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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철학의 역사를 칸트 이전과 칸트 이후로 갈라놓을 만큼 획기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베이컨 이래의 경험론과 데카르트 이래의 합리론이라는 철학의 두 조류가 이 책 속에서 합류되었고 또 칸트 이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의 철학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여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수이성비판]은 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칸트 철학에 동조하든지 반대하든지 간에 반드시 한번은 밟고 넘어가야 할 디딤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칸트철학의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철학은 '비판' 이전과 '비판' 이후로 구분된다. 그만큼 비판은 그의 철학의 초석이며 이 초석 위에서 그의 전체적 비판 철학 체계가 비로소 탄생한 것이다. 그의 비판 철학 체계는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이라는 세 비판서로 구성되어 있다.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주로 지식의 문제, [실천이성비판]에서는 도덕의 문제, [판단력 비판]에서는 예술의 문제가 다루어진다.
전통적으로 형이상학은 모든 학문의 여왕이자 철학의 중심으로 군림하여 왔었다. 그러나 근대자연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수학적 논증과 경험적 검증을 할 수 없는 대상을 다루는 형이상학은 독단적 학문 또는 허구적 학문이라는 비판의 멍에를 쓰게 되었다. 따라서 형이상학 일반의 가능성, 원천, 범위, 한계를 원리적으로 분명히 밝혀 줄 필요가 있다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이성이 일체의 경험적 요소들로부터 독립해서 추구할 수 있는 인식능력 일반에 대한 비판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책이 바로 [순수이성비판]이었다.
그렇다면 경험이나 감각적 인상을 떠난 순수한 인식의 성립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러한 순수인식을 칸트는 선험적 인식이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종류의 인식은 보편성과 필연성을 가지며 수학적, 자연과학적 지식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선험적 인식은 경험적 지식 없이도 새로운 지식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인간의 이성자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을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칸트는 이 책에서 1)어떻게 해서 순수수학이 가능한가? 2) 어떻게 해서 순수자연과학이 가능한가? 3)어떻게 해서 학으로서의 형이상학이 가능한가? 등의 문제를 차례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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