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반을 또 읽었다. 다시 덮었다.
읽고 덮고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책이었다. 이 작품은 세계신화총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온 것으로 신화를 각색하여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신화가 우리 현실에 늘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 사상을 공부하면서 늘 느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고전이론이라고 일컬어지지만 플라톤의 동굴이론이나, 홉스, 로크, 루소의 사회계약설 등이 충분히 현실 사회에도 반영이 되기 마련이다. 해석자 나름이긴 하지만 그것은 언제든 변함없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사상이 되고 이론이 된다고 생각한다. 신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녀, 소년을 만나다라는 작품은 한 소녀를 사랑하여 결혼을 올리기 전 소년이 된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의 이피스 신화를 각색한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어렸을 때 꽤나 신화, 전설 등의 옛이야기를 좋아해서 많은 작품을 접해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는지, 아니면 이 작품이 그만틈 흔한 이야기가 아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어쩌면 동성애적인 이야기가 담긴 신화를 의도적으로 어린이, 청소년 도서에서는 배제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밋지(이모겐)와 동생 앤시아는 바다로 떠나 다시는 볼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늘 밋지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앤시아는 무용담(?)에 늘 빠져들곤 했다. 이모겐은 퓨어사의 창의력 연구팀의 유일한 여성이다. 그리고 돈을 꽤 많이 번다. 하지만 저항군이라고 씌여있는 오토바이를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앤시아는 길을 가다 여성의 권리,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이피솔이라는 운동가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어려워진다.
이 작품은 나, 너, 우리, 그들이라는 주제로 나눠져서 진행이 된다. 각 주제별로 화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생각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가 있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는 도통 잘 모르겠다. 여성의 권리,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말하고자 한다기에는 너무 이야기가 어렵다고나 할까. 어쩌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바라고 있는 나에게 조금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무척 얇은 두께만큼이나 엄청나게 함축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바뀌면서 책을 이해하기 조금 더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두번째 읽었을 때는 또 느낌이 달랐다. 신기한 것은 책을 다시 읽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 마치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마치 제 2, 제 3의 버전의 새로운 책 또는 뒷이야기가 나온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야기의 구성은 비록 간단할지모르겠지만 무척 어려웠던 책인것만큼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내 시야가 왠지 넓어지고 다른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라면 조금 우스울려나? |
|
세계신화총서 시리즈중 첫번째 작품이 소녀, 소년을 만나다이다. 최근 들어 신화에 관심이 부쩍 는터라 신화가 많은 부분 나오리란 기대를 갖고 읽었지만 웬걸 신화의 문제를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오늘의 이슈를 말하고 있는 소설이다.
로마작가 오이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라는 작품의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오늘날의 문제로 연결시켜 동성애자와 여성의 권리신장이야기하는 소설이다.
크레타 섬에서 가난하여 딸이 태어나면 무조건 죽이거나 버릴 수 밖에 없는 어머니가 출산전 이시스신에게 기원하여 딸을 나았으나 남장 여자아이로 키웠으나 이피스가 함께 자란 이안테와 결혼하게 되자 다시 이시스신을 찾아가 해결하라고 요구하여 결국 이피스가 남자로 다시 태어나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것이 이 소설의 모티브다. 변신이야기엔 이 작품외엔 모두 동물 등으로 변신하여 불행한 결말을 맞는데 이 작품만 유독 해피엔딩이라고 한다.
