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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이 책에 수록된 작가들은 모두가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이나 시에라리온 작가들의 책은 종종 만난 적이 있다. 아무래도 분쟁지역이다 보니 문학으로나 논픽션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다. 베트남,싱가포르,필리핀등은 지역적으로는 가까웠지만 그들의 문학작품과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베트남 - 물결의 비밀 :홍수가 마을을 덮친 칠월 보름날 밤, 그날은 아내의 해산 소식을 들은 날이기도 했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아들, 아내와 함께 보리수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아내와 아들은 물속으로 떨어졌다. 아이는 구했지만 아내는 물이 데려가 버렸다. 그런데, 그 물만이 나의 비밀을 알고 있다. 물결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비밀을 간직한 채 흘러가고 있는걸까? 그의 아픔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지 패오 : 뿌리도 알 수 없고,일가 친척 하나 없는 지 패오는 동네 촌장 끼엔 집안에서 일을 하며 지내던 순한 사람이었다.끼엔의 농간으로 감옥에 갔던 그는 건달이 되어 돌아온다. 지 패오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살살 데리고 노는 지주 끼엔의 모습은 야비하기 짝이 없다. 골목 풍경 : 어둡고 냄새나며 불법 거주자들이 살던 골목이 부자가 되어 돌아온 꾸잇으로 인해 활기를 띤 골목으로 새로이 태어난다. 그의 집엔 돈 많은 서양인이 세들어 살고 있고,가까운 이웃에는 회사에서 고위직으로 있는 또안이 아내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어느 날 서양인이 몰던 차에 골목에 살고 있던 노숙자 모녀의 딸이 치여 죽게되고,보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떵떵거리며 살게 된다.그 모습을 본 또안은 눈에 가싯처럼 여겨지는 아버지가 서양인의 차에 치여 죽기를 바라고,꾸잇은 서양인이 이 사고를 계기로 자기 집을 떠날까봐 별 짓을 다한다. 눈에 보이는 환경은 너무나도 화려해졌는데,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면면은 추악하기만 하다.
필리핀-불 위를 걷다 :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는 한 남자. 스페인이 필리핀을 수탈할 당시의 일 때문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필리핀의 어두운 역사를 보여주는 한 편의 이야기.
대만-꽃 피는 계절 : 크리스마스트리를 사러 간 꽃집의 쫓장수가 나무를 가지러 가자며 자전거에 타기를 권한다. 별 생각없이 자전거에 올라탄 그녀는 가는 도중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과연 그녀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고,실제 이 길목의 끝엔 뭐가 있을까 살살 궁금해진다. 그녀의 눈을 통해 보는 사탕수수 가득한 대만의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태국-발로 하는 얼굴마사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하고 많은 마사지 중에 왜 발로 얼굴마사지를 할까? 이 마사지를 받고 나면 얼굴이 두꺼워져서 거짓말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모든 부정부패가 정당화된다. 이런 마사지를 받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상상하기가 어렵지는 않을듯한데...
중국-돼지기름 항아리 : 돼지기름 한 항아리를 받고 집을 팔고 남편이 일하는 곳으로 세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한 여인. 돼지기름 한 항아리 안에 미움, 사랑이 다 담겨 있었다.
인도-곡쟁이: 시어머니,남편과 아들이 죽었을 때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던 사니차리는 다른 사람의 장례식에서 곡을 해 주는 일을 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한다. 장례식을 호화롭게 해서 집안의 부를 과시하는 분위기를 엿볼수 있었는데,인도의 문화가 그러할까? 생색내기 좋아하는 우리네 풍습이 살짝 겹쳐지기도 했다. 모젤 : 유대인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시크교 남자. 이슬람교, 시크교, 기독교등 종교적인 문제가 깔려 있지만 결국 승리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었다.
일본-모래는 모래가 아니고 : 2차 대전후 1945년 8월 22일 홋카이도 루모이 해상에서 사할린으로 귀환하는 부녀자를 태운 일본의 배 세 척이 소련군 잠수함의 공격을 받고 그 중 두척이 침몰한 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어머니와 누나는 배와 함게 침몰하고 당시 15개월이었던 그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침몰선과 시체 인양의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세월호를 떠올리게 된다.
터키- 하얀 바지 : 하얀 바지와 하얀 장화와 하얀 양말을 가지고 싶었던 꼬마 무스타파. 자신의 힘으로는 무리인 일을 해서라도 꼭 그걸 가지고 싶어하는데, <천국의 아이들> 이란 영화에서 여동생에게 운동화를 사 주고 싶어서 꼭 달리기대회에서 2등을 해야했던 남자아이가 생각났다.
