세월인가.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야 했던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느껴지는 그녀의 고통과 번민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지는 듯하다.

 

나의 아버지. 15년 동안 뇌졸증에 의한 중풍으로 우리 곁에 있다가 하늘 나라로 떠난 사람. 중풍.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고 나도 예외는 아니라고 여겨지는 삶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가족이 겪는 고통은 말로하기 힘들다. 집안의 가장이 쓰러져 누워있다는 자체가 커다란 짐이요 중압감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내가 대학 1학년때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모두가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기적처럼 살아나셨다. 그러나 왼쪽을 못쓰는 모습으로 그렇게 덩그러니 우리 가운데 남겨졌다. 어떤이는 침이 효과가 있다며 무료로 침을 놔주기도 했는데 어떻게 소문을 듣고 잘도 찾아오는지. 두꺼비를 과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엄청나게 잡아서 끓여 먹었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상태는 여전히 그대로였고 침 시술자들은 돈이 생기지 않게 되자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 동네 어른들과 친구들도 아버지를 찾지 않게 되었고 가까이 살던 큰 집 식구들마져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모두가 우리를 버리고 떠나가는 상황이 되고 만것이다. 특히 어머니의 상심이 컸다. 건강할때는 잘도 이용해먹더니 이제는 버린다며 욕을 하셨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빨리 포기하셨다. 어떤 치료도 이 상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아셨다. 그리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셨다. 모두가 망할거라 예상했지만 더 지독하게 보란듯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힘들고 지칠때면 아버지를 모질게 대하시기도 하셨지만 본심은 선하셨다. 15년이란 세월이 평범한 어머니에서 지독하게 사는 어머니로 바꿔놓았다. 당신은 무시당하는 것이 싫었고 살기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하셨다. 그리고 잘사는 모습을 보여 주실려고 애쓰셨다. 지금도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본인에게 타고난 건강과 성실함을 이용해서 힘든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 결과 본인의 손으로 3채의 집을 장만하실수 있었다고. 그리고 지금도 쉬지 않고 일하신다. 쉬라고 해도 쉬지 않으시고 열심히 일하신다. 죽는 그날까지 일하다가 죽고 싶어하신다.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15년이 지금의 어머니를 만들었다. 음식은 잘 드시고 운동량은 부족해서 비대해진 아버지 몸을 목욕시키거나 하면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러나 자식에게도 손 벌리려고 하지 않으시고 본인의 손으로 직접하셨고 그 손으로 짜증날때는 아버지의 등짝에 손자국을 남겨놓기도 하셨는데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미안함때문인지 멋적게 웃으시며 참으시고 그때를 넘어가셨다. 당해본 사람은 안다. 그 고통이 얼마나 길고 오랜동안 지속되는지를. 15년도 힘든데 24년이라니. 그와중에 시어머니 병간호를 9년이나... 나이 마흔에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현재를 살아오기까지 살아내야했던 삶의 흔적들. 세 딸의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은 어머니로 기억되기 위해서 뛰어다녔던 치열한 삶을 살아낸 저자에게 힘찬 위로와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 삶이 묻어난 한 권의 책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머니의 자리. 어머니. 떨리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c*******e 2008.04.21.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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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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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씨 하면 백치애인이랑, 물위를 걷는 여자가 생각납니다. 그때가 가장 전성기가 아니였나 싶네요.. 시인이라고 하지만 유명하고 그냥 통속적인 에세이나 소설을 쓰는 분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번에 신간을 내셨더라구요..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한번 읽어봤습니다.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유명해서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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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씨 하면 백치애인이랑, 물위를 걷는 여자가 생각납니다.

그때가 가장 전성기가 아니였나 싶네요..

시인이라고 하지만 유명하고 그냥 통속적인 에세이나 소설을 쓰는 분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번에 신간을 내셨더라구요..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한번 읽어봤습니다.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유명해서 워낙 유명해서 그 분의 삶 역시 화려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유명인 신달자가 아니라 여자 신달자를 본것 같습니다.