소설의 구성 역시 앤시스의 시각으로 출발하는 나와 이모겐의 시각으로 전개하는 너, 앤시스와 로빈의 우리, 앤시스와 남자친구 폴의 이야기긴 그들, 앤시스와 로빈 아니 현대판 이피스와 이안테가 결혼하는 다함께라는 독자의 시각을 다양하게 접근하도록 구성하는 점이 눈에 띈다. 첨엔 이것이 무슨 의미를 주는 것일까 하지만 읽을 수록 그 의미심장함을 눈치챌 수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느날 항해를 떠나 행방불명이 되어 신화처럼 기억에 남겨져 있고 부모의 이혼으로 언니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자매가 소설을 풀어가는 주요 얼개이다. 그들이 다니는 다국적 기업 퓨어사, 그리고 언니의 동급생이나 어느 날 돌아와 퓨어사를 비난하는 낙서형 글을 남기는 로빈과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앤시스, 회사의 고속승진을 미끼로 불의를 범하라는 상사의 제안을 거부하는 이모겐 등의 이야기들이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나, 너, 우리, 그들이 아니라 다함께 보듬어 나가야 할 담론을 제시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짤막짤막한 소테마들이지만 다국적 기업의 끝없는 이윤추구욕.. 이모겐이 런던으로 가서 상사가 말하는 소비자의 전생활을 퓨어사의 제품과 서비스로 지배해야 하고 부끄러운 부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은폐해야 한다는 것은 작금은 S그룹의 행태와 비슷한 점을 읽을 수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유독 강한 우리나라만의 문제인줄 알았는데 여아라는 이유로 1년에 6천만명 이상이 태어나기도 전에 혹은 태어나자 마자 버림받거나 목숨을 잃는다. 여성과 남성의 급여차, 공직자의 수차이 등 여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녀의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극소수자인 동성애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문제 제기를 한다.
동성애는 오늘날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고대 희랍은 물론 중국의 고대, 가까이는 조선시대에도 동성애 문제(특히 세종대왕시절 세자빈이 동성애 문제로 폐세자빈이 된 사례가 있을 정도)가 있었으니 소수자에 대한 배려심이 특히 부족한 우리가 더 눈여겨 짚어봐야 할 문제임에 분명하다.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소녀 소녀를 만나다로 읽을 수도 있고 , 소녀이면서 소년, 소년이면서 소녀라는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그들의 문제를 이성애자인 나의 시각으로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기 기만임에 분명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래 이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것으로 목박아두거나 금을 그어두어 금기시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온 시각을 단숨에 바꾸기 어려운 일, 여권신장의 문제만 하더라고 지금 상태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했는지. 그들보다 누리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있다면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배려와 사랑을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요청하고 있다. |
|
만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를테면 소녀가 소년을 만난다거나, 바람이 낙엽을 만나는 것, 던져진 돌이 호수의 물을 만나서 파문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세상의 아름이 치유를 만나는 것... 그런 것들이 진정한 만남이 아닐까. 세상에는 일상적인 만남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갈중이 굶주림을, 굶주림이 꿈을, 꿈이 현실을, 현실이 같음을, 같음이 다름을, 다름이 죽음을, 죽음이 삶을..." 이런 만남들도 역시 세상에는 존재한다. 저자는 바로 그런 만남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층을 가지고 있는 매우 심도 있는 책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쳐지는 책의 스토리를 읽다보면 양파껍질을 까듯이 더 깊고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가 겹겹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무척 쉽고 속도감있게 읽히고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적인 운율과 알수 없는 부드러움과 한없이 깊은 감동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책은 남성과 여성의 성 정체성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보이다. 책을 이끌어 가는 중심 스토리 라인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책은 차별에 관해서 이야기 한다. 또 정직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한 사람의 존재양식으로서의 정직,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의 정직.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거대한 부정직함에 관한 고발을 무척 아름답게 시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신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온갖 신화적인 요소들의 어울림과 잔치 혹은 축제. 그저 흥미롭게 읽어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등장하는 결혼식장면, 그리고 무척 시적이면서도 내면적인 감동을 더하게 하는 후반부에서 이 책이 이끌어나가는 만남이라는 주제가 마치 밤하늘에 불꽃이 아름답게 터지듯이 환희에 찬 언어로 표현이 된다. 세상이 정말로 그렇게 아름다울수 있을까. 글쎄... 그러나 이 책은 그 아름다운 만남의 가능성에 관해서 희망에 차서 이야기 한다. 아니면 그 어려운 삶을 몸소 살아가는 삶에 관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소녀가 소년을 만나듯이. 우리가 던진 돌이 호수의 수면을 만나 부딪히듯이. 길거리에 페인트로 칠한 구호들이 세상의 온갖 아픔에 관해 이야기하듯이.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세상에 재대로 존재하기 위해서,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정말 사랑하고 싶은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 바람이 낙엽을 만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만남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용기, 만남이라는 이름의 그리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아 시적이고 아르다운 언어로 만들어진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
|