싱가포르-궁극적 상품: 신경외과 전문의로서의 지식을 이용해서 써낸 소설.불리한 국가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해낸 물질을 둘러싼 수익성과 도덕성의 충돌을 다룬다.
같은 동양권이라 그럴까? 작품 속 이야기들이 우리네 정서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이야기만 해도 우리나라가 자연자원이나 관광자원이 풍부하지 않기에 사람이 재산이란 생각으로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그들 국익을 위한 나름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태국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꼬집고 있었고, 필리핀 또한 저런 작품이 나오게 된 데는 강대국에게 핍박받던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의 침략을 많이 받았던 역사를 배경으로 인한 작품들이 많은것 처럼. 꽃 피는 계절, 하얀 바지는 굳이 그런 의미를 두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문학으로서의 거리는 멀었던 나라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아시아문학에 대한 친근감이 많이 생겼다.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던 생소한 문학들에 쉽게 다다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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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3장짜리 소설이 사람을 이렇게 무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수천장짜리인 도스토옙스키 소설 ‘까라마조프네의 형제들’을 읽었을 때의 중량감에나 비길라나. 소설 속 사건의 시작은 “그해 칠월 보름날 밤, 홍수로 물이 가득 찬 바로 그 순간, 미군의 일제 폭격이 우리 마을 앞을 지키던 제방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이 한 문장에는 베트남 현대사를 아는, 아니 인류 잔혹사를 아는 이들의 인식속에 가장 무서운 공포가 있다. 그 공포는 신화 시대 수신(水神) 공공의 공격으로 무참히 물고기 밥이 되던 중원의 연약한 백성부터, 몽골의 잔육한 도륙에 희생된 사람들, 순박한 인디오를 신식 무기로 잔혹하게 살상하던 신대륙 발견자들 등 수많은 현장에서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경비초소에서 마을을 지키던 나는 물결이 집을 삼키기전 해산소식이 있는 아내가 있는 집으로 달려가야 한다. 다행히 아내와 아들을 안고, 마을 사당 보리수 나무 줄기에 몸을 의탁한다. 수많은 사람과 짐승이 물의 아가리에 빨려 들어가는 지옥. 이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과 나지만 나와 타자도 없다. 힘이 빠진 아내가 아들을 떨어뜨리고, 아내도 아이를 향해 물길 속으로 사라진다. 힘겹게 아이를 구한 후 정신을 잃은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그렇게 구한 아이는 남자 아이가 아닌 여자 아이였다. 그리고 아이가 커서 소녀가 다 되어버린 지금도 그 강뚝에서 회한에 젖을 수 밖에 없다. 그날의 모든 것을 아는 물결을 바라보면서. 지난 수천년 인간의 역사에서 인도주의가 작용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베트남전도 마찬가지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홍수속 제방을 무너뜨리는 군대, 네이팜 탄으로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는 군대, 유독성 고엽제를 무차별 뿌려대던 군대는 언제나 존재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최근 출간된 ‘물결의 비밀’(아시아 간)의 첫 번째 수록 작품이다. 계간 ‘아시아’에 수록된 작품을 모은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늦게라도 아시아 문학의 숲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물결의 비밀’의 작가 바오닌은 나에게 낯선 작가가 아니다. 중국의 한 공간과 한권의 책을 연결해 쓴 ‘중국도시기행’(성하출판 간)에서 나는 구이린(桂林)과 그의 소설 ‘전쟁의 슬픔’을 연결해서 썼다. 그래서 근 25년만에 만난 그의 이름과 소설이 반갑지만 여전한 깊은 공감에 마음이 저릴 수 밖에 없다. 이 소설집은 표제작만이 아니라 모든 소설이 시간과 공간을 지나서 깊은 감동이 있다. 필리핀 작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의 ‘불 위를 걷다’는 얼마전 처음 가본 마닐라에서의 다양한 느낌과 최근 대통령에 당선되어 마약상에 대한 공격을 휘두르는 두테르테의 뉴스들이 겹쳐져 있기에 더욱 깊이 다가온다. 루쉰의 ‘아큐정전’을 닮은 베트남 작가 남까오의 ‘지 패오’ 등 수록작 모두가 깊은 공감을 준다. 이 책에 소설들의 공감이 큰 이유는 아시아라는 공간에서 당대를 살아온 작가들의 사실적 경험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터키, 인도, 파키스탄에서 일본까지 이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현대사의 다양한 각인들이 온 몸에 찍혀 있다. 심지어 타국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희생당한 ‘다이토마루’ 호의 아픔을 담은 일본 작가 유다 가쓰에의 ‘모래는 모래가 아니고’까지. 더욱이 이제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의 나라는 먼 이방의 나라가 아니라 아이들의 친구들의 외가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깊게 느껴진다. 