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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 시작되는 유럽의 6월은 무척 싱그럽고 아름답다. 올해 들어 부쩍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올 여름도 혹 땀 한번 흘려보지 못하고 지나갈까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섰던 6월이었다. 그런 6월에 거대한 오페라를 한편 보았다. 4시간 40여분의 장시간 연주임에도 흔들림없이, 지루함없이 즐길 수 있었던 바로 그 오페라, 리하르트 바그너의 <로엔그린>이다.예전의 나는 독일인들이 사랑하는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은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 연주라는 선입관이 먼저 들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길고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또 결국에는 눈꺼풀도 내려앉히는 그런 음악이리라는 설득력없는 두려움으로 괜시리 걱정하는 그런 류였다. 바그너의 링시리즈 <니벨룽겐의 반지>, <발퀴레>, <지크프리트>를 보기 전 나는 그의 음악에 심취되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이미 그의 걸작들을 그가 태어난 나라에서 느껴보는 행운을 건졌고 또 하나의 미칠 수 밖에 없는 걸작, <로엔그린>에 빠져드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전체 3막으로 구성된 <로엔그린>은 기존의 오페라가 가지고 있던 서곡의 형식을 과감히 벗어난 각 막의 첫부분에 어울리는 전주곡을 넣었다. 서곡이란 말 그대로 막이 오르기 전 극 첫부분에 연주되는 음악으로 독단적인 음악의 한 형태로써 콘서트장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그런 형식이다. 예를 들면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 로시니의 <윌리암 텔> 서곡등등 그 자체로도 연주가 되는 그런 형식을 말한다.
무대에 막이 오르면 바로 시작되는 장엄하고 웅장한 1막의 전주곡은 객석을 흥분의 도가니로 끌어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곡이다. 손끝에서 시작되어 어깨와 목을 훑고 머리끝을 자극하며 가슴으로 내려앉는 그런 전주곡에 매혹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한 설레임과 긴장감으로 시작되는 오페라가 <로엔그린>이다.
![]() 극중의 인물 로엔그린은 파르지팔의 아들이자 백조의 기사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잠시 어린 시절 꿈꾸는 명작동화에서 봤던 <일곱명의 백조왕자>를 기억해보련다. 위의 성이 바로 독일에 위치한 백조성의 사진이다. 바로 동화 속 나쁜 마녀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오빠들을 위해 손끝을 찔려가며 쐐기풀로 겉옷을 지어야만 했던 엘리제 공주의 그 눈물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이유는 백조의 기사에 관한 신화적 스토리와 전설이 뒤섞이다가 동화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내용은 동화적 상황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백조에 관한 이야기가 신화속에 종종 등장하다보니 동화에까지 영향이 미쳤을 거란 생각도 든다.
누명을 쓴 여인 엘자의 변호인이 될 로엔그린은 백조를 타고 등장하는 판타지 가득한 기사로서 무고한 그녀의 꿈속에도 나오며 결국은 그녀를 위해 상대의 기사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멋진남에 훈훈한 매너까지 갖춘 기사이다. 그녀를 모략에 빠지게 만드는 델라문트 백작과 그의 아내 오르트문트, 권선징악의 표본이 제대로 먹히는 캐릭터구성이다.
![]() ![]() 중간 휴식시간의 객석, 화사한 조명과 고요한 적막으로 20분을 보낸다. 다음 막을 알리는 조명으로 주변은 이내 어두워진다. 무대뒤에서 연주되는 팡파르, 씩씩한 기상이 느껴지는 연주, 엘자의 누명이 벗겨지고 그 모략의 중심에 있던 백작과 부인은 이제 암묵의 시간만을 보낼 뿐이다. 보통 오페라 연출을 보면 다양한 버젼을 가지고 있지만 제법 창의적인 연출로도 눈길을 끄는 것이 독일 오페라의 특징이다. 영화 <젊은 시인의 사회>의 분위기를 클래식에 가져와 무겁고도 화려한 음악을 인상적인 연출로 재창조한 느낌이 신선하기도 했다. 혹 클래식의 분위기만 원한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취향의 문제라고 본다.^^
오페라 <로엔그린>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은 로엔그린과 엘자의 결혼식후 연주되는 <결혼행진곡>이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볼 일이다. 전체 음악 구성을 제대로 들어본다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음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차라리 2막 5장 마지막 부분 결혼을 알리는 파이프오르간의 연주는 감동의 도가니일뿐 아니라 듣는 이는 감탄할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 고등학교 음악감상실에 들어가면 칠판위에 <브람스를 사랑하세요> 혹은 <모짜르트를 사랑하세요>라는 액자가 걸려있곤 했다. 그 때는 바그너음악의 접근이 조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바그너를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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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연주다. 90년 빈 공연을 본적이있는데(물론 영상으로) 로엔그린과 오델로가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빈 공연에선 사라 스튜더가 엘사였다. 로엔그린은 너무너무 멋지다. 약간 우리나라 설화 선녀와 나뭇군 비슷한 결말이라고 예전에 느꼈다. 로엔그린은 깊은 산속의 하늘과 가까운 속세의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성에서 성배를 지키는 기사들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다 어느날 곤경에 처한 엘자를 구해주고 사랑하게 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암호"에서도 성배와 로엔그린이 잠깐 나와서 반가웠다. 성배이야기는 이 작품에서도 신비하게 다루었다. 이 이야길 19c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루드비히 2세가 무척 좋아 해서 바그너가 상상하고 희망했던 무대그대로 꾸미고 살았다고 했었다. 바그너 음악은 어쨌든 좋다. 그 유명한 결혼 행진곡이 이 작품의 결혼식 후 장면에 나온다. 마지막엔 엘자의 어리석음으로 남편 로엔그린은 떠나야한다. 엘자는 슬픔을 못이기는데.... 엘자라면 기절로도 모자란다. 그렇게 멋진 남편을 놓쳐버렸으니....어떻게 살까? 사실 바그너 작품을 다 듣는것은 아무리 다른 일 하며 듣곤해도 전 작품을 다 듣는다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종종 난 하일라잇을 즐긴다. 전곡을 다 들어보고 말하는데 어느날 어떤 작품을 감상하고 싶을때가 있다. 그래서 들을 때 언제 그 긴 작품 을 다 듣겠는가? 제대로 감상도 하기 전에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하일라잇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말로 좋아해서 전곡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괜찮은 방법으로 이용한다. 가장 좋은 곡은 서곡에도 나오는 머나먼 땅에~ 그 곡이다. 이곡은 주제가 처럼 자주 나오다가 마지막에 로엔그린이 엘자와 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름과 정체를 밝히는 대목의 곡인데 아주 좋아하는 곡이다. 플라시도 도밍고씨는 완벽했고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절정의 순간인것 같다. 솔티경의 음악도 너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