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캐나나 출신의 유명한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언은 이렇게 말했다."미래의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집은 없을 것이다." 지금 그의 이같은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직장이 없어지고 있다. 대신 비행기, 역, 기차 안, 호텔 로비는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무릎엔 노트북을, 호주머니에는 휴대전화를, 위에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원한다면 언제라도 연락이 가능하고 항상 어디론가 가고 있다. 이처럼 직업을 따라 유랑하는 신종 유목민(nomad)이 등장하고 있다. 한 때 주목을 받았던 '부르주아적 보헤미안'(bobos)과는 구별되는 이들을 '잡노마드'(Job Nomad)라 부른다. 이들의 삶과 직업 세계는 세계화, 디지털화, 개인주의의 격렬한 흐름 속에서도 굳건했던 정착 생활의 라이프 스타일 바꿔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들은 지금까지의 경제생활과 노동생활뿐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 정치와 공적인 삶이라는 단단한 구조까지 뒤흔드는 것일까. 이 책 「잡노마드 사회」(군둘라 엥리슈 지음·이미옥 옮김·문예출판사 펴냄)는 바로 도래하고 있는 유동성의 세계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 주필을 지낸 미래학자인 지은이는 일단 유목민의 삶을 선택한 세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정된 직장도, 자동차도, 집도 없는 사진작가 '알렉산더 슈텐첼',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돈 없이 사는 사회, 교환단체일을 하는 '하이데마리 슈베르머', 칭기스칸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행렬을 이끌고 몽고지역을 횡단한 투바족의 후예 '갈산 치낙'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한곳에 정착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초 인류는 유목민이었지만 지금은 정착민이 되었다. 정착생활은 인간의 물질문명을 진보시키는 데 큰 몫을 했으며 역사는 바로 이들 정착민들에 의해 쓰여졌다. 그러나 생태상의 위기와 감소하는 원자재, 늘어나는 인구는 오래 전부터 습득해온 삶의 방식과 경제행태, 조직행태의 변화를 예고한다. 산업시대에 전형적이었던 직장(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하루 종일 일하는 계약관계)은 사라지고 있고 이런 직장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낡은 노동구조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노동개념, 노동사회의 경직된 가치는 단독사업체나 프리에이전트 등의 등장으로 변하고 있다. 잡노마드들이 개척해 가는 경제영역은 무엇보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구축된다. 언제 어디서 누가 필요로 하는 정보든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전자 인프라가 담당한다. 미래연구가들은 앞으로 15년 안에 오늘날의 의미에서 말하는 대기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목민들이 노동을 하는 것은 생존하기 위해서이지 부나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이동하는 삶의 방식은 가장 필요한 물자만 가지고 다니도록 만든다. 반대로 경험과 지식, 인간 관계 같은 비물질적인 가치들이 이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실 이러한 잡 노마드의 라이프 스타일은 이른바 X세대, Y세대, @세대, 닷컴 세대, N세대 등을 통해서 그 계보(?)를 이어왔다고 이 책은 본다. 이들이야말로 현대판 유목민의 삶을 대표할 수 있는 속성을 갖춘 전형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잡 노마드의 사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변하고, 또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사랑하게 될까?프랑크푸르트> |
| 노마드라는 말이 우리들에게 주는 신선함이 있다. 생각의 지도 니스벳은 노마드사회는 수평사회이고, 논리를 중시하고, 교육을 강조하며, 호기심과 개방을 내세우고, 연대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가 바로 이런 노마드 사회의 대표적인 곳이라고 한다. 요즘 노마디즘이랄지 지식 유목, 혹은 호모 노마드와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가 어릴때 학교에서 들었던 평생직장, 한번 상사는 영원한 상사라는 말은 필요 없게 되었다. 프리랜서라는 말이 선호되고 규칙적인 출근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의도대로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잡노마드 사회는 미래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구상하는 한 단면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래 사회는 한 나라에도 한 직업에도 머물지 않고 한 가정에도 머물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계획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내일 당장 이 일을 관둔다면 무엇을 할까 준비하는 삶 그것은 바로 잡노마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며 단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궁리하는 것이란다. 그럴까? |