그런 나라의 역사나 아픔을 모르고 한 땅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둘째 현대사의 굴곡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월남전이나 2차대전, 파키스탄 전쟁 등 전쟁의 상품을 근저에 안고 있다. 이런 문제 뿐만 아니라 의료가 산업화되어 인권을 침범하는 문제를 담은 싱가포르의 고팔 바라담의 ‘궁극적 상품’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에 대한 문제를 소설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장 반가운 것 중에 하나는 요즘 내가 많이 읽는 중국 작가군에 츠쯔젠(迟子建)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한 ‘돼지 기름 한 항아리’는 헤이롱지앙성 모허(漠河) 출신인 그녀의 고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러 국경지대에 벌목 노동자로 떠난 아버지가 있는 곳을 찾아나선 어머니와 3남매의 여정과 그 속에 숨어있는 사랑과 인연을 담은 이야기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 여정이 갖고 있는 중국 북방의 다양한 풍모와 사람들의 곡절 많은 삶은 다양한 흥미를 제공한다. 사실 우리와는 낯설은 땅으로 느낄 수 있지만 여정의 출발점은 북만주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곳이고, 모허 지역은 자서전 ‘우등불’을 쓴 철기 이범석 장군이 한 때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독립운동을 했던 곳이다. 츠쯔젠이 이 소설이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것은 험난한 국가의 건설부터 문화대혁명 등 중국 역사의 곡절을 지나는 민중들의 질곡의 삶이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낡은 옛집과 바꾼 돼지기름 한 항아리와 그 속에 담긴 비밀들은 지극히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사랑과 작은 탐욕, 애증이 다 함축되어 있다. 검색하니 츠쯔젠은 중국의 주요문학상을 모두 타고, 루쉰문학상은 세 번이나 수상했지만 한국에는 번역 작품이 한권(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밖에 있지 않아 아쉬웠다. 동양을 은근히 하대하는 오리엔탈리즘에선지 우리의 서가에는 온통 서양 문학의 중심이었다. 일본이나 중국 문학은 소개가 늘어가지만, 인도나 동남아 문학은 소개가 더디다. 이 소설집이 가까운 이웃 나라들의 문학 세계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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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정말 아는 것이 적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 소설들 그런데 말입니다. 말은 아시아 지만 카톨릭이나 이슬람 등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고 서구 나라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며 다른 문화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소설은 역시 다른 문화나 가치관을 보여주더군요
불 위를 걷다.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그야 말로 불 위를 걷는 경험과 역사적 또는 지어낸 이야기가 맞물려 신비한 경험을 하는 이야기. 필리핀으로 추정됨.
,,,,,,,,,, 이 세상 일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 간밤에 일어났다 네 짐, 아마 믿기지 않을 거야. 나도 믿기가 어려운걸. 내 차가 고속도로에서 멈춰버렸는데, 사탕수수밭 한가운데서 불붙은 석탄 위를 걷는 사람들을 보았 네! 그뿐이 아니라 나에게도 걸으라고 정하는 거야. 짐, 나도 불 위를 걸었네.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중략 - 코벨로 집 안의 여자들이 모두 미인인 건 잘 아시지요. 그런데 그냥 돌연 죽었다고 해 요. 몸 아랫부분에 알 수 없는, 불에 탄 흔적이 있었대요.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갔다는데 아침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군요. 그게 다에요. 거 건 그렇고, 언제마카테에 있는 그 새로 생긴 이태리 음식점 카프리에 데리고 가줄 거에요? 그 음식점에 대해 들어봤지요?
그것은 꿈이나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최소한 실제 로 불 위를 걸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잇다. 코라, 알아들었어요? 그 바지에 손대지 말아요. 정말 죄송해요. 바지를 보니 사장님이 다시 입으실 것 같지 않았어요. 온통 타버려서요. 쓰레기 치우 는 사람이 왔기에 주어버렸어요. 밑 부분을 잘라버리면 훌륭한 반바지가 될 거라고 했죠.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픽션. 누구든 어느 나라든 전설이 있고 그 전설과 현재의 내가 마주한다면?
발로 하는 얼굴 마사지, 찻 껍찟띠 지음 옮긴이 김영애
피칫 부수상이 지갑을 꺼내면서 웃었다. 한 번 해봐. 자넬 아들처럼 사랑하니까 말해주는 거네 하지만 비밀이야 우리 내각 각료 중 많은 분들이 그 마사지를 받았다는 걸...... 알겠나? 그분 들 모두 효험을 봤다네. 그러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정하게, 미 사지 한 번 받으러 가는 셈 치게......