35살의 나이에 남편이 뇌졸증으로 쓰러지다니.. 거기다 아이는 세명.. 막내딸이 세살.. 저 지금 34살이고 역시 3살짜리 딸이 있습니다. 남편이 쓰러진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신달자씨 역시 그러셨겠죠.. 그 기다긴 세월을 어찌 견디셨는지.. 그 갑갑하고 답답한 세월을 어찌.. 어머니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마냥 견디셨는지.. 참으로 갑갑하고 갑갑했습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서 혼났습니다. 저 같음 그렇게는 못살았을 것 같습니다. 남편 병수발도 모지라서 시어머니 병수발까지. 그것도 9년이나.. 너무 답답하네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그 오랜 세월을 짓눌려 살면서 여자 신달자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일이 안풀려도 어쩜 이렇게 안풀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남편을 미워하고 죽었으면 하는 심정.. 이해하고도 백번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참고 사는 모습이 너무 갑갑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보통 사람과 다른 면이 있었더군요. 생계를 위하여 대학원을 다니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했는거 였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대학원이라니요..  그 힘든기간을 잘 견뎌서 그런가요.. 유명해지고.. 책도 잘 팔리고.. 다 보상이 있네요.. 지방 대학에 강의하러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느끼는 자유로움.. 너무 공감이 갑니다.

저 역시 가사일에 직장일에 육아에 너무 힘들고 지칠때 어디 조용한 곳에 며칠만이라도 혼자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비로소 숨을 쉬는 느낌이 들었을것 같습니다.

요즘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어 무척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숨이 컥컥 막혀와 하루도 살 수 없을것 같았는데 이 책이 저에게 위안이 되네요..  더 힘들게 더 처절히 산 여자가 여기 있네요..

용기를 내고 더 악착같이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한권이 저에게 많은 위로를 주네요.. 덕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5 2008.04.19.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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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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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우리가 자라던 시대에 가장 각광받던 만화가인 김수정씨의 '오달자의 봄'에서 제목을 따와봤다. '백치애인', '물위를 걷는 여자' 등 필자가 책을 별로 안보던 시절에 발표된 신달자 선생님의 작품들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만큼 우리 시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그녀는 그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그야말로 '달자의 봄'인 것이다. 하지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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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우리가 자라던 시대에 가장 각광받던 만화가인 김수정씨의 '오달자의 봄'에서 제목을 따와봤다. '백치애인', '물위를 걷는 여자' 등 필자가 책을 별로 안보던 시절에 발표된 신달자 선생님의 작품들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만큼 우리 시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그녀는 그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그야말로 '달자의 봄'인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그간 작가로서 화창한 봄날을 보내었던 신달자 선생님의 그 춥고 암울했던 인간으로서의 겨울에 관한 에세이다.

 


희수라는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내려간 이 이야기들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지극히 인간적인 그녀의 고백들이자 언젠가 한번쯤은 속시원히 털어놓고 싶었다던 병든 남편과의 치열했던 애증의 세월에 관한 기록들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별다른 어려움없이 성장했던 그녀의 삶은 심교수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돈을 아끼려고 애당초 신혼 여행지로 계획했던 부산에서 인천으로 방향을 급산회한 로맨틱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지극히 현실적인 남편. 허름한 여인숙에서 첫날밤을 보내며 이제 허영따윈 버려라고 얘기하던 남편이란 사내. 내 가족의 평안과 안위보단 고통받는 이웃에게 보다 큰 관심을 두었던.. 우리나라 노사문제를 20년 일찍 내다보았던 의식있는 학자이자 냉철한 이성을 지녔던 그 사람. 결국 그 꿈 한번 제대로 세상에 펼쳐 보지도 못하고 저 멀리 요단강 건너갔던 그래서 더 안타깝고 가슴 먹먹하기만한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었던 남편이라는 사람.