|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비관적일까, 낙관적일까. 많이 달라져 있을까, 별반 다르지 않을까. 평소엔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여러 의문이 꼬리를 문다. 다른 책을 읽을 때와 달리, 마치 숨겨진 저작 의도를 캐내기라도 하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간다. 행간에 집요한 집착을 보이는 것도 그 즈음... 과학에 기초해서 논지를 펴 나가고 있는지, 그야말로 온갖 미사여구와 비약으로 낙관과 비관의 극단적 편차를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로 더할 나위 없이 피로한 독서를 지속한다. 이 정도면 지레 지쳐 의무감으로 읽는 일마저 포기할 만도 한데, 끝까지 읽히는 걸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저자 군둘라 엥리슈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의 주필을 지낸 미래학자로 베를린 예술대학에 출강하면서 각종 미래학서를 집필하고 있다. 기자 출신이어서 일까. 우선 이 책은 쉽게 읽힌다. 물론 번역이 한몫을 하고 있지만 각 장의 모두(冒頭)에 실제 인물의 인터뷰를 배치해 놓고 자신의 논지를 이야기하듯 풀어 가는 것하며, 마지막엔 상투적인 결론 대신 서너 줄 내외의 짧은 글로 깨끗이 마무리하는 모양새 등등이 잘 읽히는 기사와 르포 작성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잡노마드는 일(Job)과 유목민(nomad)의 합성 신조어로 한 직장, 한 지역, 한 업종에 매여 살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로, 공간적 제약을 무색케 하는 각종 기능이 내장된 첨단 기기를 장착하고 종횡무진 지역과 세계를 넘나든다. 구조화된 직장과 사무실, 정해진 규칙과 틀에 박힌 회의 시간, 팀원에 소속된 개인 등 전통적 산업사회의 특징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사업장, 즉 1인 사업체의 이상을 현실의 일로 실현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저자는 이들이 공히 인터넷과 휴대폰, 헤드셋을 갖추고 있음에 주목한다. 따라서 그 기기들을 그들의 출현과 세계적 확산의 분석틀로 설정하고 그 과정과 실제를 촘촘히 추적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잡노마드 사회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넷 망이 그들을 공통분모로 묶어 주는 걸 제외하면 유사한 요소라곤 조금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그들은 ‘함께’ 일을 한다. 그렇다고 특정 장소에 모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든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프로젝트의 형태로 일에 참여할 수 있다. 수시로 통신망을 통해 소통과 의사결정을 한다. 또한 필요하면 오프 라인 상에서 가벼운 미팅을 하기도 한다(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이 만나려면 어려움이 있겠지만). 사업장과 회사가 설정한 일방적 과업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원하는 과업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조건에선 어느 회사가 먼저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수틀리면 내가 사업체가 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경영 마인드와 능력의 문제를 잠시 접어두면 말이다. 하여튼 원하든 원치 않든 특정 직장에 소속되어 있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직장인의 공통적인 열망이라 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하는 희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혹시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나만 현실세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거 아니야??? 모쪼록 여러분도 옆 사람이 홀로그램이 아닌지 확인해 보시길...) 저자의 예측은 과거와 현재의 노동 및 고용 형태를 분석적으로 검토한 후 내놓은 결과물이어서 허황된 예언이나 주먹구구식 추측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 있다. 다만, 미래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보이지 않고 노마드(유목민)라는 특정 명사를 현실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려고 한 흔적 등이 아쉬운 점으로 남기는 한다. 하지만 숨죽여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심호흡을 크게 하고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자 한다면,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현재와 미래를 곰곰이 되새겨 보고자 한다면 이 책이 유용한 읽을거리가 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홀로그램이 아니라는 확신을 전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