태국 고대 남성들이 입었던 것처럼 천 의 양 끝을 모아 접은 후 한끝을 양 가랑이 사이로 빼서 고우니에 고정하고 있었다. 네모난 얼굴, 짙은 눈썹 빈랑 잎을 십는 빨간 입. 그가 느릿느릿하고 무거운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피탁타이 차관은 이 닌물이 흰옷을 입은 청 년이 말한 마사지사일 거라고 생각해서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는 냉담했다.
뭔가 힘든일이 있어 왔군 네 그렇습니다. 피탁타이 차관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처음이지? 체포될 처지에 놓인 게 처음이지?
중략
그는 마음속으로 마사지사에게 빌었다. 내일 공식적인 발표를 할 때까지 만이라도 두껍고 질긴 얼굴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
어느 나라나 고관들이 하는 일은 그렇고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역술인처럼 마사지사가 액땜 또는 액막이를 해주네요. 경쾌한 진행과 단편 소설이라는 점 이 낯선 태국의 소설임에도 부담감 적에 읽게 만듭니다. 주문이나 세세한 이 야기는 읽는 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하지요.
모젤, 사다트 하산 만토 지음 옮긴이 전승희 모젤은 유태인 특유의 커다란 눈을 뜨고 미소를 지었는데, 그 눈은 붉게 충 혈되어 불풀어 올랐다. 티얼로천은 터번을 풀어 모젤의 몸을 덮어 주었다. 모젤은 다시 미소를 지 으며 그를 향해 눈을 찡긋하더니 피가 부글부글 개어 나오는 입으로 말했다.
저이는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정말 성질이 못되고 잔인한 데가 있어요 그래서 전 저이를 시크교도라고 부른다고요 오 제기랄. 그녀가 속삭이는 소리로 말하며 솜털이 보송보송한 손 목을 들어 입술을 닦았다. 그런 뒤에 티얼로천을 향해 말했다이젠 됏어요. 내 사랑, 잘 있으세요. 모젤은 티얼로천의 터번을 자신의 몸으로부터 밀었다. 치우세요...... 당신의 종교 다위 그러고 나서 풍만한 가슴 위로 힘없이 팔을 떨어뜨렸다.
죽음으로 마무리하는 소설은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대로 작가들은 또는 세상은 죽음으로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고 싶어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네요.
물결의 비밀을 포함하여 총 12개의 소설이 있네요. 단편 소설이라 읽기에 부담 스럽지 않고 가려뽑은 소설이라 수준도 꽤 되지 싶습니다. 단지 기회나 취향의 문제라고나 할까? 호불호는 거기서 갈릴 듯 우엣든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리뷰는 운 좋게 서평단에 선정되어 증정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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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부터 시를 짓는 걸을 좋아하고 지금도 시를 짓고 있습니다. 시라는 것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과 글로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잘하지 못하지만 시를 짓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있는 아시아의 시인들이 모여서 하나씩 자신의 시 실력을 뽐낸 책이었습니다. 예전 계간지인 아시아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앙일보 주필을 지낸 적이 있으며 최근에도 계속해서 집필을 하고 계시는 이어령 교수의 글도 아시아의 계간지에 실린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계간지를 발행하는 곳에서 이번에는 아시아를 묶은 시를 펴냈다는 사실은 저에게 있어서도 무언가 신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EU 우리나라말로 유럽연합이라고 일컫는 또하나의 국가입니다. 그 또 하나의 국가가 이제는 아시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영토는 분리되어 있지만 글로써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우리 인간은 본디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듯한 느낌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 필리핀 인도 일본 터키 등등 유명한 시인들이 적은 시였습니다만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살아온 환경 땅 장소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표현하는 내용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 다른 환경 속에서도 그들이 말하고 있는 주제는 일맥상통한 면도 적잖아 있었습니다. "힘듦" 다른 말로는 고통이라고 이야기하고도 있으며 고난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이는 그런 속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이 책에서는 아동 노동현장을 들여다 봄으로서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도 우리가 생각하기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대변하듯 사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는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합니다만 우리나라보다 더 힘든 곳도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줬었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모순점과 동시에 그 모순점으로 하여금 그 나라를 좀먹는 것에 대한 하나의 고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나의 책에 여러사람의 작품을 묶는 것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작품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을 때 나오는 융화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속에서 아시아의 문학가들이 모여서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있어서 하나의 신선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계간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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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 비밀/아시아/아시아 베스트 컬렉션이라니, 무척 반가워요~
그동안 아시아권에 살면서 아시아 작가들의 문학 작품보다 서구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많이 접했는데요.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한자문화권에다 유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동남아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늘 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시아 출판사의 아시아 문학선을 늘 눈여겨 보면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기대했는데요. 이렇게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을 만나니 설렘과 감동이 입니다. 아시아의 재능있는 작가들, 이미 유명한 다양한 나라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컬렉션으로 읽으니 나라는 다르지만 정서적인 유대감이 있어서인지 모두 친근하게 느껴졌는데요. 이 책은 기다렸던 작품이기에 보고 또 보고 있답니다.
