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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도시 ‘페라라’와 그 안의 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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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르조 바사니 <성벽 안에서>, <금테 안경>   ‘페라라(Ferrara)’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인구 35만 명 가량의 도시다. 포(Po)강 주변, 볼로냐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1492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페라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계획도시이면서, 과거의 도시 구조를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기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래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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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르조 바사니 <성벽 안에서>, <금테 안경>

 

‘페라라(Ferrara)’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인구 35만 명 가량의 도시다. 포(Po)강 주변, 볼로냐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1492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페라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계획도시이면서, 과거의 도시 구조를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기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래된 도시라면 그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사연은 때로 아픈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이탈리아의 작가 조르조 바사니(1916~2000)의 ‘페라라 소설 연작’은 바로 이 도시 페라라를 배경으로 한다. 거기에는 볼로냐에서 태어난 작가가 페라라에서 성장했다는 점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동시에 작가는 전쟁 당시 페라라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당시에 페라라에서 살고 있던 작가에게 이런 장면들은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다. 또는 그것이 창작의 원천이 되었을 수도.

 

소도시 페라라를 무대로 한 작품들

 

작가가 1956년, 1958년에 각각 발표한 <성벽 안에서>, <금테안경> 역시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단편집 <성벽 안에서>는 ‘페라라의 다섯 이야기’라는 부제목이 달려있다. 각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다섯 이야기 모두 1, 2차 세계대전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모두 어떻게든 전쟁을 뚫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은 전쟁 당시에 겪었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의 겨울은 오히려 더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1945년 영국군의 포탄에 허리가 잘려나간 채 남아있는 교회종탑도 있다. 파시스트의 반가톨릭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전쟁에 대한 기억 때문에 이들은 ‘성벽’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금테안경>의 배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의 시작은 1차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 당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페라라에서 새로 개업한 의사 ‘파디가티’와 가깝게 지내게 된다. 소위 말하는 ‘성공한 의사’였던 파디가티는 늘 금테안경을 쓰고 깨끗한 진료소와 대기실에서 환자들을 받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미혼인 그는 여자들에게 통 관심이 없다는 것. 그러다가 떠도는 소문을 듣고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대인과 동성애자의 만남.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

 

전쟁 속 그리고 전쟁 이후 페라라의 모습

 

‘조르조 바사니’라는 작가의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는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수여하는 ‘황금펜 상’, 스위스의 문학상 ‘샤를베용 상’ 등 여러 상을 받은 작가다. 말하자면 ‘상(賞) 복’도 많았던 셈. 동시에 그는 반파시즘 활동으로 인해서 1943년에는 페라라 시립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작가는 전쟁 중 페라라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페라라의 중심가에는 군복 차림의 장교들이 넘쳐나고, 붉은 깃발을 펄럭이는 트럭들이 대로를 질주하며 달린다. 커다란 현수막에는 ‘레닌 식전주’를 함께 나누자는 글이 박혀있다. 파시스트 통치기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셈이다.

 

파시스트 통치에 걸맞는 모습도 보인다. 가스실로 끌려갔지만 살아서 페라라로 돌아온 유일한 유대인도 있고, 허공에 대고 기관총을 쏘아대는 파시스트 당원들도 있다. ‘로마 대로’에는 ‘검은셔츠단’ 대원들이 총살당한 ‘배신자’ 열한 명의 주검을 지키고 있다. 누구도 이 주검들을 치우지 못할 것이라고 소리치면서.

 

작가는 자신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페라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의 공통점은 ‘페라라’와 전쟁 시의 ‘반파시즘’일 것이다. 여기에는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작가의 과거와도 연관이 있다. 어떤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법이다. 하물며 그것이 전쟁이라면 더더욱.

 

t****o 2017.08.1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