 


1977년 그 남편이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뒤엎고 극진한 간호끝에 그 사람은 23일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것이 앞으로 24년간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다 주리라는 사실을. 그 후 남편은 반신불수의 몸으로 24년간 지내야했고 몸의 불편은 육체적인 면에서 끝나지 않고 고매하던 그 사람의 정신까지 갉아먹었다. 애기처럼 변해버린 남편. 그로인해 수없이 남들앞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며 남편의 비위를 맞추어 줘야했던 아내.

 


필자의 가족들은 치매로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경우를 제외하곤 오랜 시간동안 병석에 누워있던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큰병없이 적당히 천수를 누리시고 조용히 가족들 곁을 떠났갔다. 그래서 장기 입원 환자로 인해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남편의 병 수발을 하면서 차라리 그 사람이 그렇게 죽어버렸으면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덜할것이라고 생각했다던 신달자 선생의 인간적인 고백에 그 고통이 짐작되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자기가 사랑하던 사람이 편안히 죽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보지 못하고 남겨질 아내와 자식들이 눈에밟혀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으로 피를 토하며 울부짖은 그 사람의 마지막 가는길이..

 


무지막지한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남편이 사둔 관악산 자락의 집을 헐값에 팔았다던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헐값에 사서 홀라당 자기가 챙겨먹은 부동산 업자가 있었다. 곧 서울대학교와 관악구청이 들어서고 현 시세로 100억을 호가할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신달자 선생은 그 당시 너무나 절박하였고 또한 세상을 너무나 몰랐었노라고 고백했다. 필자는 그 대목을 보다가 너무 화가 나서 담배 한대 피워 물었다. 어떤 TV광고에 이런 문구가 나오질 않았던가. 남의 슬픔을 이용해서 장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삭빠른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죽음 앞에서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결국 2000년 그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신달자 선생 또한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순수 시를 버리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전향했다고 동료 문인들의 조소와 비아냥을 감내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숱한 고통을 겪고 나이 마흔이나 되어서야 겨우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고 고백하는 작가. 고통도 어려움도 매 순간 힘이 되어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지금같은 '달자의 봄'을 맞이할 수 있었나보다.

 


따스하고 화창한 봄날같이.. 신달자 선생님의 앞날에 좋은일만 가득하길 팬으로서 기원해 본다. 그리고 끝으로 '나 죽거든 결혼하지 마!'라며 마지막 가는길 못다한 사랑에 절규하던 고 심현성 교수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t******4 2008.05.0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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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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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불행하다고 외쳐버렸고 지쳐 쓰러져 희망이 없다고 단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 아들을 잃은 어미가 부처님을 찾아가 죽은 아들때문에 마음이 아파 살수가 없으니 죽은 아들을 다시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부처님은 자비롭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한 번도 없었던 집을 찾아보아라. 그리고 그 집에서 겨자씨를 조금 얻어 가져오너라." 끝내 여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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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불행하다고 외쳐버렸고 지쳐 쓰러져 희망이 없다고 단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

아들을 잃은 어미가 부처님을 찾아가 죽은 아들때문에 마음이 아파 살수가 없으니 죽은 아들을 다시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부처님은 자비롭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한 번도 없었던 집을 찾아보아라. 그리고 그 집에서 겨자씨를 조금 얻어 가져오너라." 끝내 여인은 겨자씨를 하나도 얻어 올 수가 없었다.

받아들임.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중에 아주 중요한 한가지 과제이다.

받아들임으로서 내 앞에 닥친 어떠한 고난도 덤벼 싸워 이기려는 마음이 들것이다. 아. 이건 아닌데. 왜 나에게 시련을 주시는 걸까. 왜 내 인생은 이모양인 걸까. 왜 난 이렇게밖에 태어나질 못한 걸까.

수없이 많은 의문속에 던져진 인간들은 그 삶이 제 것인것을 인정하고 잘 경영하여 살아갈길을 모색하면 될 것이다.