여러 단편 중에서 특별히 마음이 가는 작품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물결의 비밀>이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은 물 속에 있는 물체에 따라 제각각의 물결을 만들어내는데요. 작가가 말하는 물결의 비밀은 어떤 물체에서 오는 걸까 몹시 궁금해하며 읽었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군과 베트콩이 접전을 하던 시기의 베트남입니다. 미군의 일제 폭격으로 주인공의 마을 제방이 무너지면서 홍수를 맞은 날입니다. 때마침 주인공 군인의 아내도 해산을 했는데요. 남편은 홍수를 피해 갓난 아기와 아내를 초가지붕 위로 올렸지만 지붕이 무너지면서 간신히 보리수나무 줄기에 매달리게 되었어요. 하지만 거센 물길에 아기가 빠졌고, 그 아기를 구하려 아내가 물에 빠지자 남편은 아기와 아내를 구하러 물에 빠졌답니다. 다행히 아기는 건졌지만 슬프게도 아내는 잃어버렸는데요. 이후 아기는 물의 아이로 자랐고 남편과 아기는 강물의 물결을 볼 때마다 슬픈 기억을 떠올린다는 내용입니다. 아직도 아내를 잃은 남편 입장에서는 강물이 만들어내는 물결 속에서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엄마를 잃은 딸 입장에서는 강물이 빚어내는 제각가의 물결을 보며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까요. 전쟁과 홍수로 인해 강물에서 죽음을 맞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비극, 가족을 잃은 슬픔이 남은 가족의 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 시간이었어요. 이 가족의 은밀한 비극사를 풀어내는 도구가 물결이기에 더욱 눈물겨웠답니다. 각각의 눈물의 결에도 이런 물결의 비밀이 있겠지요.
베트남, 필리핀, 대만, 태국, 중국, 인도, 일본, 싱가포르, 터키 등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나라의 작품들인데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 공감과 동감 가는 이야기로 읽힌 이유가 어쩜 아시아라는 지역 공동체의 유교적인 분위기 덕분인 듯 했는데요. 그래서 모두 유쾌하게 읽으며 감동을 받은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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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했다 아시아
우리에게 비서구권 문학은 낯선 편이다. 내게도 그러했다. 그나마 일본 문학은 왕성하게 번역 출판이 되고 종종 읽지만, 중국이나 대만 작품은 상대적으로 접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하물며 남아시아 문학은 과문하다는 말이 딱이었다.
필리핀 작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의 [ 불 위를 걷다]는 단편으로서 완결성이 높았다. 부유층인 주인공 알프레도 루이즈의 신비한 경험을 남미 소설처럼 유려하게 풀어놓는다. 루이즈는 사업차 대도시로 출장을 자주 가는데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추고 타이어가 고장나게 된다. 근처 무성한 사탕수수밭에서 자기들의 의식을 치르던 부족 사람들을 만나 기묘한 경험을 하는 루이즈. 시골사람들의 도움으로 스페어 타이어를 교체해 고마운 마음으로 출장을 무사히 하고 온다. 부족 사람들과 불을 만지는 일을 겪고도 다치지 않은 채 옷섶만 바짝 탄 일을 겪은 루이즈. 그는 나중에 그 장소를 찾아가는데 한 노파를 만난다. 그는 '그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는 놀라운 말을 전한다. 그들은 혼령들이며 그 곳에 자주 출현한다는 것. 그렇다면 그 내막은 무엇일까?
[물결의 비밀]이 짧아서 아쉬웠는데 또 다른 베트남 작가 남 까오의 작품을 만나 좋았다. 제목 [ 지 패오]는 주인공 인물명으로 1940년 전후에 발표된 중편이다. 본 소설집에서 가장 페이소스가 진했던 작품이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관리들은 부패하여 시골 마을의 통치까지 미치지 못하고 한 고을에는 돈과 권력으로 지방을 통치하는 지주들이 판을 친다. 그 속에서 알콜중독자인 '지 패오'가 마을을 통치하는 '끼엔'의 똘마니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일제시대 조선 카프 문학에서 보던 것 같아서다.
베트남의 여성작가인 레 민 쿠에의 단편은 <골목 풍경>이다. 베트남 여성 소설가의 글을 처음 읽어서 너무도 신선했다. 리얼하면서도 담백한 표현력에 반하게 되었다. 한 마을에서 권세를 누리며 사는 두 집안 사람들을 통해 베트남의 어떤 면을 풍자하고 있는 듯 했다. 풍자란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이지 작위적인 건 아니다. 레 민 쿠에는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다고 하는데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게 했다.
