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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한국작가의 단편집. 윤순례 작가의 공중그늘집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으니 이 책이 첫 만남이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궁금하다. 처음 보는 책은 그 작가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첫느낌이 좋으면 그 작가의 팬이 되어서 다른 작품이 나와도 내용과는 상관없이 죽 보는 경우가 있다. 그야말로 작가의 이름만 믿고 보는 경우이다.
책의 제목과 같은 공중그늘집을 비롯해서 총 일곱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사바아사나'라는 뜻 모를 단어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체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게 가장 궁금했다. 궁금증은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풀렸다. 요가 송장자세의 산스크리트어 이름이라고 하는 사바아사나.
아주 편안한 상태로 방바닥에 등을 대고, 다리는 골반 넘비 정도로 벌리고, 양팔은 몸에서 떼어 늘어뜨리고, 손바닥은 하늘을 향하게 하고, 숨을 깊이깊이 들이쉬고........(9p)
이런 자세를 취함으로써 사람은 산 그대로 죽은 자의 자세를 취함으로 편안함을 느낄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아름이 붙어서 그렇지 한여름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튼 후 차가운 방바닥에 누우면 누구라도 이런 자세가 취해지지 않을까. 사바아사나...사바아사나... 오래전 할머니가 외우시던 무슨 종교 주문 같기도 하다. 할머니는 염주같은 것을 돌리시며 끊임없이 그 주문을 계속해서 외우시곤 했었는데.
여행을 떠난 주인공은 자신의 가방이 바뀐 걸 깨닫는다. 자신의 물건이 있어야 할 곳에는 정체모를 컵들과 편지들만 가득하다. 희야!라는 외침으로 시작하는 편지는 구구절절히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사람일까. 어떤 만남을 가져다 줄까.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사바아사나의 평안함을 느끼기 보다는 이 남자의 감정을 따라가느라 버거웠다. 힘들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바아사나의 자세를 취하라고 소리를 치는 장면이 이해가 되었다. 사랑이란 늘 힘겨운걸까.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아빠라고 부르면 시작되는 '공중그늘 집' 이야기는 다문화가족의 비참함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 둘을 외갓집에 맡겨 놓은 부모는 어떤 선택을 취한 것일까. 금방 데리러 오겠다는 아빠는 왜 오지 않는 것일까. 외삼촌을 따라서 오토바이 뒤에 타고 동네마다 다니면서 장사를 시작한 꼬맹이. 아빠를 끊임없이 부르짖으며 아빠, 여기서는 뭘 했어요, 여기서는 뭘 했어요, 하면서 일일이 보고하는 꼬맹이의 모습이 그려져서 이 또한 애닯았다. 그냥 다같이 잘 살수는 없었을가.
이런 다문화 가족의 이야기는 뒷편 '발로'라는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방글라데시의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한 귀순은 방송국의 촬영으로 인해 며느리와 함께 그녀의 고향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전 친구였다는 남자를 만나서 좋아하는 며느리를 보고 귀순은 잘못된 생각으로 접어든다. 저것들이 둘이 좋아서 도망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다. 자신의 아들보다 훨씬 어린 며느리가 걱정되는 것은 비단 여기서뿐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그랬던 적이 있으니 더욱 불안한 것이다.
손자가 둘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귀순은 며느리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방송국 사람들까지 있는데서 며느리가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며느리를 찾아서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를 사방팔방 쫓아다니는 그녀를 보니 어이도 없고 답답도 하고 오죽하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땅의 모든 다문화 가정들이 그렇게 살지는 않으리라는 작은 소망하나는 가져도 좋을테지.