잡초와 잡초가 아닌 다른 식물들과 같은 분류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달면 호의적인 명칭을 부여하고 우리에게 쓰거나 고통스러우면 비호의적인 명칭을 달아 그 존재의 의미를 폄하하려는 습성이 있는듯하다. 불행과 행복 그 두 감정의 분류를 어떤방식으로 해야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태어나는 것 자체부터가 고행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부인하고 싶지만 태어나서부터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견뎌야하는 모든 고통과 기쁨들은 오롯이 내 몫의 인생인 것이다. 기쁘고 달콤한 일에 즐거워하다가 고통스럽고 마음 무거운 일들이 몰아닥치면 배반을 당했네 버림을 받았네 박해를 받네 하는 마음이 되어 하늘도 원망해보고 나를 낳은 부모도 원망해보고 세상을 원망하며 엎치락뒤치락 어둠을 밞고 희망을 꿈을 갈구하게 된다.

누구나 겪는 호된 생명의 몫인것. 게 중에 경중의 차이도 물론 있지만 그 일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제각각인 것 같다.

 

신달자님은 불같은 그 인고의 생을 견뎌 명예로운 도착지에 서서 우리들을 향해 이렇게 일러준다.

"인간은 희망에 속는 일보다 절망에 속은 일이 더 많다."

그러니 절망에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 너무 일찍 단정 지어 아름다운 한 생애의 역사가 다 완성되기도 전에 포기를 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

생생한 육언으로 몸소 보여주는 신달자님의 강인한 메세지를 감사히 받았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예방주사맞기 위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주사를 맞은 친구가 지나가면서 별로 아프지 않다. 겁먹지 말아라. 하는 것 같다.

지나고 나니까 그거 절망스러운 일도 아니더라. 그러니까 행복을 향해서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서 성실히 하루하루 임무를 완수하라는 다정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훌륭한 인생선배인 신달자님의 살아온길을 살펴보면서 주욱 내 마음속에 메아리치던 교훈은 그 단한가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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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던 신달자 시인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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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 작가들중에 노년의 작가를 뽑으라면 아마.. 신달자 님과 박완서 님을 뽑을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노년의 여성작가는- 박완서 님은 워낙 팬이라 그분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신달자 님의 책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그래서 이분의 인생이라던가. 이분의 글은 어떤 느낌이라던가. 그런것은 전혀 모른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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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 작가들중에 노년의 작가를 뽑으라면 아마..

신달자 님과 박완서 님을 뽑을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노년의 여성작가는- 박완서 님은 워낙 팬이라 그분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신달자 님의 책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그래서 이분의 인생이라던가. 이분의 글은 어떤 느낌이라던가. 그런것은 전혀 모른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박완서 님과 신달자 님의 느낌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박완서 님은 글이 여성스러우시다. 왠지 곱단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분의 인생도 평탄하다고 말할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웬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었지만. 신달자 님의 글은.. 그리고 인생은 인내와 상처의 파도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느낌-

글을 읽으면서 이분의 파워가 느껴졌다. 역경과 인내를 거슬러온 강한 어머니의 힘. 아내의 힘. 그런것이 말이다.

 

사실적이고 감동적인 책이었다.  신달자 님의 인생이 적혀 있는 에세이. 이런 삶을 살고 계셨을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고, 그 고단해 보였던 삶을 사신것이 믿기지 않았다. 단지 시인으로. 작가로만 봐왔던 나의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24년간 남편 병수발을 하셨던 분. 시어머니와 세 딸들을 함께 등에 짊어지고 살아오셔야 했던 분-

그 힘겨웠던 24년동안의 시간들후에 남편이 죽지만, 또다시 시련이 닥쳐와 유방암과 싸워야 했던 시간들-

 

하지만 작가는 절망의 순간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남편이 쓰러져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던 순간에도 다음날 일어날꺼야 라는 희망을 가지신 분이셨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 또한 한숨을 쉬고, 이런 인생을 사셨구나... 한 여성을 달리 보게 만든 책이다.

 

이제사 참으로 긴 시간을 힘들게 살아왔다고 말하는 달자님.

슬픈 책이었고. 또한 희망이 담긴 책이었다.