#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피스 신화 이야기.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에 이피스 신화 이야기가 이 책의 소재이자 핵심이다. 여자아이로 태어났지만, 여자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주변의 환경에 의해, 남자 아이로 길러진 이피스는 이안테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여성을 괴로워하던 그녀는 신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결국 자신의 몸이 소년으로 변하면서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신화에서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말이 되었지만,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동성애 공포증이라는 사회현상이 있을만큼 생소한 한국현실에서는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와 가족과의 불화, 사회의 냉대를 통한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세상을 이겨내가야 할 것이다. 한국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동성애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주제인가 보다. 소녀를 사랑하는 소녀 앤시아와 그녀로 인해 부모의 이혼을 겪은 이모겐이 주인공이다. 물을 팔아서 이윤을 얻는 퓨어라는 다국적 기업에 취직한 앤시아와 이모겐. 앤시아는 세상의 부조리를 페인트로 벽에 낙서를 함으로써 알리는 성적으로 여성인 로빈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의 행위를 적극 지지하게 된다. 로빈의 학창시절 친구였던 이모겐은 그녀의 만남이 당황스럽다. 퓨어 그룹에서 고속으로 승진하게 되면서, 부당한 일을 하게 될 것을 제안받은 이모겐은 그 일을 거부하고, 그 일을 계기로 좋아하지만, 게이라고 오해받을 받을만큼 여성스러운 회사 동료 폴에게 숨겨두었던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이모겐은 앤시아를 이해하고 지지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 이야기의 힘! 부당한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이야기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것들은 슬그머니 다가와서 우리의 옷을 모두 벗겨버린다. 좋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 알리 스미스 좋은 이야기는 숨겨져있던 외면하고 싶은 진실들을 대면하게 한다.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 구조적인 기아에 무심하고 무관심했던 내게 부끄러움을 안겨 주었듯이, 좋은 이야기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게 만든다.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와 많이 나아졌다고 알려졌지만 아직도 차별이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전면에 등장한다. 투표권을 얻기 위해 투쟁했던 앤시아의 할머니 세대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권리는 하늘에게 내려준 것이 아닌, 스스로 투쟁하고 땀흘리며 요구하면서 얻어낸 결과라는 것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불과 백년전만 하더라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지금 현실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세상은 예전에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실제 차별받는 당사자에게는 아직 멀었다고 할까.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또 다른 존재로 인식되지만 현실에서 꺼려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선의 부당성이 신화의 옷을 입고 다시 재해석 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절박함을 느끼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작가의 글솜씨에 끌려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모두가 함께 꿈꾸는 세상. 신화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다가서는 날이 오기를..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작품에서 권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대해서도 잘 드러나 있다. 부당함에 굴하지 않고 항거하는 투표권을 위한 투쟁과 단식, 방화가 예전 할아버지 세대들의 투쟁이었다면, 화려하고 보기 좋은 동상과 빌딩의 벽에 페인트를 통해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이안테와 이피스의 투쟁의 방법은 세련되면서도 눈길을 잡아 끈다. 불법이기에 경찰서로 가지만, 부당한 현실은 말로 이야기한다고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가 보여준다고 생각되었다. 부당함을 누군가 해 주겠지 하고 내버려두면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할까, 모두가 함께 꿈꾸는 것이 신화가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한다면, 광고 역시 사람들이 꿈꾸는 소망을 나타내고, 함께 꿈꾸는 세상이라면, 차이와 차별이 구분되고 차이가 칵테일처럼 더욱 예쁜 빛깔과 맛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원한다.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는 신화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지 않다.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극변하여 동조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거부감과 외면의 시선이 결코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이야기는 세상을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작가의 글을 읽고, 조금 더 세상을 알게 되고, 바르게 보는 방법을 배운 느낌이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관용의 마음을 유지하는 일, 무심하게 빠지기 쉬운 바쁜 일상에 놓치지 말아야 할 마음을 하나 배웠다. |
|
겨울, 따뜻한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할머니 곁에서 함께 이불을 덮고 우리 옛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그녀가 떠난 지금도 나를 푸근하게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다 커버린 지금도 그 때 그 순간의 온기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와 미소가 선명한지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왜 이리 그녀 생각이 더 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심지어 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도 얼마나 즐겁고 그 시간이 행복했는지...
