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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이 책을 중학생에게 권하겠다는 편집자들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과연 중학생들이 이런 표현을 즐겨 읽을 수 있을 것인지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고개를 젓게 된다. 고등학생들에게 보여 주어도 거북해 하는 표현들인데.
책의 편집은 친절한 편이다. 옛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자성어나 한자어, 오래된 우리말을 본문 아래 주를 달아 놓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았으니까. 그런데 이건 이런 글을 꼭 읽어야겠다는 혹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이나 의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즐거운 독서를 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성가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매 쪽마다 확인해야 할 낱말의 뜻이 몇 개씩 걸린다면, 이건 아무래도 자연스럽지가 않은 것이다.
우리의 고전 작품을 좀 수월하고 즐겁게 읽힐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요즘처럼 문화의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취급을 받는 시대에 , 우리의 고전에 작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충분할 정도로 많은 편인데, 아주 어렸을 때 동화책으로 내용을 익힌 그 이후에, 작품의 원본을 좀더 원본답게 유지시키면서도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도 분명히 이런 의도에 따라 나온 것일 텐데, 직접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부족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미래를 염두에 두고 현재를 살아 내는 방법에 대해 점점 고민이 많아진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상향에 비해 우리들의 현재 걸음은 너무 더디고 방해물도 많다. 자신이 그리는 이상의 모습에는 닿아 보지도 못한 채 열심히 걸어 가다가 생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무수한 우리네 선조들처럼 우리 또한 그렇게 묵묵히 걸어가야 하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좀 답답할 때가 많다.
우리의 문학이 지금보다 더 힘을 얻고 꽃을 피우려면, 우선 내가 할 일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문학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 그것일 테지. 그러다가 그 중 한 녀석이라도 우리 작품을 재발견하고 재창조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충분할 테지. 언젠가, 내가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는 때에 일어날 일이더라도.
이 책, 학부모가 중학생 자녀에게 억지로 읽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