인도 마하스웨타 데비의 [곡쟁이]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 하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누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서 가족을 대신하여 곡을 해 주는 직업인 곡쟁이를 통해 인도 사회의 부조리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태국 소설도 처음이다. 찻 껍찟띠의 [ 발로 하는 마사지]는 태국 특유의 토속신앙과 귀신 이야기가 전면에 깔려 있다. 그런데 그것 뿐이었다면 다소 심심했을 것이다. 작가는 어떤 병을 겪는 태국 고위 관리가 주술로 병을 고친다는 마사지사를 찾는 이야기를 통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태국의 속살을 풍자로써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나중에 변모하는 정부 차관의 행태에 씁쓸함을 느낄 수 있다.
사할린에서 돌아오다 조난을 당한 일본인을 다룬 <모래는 모래가 아니고>도 인상깊은 일본 단편이었다. 우리로서는 생소하고 낯선 얘기였지만 일본이 안고 있는 전쟁의 상흔을 한번 떠올리게 한다.
가장 감명깊은 작품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중국 여성작가 츠쯔젠의 [돼지기름 한 항아리]다. 1990년대 초반에 과거를 회상하는 여인이 화자이다. 1950년대에서 1970년대의 중국 헤이룽장성이 배경이다. 그래서 많이 낯설고 거리가 멀 줄 알았다. 하지만 츠쯔젠의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과 이야기는 나를 금새 푹 빠져들게 했다. 이건 완전 취향 저격이었다! 게다가 끝에 반전과 가슴 아프면서도 찡한 마무리 한 방이 있다. 단연코 [물결의 비밀]에서 개인적 발견이었다!
이밖에 대만작가의 [꽃피는 계절], 터키 작가의 [하얀 바지], 그리고 싱가폴 작가의 [궁극적 풍경]도 이색적이었다. 게다가 [궁극적 풍경]은 싱가포르의 SF 소설이어서 더 놀라웠다.
낯선 아시아 문학을 맛본다는 작은 동기로 출발했는데 멋진 작품들을 많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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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계절 리 앙 ㅡ 대 만 작가 편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햇살이 좋은 날 어쩐지 학교는 가기 싫은 사춘기 아가씨의 방황 이랄까. 일탈이랄까 . 그 나이때엔 생각의 비약도 몽상 도 몽상 스스로를 키우곤 한다는게 이 소설에선 너무 잘 드러난다고... 심리 묘사가 정말 좋다 . 계집애의 발칙한 마음을 , 이랬다 저랬다하며 두려워도 하고 그 긴장을 즐기기도 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닫고 아무일 없는 심심한 날 였다는 걸 회상하는 내용 . 한 밤의 공동 묘지였다면 사람이 죽어도 죽었을 망상일건데 ...^^ 공포와 경계 의 수위를 아주 엷 게 스치고 가는 수준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으니까...무사귀가를 축하 해 줘야하는거겠지? 지 패오 남 까 오 ㅡ 베트남 작가 편 . "나는 선량한 사람이 되고 싶어!" 방법이 오로지 촌장과 자신을 죽이 는 것이라니 겨우 사람답게 살 깨달음에 닿았는데 , 정말 득도를 해도 완전한 득도를 한 셈 . 경지를 넘어버리면 이런 모양이 되려나 ... 지 패 오가 안타깝다 .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게 무기가 되는 인생의 허무를 이렇게 극적으로 보여주다니 ... 한 마을의 몇대째 흥망성쇠를 지켜본 듯한 느낌 .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왔다가는 인생 가고 남은이들은 또 계속 살뿐 ... 발로 하는 얼굴마사지 찻 껍찟띠 ㅡ 태 국 작가 편 . 우리 풍습에도 있는데 어른이고 아이고 얼굴 너머로 발을 디디고 다니 는 것은 불경한 행위로 본다는 것 말이다 . 타넘어 다니는 건 말할 것 없 이 불호령의 대상이 되곤했는데 , 이 이야긴 꽤나 재미있다 . 철면피가 되기위해 발바닥이 유난히 두껍고 발이 큰 사람의 기를 써 마사지를 받 아야 한다니 ... 그게 플라시보 효과 같은 거겠지 ? 귀신 싸와이가 기른 주운아이라는 게 어쩌면 힘을 더하는 지도 모를일이다 . 고귀함이나 명 예도 한번은 실추되어 봐야 험한 일도 할 수있다는 얘기같기도 하고 ... 흥미로운 단편였다 . 돼지기름 한 항아리 츠쯔젠 ㅡ 중 국 작가 편 . 아이미의 소설 산사나무아래 ㅡ가 생각나는 단편 소설 . 그 돼지기름 항아리를 주며 그런 당부를 하는데 어쩜 의심한번 안는 여자라니 , 어 쩜 그리 순수한지 ... 그 시대가 그랬는지 이 나라 소설이 대게 이런지 모르지만 순하고 착하다고 할까 ... 위화의 소설도 생각나서 퍽 좋았다. 문화대혁명의 시기에 고생많은 것도 고생인걸 모르고 저들도 살았구 나 싶고 . 아마 우리나란 민주화 운동과 비슷하려나? 오늘 트럼보 란 영화를 봤다 . 얼마나 갇힌 세계였나 . 또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게 난 우리나라에서만 지독한 사상점검따위가 있다고 생각했었던 거다 . 근 데 어느 나라고 다 그랬던 거라는 걸 이제 좀 알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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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결의 비 밀 ㅡ 아시아 문학선 물결의 비밀 바오 닌 ㅡ 베트남 작가 편 . 