어릴 적 전래동화를 즐겁게 읽거나 들었던 만큼 아니 그 이상 어른이 된 지금도 상상 속 혹은 신화를 읽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다른 책으로 다른 그림으로 접하며 느끼는 각기 다른 묘미는 그 때 그 때 다르다. 더구나 이 책 <소녀 소년을 만나다>을 처음 접했을 때 몰랐던 새로운 신화가 소개 되었을 때 호기심과 기대에 서슴없이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쉽게 읽었던 신화와 다르게 이번 신화 이피스 신화는 유난히 내게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작고 가벼워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었는데 고민하게 하고 책 읽는 동안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예상과 또 다르게 미지의 세계 속 인물들이 아니라 현 세계의 인물들 사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두 손녀 사이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그를 그녀라고 부르는 인칭의 혼란을 지나면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점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동생이 동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는 언니, 막연한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의 친 언니라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비극일 것 같았던 신화가 해피 앤딩이라니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동성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었으며 그와 그녀라는 인칭을 혼용해서 사용해서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게 그들을 이해하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선했다. |
|
신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이피스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녀 소녀를 만나다 』는 얇은 책에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 잡았다. 신화에 대한 역동적이고 도발적인 재해석이라는 홍보멘트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시점의 변화, 형식상의 실험적 시도, 풍부한 시적언어로 문학성을 인정받는다는 작가 알리 스미스와의 첫만남 또한 설레임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약간은 신비스럽고 판타지스러운 내용을 기대했던 내게 소녀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황당함에서 출발해 어느 정도를 읽어도 집중할 수 없는 내용은 어리둥절함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선 이피스 신화가 무엇인지를 알야야 했다. 저자는 독자들의 이런 마음을 이해했을까? 이피스 신화를 언급하며 이해를 도와준다. 아들이면 키우고 딸이면 키울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신전을 찾는다. 신은 성과 상관없이 키우라 하고 어머니는 딸 이피스를 아들처럼 키우게 된다. 나이가 들어 사랑하는 여자친구 이안테와 결혼을 하고자 하는 이피스는 갈등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여자라는 고백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신은 이피스의 고민을 해결하고 그녀를 멋진 남자로 만들어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 내게 된다.
현실속에서는 스무살 앤시아와 그녀의 사랑하는 레즈비언 예술가 로빈이 있다. 언니가 소개한 직장내의 조직생활에 적응 못하고 그만두는 앤시아가 페인트로 부조리한 사회에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는 예술가 로빈을 만난 것은 환생을 한 이피스와 이안테였을지 모른다. 둘은 편견과 차별로 얼룩져 있는 세상에 항변하고 시위한다. 성적 소수자인 동생의 행동에 경악하던 언니 이모겐이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인간의 기본권인 물에 대해, 잘못된 법에 대해 역설하다 조용히 회사를 나오는 것은 스스로 깨어나는 자유로움과 평등과 정의에 대한 인간 개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던 마음이다.
신화 속 동성애에 대한 관점만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남녀의 출생비율, 불합리하고 비윤리적인 회사,사회의 잘못된 점까지도 다루고 있다. 남아 선호사상이 가득했던 동양과 별반 다르지 않게 공식 비공식을 합하여 육천만이 사내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여성의 임금이 남성과 동등하지 않으며 여성이 소유한 부가 전세계의 부의 1%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신화를 접목시킨 이 소설에서 느낀 편견과 부조리를 얼마나 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모두가 맞다고 옳다고 정당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것을 알고 다수의 힘으로 소수가 억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그저 가벼운 소설이라 여겨 느꼈던 당황스러움에서 벗어나 당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책이다. |
|
오우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이피스 신화에서 이야기를 따왔다고 한다. 이피스의 아버지가 딸이면 죽이고 아들이면 키우자는 말을 듣고 갈등을 하게 된 이피스의 어머니는 이시스 여신에게 찾아가게 되고 성별 구분말고 잘 기르라는 말에 그녀는 이피스를 낳고 기르게 된다. 이피스는 소녀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되었다. 이안테라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에게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시스 여신에게 간청하여 소년이 되어 이안테와 결혼한다.