이분의 또 다른 책들도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힘든 시간들의 고백을 엿보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t****6 2008.05.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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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삶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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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여자가 중환자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모습이 보인다. 멍한 시선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을 보아 너무나 놀란 가슴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며칠이 지나 그 여자가 다시 보인다. 독한 눈빛에서 이전의 두려움에 떨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 두 주먹이 불끈 쥐어져 있다. 그러다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 불행한 생각, 불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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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젊은 여자가 중환자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모습이 보인다. 멍한 시선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을 보아 너무나 놀란 가슴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며칠이 지나 그 여자가 다시 보인다. 독한 눈빛에서 이전의 두려움에 떨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 두 주먹이 불끈 쥐어져 있다. 그러다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 불행한 생각,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드는 자신을 질책하며 그 생각들을 애써 떨쳐 버리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이 홀가분해 보였다.

 20여일이 지난 어느 날. 마주친 그녀의 모습은 20년은 더 늙어 보였다. 삶의 의미를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삶의 희망도, 즐거움도 모르는 감정이 없는 인형과 같았다. 그동안 보아왔던 당당함과 끈질긴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며 남편이 쓰러지고 깨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앞부분을 읽고 저자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아마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절한 삶의 싸움이 너무나 솔직하게 적혀있다. 장기 환자를 둔 가족의 자존심과 고통,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은혜를 갚지 못한 죄송스러운 마음, 내가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한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자존심과 내 어머니께 아무것도 못해준 딸이라는 멍에에 가슴아파하는 저자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온다.


 ‘아프다. 가슴이 미어진다’ 유독 큰 사고가 많아 병원에 자주 입원해 대 수술을 받으셔야 했던 아버지. 언제나 병원에서 병 수발을 들어야 했던 어머니. 낮에는 들녘에서 농사를, 밤에는 병원에서 새우잠을 자며 자신은 챙기지 않고 병수발을 들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심장이 좋지 않은데도 가족과 아버지와 농사일에 신경 쓰며 단 한 번도 힘들다 말하지 않으셨던 어머니. 아마 어머니도 신달자 작가의 마음처럼 지치고 힘겨웠을 것이리라. 오랫동안 뵙지 못한 어머니의 얼굴이 책속 저자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나는 고개를 오르고 다시 오르고, 맨발로도 오르고 가시신발을 신고도 오르고, 넘어지고 깨어지고 터지고 부서지고도 다시 일어나야만 했다” (p.140)

 얼마나 처절했고 얼마나 간절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신불수가 된 남편을 오랜 기간 동안 수발해야 하는 힘겨움. 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을 씻기고 먹이고, 약 달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증오하면서도 마음에서부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챙겨주는 작가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남편에게 바친 그녀의 인생이 안타까웠다.


 인생을 포기한 남편, 남편의 자존심과 존재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 아내의 노력에도 자살을 시도한 남편 그리고 정신 이상과 폭행, 정신병원입원 등 아내를 절망과 고통으로 빠뜨린 남편의 모습. 그리고 장기 환자를 둔 가족에게 찾아온 금전적 고통.

 “내 글 한 줄이 10원짜리 동전 하나도 되지 못한 부끄러운 나의 문학”이라는 글에서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쓸모없이 느껴지는 자신의 글에 가슴아파하는 저자의 마음이 묻어난다.