자신의 실제의 모습을 투영시켜서 담아낸 이야기들은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래서 더욱 어떤 부분에서는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소설속의 이야기들이 우리네 현실과 닮아져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 하는 생각일까. 단편소설은 가끔 에세이를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신의 기억을 담아서 또다른 자아를 투영시켜 담아낸 이야기들. 한편 한편이 보석처럼 아름다운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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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며 어느 순간 너무나 낯선 공간에 놓여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걷다가, 이국의 북새통 시장을 헤매다가, 때로는 너무나 낯선 하늘과 그 하늘의 석양을 볼 때, 이 모든 것이 너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서글퍼진다. 모르는 곳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아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서,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것 같아서 서글퍼진다. 어차피 여행이란 그런 건데, 그 낯섦을 찾아 떠나는 것이 여행인데, 기껏 발견한 낯섦 때문에 서글퍼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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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그늘 집 윤순례
채식주의자 이전에는 베스트셀러에 한국 문학책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국 문학은 서점가에 메마른 장르였다. 이렇게 가끔 한국문학을 읽게 되면 반갑기 그지 없다. 특히 장편보다도 선호하는 단편 소설집은 더욱 반가울 따름이다. 공중그늘집의 윤순례 작가는 <낙타의 뿔>, <붉은 도마뱀> 등 여러 소설 작품을 보여주었던 작가이다.
'사바아사나' 부터 '레고랜드를 가다' 까지 총 7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 단편의 제목인 '사바아사나'는 내가 요가를 배울때 맨 마지막에 꼭 했던 자세이다. 숨을 마시고 내쉬며 온전히 나를 찾는 요가를 하고 난 뒤에는 꼭 사바아사나로 내가 했던 요가의 숨을 고르며 모든 에너지를 몸에 넣고 또 힘을 내려놔 근육을 이완시키는 동작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요가를 하고 난 뒤에는 내가 힘들게 한 요가가 모두 '사바아사나'를 극대화로 느끼기 위해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이별의 아픔을 안고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여자가 우연히 바뀐 가방에서 엽서를 발견하고 그것과 자신의 사랑을 비교하면서 스페인에서 이별을 음미(?)하는 것 같다. 이별이던 사랑이던 모두 시간이 치유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몇 년 전에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그곳은 참 예전의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있었고, 여행을 다녀 온 뒤에도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우리나라도 시집을 와야만 하는 여성들에게 한국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태어난 것인지 잘 모르는 아이에게는 한국와 고국은 어떻게 느껴지는 것일지 이 소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일곱개의 단편들이 자신의 집을 떠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의던 타의던 고향을 떠난 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요즘은 글로벌 시대이다 보니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경우도 많은데 <공중 그늘 집>에서는 나만의 고향을 찾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TED의 한 강연에서는 과연 진정한 <Home> 이 어디일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라는 강연도 있었다. 나의 집을 찾기 위한 여정은 아마 전 세계 사람이 공통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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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를 수 없는.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종종 숙소를 정하지 않고 떠났을 때 정류장에 내려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오늘은 어디서 몸을 뉘여야하나 걱정을 하며 돌아다닌 적이 있다. 도시나 시골이나 낮과 밤의 얼굴은 확연히 틀리다. 북적북적하던 사람들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스넉한 저녁이 오면 이내 여행자는 고민에 빠진다. 갈 곳 없이 거리를 헤메고, 몸을 뉘일 곳을 찾아 다니며 헤메지만 하룻밤 자는 곳이 탐탁치도, 편하지도 않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서둘러 단장을 마치고 다시 빠져나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로 걸어들어간다. 활기찬 하루를 맞이하는 아침. 그 시간이 여행자에게는 가장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다. 