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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정갈한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꽤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적인 서정과 풍경이 어우러지고 정체성의 고독과 불안한 역사의 균열이 느껴진다. 슬픔을 눈물로 호소하지 않고 아픔을 비명대신 짧은 한 두마디로 대신할 때 울림은 크고 깊게 다가온다. 해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이야기는 끝나지만 파장은 길게 이어진다.
'적막에 싸인 밤거리, 느릿한 걸음으로 도시를 배회하는 두 남자와 그들을 뒤따르는 길 잃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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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조르조 바사니의 소설이다. 이 작가는 기억의 작가, 페라라의 작가라고 불리는데 금테 안경 외에도 다른 유명한 작품이 많다. 금테 안경을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구입했다. 금테안경의 주인경운 의사인 파디가티인데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신사이다. 이러한 사람이 왜 아직 혼자 생활하는지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의문들이 눈덩이처럼 살이 붙고 붙어서 소문이 만들어진다. 동성애자라고 수군거리자 소문은 사실이된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인 무솔리니 파시즘 체제.. 이다보니 반유대주의라는 역사속에서 나라는 화자와 주인공이 사회에서 소외되어 느끼는 감정들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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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늦은 시간이었기에 그때 도시를 배회한 사람은 아마도 파디가티와 나, 우리 둘뿐이었을 것이다.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쓸쓸하게 말했다. 자신의 불행에 관해서였다. 그는 이런저런 구실로 병원에서 해고되었다. 고르가델로 거리의 진료소에는 오후 내내 단 한 명의 환자도 방문하지 않는 날이 많다고 했다. 세상에는 그가 걱정해야 할 사람도, 부양해야 할 사람도 없었다. 재정적인 면에서 곤란한 상황이 아직 눈 앞에 닥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없이 완전한 고독 속에서 모두의 적대감에 둘러싸인 이런 삶을 평생 지속할 수 있을까?" 각자의 삶에서 우리 모두는 주인공 배우다. 주인공 역할에 충실히 하면서 살아가기에도 벅찬 세상이기에, 사람들은 삶의 부조리함이나 세상의 잔인함에 쉽게 무뎌진다. 주인공이라서 오히려 무뎌지기 쉬운 세상이지만, <금테안경>처럼 좋은 소설은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삶과 세상의 본질, 그리고 그 비정함에 민감하게 해준다. 굳이 드라마틱하거나, 과장하거나, 극적일 필요는 없다. 현실이 충분히 그러하기 때문에. 소수자나 약자의 위치에 온전히 처해보지 못한 나같은 사람들에게, <금테안경> 은 세상은 어떤 곳인지 일깨워주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었다. 파디가티에게 "지금 세상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파디가티의 이야기 덕분에, 성소수자의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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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았다.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페라라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작가가 파시즘 체제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하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그 시대의 페라라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유대인 차별을 공식화한 인종법이 발효되기 직전의 긴장상태를 살아가는 감수성 예민한 주인공은, 금테 안경을 번쩍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던 잘 나가던 이비인후과 의사 파디가티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면서 몰락하는 과정을 보게 되고,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소외자로 살아가야 될 운명에 처한 주인공들의 슬프고도 복잡한 내면 세계를 섬세하고도 담담하게 그리는 작가의 문체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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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바사니. 이탈리아 작가.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 이탈리아 작가는 "움베르토 에코" 밖에 없네. 듣도 보도 못한, 알 수 없는 작가의 책을 그냥 선택할 리는 없고, 빨간 책방에서 이야기하길래 구입했다. 길지 않은 소설인데, 단숨에 읽을 수는 없었다. 조금 시간을 두고 한장 한장 읽었다. 사실 이렇게 읽어도 오래 걸리진 않는다. 140쪽 정도 밖에 되지 않기때문에.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1930년대의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페라라 지방의 이야기. 동성애자와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 차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악역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노라면 그 뒤의 이야기를 읽기가 어려웠다. 악당은 없지만 분위기가 무겁다. 그래서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어떻게 전개될 지 마음이 아팠기에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음울하거나 우울한 것은 아니다. 그냥 분위기가 뭐라 말할 수 없는, 그 분위기가 사뭇 무거울 뿐. 책의 제목인 "금테 안경"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의사 '파디가티'의 상징물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보다도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이 먼저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했다. 수염 없는 매끈한 뺨에 창백한 안색 위로 금테 안경이 유쾌하게 빛났고 사춘기의 위기를 기적적으로 견뎌낸 선천성 심장병 환자의 통통한 육체도, 항상, 심지어 여름에도 부드러운 영국산 모직 외투에 싸여 있는 그 살진 몸도 전혀 불쾌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p.9) 그는 입술을 비틀어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윗입술이 퉁퉁부어 있었다. 그리고 멋진 금테 안경의 왼쪽 렌즈에는 금 두줄이 가 있었다. (pp.95-96)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은 옷을 다르게 입는 것이었어! 하지만 이 모자...... 이 외투......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이 안경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있겠어? (p.124) 시간의 흐름, 문장의 흐름으로 '파디가티'의, 금테 안경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중심에서 변방으로의 변화. 다른 것은 참아도 모욕감을 참지 못하는 '파디가티'. 그리고 인종법 시행을 앞두고 또 다른 중심에서 변방으로 쫓겨가는 유대인인 화자 '나' (아마도 책의 저자 조르조 바사니일듯) '다름'과 '소수'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에서 그 둘은 비슷한 처지에 있고 서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무거운 책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1930년대 이탈리아의 시대상을 통해. '다름'과 '소수'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는 1930년대의 이탈리아, 독일에서만 있었던 것일까? 2018년 우리나라에서는? 말로, 행동으로 차별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분위기로 차별을 하는 사람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당신의 친구였었다고. 안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 더는 궁금해하지 않는 것, '내버려두는 것'과 같았다. (p.20) 빨간 책방 (YouTube에는 아직 안 올라와서 팟티로) 1부: https://www.podty.me/episode/10899018 2부: https://www.podty.me/episode/109260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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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쉬하다고 할까. 조르조 바시니가 펼쳐보이는 금테안경은 유대인 동성애자를 (무심하게 보여지는) 바라보는 화자의 서술이다.타인의 시선이 겹쳐지며 얼핏 드러나거나 보여지고 판단되어지는 파디가티선생님의 모습이다. 위선과 위악의 대화..사람들의 날것의 시선과 질타, 이런 혐오의 정서가 뻔한데 파디가티선생님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의혹과 소문, 모욕당하고 싶지않은 자존심을 넘어서는 사랑때문에 파디가티 선생님은 그냥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내맡긴 걸까. 오스카와일드와 그의 연인이 떠올랐다. 금테안경의 상징적 의미는 존중에서 주홍글씨같은 낙인으로 여겨진다. 인종법같은 당시의 사회정치적 이슈는 처음 알게됐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새롭지 않았지만, 조르조 바시니의 화법이 낯설고 신선해서 소재와 테마를 접하는 감상도 새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