한번 스윽 읽었을 땐 뭐야? 하다가 아들인데 를 강조하는 아내가 다소 이상해서 주목해 보니 나중엔 딸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그 말 못할 비밀이 된건 ... 그 강이 아들도 삼키고 아내도 삼키고 , 다른 여인 의 아이만 건져내 자신의 아이처럼 기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되버리 는 남은 평생 강만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었겠다 . 그런데 아내는 정말 아들을 낳긴 한걸까? 얼굴한번 보지 못하고 말로만 아들이라 들었는데 의심하면 안되는건가? 물결의 비밀 ㅡ단 몇페이지로 어마어마한 인생 을 그려낸 작가 ㅡ기막히네 ..반전도 그렇고!! 불 위를 걷다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ㅡ 필리핀 작가 편 . 어쩐지 스티븐 킹 의 옥수수 밭의 아이들 (?) 같은 전설같은 이야기를 전하고있다 . 모티브가 다양하게 넘치는 단편이란 생각 . 루트 66 이 던가 69 던가 ..저주받은 길에서 죽은 사람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얘기 그 것도 얼핏 떠오르고 말이지... 그 것과는 상관없는 대농장주의 횡포 와 농민탄압에 관한 이야기 . 저주와 신화가 섞여 묘한 분위기를 전달 한다 . 불에 달군 돌 위를 걸었다는 ..남자의 이야기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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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이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아시아는 이 시대의 흐름에서 조금 물러나 있는 느낌이다. 적어도 영화나 문학에서는 그렇다.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 가야 만날 수 있고, 문학은 애써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 출판사의 아시아 문학 시리즈는 더없이 귀하다.
우리는 서구가 주도했던 지난 시기의 근대화 과정에서 수많은 문명의 유전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금도 아시아 어딘가에서 어떤 기억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소멸은 대개 슬프지만, 때로는 자연스럽게 권장되어야 할 어떤 것이기도 하다. ‘불멸의 신화’가 지닌 폭력성을 흔히 목격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서구 근대의 가치를 대체하는 아시아 담론을 창출하겠다는 다부진 야심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다만 아시아의 수많은 언어가 제각기 품어 온 기억의 서사들을 존중하려 할 뿐이다. -p. 350 <아시아 문학선>을 펴내며
『물결의 비밀』은 베트남 작가 바오닌의「물결의 비밀」을 포함하여 필리핀, 대만, 태국, 중국, 인도, 일본, 터키, 싱가포르 작가의 작품이 담겨 있다. 계간《아시아》40권에 실린 100여 편의 소설들 중 추리고 추려 뽑은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완성도가 뛰어나고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남들이 꼭 읽어야 한다는 ‘명작’ ‘고전’을 들출 때, 반드시 그것이 내게도 재미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진입 장벽이 높을 때는 ‘나하고 무관한 이야기로군’ 하고 덮어버리곤 한다. 이름도 낯설고 표정도 읽히지 않는 이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풍토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단박에 마음 어딘가에 와 닿는다. ‘보편’이란 이런 경우를 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글들. -p. 340 해설 강물은 모래를 품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물결의 비밀」은 ‘보편’을 제대로 보여 주는 소설이다. 단 4페이지만으로 기승전결을 갖추고 주제를 확실히 드러낸다.
강물은 시간처럼 흐르고, 시간처럼 강물 위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가. 그 어느 때보다 밤이면 내 고향 강물은, 그 표면은 셀 수 없이 많은 신비한 반점들로, 내 생애 은밀한 비밀들로 반짝반짝 빛났다. -p. 9
가뜩이나 비가 많이 와서 홍수로 물이 가득 차 있는데, 미군의 일제 폭격이 제방을 겨냥하는 바람에 강물이 들판을 덮치고 마을을 덮치며 흘러가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아내 해산 소식에도 경비 초소를 지키고 있었으나, 하늘도 땅도 무너져 버리자 경비 초소에서 박차고 나와 아내와 자식에게로 간다. 가까스로 아내와 자식을 지붕 위로 끌어올렸으나, 지붕마저 강물에 휩쓸리고 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마을 사당 앞 보리수나무 줄기에 걸리지만, 다시 불행이 닥치는데..