윤순례 작가의 <공중 그늘 집>은 '사바아사나' '공중 그늘 집' ' 북화의 백한 번째 생일을 위하여' '색, 스스로 그러한' '위험한 거래' '발로' '레고랜드를 가다'까지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그 중 '사아바사나'와 '공중 그늘 집'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작품을 고르라면 마음의 파문을 던져준 첫번째 단편 '사바아사나'다. 사바아사나는 요가 자세 중 가장 마지막 마무리 자세로 하는 일명 '송장 자세'를 말한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자세로서 산스크리트어로 '사바아사나'라고 하는데 목, 팔, 다리, 몸통을 늘려내고 다시 수축하면서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 쉬면서 호흡을 하다보면 아내 몸 전체에 열이나고 땀이 주르륵 흐른다. 그렇게 열심히 몸을 비틀어 내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마무리 자세로 사바아사나 자세로 누워 깊은 몸과 마음을 편하게 쉬게 한다. 요가 자세 중 가장 좋아하는 자세이기도 하고, 온 몸에 힘을 주었던 근육을 조금 쉬게 하는 시간이어서 이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뉘일 수 있는 행법인 이 자세를 구인공인 그녀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인 T의 배신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공항에서 가방이 바뀌었고 바뀐 가방 안에서는 한 남자의 절절한 편지들이 들어있다. 가방을 잃어버린 여자는 요가를 함께 수행하는 동료에게 남자를 빼앗겨버리고, 편지 속의 남자는 여자의 배신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상처를 입은 남자는 결국 여자에게 해를 입혔고 남자는 그 여자와 함께 한 행복했던 곳들을 다시 돌아보며 반성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계속해서 나오는 남자의 메세지를 통해 주인공은 바뀐 가방의 행방을 쫓아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가지만 이내 누군가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동양인 남자가 다리 위에서 떨어졌다는. 남자는 죽어서도 몸과 마음을 편히 행할 수 있는 사바아사나의 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얼굴을 강물에 묻고 납작 엎드려 있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이 단편 뿐만 아니라 '사바아사나'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모두 정착지가 아닌 여행에서 정류장이나 간이역을 머무르고 있는 주인공들을 그리고 있다. 희망을 품고 있지만 이내 그 희망은 사그러지고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 가장 소외되고 힘 없는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고 그들이 갖고 있는 희망 마저도 모두 소멸시키는 문장들이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실체 없는 희망이 마치 고문을 하는 것처럼. 뿌리 깊은 나무로 살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들의 삶은 뿌리 깊이 들어갈 수 없는 모래들만 가득하다. 정류장에 매몰되어 있지 말고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조차 어려운 삶. 한동안 번역된 책들만 읽다가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접하니 훨씬 더 깊은 감정이 소용돌이 쳤을 만큼 깊이있는 작품이었다. --- 그 자세는 아니에요. 어서 몸을 뒤집으세요. 몸에서 힘을 빼고 아주 편안한 상태로 바닥에 등을 대고 하늘을 보고 누우세요. 다리는 골반 너비 정도로 벌리고, 양손은 몸에서 이십 센티 정도 떨어진 곳에 늘어뜨리고, 손바닥은 하늘을 향하게 하세요. 몸과 마음의 저항을 내려놓고 깊이 숨을 들이쉬어요. 깊이 깊이······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나요?······ 아늑하고 깊은 곳에서 한숨 잘잔 얼굴로 일어나세요······어서요······어서 몸을 털고 일어나세요······ - p.41 통발을 기울이면 장어가 우르르 쏟아져 나와요. 대나무 껍질로 만든 대바구니 속에서 서로를 휘감으며 몸부림을 쳐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긴긴 몸뚱이를 말아가면서 출구를 찾겠다고 대바구니 가운데로 파고드는 놈들에겐 눈이 없는 걸까요? - p.60 짐승의 아가리 속처럼 진하고 어두운 숲의 향기에 정신이 아득하네요. 밤의 사냥에서 돌아와 곤한 잠에 빠진 박쥐들의 오줌발로, 근방의 이웃나라에서 넘어온 바닷바람으로, 뭉게구름에 업힌 햇살의 푸진 웃음으로 몸을 탱글탱글 불린 열대의 숨결은 나를 달큰하게 휘감아 하늘보다 높은 멀리로 날려주지요. 해먹에 몸을 실어본 적이 이쓴 사람들은 알아요. 해먹이 얼마나 대단한 요술을 부리는지. 갖는 요술 속에서 사람을 얼마나 먼 곳으로 데리고 가는지. 내가 몸을 공중에 띄워 하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인지, 해먹이 나를 실어나르는 것인지 모든 게 몽롱해져요. 구름을 타고 떠올며 연기처럼 걱정이 날아가지요. - p.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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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례 작가의 단편소설집 ‘공중 그늘 집’을 읽었다.
총 7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띠지에도 나와 있듯이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장 인상적이었고 재미있게 읽은 3편의 소설을 골라보았다.
첫 번째 작품은 [사바아사나]이다.