 “내가서면 남편도 설 것이다. 내가서면 아이들도 서게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시작해야 했으며 그대로 무너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손에 불끈 힘을 주었고 그 현실을 순응하였다.” 장애 남편,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정신 이상이 있는 남편을 버리고 도망간 아내들은 많다. 하지만 작가는 절대 무너지지 않았고 자신을 속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남편의 고통을 이해했고 고쳐 주리라 마음먹었다. “그 가슴 썩는 냄새를 나는 안다…….(중략).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쾅하고 쏴버리고 싶은 내면의 용광로 같은 광기를 안다.... 다 안다. 다 안다” 남편의 고통을 그녀는 이해했고 자신이 삶에 고통과 절망만 안겨준 남편이 마지막 세상을 떠나갈 때 마음속에서 그동안 제발 빨리 죽어 달라 외치던 목소리가 아닌 제발 곁에 있어 달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고통과 원망의 순간에서 죽음이라는 강을 넘는 순간 모든 원망은 산화되어 아프기 전 남편과의 추억과 좋은 기억들만을 간직한 채 외로움의 그늘에 혼자 남지 않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한 여인이 겪은 고통의 시간에 같이 가슴아파했고, 잃어버린 삶의 시간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두 번째 농사(인생)를 준비한다는데. 두 번째 농사만큼은 외롭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c*******9 2008.04.2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겨울 뒤에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겨울 뒤에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내용보기
신달자, 저자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이 십 여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책을 즐겨 읽지않았던 그 옛 시절, 저자의 수필을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걸로 떠오른다.  그렇다고 그 계기로 당장에 수북히 책을 쌓아 가면서 읽었다는 것은 아니고, 책에 대해 애정이 없던 시절에 만나서 수필이란 장르에 대한 인상을 아주 좋게 남겨주었던 저자라는 것이다.  그런
"겨울 뒤에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내용보기

신달자, 저자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이 십 여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책을 즐겨 읽지않았던 그 옛 시절, 저자의 수필을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걸로 떠오른다.  그렇다고 그 계기로 당장에 수북히 책을 쌓아 가면서 읽었다는 것은 아니고, 책에 대해 애정이 없던 시절에 만나서 수필이란 장르에 대한 인상을 아주 좋게 남겨주었던 저자라는 것이다.  그런 저자의 책을 오랜 세월의 되돌아옴 후에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책을 친구 삼아 산 지 몇 해가 되지 않지만 주로 소설 위주의 독서 경향 속에 포화되어있던 시간들에 날아 들어온 저자의 책, 너무 오랜 세월 후에서야 다시 만나서인가 반갑다. 

 

저자의 책이 영화화도 되었다고 하고, 저자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니, 한국의 독자로서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하면 간첩이랄 수도 있지않을까.  나 역시 저자의 이름과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저자의 책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역시나 그 옛 시절처럼 수필로 나는 저자와 대면한다.

 

유명인들의 삶은 언제나 행복만이 있다는 착각을 자꾸 하게 된다.  그들의 유명세에 대한 부러움에 비롯된 것인지 그들이 불행할 것이란 생각은 통 들지않는다.  그들은 우리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만 같은 그래서 곧잘 밤하늘에 뜬 별로 표현되는 존재들, 나에게 유명인은 그러했다.  '설마, 그들의 삶에도 우리처럼 절망이 있고, 고통이 있을라고, 에이~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라고 멋대로 생각해 왔다.  어린시절 선생님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저자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그러하기에 당연히 행복만이 있는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 지레짐작했었다.  돈 많고, 인기 많은데 도대체 어떻게 안 행복할 수 있겠냐고...

그녀가 결혼 9년만에 뇌졸증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세 아이를 남겨두고 느닷없이 찾아든 남편의 쓰러짐은 충격 이상의 충격으로 그녀를 내동댕이 쳐대었지만 꿋꿋이 버티어낸 그녀의 이야기가 이 책엔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쓰러진 남편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다시 살려낸 그녀의 애증의 세월 24년을 읽으면서 솔직한 그녀의 심경들은 고개를 주억이게 만들면서 또 하나의 삶의 모습을 배우게 한다.  절망 속에서 다시 찾아야 할 희망은 결국 삶이었던 것이다.  절망은 죽음을 부르는 것도, 깊은 상처에 안주하는 좌절도 아닌 바로 다시 살아가야 할 삶인 것이다.  그녀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라면 내려놓으려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묵묵히 지고 가라고 말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녀가 짊어지었던 십자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이제 그 십자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다시 수필로 만나게 된 저자의 책은 그 십 여년 전, 옛 시절의 느낌 고스란히 세월의 빛바램없이 나에게 젖어들었다.  그래서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이 행복하다. 

m******i 2008.05.0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