물결만 아는 주인공의 비밀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아픔’은 개인과 베트남을 넘어 아시아 전체에 해당되는 아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식민지였던 나라의 아픔뿐만 아니라 제국이었던 일본(유다 가쓰에의「모래는 모래가 아니고」)의 아픔도 보여 준다. 이러한 편중되지 않는 시각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문학은 편중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스크린 독점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런 다양한 국가의 문학이 계속해서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우선 아시아 문학 시리즈가 계속되길 바란다. 당신들의 “아시아의 수많은 언어가 제각기 품어 온 기억의 서사들에 대한 존중”을 존경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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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대역 문예 계간지 <아시아>에 실린 단편 중 열두 편을 선정해서 한 권으로 묶었다. 열두 편이면 열두 나라일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실제는 아홉 나라다. 가장 많은 나라는 베트남이다. 조금 의외다. 세 편이나 실렸다니. 이것이 또 아쉬움이기도 하다. 동남아의 많은 나라들 작품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의 단편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아주 반가웠다.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의 문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은 간단하지만 충실하다. 먼저 작가에 대한 소개를 하고, 그 밑에 번역자의 정보를 넣는다. 그리고 각 단편이 원래 어떤 언어로 쓰여져 있었는지 알려준다. 영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작품도 있다. 이런 정보는 외국 문학을 읽을 때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워낙 한국 번역에서 중역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전보다 일본어 번역본을 재번역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중역하면서 생긴 오류나 어투의 차이 등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보면서 낯익은 작가는 딱 두 명이었다. 한 명은 바오 닌이고, 다른 한 명은 야샤르 케말이다. 케말의 작품은 읽은 적이 있지만 바오 닌은 처음이다. 이전에 바오 닌의 대표작인 <전쟁의 슬픔>에 대한 극찬을 읽고 책을 사 놓았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을 묵혀 두었는데 단편으로 먼저 만났다. 그 작품은 바로 표제작 <물결의 비밀>이다. 아주 짧은 단편인데 반전과 강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마지막을 읽으면서 다시 앞장을 펼치고 앞에서 놓친 것을 찾았을 때 그 여운은 정말 멋있었다. 케말의 <하얀 바지>는 이전에 읽은 작품과 다른 분위기였다. 한 소년의 열망이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안타깝고 아쉬웠다.
처음 읽은 필리핀 작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의 <불 위를 걷다>는 깔끔한 전개에 비해 이야기는 조금 으스스하다. 필리핀의 거대한 빈부 격차와 시대의 아픔이 그 나라 역사에 무지한 나도 공감하게 된다. <꽃피는 계절>은 대만 작가 리앙의 작품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얻기 위해 가는 과정에서 한 소녀가 멋대로 상상하는 내용이 섬뜩하면서도 유쾌하다. 그 시절 대만에서는 어떤 사건이 있었기에 이런 상상을 한 것인 궁금하다. 아니면 무슨 책이나 영화를 보았는지. 베트남 남 까오의 <지 패오>는 한국 근대의 일상 중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 패오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지만 그 상황들은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처음 읽은 태국 찻 껍찟띠의 <발로 하는 얼굴마사지>는 다 읽고 난 후 현재 한국의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혹시 그들이 태국에 단체로 마사지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중국 츠쯔젠의 <돼지기름 한 항아리>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마무리였다. 남편이 있는 곳으로 아이 셋을 데리고 가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투박한 이야기 전개는 또 다른 매력이다. 베트남 레 민 쿠에의 <골목 풍경>은 해학적이지만 그 이면에 깔린 의도는 씁쓸한 현실이다. 인도 마하스웨타 데비의 <곡쟁이>는 인도 하층민의 삶과 상층민들의 거대한 허세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하층민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세밀하게 그려내지 않는 것은 일상이기에 표현할 필요가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다 가쓰에의 <모래는 모래가 아니고>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해서 한 개인의 기억을 다룬다. 잊고자 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긍정하는 마지막은 평범하지만 좋다. 인도 사다트 하산 만토의 <모젤>은 사랑에 빠진 남자 이야기다. 자신의 종교가 걸림돌이 되지만 모젤은 쉬운 여자가 아니다. 역사적 사건의 한 장면을 삽입한 마지막 장면은 의외다. 싱가포르 고팔 바라담이 쓴 <궁극적 상품>은 읽으면서 싱가포르의 정치적 현실을 풍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몇 가지 설정들이 강한 독재국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