소녀같은 소년, 소년같은 소녀. 중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우리 학교는 여중이였는 데 농구를 했던 아이들이 하나같이 키크고 남자 같이 머리도 짧게 자르고 얼굴 생김새도 약간은 소년같았기 때문에 친구들이 무척이나 농구부를 좋아했었다. 그 중에서 정말 호감을 느낀 친구들은 사탕이랑 초코렛을 사물함에 한 가득 채워 놓곤 했었다. 그래서 소년같은 소녀 이피스의 모습을 떠올리는 데 중학교때 그 농구부였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 친구들을 떠올리며 신화의 내용을 떠올리며 읽어 나갔는 데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 이야기속에는 젊은 날 할아버지의 소녀같은 모습. 소녀였던 시절에 대해서 나온다. 그 때 할아버지가 바라본 소녀 버닝릴리에 관해서 그녀는 잘못된것을 바로 잡기 윟서 자신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라며 창문을 깨다가 빈 건물에 불을 지르고 다니는 소녀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해 남자의 복장을 한 그녀를 할아버지는 이야기 한다. 사진속의 인물이 되어버린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녀들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는 어떤 변화에 대한 게 아닌 가 생각 된다. 사회에 대한 저항, 가치관에 대한 변화..
그리고 엔시아, 로빈은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데 둘 사이를 알게된 언니 이모겐의 내적갈등이 잘 나타나 있다. 엔시아와 로빈은 이피스의 신화의 주인공인 셈이고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이모겐의 가치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생각보다 얇아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이야기 속에 내포하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솔직히 다 읽은 지금도 다시 여러번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사회적인 여성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심오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아주 오랜 기간 봐야할 책인 듯 하다.
안녕, 애들아, 잘들지냈니? 세상도 너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낚시는 어땠어? 근사한물고기를 낚았니? -189p-
세상이 친절하게 대했니... 라는 말에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
|
오타라고 생각하면서 몇번을 되풀이해서 읽어보게 된다. 오타가 아닌 소녀이자 소년이었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현실과 신화속에서 촛점을 잡지 못한체 한참을 헤메게 하는 내용들 되풀이 하여 심사숙고해야하는 부분들의 만남속에 두껍지 않은 책의 내용은 오랜시간을 할애하게 한다.
<세계신화총서>의 내용중 하나인 소녀가 소년이 된 이야기를 토대로 현실의 세계에서 엔시아와 로빈 그리고 이모겐을 통해 그 신화속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엔시아는 언니인 이모겐의 소개로 대기업 연구원이 된다. 출근을 하면서 도시의 벽 곳곳에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들을 보면서 그걸 작성한 레즈비언인 로빈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함께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기업의 간부인 이모겐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말도 되지않는 요구를 당하지만 과감히 집어던지고 자신의 사랑을 찾는다.