주인공은 가방이 바뀌어 주인을 찾기 위해 그 안의 편지들을 읽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인끼리의 편지처럼 느껴지는 것이
점점 다른 면을 드러내는 것이 꽤 신선했다.
편지를 읽어나갈수록 처음에는 담담하던 주인공이 당황하면서
독자까지 긴장감을 갖게 하였다.
두 번째 작품은 [위험한 거래]이다.
삶에 미련이 없어진 노인과 매춘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자신을 죽여주면 천만 원을 주겠다는 노인의 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또 냉정하게 하기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딸의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또 가슴이 답답해지는 그 상황이 참 냉정하게 느껴졌다.
노인의 회상에서 나오는 씁쓸한 가정사도 현실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세 번째 작품은 [발로]이며, 일곱 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들은 작품이기도 하다.
방글라데시 며느리를 두고 있는 귀순은 며느리와 함께 방글라데시로 TV 촬영을 하러 왔다.
그러나 장애인이 되어 버린 아들로 인해 며느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계속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며느리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게 되고 귀순은 속이 터진다.
시어머니를 깜짝 놀라게 해준다고 말한 며느리는 결국 마지막에 귀순을 정말로 놀라게 한다.
아마 일곱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희망적이고,
감동도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내내 차분한 마음이 들었고, 마음을 다친 여러 등장인물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윤순례 작가의 장편소설인 ‘낙타의 뿔’또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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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순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띠지에 적혀진 디아스포라 때문에 약간의 선입견을 지닌 채 글을 읽기 시작하였는지 모르겠다. 7 편의 글들이 담겨 있는 공중 그늘 집, 그중에서 표제작인 작품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작년인 2015년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책인데 작품들은 대체로 원래 살던 삶의 터전을 떠나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거나, 어떤 이유로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예전 농경 사회에서의 고향을 떠나는 삶이란 지금과 분명 다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이주는 옛날의 떠남과는 아주 다른 형태이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에 과연 디아스포라라는 의미를 적용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의 삶 또한 디아스포라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7 편의 작품이 작가의 의도로 이렇게 묶여지길 원해서 쓰여진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담긴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남자로 태어난 게 부끄럽단 생각이 들었다. 빈말만 내세우며 성적으로 여자를 이용해 먹고, 버젓이 아내를 두고도 첩질을 하며, 결혼을 약속한 사람의 친구에게 홀라당 넘어가서 헤어지는 남자가 정말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아들로 태어난 자체가 죄인지도 모르겠다. 성하지 못한 몸으로 지내기에 늙은 어머니의 가슴에 늘 비통함과 의심들이 쌓이게 만들어야 하며, 늙어서도 여전히 일하시는 어머니에게 찾아가 사업 자금을 대 달라고, 낳아 놓았으면 그 감당을 하라면서 끊임없이 땡강을 부리고 행패를 부리는 아들놈으로 태어나서 부끄럽고, 부모의 재산으로 사업을 말아 먹고, 부모가 여행 간 사이 부모의 집을 팔아먹은 아들이라 죄스럽다.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게 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먹고살려고 몸을 팔아야 하고 그래도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려고 고국을 떠나 불법으로 위장 결혼까지 하며 돈을 벌러 와야 하는 삶이며, 동남아에서 여기 한국 땅으로 시집을 왔으니 모두 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인간으로 태어난 게 바로 죄가 아닌가 싶다. 왜 사람으로 태어나 이런 몹쓸 것들만 보며 살아야 하는지 ... 한국에서 발표되는 대부분의 문학 작품을 보며 사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껏해야 일 년에 서너 편이나 될까? 그렇기에 작정하고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 문학 속에 담긴 삶의 지난함과 간난함은 왜 이렇게도 여전하기만 할까 싶다. 물론 그러한 슬픔과 고통과 인간답지 못함들에 함께 울어주고 울분을 토해주는 작가들도 분명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저 편쯤에서는 즐겁게도 해주는 그런 작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 후기를 통해 여기에 실린 작품들과 작가의 가족사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남성과 아들들의 폭력이 읽는 나를 두렵게 만든다. 남자로 태어난 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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