결혼식에 등장하는 여러인물들은 신화적인 부분을 더욱더 강조되어 바다를 떠돌다 사라진 할머니, 할아버지의 등장, 부모님이 같이 등장하고 여러 신들의 축복을 받는 이야기속에 현실과 신들의 이야기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알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동성간의 애정을 다뤄지는 것에 대하여서는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나 또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이기에 더욱더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한다. 그리고 이모겐의 사회생활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횡포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 주체를 통해 느끼는 모멸감 또한 이 책속의 볼거리이자 생각거리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참 정리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처음에는 엔시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고 둘때부분은 이모겐의 시선,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시선으로 만날수 있었던 이야기는 다 읽은 후에야 더 전개가 짐작이 되는 책이었다. 처음부터 다 이해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봐야지만 이해하기 쉬운 그런 류의 책이었다. |
|
몽환적인 표지나 책의 두께로 책을 너무 얕잡아봤다.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에 생각할거리를 주는 책이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은 없지만 책을 읽고나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을 찾지 못했다고나 할까? 이피스 신화. 여성을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간절히 바란 끝에 남성이 되었다는 신화. 단순히 성별을 떠나서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사랑을 하면 누구나 변화한다는 진리를 알려주는 것 같다. 내가 이 책과 신화를 보는 시각은 그렇다. 로빈과 앤시아의 만남. 그런게 운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몰입할 수 있는 마음. 비록 동성이라도 사회의 편견에 대항할 수 있다. 둘이니까. 사회의 편견보다는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런 몰입이 부러웠다. 거기다가 둘은 생각도 같아서 혼자서 하던 투쟁을 둘이 합심하여 해결해할 수도 있으니, 이런 운명적인 만남이 어디 있겠는가. 일반인으로 대표되는 이모겐의 이야기는 집중력은 떨어졌지만, 평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것에 전전긍긍하면서 동생을 험하는 그녀는 어쩌면 자신에게 없는 동생의 자유분방함을 부러워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회사의 불합리한 조건에 반발하여 퇴사하는 동시에 사랑을 만나 자유로워지는 그녀의 모습은 통쾌하기도 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떠오른 것은 '운명'이라는 두 글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운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운명이라고 믿으면 상황이, 사람이 변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행복이 깨어질까봐 두려워하기보다는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방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도 나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상대를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사랑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
신화란 무엇일까. 우리는 신화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탐구하고 성찰할 기회를 갖는다. 마치 역사나 철학처럼 말이다. 신화란 곧 인간의 정신적·철학적인 역사와 다를 바 없기에, 신화 또한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새로운 신화다. 앤시아의 말처럼 신화가 집단 무의식에서 출현한 것이든 이익집단에 의해 용의주도하게 만들어진 것이든 간에 이 책은 새로운 신화다. 그리고 곧 반신화적이다. 이를테면 퓨어사(社)에서 물을 파는 것과 같은 혹은 날씬할수록 아름답다는 것과 같은 신화를 거부한다. 그것은 평등하고 평화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대신한 외침과 같다.
작가 알리 스미스는 릴리언 렌튼의 생애와 이피스 신화를 조금씩 각색하여, 전 세계의 소외당한 여성을 위하고 물의 정치학을 논한다. 이 짧은 소설 속에서 지극히 많은 것을 직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앤시아와 로빈 즉 이안테와 이피스는 자연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상을, 키스와 노먼, 도미닉은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인간상을, 이모겐과 폴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중적인 인간상을 나타낸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제각각 역할을 다하며 소설을 이끌어 간다.
이때 버닝 릴리가 던졌던 돌을 앤시아에게 꼭 쥐어 주는 할아버지를 통해, 소설의 내용이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할아버지 또한 이피스처럼 소녀/소년이라는 점에서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더욱 더 맞물린다. 결국 인간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이 갈등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마치 물처럼 끝없이 순환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구조와 비슷한 소재들이 맞물리는 모습을 통해, 소녀이기도 하고 소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녀도 소년도 아닌, 모든 것이지만 또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또한 할아버지가 말해 주었던 이야기, 특히 버닝 릴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피스를 미리 예견하고 있다는 점은 재미를 더한다. 이 이야기를 또 어떤 방법으로 소화시킬 것인지, 또 이피스와 이안테를 어떤 이야기로 해설하고 둔갑시켜 재연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런 복잡함이 이 소설을 읽는 데 어려움을 가져 올런지도 모르겠다. 각 이야기들은 이해하기 수월하지만, 그것을 전체로 묶어 보았을 때는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나 또한 처음 읽었을 때는 애매했던 부분들을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아마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런지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아무 일도 아니었고, 또는 모든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또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앤시아나 이모겐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이었던 깨달음을 물처럼 순순히 받아 들였듯 말이다. 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